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디 변명해보라구? 켄지로군?"
텐도상, 무지 빡친 얼굴... 어쩌지!?
"무슨 일이야? 드물게 시라부가 혼나는 중?"
"세미세미! 들어봐! 글쎼, 켄지로군이 내가 가자고 할 때는 가차없이 차버리더니, 카라스노 10번이랑! 둘이서! 아이스초코를! 먹더라구!"
"하아? 카라스노 10번이 왜 나와?"
"그러니깐! 선배가 가자고 할 때는 차갑게 돌아서더니, 타학교 1학년이랑 알콩달콩!"
"헤에... 카라스노 10번이랑 사적으로 만날 만큼 친했던가?"
세미상이 눈을 반짝 빛내며 물었다.
더이상 경쟁자가 늘어나면 안되는 데....
"그냥, 조금..."
"켄지로군, 답지 않게 말을 흐리는 걸 보니, 뭔가 있구만?"
너무 눈치 빠르다니깐?
텐도 선배한테 걸리면 완전히 털려버려!
"시라부, 번호 있어?"
"예? 무슨 번호..."
"카라스노 10번, 번호 좀 줘봐."
세미상, 위험해.
"왜요? 할 얘기라도...?"
"조금 관심이 있거든. 10번한테."
"켄지로군, 10번이랑 썸타? 느낌이 딱 그건데? 번호도 주기 싫어하는 것 같고."
게스 몬스터! 일상에서 발동하지 말란 말이야!
"뭐, 싫음 말고."
세미상이 휙 뒤돈다.
"어차피, 츠토무한테 이미 받았거든. 시라부의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야."
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뭐야, 지금 나 떠 본거? 세미상이?
우와, 완전 약았어...
3학년들 무서워...
세터는 안되는 데...
포지션상 히나타를 꾀어내기 쉬운 상대니깐, 주의하려고 했건만.
텐도상과의 콤비로는 이길 수가 없어!
"켄지로군, 조심해? 나, 꼬맹이한테 경기 외적인 영역에서도 져버려서 굉장히 열 받았으니까."
결국 그날 텐도상에게 연습에서도 연습 외에서도 집중 공격 당했다.
평소의 배로 힘든 것 같아...
힘들고 빡친 그 상황에서 폰을 들고 우왕좌왕하는 고시키가 눈에 띄었다.
저놈, 히나타의 번호를 위험인물에게 넘겼겠다?!
"어이! 고시키! 폰 붙들고 뭐해? 뒷정리 안하냐!"
버럭 소리를 지르자 화들짝 놀란 고시키가 총총 뛰어왔다.
"저기... 저 잠시 나갔다 오면, 안되나요?"
"하아? 뒷정리도 연습 시간에 포함이거든? 연습시간에 막 나갈 거냐?"
"아니, 그... 히나타가..."
그 이름이 지금 왜 나오지?
"히나타한테 배구 비디오 빌려줬는데, 돌려주러 왔다고..."
"카라스노 10번이 왔어? 어디에?"
윽, 세미상!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누우가 왔다구?"
텐도상 까지.
완전히 망했군.
"저번에 몰래 들어왔다가 혼났다고, 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해서요... 금방 돌아올 테니까..."
"선배들도 같이가자구? 세미세미? 너도 갈래?"
"그럴까나?"
으이익, 짜증나!
왜 이렇게 방해물이 잔뜩...!

휙 나가버리는 선배들과 고시키를 따라 나서니, 교문 뒤에서 폴짝거리는 히나타가 보였다.
"고-시-키! 오랜만!"
히히거리며 개구진 웃음을 지은 히나타가 손을 마구 흔들었다.
"빌려준 답례로 스포츠 드링크 사왔어! 고시키 이 회사거 좋아하지?"
"어떻게 알았어? 내가 말 했던가?"
"전에 코가네랑 말하는 거 들었어!"
"그게 보통 기억 나나? 아무튼 고마워!"
"어이, 카라스노 치비?"
"으헉, 게스 몬스터?!"
휙 얼굴을 내민 텐도상에 히나타가 뒤로 빠르게 물러난다.
"우와, 카라스노 10번 도망가는거 미치게 빠르네."
"으앗, 3학년 세터까지? 아, 시라부상!"
텐도상과 세미상을 보고 식겁하던 히나타가 나를 발견하더니 다시 활짝 웃는다.

으으, 귀여워, 귀엽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나빠!
"10번, 너 켄지로군이랑 무슨 사이야? 주말에 남학생 둘이서 몽블랑 같은 거 먹고 말이야... 둘이 뭐야?"
"저희는 토스를 주고 받은 사이입니다!"
당당하게 말하지 마! 귀엽지만!
"하아? 주말에 만나서 스위츠도 먹고 배구도 같이 하는 사이야? 세미세미, 이 배신감을 어쩌지?"
"흐응~ 저기, 10번?"
세미상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난다.
"네? 아, 그냥 히나타로 괜찮아요."
"그래? 그럼, 히나타? 다음엔 나도 끼워줄래? 나도 히나타한테 공 올려보고 싶어."
"우왓! 정말요? 진짜로? 우와아! 신난다! 앗, 하지만 이번주는 합숙이라 안되요. "
"시간 날 때 언제라도 좋아. 내 번호 줄 테니까, 대신 나랑 둘이서만, 시라부까지 세명이면 세터만 둘이잖아?"
내 앞에서 대놓고 그런 치사한 작당을 하다니...
가만히 있을 것 같냐?
"히나타 스파이크, 리스브하는 연습도 하면 되니까, 같이 해요. 그리고 세미상, 이제 슬슬 수험 공부하셔야 하니까, 너무 귀찮게 하지마, 히나타. 나랑 하면 되니까. 그치?"
"시라부, 언제부터 선배 수험까지 고려해 주는 거야? 답지 않게?"
오이카와 하나로도 벅차.
세마상까지 상대할 여유는 없어!
"어이! 히나타 보게! 빨리 안오냐!"
갑자기 시커먼게 튀어나와 히나타의 목덜미를 잡아챈다.
저건 카라스노의 세터?
"내 토스나 제대로 받아, 보게!"
"하아? 누가 보게야, 이 바보야마! 스가상, 도와주세요!"
"하하, 카게야마, 히나타 내려줘."
카라스노 부주장?
아니, 히나타는 왜 온 동네 세터들을 다 몰고 다니냐!
"저기, 우린 이만 갈게. 이번 주 합숙에 쓰일 물품을 사야해서."
카라스노의 3학녀 세터가 사람 좋은 미소로 웃는다.
아, 이사람.
장모님인가?
카라스노의 어머니... 인건가.
"자기들끼리 싸워봐야, 어차피 우리애니깐 말야...? 세이죠의 주장놈도 끼어든 것 같은데, 애써봐야 세터로도, 어느 쪽으로도, 히나타는 우리거라서. 뭐, 일단 힘내보던가."
취소.
천사라는 거 취소.
비웃는 거 완전 재수없어.
카라스노는 히나타 외에는 다 요괴같아.
우와, 저 사람좋은 얼굴이 그렇게 재수없어 질 수 있구나...
합숙 괜찮을까.
저런 위험한 사람들 속에 히나타가...!
히나타가...!
점점 자신이 없어...
나, 엄청난 걸 넘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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