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라, 오늘따라 켄지로군이 유난히 츠토무를 괴롭히네? 뭔가 잘못했어?"
"아닙니다, 텐도상."
첫째, 히나타에게 나를 욕쟁이라고 설명한 것, 둘째, 히나타의 폰에 자신만만하게 '시라토리자와 에이스'라고 저장해 놓은 것이 이놈의 잘못입니다.
"헤에... 그래? 그보다도, 새로 오픈한 스위츠 가게의 아이스 초코가 완전 맛있다는 모양이야! 같이 가 줄 켄지로군을 찾고 있어!"
"에, 왜 하필 접니까... 전 단 것도 싫어하고..."
"하지만~ 와카토시군은 국대라 최근 바쁘고~ 세미세미랑 레온은 남자들 끼리 그런데 가기 싫데~"
"그럼 저도 거절하겠습니다."
"하아? 켄지로군 너무 매정한 거 아냐? 너무해~"
-띠링!
"누가 문자지ㄹ... 앗 "
히나타다.
<시라부상! 이번 주말에 몽블랑 먹으러 가실래요?-히나타 쇼요>
뭔가, 얘는 왜 문자에서 막 음성지원 되는 것 같지?
귀여워 죽겠네.
실은 경기 영상에서 히나타 얼굴만 캡쳐해서 모아놨다.
대기화면으로 하고 싶지만, 들키면 수치사할 확률 100%다.
<그래. 저번에 그 공원에서 만나자.-시라부 켄지로>
입고나갈 만한 옷이 있었던가?
토스 올려주게 될 테니까 편한 옷이 나으려나...
새로 산 후드티 입고 가면 느슨해 보일라나?
"뭐야? 켄지로군, 애인 생겼어?"
"하? 아닙니다만."
"근데 왜 이렇게 흐뭇하게 문자를 해? 뭔가 수상한데..."
"그, 그런거 아닙니다!"
표정에 드러났나?
설마, 포커페이스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상대가 텐도상이라 그런 거 겠지.
앞으로 텐도상 앞에선 더 조심해야 겠다.
-띠링!
<저 공 가지고 갈게요! .^ㅁ^-히나타 쇼요>
귀여워! 귀여워! 이런 거 안 좋아하지만! 뭔가 진짜 이런 표정으로 문자 쳤을것 같아서 귀여워!

아, 정말로, 벌써 부터 보고싶어져서 큰일이야.
토스, 좀 더 연습해야겠다.
조금이라도 어필하려면.
그나저나 세터 아니였음 어쩔 뻔 했어.
토스로 꼬시는 거, 정말로 유괴범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야.
"공, 한번 더 올려주십쇼!"
...
그리고 주말.
기다리던 주말인데...
"뭐야~? 치비쨩, 주말에는 시라토리자와의 세터군이랑 바람피는 거야? 토비오 운다구?"
"시끄러, 망할카와! 타학교 1학년 괴롭히지 마!"
뭐냐고, 저녀석들.
"시, 시라부상!"
히나타가 내 등 뒤로 후다닥 숨는다.
"하아? 치비쨩, 왜 맨날 나만 보면 그렇게 무서워 하는 거야? 오이카와상을 젠틀맨이라고?"
"대, 대왕님...!"
"정말, 그 대왕님이란 거, 대체 뭐야?"

오이카와가 히나타에게 손을 뻗자 뒤에서 히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흠칫 거리는 게 느껴진다.
"하지마시죠? 무서워하지 않습니까."
"하아? 우시와카네는 세테군도 건방지네? 아니면, 혹시... 치비쨩이랑 뭐 그렇고 그런 사이야?"
"아, 아니에요!"
사실이긴 하지만 히나타가 부정하니까 조금 상처야...
뭐, 어디까지나 '아직' 사귀는 건 아니니까.
"그럼 둘이서 주말에 뭐하는 건데?"
"저번에 시라부상이 토스 올려주셔서 같이 몽블랑 먹기로 한 거에요!"
"에엑, 남자 둘이서 몽블랑? 뭐야 그거. 그보다도 치비쨩, 토스만 올려주면 아무나 다 따라가는 거 아니지?"
"맞습니다!"
"하아? 당당하지 말라구! 우시와카네 세터군, 이 순진멍청한 애를 토스로 꼬셔서 뭘 하려는 거야!"
"멍청하지 않아요!"
젠장, 되는 일이 없군.
시작부터 일이 꼬이다니, 세이죠의 주장은 정말 좋아할래야 좋아 할 수가 없다.
우시지마상에게도 항상 빈정거리고, 재수없어.
그리고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
꼬시는 거 어떻게 알았지.

"시끄러, 망할카와. 그보다도 너야말로 지금 나 끌고 우유빵 먹으러 가는 거 아니냐고. 애초에 동네 빵집으로 가면 되지, 왜 스위츠 가게까지 가서 우유빵 사먹는 건데?"
"하아? 이와쨩은 뭘 모르네! 거기 우유빵, 완전 부드럽고 촉촉하다고 소문난데다 하루 50개 한정 판매라고? 먹으러 가는게 당연하지!"
"시라부상."
히나타가 갑자기 손목을 잡아온다.
"저 두사람 떠들 때 빨리 도망가요."
씨익 웃은 히나타는 내 손목을 꼭 잡은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를 잡고 달리는 데  푹신한 곱슬머리가 팔랑팔랑거린다.
손 잡고 싶지만, 일단은 이걸로 만족할까.
"아, 다왔다. 여기에요!"
"스위츠 가게라 그래서 엄청 소녀풍일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한 카페같네."
"카페 겸이라서요. 여기 음료도 완전 맛있어요!"
"그래, 저기 앉을까? 창가가 좋아?"
"저는 창가가 더 좋아요!"
히나타는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고 바로 메뉴판을 펼쳤다.
"그럼 몽블랑 두개랑... 시라부상, 뭐 마실래요? 저는 아이스 초코!"
"나는 커피로 할게."
주문을 마치고 느긋해진 기분으로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조금 많이 커 보이는 주황색 후드를 입은 히나타는 옷에 파뭍힌작은 병아리 같았다.
"히나타, 옷이 좀 큰 거 아냐?"
"이거, 친척분이 보내주신 건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봐요. 조금 크기는 한데, 그냥 입고 있어요. 지금 옷이 이거 빼고 다 빨래통에 있어서 어쩔수 없이..."
"귀여워."
"에, 귀, 귀엽지 않아요!"
"하? 왜 화내는 거야. 칭찬인데."
"아니, 그게 뭔가 귀엽다는 말이랑 작다는 말이랑 세트 같기도 하고, 강하다는 이미지랑은 전혀 반대잖아요?"
"뭐, 확실히 작으면 우습게 보이기 쉽지. 나만 해도 맨날 낮은 블록이라고 쉽게 노려지는 걸."
"에엣, 시라부상도요? 하지만 시라부상은 완전 강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이미진데..."
"하하, 인상쓰지마. 주름생겨."

"커피 나왔네."
"아이스 초코! 맛있겠다!"
커피는 맛도 향도 좋았고 몽블랑도 생각한 것 만큼 달지 않고 맛있었다.
근데 아이스 초코가 맛있다는 새로 생긴 스위츠 가게... 텐도 상이 말한 곳이 여기는 아니겠지?
아니야.
아닐거야.
아니겠지, 스위츠 가게가 한 두개도 아니고.
"시라부상? 무슨 문제 있으세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도 히나타, 뭐 좋아해?"
"네? 좋아하는 음식이요?"
"음식이든 뭐든, 좋아하는 거 다."
"음... 배구? 좋아하는 음식은 간장계란밥!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은 나츠!"
깜짝이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식겁했다.
그보다 간장계란밥이라니, 맛있는거 사주면서 꼬시려는 계획이 시작부터 꼬여버려!
역시 토스로 꼬시는 것 밖엔 없나.
"여자친구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런거 없어요. 일단 배구 연습 끝나면 밤이기도 하고... 집까지 자전거로 30분이니까,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타입이라던가?"
"배구 잘하는 사람!"
"아니, 그런 의미로 말고..."
"뭐, 일단 배구 좋아한다고 하면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니까요!"
아싸, 그러면 일단 호감도는 확실히 올렸군.

"시라부상은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니, 없어."
"왜요? 시라부상 멋있는데? 얼굴도 잘 생기셨고! 배구도 잘 하고!"
"뭐야, 그러면 나 히나타의 타입인건가?"
"헤헤, 그러네요! 시라부상 완전 제 타입!"
히나타, 완전 천연이구나.
얼굴 빨게질 것 같아...
저렇게 사랑스럽게 웃으면서 타입이라고 말하면, 솔직히 너무 좋잖아!
"그러면..."
"그러면 오이카와상도 치비쨩 타입이겠네! 잘생기고! 배구 잘 하고!"
"에엑, 대왕님! 어디서 튀어나왔어요?"
"저기, 우사와카네 세터군! 작업이 너무 노골적이잖아?"
"하아? 당신은 왜 또 여기서 뭐 합니까?"
오이카와가 당당히 메뉴판을 들어 한켠을 가리켰다.
'우유빵, 50개 한정판매!'
뭐냐고 이 가게, 완전 오버스펙이잖아...
다 맛있지 말란 말이야!
"저기 치비쨩, 대답해봐. 오이카와상도 치비쨩 타입?"
"뭘 맘대로 합석하시는 겁니까?"
"미안하다. 우리 주장이 철이 없어서."
"그럼 말리라고!"
"대왕님은 제 타입 아닌데요?"
순간 정적.
"푸흡! 크흐하하학! 엌ㅋㅋㅋ, 쿠소카와 차였네?"
"에엑? 치비쨩, 잘 보라구? 아무리 봐도 오이카와상 쪽이 훨씬 이케맨이잖아? 키도 훨씬 크고!"
"아니, 대왕님은 성격 나빠서 좀... 저는 상냥한 사람이 좋아서요."
"캬핰ㅋㅋㅋ 카라스노 치비, 완전 솔직!"
"성격 나쁘다니! 저쪽 세터군쪽이 훨씬 나쁜게 당연하잖아? 완전 욕쟁이더만! 투어택 할 때도 완전 성격 나쁘고!"
"에, 시라부상 욕하는 거 한번도 못봤는데... 게다가 투어택은 좀 멋있다고 생각해요."

"치비쨩, 속고 있는거야! 아주 속이 시꺼먼 놈이라구! 졸졸 따라다니다가 확 잡아먹힌다구?"
"애초에 그 치비쨩이라는 호칭 때문에 대왕님은 아웃이에요."
"너무해! 이와쨩~ 치비쨩이 너무해~"
"꼴 좋다. 쿠소카와."
"뭐, 와이카와상은 완전 아웃이라네요."
"하아? 정말 시라토라자와는 죄다 재수없다니깐? 치비쨩을 어떻게 구슬렸는지 뻔한데 뻔뻔하게 말이야!"
"뻔하다뇨? 전 그냥 있는 저 그대로로 행동할 뿐인데요?"
"그렇게 나온 단 말이지? 좋아... 치비쨩! 오이카와상이 토스 올려줄까?"
"헉! 대왕님의 토스!"

이 새끼가...
치사하게 나온다 이거지?
"올려주세요! 올려주세요!"
"그냥은 안되고, '오이카와상이 우주에서 제일 좋아! 토비오 보다 100배 좋아! 시라부상 보다 좋아!'라고 외치면 올려줄게."
"에에, 거짓말은 하면 안된다고 배웠어요."
"그럼 볼에 뽀뽀."
"아, 그거라면."
그거라면 이라니 뭐야!
안되는게 당연하잖아!
배구 바보인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재수없는 자식한테 뽀뽀라니 뭐야!
"그런 짓 했다간 카라스노의 사람들에게 성희롱으로 신고할 테니까요."
"뭐야, 질투하는 거야? 그럼 좋아. 2대2해서 오이카와상이 이기면, 볼 말고 입술에 뽀뽀해줘. 토스는 그 후에 올려 줄게."
"에엥, 그게 뭐에요!"
"좋습니다. 나오시죠!"
"시라부상?"
아직 손도 못 잡았는데, 먼저 뽀뽀를 받으시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
기를 확 죽여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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