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아카아시상?"

히익, 저기서 이상한 소리났어! 났지? 그지?

"응? 왜, 히나타?"

아카아시상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주위를 살핀다.

"저희...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당근 산 속이지, 히나타!"

음, 이럴 때의 보쿠토상은 전!혀! 의지가 안되는구나!

"보쿠토상! 그걸 묻는게 아니에요!"

"어... 일단, 우린 지금, 길을 잃었어."

엑.

지금... 뭐라고...

"에에에에!?"

...

"자, 일단 정리해 보자구, 아카아시!"

"네, 정리하자면, 다 보쿠토상 잘못입니다."

"헤이헤이, 아카아시! 그게 무슨 소리야!"

"보쿠토상이 지도를 흘렸고, 지도도 없으면서 확신이 없는 방향으로 마구 달렸고, 말리는 저를 힘으로 끌고 오셨죠."

"그거, 완전히 보쿠토상 잘못이네요..."

"히나타! 너마저!"

이번 여름에도 도쿄의 고교들과 합숙을 하게 되었다.

지난 합숙보다 시간도 넉넉하고 주변에 산도, 계곡도 있어서 느긋하게 즐기자는 취지에서 여러가지 행사들을 하게되었는데 그중 하나, 담력 훈련에 참가하고 자금 이 꼴이 되었다.

이런 밤중에 조난이라니!

뭐가 튀어나올 지 모르는 이 산 속에서...

조난이라니!

뽑기로 파트너를 뽑았을 땐 아카아시상과 보쿠토상 둘이면 무서울게 없을 것 같았는데, 그랬는데!

보쿠토상이 복병이었다.

"저,저희 어떡하죠? 여기 통화 불가 지역이라 다른 사람들한테 전화도 못하고..."

"그러게... 일단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중이긴 한데, 전에 본 지도에 따르면 이 산, 크고 작은 여러 산들과 구불구불 이어진 모양이라, 마구잡이로 가다가 다른 산으로 가버리면 더 큰일이라서..."

아카아시상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말했다.

"아, 물방울?"

콧등에 차가운 것이 떨어져 흠칫 놀라 손으로 닦아보니 물이 맺혀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달빛이 구름에 가려 희미해져 있었다.

"설마... 비? 아카아시상, 비가 오려나 봐요!"

"뭐? 젠장, 산에서 비를 맞은 채로 사람들만 기다리다간,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겠어. 일단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비를 피할 곳을 찾아보자."

"네. 하지만.. 이런 산 속에 비를 피할 곳이..."

"헤이헤이헤이! 저기 뭐가 있는데?"

"뭐가 있다는 거에요?"

"히나타! 이 보쿠토상을 믿으라구? 이래뵈도 부엉이니깐 말이야, 야행성이라고? 저-기 집 비스무리한 거 보이니깐, 가보자구?"

영 못미더워 아카아시상 쪽을 보지 아카아시상은 실눈을 뜨고 보쿠토상이 가리킨 쪽을 빤히 보았다.

"확실히 뭐가 있기는 하네, 일단 가보자. 보쿠토상은 야생의 감이랄까, 그런게 있어서 이럴 때 도움이 되지. 뭐, 애초에 보쿠토상 때문이긴 하지만."

"어이, 아카아시! 지금은 칭찬할 타이밍이라고!"

빗방울이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토독토독 내리기 시작했다.

"자, 더 세지기 전에 가지!"

아카아시상이 손목을 잡아끌었다.

...

"아- 완전히 푹 적셔졌다구?"

보쿠토상이 머리를 털자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하늘에 구멍 뚤린 줄 알았어요... 갑자기 막 쏟아지고. 그보다, 막상 뛰어보니 생각보다 엄청 먼 거리였는데, 이렇게 흐리고 어두운 밤에 어떻게 여길 찾으셨어요?"

"이게 바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에이스의 힘이다!"

"애초에 보쿠토상 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닙니까."

아카아시상이 옷의 물기를 짜며 한숨을 쉬었다.

"아카아시상, 일단 저희 급하게 들어오기는 했는데... 여기는 산장?은 아닌 것 같고... 왜 이런 곳에 빈 집이?"

"아아, 아마도 대피소로 쓰이던 곳 같은데, 계곡의 범람이라던가 그런 상황에서 쓰이는, 봐, 포장이 낡긴 했지만 보급용 담요같은 것도 있어. 안에 있던 장작은 젖지 않았으니, 불을 피울 수 있겠어."

"아, 다행이다. 저, 아카아시상을 파트너로 뽑아서 다행이에요!"
"그렇네, 히나타가 보쿠토상이랑 둘이서 조난당했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안심이 안되는 걸."
"다 들린다구, 아카아시!"
"뭘 당당한 겁니까, 보쿠토상."
"으으, 조금 춥네요. 비를 맞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빨리 불을 피울테니까 일단 옷은 벗어. 불가에 말리자. 그때까지는 담요 덮고 있어."
"에?"
"보쿠토상, 팬티는 입고 계세요."
"그정도는 알야, 아카아시!"
보쿠토상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 벽난로 앞쪽에 깔았다.
우와... 보쿠토상 근육, 굉장하네...
이거야말로 남자라는 느낌?
"히나타, 체온 떨어지니까, 빨리 벗고 담요로 감고 있어."
아카아시상도 그렇게 말하고는 옷을 벗어 가지런히 불 앞에 펼쳐놓았다.
아카아시상은, 뭔가 남자답기 보다는 선이 곱다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벗은 몸을 보니 의외로 잔근육이 탄탄하게 붙어있다.
다들 굉장해서 벗기 싫은데...
쭈볏쭈볏 벗어서 불 앞에 말려 놓으니 뒤에서 아카아시상이 담요를 건네주었다.
"핫, 히나타, 딸기팬티 입었잖아? 귀여워라~"
"아악, 보쿠토상! 보지마세요!"
"딸기 무늬 트렁크라니, 누구 취향이야?"
"이익... 나츠가 사준 거라 어쩔 수 없이 입는 거에요!"
"나츠? 여동생? 여동생 센스 죽이는데!"
아아아, 창피해서 죽을 것 같다...
"그만 놀리세요. 보쿠토상."
역시 아카아시상 밖에 없어!
"아카아시상- 보쿠토상 좀 막아주세요."
"하지만 아카아시, 이걸 보라고? 노란색 트렁크에 핑크색 딸기 무늬라니... 완전 귀엽잖아?"
"이이익! 귀엽다고 하는 쪽이 귀여운 거에요!"
"아니, 그건 아니지."
이럴 때는 제 편을 들어주셔야죠!
"이 몸이 좀 귀엽긴 하지."
"아니, 그건 아니죠."
아,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람인 거구나.
"그나저나..."
갑자기 아카아시상이 발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발목 어떻게 된 거야? 이 얇은 발목으로 그런 엄청난 점프를 하다니... 굉장하네?"
길고 아름다운, 하지만 남자다운 손가락이 발목을 가볍게 감쌌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
"허벅지도... 허벅지, 한 손으로 잡힐까나?"
따뜻하고 커다란 손이 비 때문에 차가워진 허벅지를 감쌌다.
순간 느껴지는 온도차에 몸이 흠칫 떨렸다.
"아, 조금 모자라려나?"
평소와 같은 잔잔한 얼굴로 허벅지를 이리저리 만져오자 어딘가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진다.
"아, 아카아시상!"
"내 손으론 잡힐 것 같은데?"
갑자기 뜨겁고 커다란, 아카아시상의 것과는 다른 투박한 손이 반대편 허벅지를 확 잡는다.
"흐앗, 잠깐만요! 보쿠토상!"
"우왓, 이게 정말 고교생의, 그것도 운동부 남자애의 허벅지냐고!"
보쿠토상이 주저없이 허벅지의 여기저기를 주무른다.
"그래도 근육은 완전히 제대로 잡혀있어서, 역시-라는 느낌이네. 그지? 히나타."
갑자기 눈을 맞추며 잔잔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 아카아시상의 얼굴엔 평소와는 다른 압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말야, 엄청 하얗고... 봐봐, 털도 별로 없고 완전 매끈매끈!"
"저기, 두분... 제 다리 좀 놓아주실래요?"
그때, 보쿠토상이 잡고있던 쪽의 허벅지의 안쪽 강한 압박이 느껴졌다.
"흐아, 보쿠토상! 아파요, 거긴!"
보기 드문, 무언가에 열중한 듯한 표정을 지은 보쿠토사이 허벅지 안쪽을 커다란 손으로 꾸욱 눌렀다.
정신이 팔린 듯한 표정으로 홀린 듯이.
반대편의 아카아시상도 갑자기 좀 더 안쪽의 허벅지를 꾸욱 눌러왔다.
뜨거운 손의 열기들이 차가운 몸에 허벅지를 타고 올라 온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온도는 얼마 안되겠지만, 다리에서는 견딜 수 없이 뜨거운 감각이 허벅지에서 정수리까지 차올랐다.
척추의 깊숙한 곳이 간질거리면서 오싹거리는 느낌에 발가락 끝에 힌이 들어간다.
아랫배의 안쪽에서 거칠게 휘젓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져서 왠지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왜지... 눈물이 날 것 같아...
"저기! 보쿠토상! 아카아시상!"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소리치자 뜨거운 손이 물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온기가 사라진 허벅지에 차가운 공기가 닿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미안, 히나타. 놀랐어?"
아카아시상이 예와 같은 친절한 미소를 띄고 미안하단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이거 봐."
아카아시상의 눈빛이 일순 바뀐 것은 착각일까, 아카아시상은 검지 손가락의 끝으로 잡고 있던 허벅지를 살짝 건드렸다.
"여기, 하얀 허벅지에, 붉게 내 손자국이 남았어."
그렇게 말하는 아카아시상의 눈은 초승달처럼 유려하게 휘여있었다.
아름답지만 위험한 느낌을 주는 미소였다.
"여기도 봐달라고?"
보쿠토상이 손 끝으로 반대편 허벅지를 죽 그어내렸다.
"내가 만든 자국이, 더 선명하지 않아? 히나타?"
보쿠토상의 표정도 평소의 장난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는, 위협적인 미소를 띄고 있었다.
남자다운 눈매속의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같은.
올빼미 두마리 사이의 개구리가 된 느낌이야...
"저기, 히나타는 어때?"
보쿠토상이 몸을 밀착해오며 말했다.
"뭐... 뭐가요?"
"어느 쪽이 마음에 드냐는 말이야."
아카아시상의 머리카락이 이마 바로 앞에서 살랑거렸다.
"히나타의 허벅지에 새겨진, 두 손자국 중에... 어느 쪽이 좋아?"
살짝 허스키한 굵은 남자의, 보쿠토상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공기를 긁었다.
나는, 나는 도대체...
순간, 시야가 깜깜해져서...
...

"어이! 히나타!"
"얼굴이 빨갔더라니, 열이 나네요. 감기 기운에다가, 뇌가 과부하되서 기절한 모양이네요."
"내참, 이제 시작인데."
"아무래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내일부터는 우리 두사람을 확실히 의식하겠죠."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는 내 페이스대로 갈 거야."
"그건 저야말로. 어느쪽이 선택받던, 히나타가 선택한 이후에는 꺠끗하게 물러나시죠."
"그것도 당연한 소리지. 그나저나... 이 하얀 다리에 이런 자국 내버리면, 참기 힘들단 말이야-?"
"더 건드리면 죽일 겁니다."
"너무 단호해, 아카아시! 그 얼굴로 경멸하는 건 그만 둬! 게다가, 너도 참고 있는거 다 알거든?"
"뭐, 저는 상체 쪽이 더..."
"우왓, 막상 아카아시한테 그런 변변찮은 이야기 들으니까 쇼크인데, 완전히."
"시끄럽습니다. 나가서 이 수건이나 빗물에 적셔와요. 히나타 머리에 얹어주게."
"그래도 몸 식으면 안되니까, 껴안고 있는 건 어때?"
"히나타를 가운데다가 둡시다. 더듬거나 괜한 곳을 만져오면, 손목 부러뜨립니다."
"날 좀 믿어봐, 아카아시! 주장이라고! 에이스인데!"
"배구 이외의 영역에서의 보쿠토상은 완전히 못미더우니까요."
"아카아시!"
...
뭐, 그렇게
이제 히나타는 두 부엉이중 한명에게겐 무조건 잡아먹힐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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