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말... 끝까지 날 비참하게 하는구나."

너는 울면서 내게 맣했다.

해질녁의 주황색 노을이 너의 등 뒤에서 비추었고, 나는 마치 네가 그 빛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떄의 장면은 내게 비현실적인 이질감을 가져다 주면서도 뚜렷하고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버렸다.

너의, 그 체념한 듯한, 빛을 잃은 눈동자로 눈물을 흘리던 너의 얼굴이.

나는 너무나 슬퍼서, 미안해서, 괴로워서

여지껏 잠들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

2학년 말의 겨울이었다.

너와 내가 사귄지 1년이 조금 지난 시기였고, 3학년을 앞둔 시기였다.

네가 먼저 고백했고, 문자를 먼저 보내오는 것도 네쪽이였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너였다.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보다,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더 큰것이 당연한 행복이라고 느꼈다.

아니, 나는 그것이 행복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알았더라면 그렇게 오만하게 굴 수 있을리가 없었다.

너의 애정에 비밀연애라는 이름을 붙이고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명목으로 너의 사랑을 밀어냈다.

너는 그저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던 것 뿐인데,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부끄럽다는 핑계로, 부담스럽다는 말로 너를 부정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로 가서 그 목을 조르고 싶다.

그 아이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음을 몰랐던 그 오만한 멍청이를 죽여버렸으면 하고 매일 매일 생각한다.

특히 그날의 나를,

너를 산산조각 내버린, 그날의 나를.

그 당시 나는 손가락에 부상을 입었고, 성적이 떨어졌었다.

실은 조금만 관리하면 나을 부상이었고, 입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었다.

그런데 나는 나를위로하는 너에게 짜증을 냈고 네탓을 했다.

부활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나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해오던 우리였는데, 나는 네가 귀찮게 굴어서 라는 핑계를 댔다.

너는 끝내 눈물을 보였고 하지도 않은 잘못에 사과를 했다.

나는 울면서 사과하는 너를 뿌리치고 집으로 갔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기를 꺼버리고 괜한 성질을 부렸다.

다음날 체육관에서 만난 너는, 얼굴에 커다란 밴드를 붙이고 있었고 목과 이어지는 어깨에는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놀라 묻는 선배들에게 너는 자전거에서 떨어졌다고 말했고 나는 시합을 앞두고 몸관리도 못한다고 빈정거렸다.

너는 그날 계속 실수를 했고, 제왕은 너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불량스러워 보이는 남자가 한명 찾아왔다.

그는 예선전의 첫 대전 상대인 학교의 선수였다.

그는 네가 어제 자신의 여자친구를 억지로 추행했고, 이를 말리려 어깨를 잡자 자기를 때리고 도망갔다고 했다.
그러더니 가슴팍에 있는 커다란 멍을 보여주었고,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여자친구의 몸에 네가 만든 상처라며 코치와 선배들에게 보여주었다.
선배들은 네가 그럴리 없다고 화를 내었고, 너도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너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이자 너는 사색이 되어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는 시합 전에 문제를 일으켜 시합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싫으니 너만 시합에서 빠진다면 조용히 있겠다고 했다.
말도 안된다며 남자의 멱살을 잡는 타나카상의 팔목을 잡은 너는 고개를 저으며 다 네 잘못이라고 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코치와 선배들의 말에도 너는 아니라고,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미안하다고, 경기엔 나가지 않겠다고 남자에게 빌었다.
남자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유유히 사라졌고 선배들과 코치, 타케타 선생님 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채로 남겨졌다.
너를 추궁하는 목소리에, 사실이 아니지 않냐고 묻는 목소리에 너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남기고 간 증거 사진과, 너의 침묵에 나와 모두는 이를 사실이라고 받아들였다.
정의감이 강한 타나카상이나 니시노야상은 무척이나 화를 내었고, 너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우카이 코치는 너의 뺨을 때렸고, 타케타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
너는 그때까지도 아무말 없이 묵묵히 질타를 받아냈다.
나는,
어리석은 나는,
너를 더럽다고 했다.
너를 발정난 짐승취급 했고, 카라스노 배구부의 이름을 더럽혔다고 말했다.
제왕도 화를 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가 화를 낸 이유는 네가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것이었다.
왜 하지도 않은 잘못으로 경기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냐고, 진실을 말하라고 화를 내었다.
너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울기만 했다.
나는 제왕에게 현실도피 하지 말라며, 쓰레기를 상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제왕은 나에게도 화를 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에 이 녀석에 대해 아무것고 모르냐고 화를 냈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너와 제왕을 지나쳤다.
너는 순식간에 모두의 신뢰를 잃고 내동댕이 쳐졌다.
울면서 짐을 챙겨 나가는 너에게, 나는 네가 생일선물로 주었던 시계를 풀어 너의 얼굴에 던졌다.
거의 1년동안 적은 용돈을 모아 사준 시계였다.
"발정난 쓰레기 주제에, 어떻게 제왕은 또 꼬셔냈네."
아, 나는 멍청이였다.
쓰레기는 나였다.
죽어 마땅한, 평생 괴로워해야 마땅한 더러운 짐승은 나였다.
울면서 시계를 주워든 너는 비참한 공기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운 석양속에서 울던 너는
믿어달라고, 아니라고 말했다.
사정이 있었다고, 들어달라고 내 소매를 잡는 너의 어깨를 밀친 나에의해 쓰러진 너는 어깨의 멍든 상처를 붙잡고 울었다.
노을을 등져 그림자 진 너의 얼굴은 지독히도 쓸쓸해 보였다.
그 표정에 나는 흠칫 놀랐지만 몸을 돌렸다.
너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주황빛 노을이 세상을 감싸듯 물들였다.
"너는..."
네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나는 태어나서 처음보는, 게다가 너가 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표정과 마주했다.
모든 빛을 잃은, 죽어버린 너의 눈동자에, 무언가 가슴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지만 애써 담담한 척 했다.
"'넌 정말... 끝까지 날 비참하게 하는구나."
너는 조금 실소하듯 말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빠르게 내려갔다.
여전히 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네 주의의 세상만이 무너지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네가 먼저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나는  마치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너의 이질적인 뒷모습에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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