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게 된 쿠도 군은 놀랍게도-사실 당연한 것이지만-교복을 입고 있었다.

맞아, 아직 19살이였지.

"아무로씨, 저번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계속 괴롭히던 야근이 끝났거든. 그나저나 교복 입은 것을 보니 이제야 고교생인게 실감나네."

"하하, 그것도 얼마 안 남았네요."

"현장에서 워낙 멋있게 구니까 아직 학생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으니 말야."

"띄워주지 마새요. 부끄러워요."

"그보다 생각보다 연락이 늦었네? 기다렸다구."

"아, 죄송해요. 잠시 친구를 만나러 오사카에 다녀왔거든요."

뭐야, 정말이냐.

"어쩐지 전화 뒤에서 오사카 사투리가 들려와서 깜짝 놀랐어."

"그녀석이 워낙 시끄러워서요."

어떤 놈인지 얼굴 한번 보고싶군.

이쪽은 일주일 내내 안절부절 못했다고?

"그것보다... 하실 말씀이라는게 뭐에요? 코난에 대한 거라고 하셨죠?"

맞다, 그거 물으러 온거였지.

이제부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계속 홀린단 말이지, 열받지만 인정한다고.

반드시 저 입에서 진실이 나오는걸 보고야 말겠어.

"저기, 쿠도 군은 코난 군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어?"

내 말에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이것 먼저 물어 보는게 나을 것 같네. 지금 코난 군, 어디에 있어?"

"어라? 모르세요? 가족 사정으로 급하게 외국으로 이민갔다고 갑자기 떠나버려서 미안하다고 모두에게 알렸다고 들었는데?"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한 표정으로 되물어 온다.

앗, 귀여워.

아, 이게 아니지.

"아니, 코난 군이 호주에 있을 리가 없어."

쿠도 군은, 아직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으면서 차가운 커피를 홀짝인다.

"그렇게 말하시는 근거가 있으시겠죠? 전에 탐정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증거 없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니까요."

"훗... 증거는 있어. 첫번째, 그는 여권이 없어. 아니, 그는 아무것도 없어. 왜냐하면 에도가와 코난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니까. 그의 신분은 죄다 조작이야. 그러니까 그가 해외로 이민을 갔을리가 없지. 그는 그냥 사라진거야. 그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

"..."

쿠도 군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빨때로 커핏 잔 속의 얼음을 천천히 젓는다.

갑자기 그는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고교생이면서, 너무 능수능란하지 말라고.

"두번째는? 두번째는 뭔가요?"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어딘가 즐거운 듯한 매력적인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다.

"두번째... 라고 할까, 반쯤은 가설인데, 솔직히 난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

"듣고싶어요. 나, 지금 엄청 흥미있으니깐."

"그 전에 말이야. 너는 스스로를 코난 군의 친척이라고 했지?"

"지금 무슨 말을 할려고 하시는 걸까나..."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먼 친척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면, 분명 두 사람간의 은밀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 아니겠어?"

"흐음... 유감이지만, 당신의 추리는 빗나간 것 같은데요."

"거짓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아. 그쪽은 내 전문 분야거든."

"거짓말쟁이가 할 만한 대사네요. 하지남 유감스럽게도, 나는 정말 그가 내 친척인 줄 알고 있었어요. 방금 전 까지도."

거짓말,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다니.

"난 그 아이를 오래 알고 지내지 않았어요. 2년 전 이던가... 3년 전 이던가... 엄마가 먼 친척분의 아이라고 소개시켜 주셔서 처음 알게되었으니까."

"만난지 얼마 안된 먼 친척이라고 하기엔 두사람 너무 가까웠던 것 아닌가? 그의 부탁으로 누군지 모를 낯선 남자에게 집까지 빌려 줬었지?"

"허튼 짓을 할 아이는 아니잖아요? 그 또래들과는 다르게 영리한 아이니깐."

"그게 정말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게다가 코난이 그랬거든요."

한쪽 입꼬리만 올려 짓는 삐뚜름한, 그리고 멋들어진 미소.

"그 사람, 홈즈 팬이라고 말이에요. 홈즈 팬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거든요."

이 소년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파악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또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까지도 알고 있다.

그리고 넌지시 암시한다.

아카이의 조력자는 소년이었고, 소년의 조력자는 아카이였다는 걸.

그리고 그게 나를 몹시 분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고있겠지.

그리고 그는 절대로 자기 입으로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게 알리고 있다.

꼬맹이 주제에, 더럽게 멋지잖아.

"나, 아무로 씨의 가설보다 궁금한게 생겼는데, 대답해 줄래요?"

길고 가느다란, 마치 바이올리니스트의 손가락과 같은 손가락이 내 손을 잡아온다.

"여기, 손가락들에 박힌 이 굳은 살들이, 당신이 권총을 많이 쥐어본 사람이라고 말해주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미친듯이 뛰기 시작히는 심장의 박동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몰라 당황스럽다.

"카페 알바를 하다가 경찰 행정 공무원이 된 사람 손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게다가 이건 일반 경찰들에게 지급되는 리볼버보다 더 위협적인 종류의 것들이 만들어 낸 흔적아닌가요?"

소년은 아름다운 미소로 나를 조여온다.

"일개 행정 공무원이, 게다가 경력도 얼마 없는 공무원이 개인의 신분과 여권 조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아무로씨, 말해 줄래요?"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상이 이 똑똑한 탐정 군에게 반해버렸어-라는 걸 자각하니 내 자신이 한심해 진다.

도M이냐고, 얼간이 같으니.

그때, 갑지기 쿠도 군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고 간단히 통화를 마친 쿠도 군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안해요, 아무로 씨. 의뢰가 들어와서. 이만 가 볼게요. 가설, 조금 더 확실해 지면 다시 들려줄래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빠르게 갈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려던 탐정 군은 갑자기 뒤로 돌아 나에게 성큼 성큼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저는 절대로..."

"거짓말쟁이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아요."

그러고는 카페 밖으로 빠르게 걸어가 쾌청한 날의 햇빛 속으로 녹아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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