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기! 토스 올려주세요!"

"하아?"

오늘은 오전 연습만 있는 토요일이었다.

배구화가 너덜너덜 해졌기에 사러가자-고 생각했더니, 예상치 못한 녀석이 튀어나왔다.

"넌, 카라스노의..."

스포츠용품점의 신발 코너에서 맘에 드는 신발을 신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주황머리의 소년이 눈을 반짝이며 이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왔다.

그러더니...

"저... 저기! 토스 올려주세요!"

란다.

굉장히 결연한 표정으로, 뭔가 엄청난 선언이라도 하듯 씩씩하게 말했다.

"토스라니, 여기서?"

"에? 아...아니, 그게..."

바장하게 말한 것 치고는 너무 떨잖냐, 어이.

괜히 미안해 질 정도로 눈에 띄게 당황한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아니, 그러니까, 그게...."

"저기, 카라스노? 조금 진정하자?"

"아, 옙!"

이녀석, 엄청 체육계구나-

"죄송해요. 저기 시라부상이 계시는 거 보고 속으로 토스 받고싶다! 라고 생각했더니... 말로 튀어나와 버려서..."

뭔가 축 처진 귀라던가, 꼬리라던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시무룩한 얼굴로 꼼질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카라스노 10번?"

"아! 그냥 히나타라고 부르셔도 되요."

"그럼 히나타로 할까? 저기, 히나타는 왜 나한테 토스를 받고 싶어해? 너의 파트너인 세터 녀석, 천재잖아?"

"에? 하지만 시라부상의 토스, 굉장하잖아요?"

"굉장해? 어떤 점이?"

"엄청 정확하기도 하고, 뭔가 날카롭다는 느낌? 그리고 뭔가 엄청 이성적인 느낌의 토스! 랄까요... 아, 완전무결?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나? 투어택도 완전 멋있고! 아무튼! 그런 느낌이라, 꼭 받아보고 싶어요! 시라부상의 토스!"

아, 위험해

웃어버릴 것 같아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게 스스로도 느껴져서는

어떡하지?

완전 기쁜데, 이거

그리고...

이녀석 완전 귀여워서...

아아... 어떡하지...

웃지마라 켄지로.... 웃으면 안되...

바보같은 표정 될 것 같아서, 어떡하냐고...

''큼큼... 너 완전 정신 없구나?"

하아? 진심이냐, 그 멘트?

완전 얼간이 같아!

텐도상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완전히 놀림감이 되었을 거다.

"엑, 아! 시끄러웠다면 죄송해요."

앗, 시무룩해졌어

어떡하지? 화났다고 생각 하나?

근데 좀 귀여워...

이게 아냐!

"저기, 히나타? 이 앞에 공원에서라도 괜찮으면, 토스 올려줄게."

"핫, 정말요? 우와! 해냈다!"

뭔가 사탕으로 초 순수한 어린애 꼬시는 유괴범 된 기분이야.

"그럼 제가 가리가리군 쏠 테니까!"

"그래, 그래. 일단 배구화 먼저 사고."

배구화를 사고 근처의 공원으로 향하는 동안 히나타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근데 너는 뭐 사러 온 거 아니였어? 빈 손이네?"

"아, 저는 근처에 스위츠를 사러 온 거였는데, 가다가 시라부상이 보여서..."

"스위츠? 단 거 좋아해?"

"제거 말구요. 나츠가 몽블랑을 좋아하는데, 새로 생긴 스위츠 가게에 완전 맛있는 몽블랑을 판다고 해서요."

"나츠? 여자친구?"

"아, 아니에요! 여동생입니다!"

"헤에... 자상한 오빠구나, 히나타는."

"아니에요. 그보다도! 시라부상이 훨씬 상냥하신 것 같아요."

"나? 뭐야, 날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고시키가 시라부상 엄청 무섭다고 그랬거든요."

"하아? 그자식이?"

다음 연습때 가만 안둬, 그자식.

감히 선배를 까다니, 겁을 상실했군.

"엄청 멋있고 실력도 대단한데, 자기한테 너무 차갑고 무섭다고 그러더라구요. 욕도 완전! 잘 하신다고도 했어요!"

죽인다.

죽인다, 고시키 츠토무.

"하하, 뭔가 선후배간의 오해가 많이 쌓였나 보내. 다음 연습 때 대화로 풀어봐야 겠는 걸?"

히나타는 옆에서 귀엽게 방실방실 웃고만 있다.

결승전이 끝나고, 분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날 밤, 설욕전을 다짐하며 더욱 열심히 연습하자, 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그날의 경기가 머리에서 리플레이 되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경기의 잔상 속에서, 특히 히나타의 잔상이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며칠동안 히나타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머무르던 중, 유사합숙에서 다시 히나타를 만났다.
초대 받지 못해서 처들어왔단 말에 정말 대단한 녀석이네-하는 생각과 함께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코트 안에서는 야생 까마귀 같은데, 코트 밖에서는 완전히 병아리 랄까
아직 아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둥글둥글한 느낌인데, 배구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보다도 진지해서 주변까지 감화시킨다.
세미상은 이런 말도 했다.
"저녀석, 세터로서 한번쯤 토스 올려주고 싶단 말이지..."
세미상의 중얼거림을 듣고, 히나타가 나의 토스를 받으려 날아오르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로 희한한 녀석이야, 그렇게 생각했다.
"인연일까나..."

"네? 시라부상, 뭐라고 하셨어요?"
"응, 아니. 그냥 혼잣말했어."
"다 왔다! 시라부상! 저기, 저기서 토스 올려주세요!"
"그 전에 몸 제대로 풀어. 다치면 안되니까."
"넵!"
폴짝폴짝 웜업을 하는 히나타의 주황색 곱슬머리가 살랑인다.
정말이지, 눈 부시네...
반짝반짝해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이제 토스 올려 주세요!"
빛나는 눈동자가 똑바로 마주해 온다.
익숙한 공의 감촉이 손을 떠나고, 태양처럼 빛나는 아이가 날아올라 태양을 가린다.
태양이 가려졌음에도 나는 눈이 멀어버릴 듯이 눈이 부셔서, 견딜 수가 없다.
인연 말고, 운명으로 하자.
"시라부상의 토스! 기분 좋아!"
굴러가는 공을 주워 쪼르르 달려오는 히나타의 모습이 복슬복슬한 강아지 같다고 느껴져서,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차오른다.
"시라부상! 한번 더! 한번 더 올려주세요!"
"좋아, 대신!"
"대신?"
"다음에 나랑 몽블랑 먹어."
"몽블랑이요?"
"사달라는 거 아니니까, 그 맛있다는 스위츠 가게, 나랑 같이 가줘."
"시라부상, 단거 좋아하세요?"
아니요, 완전 싫어합니다.
그냥 평범한 수작입니다.
"응, 가 줄거야?"
"네! 몇 번이라도 가요! 그러니까 토스!"
자, 몇 번이라도 꼬실 기회가 생겼군.
선배들에겐 비밀로 해야겠다.
텐도상은 놀릴테고, 세미상은... 뭔가 히나타를 보는 눈빛이 수상했던 것 같은 기분이야.
아, 이 작은 태양이, 빨리 나만의 것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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