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이 떠난 후 내가 아카이를 찾아갔을 때,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물건 하나를 건네주었다.

코난군의 안경을.

코난군이 생각나 잠을 설칠 때 마다 꺼내어 안경알을 반짝반짝 광이나게 닦았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반짝이는 안경알 뒤에 숨겨져 있던 소년의 날카로운 눈이 생각난다.

버본으로서 마주했을 떄 보여주었던 빛나는 통찰력을 담은 그의 눈, 사건을 해결하던 명탐정의 눈.

그리고

작은 몸으로 혼자 위험 속으로 뛰어들던, 몸을 사리지 않는 나의 영웅의, 나의 히어로의 눈빛이

잊혀지질 않는다.

조심스레 안경을 써 보면, 도수없는 안경알 너머로 소년의 잔상이 비친다.

그러고 보니 이 안경, 이런저런 기능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안경을 벗어 이리저리 살펴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작은 스위치들이 안경의 다리 부분에 있다.

다시 안경을 쓰고 버튼을 눌러보니 갑자기 시야가 확대된다.

"우왓, 어쩐지. 멀리 있는 적들을 엄청 잘 찾아내더니... 다른 것도 눌러 볼까..."

그 옆의 버튼을 누르자 시야에 무슨 그림들이 떠올랐다.

"이건 혹시...?"

GPS 기능인 것 같았다.

초록색 점이 반짝이며 자신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점은 무엇의 위치를 나타내는 걸까.

안경에 나타나 있는 점의 거리는 차를 타면 십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걸 따라가면, 네가 있는 거야?

정신없이 차 키를 찾았다.

양말도 없이 슬리퍼를 대충 신고 옷도 채 갈아입지 못하고 허둥지둥 차에 올라탔다.

안경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달리면서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토할 것 깉이 심장이 뛰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두근거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가 거기 있을까?

네가 아니면 어떡하지?
보고싶고, 또 보고싶어서...

쿠도 군을 만난 후, 니는 솔직히 겁이났다.

만약 정말로 쿠도 군이 코난 군 본인이라면,

쿠도 군 본인이 스스로 자기 안의 코난을 지워버린 것 아닐까?

내가 버본과 아무로, 후루야 셋 모두를 연기하며 사는 것에 지쳐버렸던 것처럼, 그도 에도가와 코난로서의 삶과 쿠도 신이치의 삶 모두를 견디는 것에 지쳐서, 코난을 스스로의 안에서 죽여버린 것 아닐까.

자신의 안에서 완전히 코난을 지우고, 코난으로서 쌓아온 모든 기억과 관계까지 몽땅 지워버려서, 나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하니 겁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검은 조직과 함께 에도가와 코난도 함께 세상에서 지워버린 거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지, 이런 생각에 나는 숨이 막혀서 겁이나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젠, 부딪히는 수 밖에 없다.

쿠도 군에게도, 코난 군이 남긴 흔적에게도 그저 뛰어드는 수 밖에.

코난 군이 소중했고, 지금은 쿠도 신이치에게 반했다.

그러니 이제는 진실을 찾아내어야 한다.

진실을 밝혀 코난군을 찾아서 쿠도 군에게 마음을 전할 것이다.

드디어, 안경이 가리키는 장소에 도착했다.

"아가사 박사님의 집...?"

여행갔던 박사님이 돌아왔는지 불이 켜져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나온다.

"뭐야 당신. 이런 시간에 그런 꼴로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

"아... 하이바라양... 여행에서 돌아왔군요."

소녀는 나를 슬쩍 올려다 보더니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한다.

"그 안경을 보니 대충 알겠네. 됐으니까 빨리 들어와서 찾는거 가지고 빨리 돌아가. 지금 박사님 잠깐 나가셨으니까."

"아, 예... 실례하겠습니다."

안경은 도착지와 10미터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서재...?"

거리가 0이 되었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은 추리 소설이 잔뜩 꽂혀진 책장이었다.

"에도가와 란포... 그리고 아서 코난 도일..."

아무리 서스펜스광이라도 정말로 이 둘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라면 정도가 심하잖아.

"셜록 홈즈라... 역시 명탐정의 귀환일까나...?"

조심스레 책을 꺼내보니 책 사이에 무엇인가 끼워져 있다.

"트로피칼 랜드?"

트로피칼 랜드의 자유이용권 2장.

도대체 이걸로 뭘 하라는 거지?

무슨 암호인 건지 감도 안잡힌다.

그러고 보니, 내일 식사하기로 했지.

"... 트로피칼 랜드라..."

-rrrrrrrrrrr

"저기 쿠도군? 내일 약속말인데요... 트로피칼 랜드에서 만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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