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는 정신 차리기 힘들만큼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날 몸이 아프다고 오지 않았던 야치상은 키요코상이 보낸 문자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울면서 헐떡거리는 그녀의 얼굴과 팔에 자잘한 상처들이 나 있었다.

야치상이 울면서 하는 말을 들은 모두는 충격에 빠져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전날 밤, 부활이 끝나고 집에가던 야치상은 타학교의 여학생으로 부터 돈을 요구받았고, 거절하자 자신을 때리더니 어느새 나타난 그녀의 남자친구가 야치상의 옷을 벗기고 그 사진을 찍고. 자기를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이를 발견한 히나타, 네가 야치상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은 첫째는 야치상이 수치심을 느낄 것을 걱정했던 것이었고, 두번째는 그 녀석들이 야치상의 사진을 퍼뜨릴 수도 있으니 사진을 지우기 전까지 녀석들의 비위를 맞춰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그렇게까지 상냥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너를 불신하게 되더라도 야치상을 지켜주려 그 모든 질타를 견뎌낸 것이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우리는, 나는 너를 배신했다.

너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 믿어주지 않았다.

제왕을 제외한 모두가 너를 져버렸다.

그제야 제왕의 말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던 너가 떠올라 정신이 아득해 졌다.

스스로에 대한 환멸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나에게 칼이 되어 돌아왔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발 밑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토할 것만 같은 기분에 숨이 가빠왔다.

선생님이 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너는 받지 않았다.

선배들도, 키요코상도, 야치상도 울기 시작했다.

너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하자는 니시노야상의 말에 모두가 같이 너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너의 집에 도착하기 전, 타케타 선생님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에 의해 모든 것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너를 마주하게 된 곳은, 병원이었다.

경찰이 와 있었고, 너의 부모님과 어린 동생이 울고 있었다.

너는 너의 선명한 주황빛 머리색과 대비되는 하얀 병실에서, 피투성이로, 몸에 갖가지 관을 꽂은 채로 자고 있었다.

야치상의 사진을 지워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홀로 찾아갔던 것이었다.

그 구역질나는 녀석들의 말을 녹음하고 그걸 들려주며 사진을 지울 것을 요구한 너를 대걸래 자루로 마구 때렸다고, 그리고 계단 앞에 서 있던 너가 머리를 맞고 휘청이다 아래로 떨어졌다고.

경찰이 나서자 사건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지난 경기 때, 그는 카라스노에 참패한 것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야치상이 지나가자 그녀를 알아보고 괜히 여자친구를 이용해 시비를 튼 것이다.

특히 자기보다 작은 선수에게 졌다는 게 쪽팔리단 이유로 더 화가 나 있었던 차에, 야치상을 구하러 온 것이 마침 히나타, 너였던 것이었다.

이미 전적이 많았던 놈이라 그는 소년원에 가게되었고, 그의 팀도 출전이 어렵게 되었다.

그와 그 여자친구의 부모가 와서 히나타와 야치상의 부모님 앞에 무릎 꿇고 울며 빌었고, 모든 일이 빠르게 해결 될 동안 너는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계단 아래에 있던 철믈 자제가 너의 허벅지에 박혔다고 했다.

그걸 제거 하면서 많은 피를 흘렸고, 고통으로 쇼크가 일어날 수 있어 많은 진통제를 투여했다고 의사는 말했다.

그래서 너가 일어나지 않는 거라고.

그리고 네가 일어나면, 아마 다신 배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육이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 걷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말하는 의사에 모두가 울었다.

모두가 너에게 배구가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점프하지 못하게 된 너는, 날개가 꺽여버린 새와 같았다.

모든게 끔찍했고,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계속 차오르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울음소리 조차도 안쪽에서 뭉게져 꺽꺽거리는 억눌린 신음소리만 겨우 나왔다.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고, 뼛속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네가 눈을 뜬 그날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그날의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난 후 흐릿해진 약기운 속에서 점점 차오르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틀던 너, 다시는 배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던 너, 발작하듯 몸부림 치는 너의 팔에서 뽑혀버린 링겔의 바늘이 흩뿌리던 빨간 피, 그에 적셔지는 하얀 환자복까지, 어지럽고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잔상을 만들어 낸다.

잠들었다 깨서 소리를 지르고, 발작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또 깨서 몸부림 치고를 세번쯤 반복했을까, 너는 소리도 빛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허공을 응시했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눈동자로 말없이 누워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나 부의 사람들이 들어가면 몸을 벌벌 떨며 병실의 구석으로 숨어 숨죽여 울었다.

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손톱으로 피가 날 때까지 팔을 꽉 잡고서는, 떨면서 울었다.

그렇게 나는 너를 영영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니, 멍청한 나는 스스로 너를 버렸던 것이다.

지옥으로, 깊은 심연으로 너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그 행위는, 나 스스로의 삶도 지옥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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