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이후의 놀이공원은 반짝거리는 색색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연인들의 카메라 셔터음, 신나는 노랫소리가 기분좋은 공기를 만들어 낸다.

"분명 식사를 하자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보다 쿠도군도, 별말없이 알았다고 했잖아?"

"확실히, 그것도 그러네요."

"뭐라도 좀 마실래?"

"커피로 부탁해요."

"그래."

놀이동산의 마스코트가 그려진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쿠도군은, 지치지 않아?"

"지치다뇨? 무엇이요?"

"탐정이라는 거 말야. 항상 위험한 일에 말려드는 것도 그렇고, 위험한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게 되고 말야."

"글쎄요... 일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수수께끼를 보면 풀지 않고는 못 참으니까요. 확실히 적을 만들게 되는 직업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가 모리어티를 두고 달아나는 짓은 하지 않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하하, 정말로, 정말로 홈즈의 광팬이란 말이지. 너는."

"게다가... 탐정이 포기하면, 사건은 미궁에 빠지니깐. 나는 그만 둘 수 없어요. 그리고..."

"그리고?"

"좋아하거든요. 거짓말쟁이의 맨 얼굴을 보게 되는 거."

쿠도군은 날 빤히 쳐다본다.

퍼레이드의 알록달록한 불빛이 쿠도군의 얼굴이 비친다.

"나는... 내 이름은, 후루야 레이라고 해."

"..."

"한때는 버본이었고, 한때는 아무로 토오루였지만, 지금은 후루야 레이만 남았어."

"내 이름은 쿠도 신이치에요."

아직 앳된 소년의 얼굴에 사랑스러운 미소가 가득 찬다.

"한때는 에도가와 코난, 이었지만 지금은 쿠도 신이치만 남았어요."

쿠도군은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이끈다.

퍼레이드의 혼잡한 군중 속을 빠져나가는 순간이 마법처럼 아득해 진다.

행진의 음악과 즐거운 웃음소리 속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조명 속에서, 너와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먹먹해진다.

다리에 도착하자 쿠도군이 손목을 놓는다.

다리 밑으로는 마스코트가 크게 그려진 유람선이 지나간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어요."

나는 소년에게 안경을 건낸다.

"여기서 에도가와 코난이 시작됬고, 그래서 이제는 여기서 에도가와 코난을 끝내려 해요."

소년은 안경을 썻다가 가볍게 다시 벗는다.

쿠도군의 이야기는 믿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지금까지의 일들이 하나 둘 이해가기 시작했다.

조직의 거래를 목격한 일, 진에 의해 약을 먹고 어려진 일, 미야노 시호와 아케미에 대한 일, 모든것이 구색을 갖추어 머릿 속으로 들어왔다.

"뭐, 아카이씨가 조직의 희생자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지워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다 들켰을 거에요."

"뭣하러 그런 짓을 한거야? 나는, 내가 얼마나...!"

"에도가와 코난이 쿠도 신이치라는 사실을 최소한에게만 알리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의 신변 문제도 있고, 에도가와 코난은 곧 사라질 예정이기도 했고요. 공안에 FBI, CIA까지 얽혀있으니까, 한 두명만 알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하아... 정말로,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너를 찾았는지, 넌 모를거야."

"뭐, 아카이씨가 그러더라고요. 피골이 상접해서 꼬마를 찾고 있다고."

"아카이 녀석은 정말 좋아할래야 좋아 할 수가 없다니깐."

"이젠 에도가와 코난은 영영 작별이에요.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조직의 일은 이제 완결된 사건이니까, 사건 파일과 함께 묻어두는 편이 좋겠어요."

"거기에 버본과 아무로 토오루도 함께 묻어버릴까나..."

"뭐, 그것도 나쁘지 않죠."

"그래서, 앞으로는 어쩔거야?"

"이제 일본으로 돌아왔으니, 헤이세이의 홈즈라는 명성에 맞게 악의 무리들을 처단해야죠?"
쿠도군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정말... 이참에 공안에 들어오는 건?"
"에에, 그거 전에 거절하지 않았던가?"
"이번엔 에도가와 코난이 아니라 쿠도 신이치에게 제안하는 거니까."
"죄송하지만 어느쪽도 대답은 No인거, 아시죠?"
"하하, 그럴 거라고 생각 했어."
"저기, 그냥 신이치라고 불러줄래요?"
"뭐?"
"그냥 신이치인 쪽이 좋아요."
사랑스러운 눈이 곱게 접힌다.
달빛이 비추는 얼굴이 아름답다.
"신이치. 신이치... 잘 어울려. 잘 어울리는 이름이야."

"신이치라서 다행이야."
"그거, 무슨 의미?"
"코난이였으면, 경찰로서 양심에 좀 걸리거든. 22살 차이니까."
"그거 내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에요?"
"뭐... 19살 고교생 한테는 여전히 아저씨지만 말야, 12살 정도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
"신이치, 내가, 후루야 레이가, 너한테 반해버렸어. 계속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사라진 널 매일 찾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어. 하지만 쿠도 신이치로서 나타난 널 보고 확신했어. 난 너애개 반했구나. 그래, 아마도 네가 에도가와 코난이었을 때부터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조금 변태같이 들리겠지만, 그래도 아무튼, 난 너른 사랑해. 지금 네가 코난이든 신이치든, "
"항상 진실을 밝히려 애쓰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 버본으로서의 삶이, 아무로 토오루로서의 삶이, 거짓말에 휩싸인 내 삶들 모두가 너로 인해 구원받았어. 네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후루야 레이로서의 삶을 되찾아 너 앞에 서지도 못했을 거야."

"그러니 나와..."
너는 갑자기 나를 확 끌어 안는다.
따뜻한 온기가 퍼져나간다.
"후루야씨는, 하이스펙에 이케맨이니깐, 12살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리는 너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져 있다.
"신이치... 사랑해."
너는 붉은 얼굴을 휙 들더니 갑자기 입을 맞춰온다.
서툰 혀가 가볍게 얽힌다.
홧홧한 열이 온몸에 피어오른다.
"이 다음은... 20살 된 후부터니까..."
부끄러운듯 말하는 네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응, 후루야씨가 확실히 지켜줄 테니까...!"
다시금 허리를 꼬옥 껴안아 오는 팔에 행복이 덮쳐오는 것을 느낀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소년인가.

"아, 불꽃놀이다."
검은 밤하늘에 색색의 불꽃들이 수놓아 진다.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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