<아카이 시점>

쿠도 가에 머무르는 시간의 아가는 편안해 보인다.

고요한 집 안에서 말 한마디 없이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선.

물론 내가 있어서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 아이를 연기해야 하는 때 보다는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하긴, 자라온 집이니까 당연할 지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집을 두고 정체를 숨기며 살아야 하다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동질감 일지도 모른다.

아가나 나나 본 모습을 숨긴채 숨을 죽이고 어둠 속에서 적을 공격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이렇게 항상 경계하고 긴장하면서 지내다 보면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한계가 올 것이다.

오랜 시간 조직과 싸워온 나 조차도 나를 지우고 가상의 인물로 위장하여 그를 완벽히 연기하고 들키지 않으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일상에 신물이 나고 있다.

모로보시 다이도, 오키야 스바루도 아닌 아카이 슈이치로서 세상에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만든 가상의 배역에 집어 삼켜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카이 씨."

포장된 샌드위치를 그릇에 옮겨 담던 아이가 갑작스레 말을 걸어온다.

"아카이 씨는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아이는 갑자기 초조한 기색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말해 봐라. 아가."

"오키야 스바루의, 그러니까 평범한 대학생으로서의 삶과 아카이 슈이치로서의 삶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이래서 지나친 침묵은 좋지 않다.

아이는 지나치게 똑똑해서 항상 너무 많은 생각들이 차 있다.

그리고 그건 너를 지치게 하지.

간만에 돌아온 집의 식탁에 앉은 너의 그 작은 머릿 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지나쳐 갔을까.

네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너의 걱정이 투영된 것은 아닌가? 너무도 지쳐서 조직과의 전쟁에 휘말린 쿠도 신이치의 삶 보다  영리한 초등학생 탐정의 삶 쪽에 마음이 가 버린 것은 아닌가? 라고 묻고 있지만 그것은 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 속을 지나는 중에 아이가 먼저 입을 연다.

"FBI는 많은 죽음을 목격하죠?"

"...그렇지."

"수많은 죽음을 보면서 그 일이 싫어진 적은 없나요?"

"아가."

"너는, 탐정은 똑같은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아닌가?"

내 말에 아이는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어딘가 지친 기색이다.

"맞아요. 하지만... 그래요.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보면서 다짐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햐지. 범인을 잡아야지. 조직과 싸워야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에요..."

너는 평소와 그닥 다르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부드러운 미성에 음률이 살아있는 듣기 좋은 목소리.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네가 울고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미 떠니버린... 죽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것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아서... 왜 더빨리, 빠르게 해결했다면... 그 사람들도..."

"그만."

"그만해라. 아가."

"제 탓이 아니란 건 알아요."

"알아도... 사람 마음이란게... 계속 후회하게 되고... 자꾸 죄책감이..."

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문다.

네가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면 좋을 텐데.

"오키야 스바루라면, 확실히 지금 보다 나은 삶을 살겠지."

"이웃에는 친절한 박사님이 계시고 종종 놀러오는 재미있는 꼬마들도 있고. 피 튀기는 현장에나가는 일 없이 조용히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논물을 쓸 수도 있겠고."

"하지만 아가. 나는 아카이로 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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