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맛층, 이상하지?"
오이카와가 공을 손 끝으로 굴리며 말했다.
"네놈은 항상 이상하고, 안그러냐? 쿠소카와."
"하아? 이와쨩, 오이카와상 지금 진지하다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이와이즈미에 버럭 짜증을 낸 오이카와는 하나마키를 확 돌아보았다.
"맛키는 뭔가 알아? 두사람, 절친이니까."
"뭐, 알고는 있지."
"뭔데? 꺄아, 오이카와상 두근두근! 빨리 알려줘!"
"어이, 오이카와! 귀여운 척 하지마! 쿠니미가 정색한다고? 게다가, 킨다이치가 어떤 얼굴해야 할지 헷갈리고 있다고!"
"이와쨩, 가만히 있어봐! 중대한 일이라구?"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말끔히 무시하며 하나마키를 향해 눈을 반짝인다.
"그건 말이야..."
하나마키가 오이카와의 귀에 가까이 밀착하고 낮게 목소리를 깐 후 나지막히 말했다.
"비밀이야, 바보 주장."
"하아? 뭐야, 뭔데! 맛키 뭐냐구!"
"히로, 가자! 늦겠다!"
불쑥 나타난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어, 그래. 가자."
"이와쨔앙! 맛층맛키가 오이카와상 왕따시켜!"
"어이, 둘. 오이카와 막아 놓을테니까 빨리 가라."
징징거리며 매달리는 오이카와의 머리를 꾹 누른 이와이즈미가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이야, 에이스가 고생이 많아."
마츠카와가 키들거리며 웃었다.
"이런 바보가 주장이니, 어쩔 수 없지."
"이와쨩! 이와쨩은 누구 편이야?"
"니 편은 아니다. 응가같은 쿠소카와."
"하나만 하라구? 오이카와상 상처야!"
"그럼 간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오열하는 오이카와를 두고 유유히 떠나갔다.

...(히로는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부르는 별명? 애칭?입니다. 하나마키 타카히로의 '히로')

"맛층상! 맛키상!"
멀리서 주황색 머리의 소년이 폴짝거리며 달려왔다.
"히로, 저건, 저거 가쿠란이다..."
"가쿠란이네..."
두사람은 자기들을 향해 달려오는 히나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귀여워."
"귀엽네."
"맛층상! 맛키상! 저 늦었나요? 기다리셨어요?"
"으응, 안 늦었어. 우리가 빨리 왔어."
마츠카와가 히나타의 주황색 곱슬머리를 가볍게 헤집으며 말했다.
"가쿠란, 입은 거 처음 보네. 잘 어울려."
하나마키의 말에 히나타가 수줍게 웃었다.
"저지가 젖어버려서, 부실에 말려놓고 왔어요."
"의외로 착실히 입었네. 속에 셔츠까지."
마츠카와가 말했다.
"아, 보통은 후드를 입는데요, 오늘 아침엔 안말라서, 셔츠로. 오랜만에 입어서 조금 어색해요."
"자, 그럼 가쿠란 입은 히나타가 귀여운 기념으로, 맛층상이 바닐라 셰이크 산다."
"어이, 히로! 그러면, 셔츠 입은 히나타도 귀여운 기념으로 맛키상은 감자튀김을 산다. 맛층상꺼도~"
"네놈건 네가 사먹어라? 마츠카와."
"아니,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감자튀김을 삽니다!"
투닥거리는 마츠카와와 하나마키의 가운데서 히나타가 당당하게 외쳤다.
"오늘 저에게 무려 감자튀김 무료 쿠폰이 무려! 3장!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사이즈 업 쿠폰도 두개! 중복 사용 가능!"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히나타에 빵 터진 두 사람을 키득키득 웃으며 히나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오늘 히나타, 완전 멋있잖아? 반하겠어~"
"엣, 맛층상이 반해버렸다~ 어쩌지~"
격하게 쓰다듬는 마츠카와의 손길에 히나타가 꺄르륵 웃으며 말했다.
"하나마키도 껴주세요~ 타카히로, 들어갑니다!"
"우왓! 맛키상두 반했다~ 배구팀을 만듭시다?!
"뭐야, 정말로, 히나타는 배구 밖에 모른다니깐."
"하하, 그게 또 귀여우니깐."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세 사람은 페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맛층상이 좋아하는 치즈버거! 빨리 주문!"
히나타가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았다.
"히나타는 치즈버거보다 다른 거 좋아하지 않았어?"
하나마키의 물음에 히나타는 배싯 웃었다.
"같이 먹다보니깐, 좋아져서. 지금은 치즈버거가 제일 좋아요!"
"아... 히로, 나 결혼한다."
"아? 뭔 미친 소리야?"
"난 히나타랑 결혼해야겠어. 마츠카와 쇼요, 어감도 딱 좋네."
흐뭇한 표정으로 말하는 마츠카와에 하나마키는 미간을 빡 구겼다.
"우와, 드디어 미쳤구나? 히나타, 이 미친놈이랑 주문하고 올 테니까, 자리 좀 잡아놔~ "
"네~!"

"쟤는 어쩔려고 저렇게 귀엽다냐..."
마츠카와가 한숨쉬듯 말하자 하나마키가 쯧하고 혀를 찼다.
"너 너무 티낸다고? 오이카와가 너 이상하다고, 뭔 일 있냐고 그러더라."
"그자식 그 예리한 거 진짜 소름이라고!"
"니가 그 험악한 인상으로 실실거리니까 더 티나."
"말 심하네. 그래도 말이지, 처음엔 무섭다고 벌벌 떨더니 지금은 저렇게 잔망을 떠는데, 내가 좋지, 안좋겠냐?"
"확실히, 그거야... 너랑 덤으로 무서운 3학년으로 엮인 나의 황당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맛키상이라고 불러줬을 땐 솔직히 감격했지."

...

-인터하이가 막 끝났을 무렵, 시내의 페스트 푸드점
"어라? 카라스노 10번?"
"세... 세죠의 무서운 삼학년?"
"풉, 무서운 삼학년이래."
"어이, 히로! 웃지마!"
"흐엇, 3학년이 둘이나! 죄, 죄송합니다! 저, 저는 그냥, 화장실을!"
자기들보다 20센치나 작은 히나타가 아래에서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웃기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넌 그렇다쳐도, 난 왜..."
울망거리는 눈으로 떨면서 시선을 피하는 히나타와 앞에서 그를 막고 있는 거구의 두 남학생은 주변 손님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누가봐도 이지메로 밖에는 안 보였으니까.
"저기, 카라스노 10번?"
마츠카와가 조심스레 손을 뻗자 히나타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주변의 시선이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낀 하나마키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저, 초코 셰이크 먹을래? 내가 사줄게."
순간 히나타의 표정이 사탕으로 아이를 꼬시는 유괴범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어서 더욱 곤란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선배들이 유독 강조했다고.
"스가상이, 타학교 사람들이 뭐 사준다고 하면 조심하라고, 특히 대왕님 조심하라고 하셨어요! 맛키상이랑 맛층상은 대왕님네 학교니까!"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나마키도, 마츠카와도 카라스노 어머니의 과잉보호에 소름이 돋았다.
보는 눈이 정확했지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어후..."
하나마키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뭐, 그 이후로 먹을 거로 착실히 길들였지만. 카라스노 어머니, 그렇게 주의했지만서도, 결국 실패했구만."
마츠카와가 키득키득 웃었다.
"아, 나왔다. 빨리 가져가자. 히나타 기다린다."
"어이, 히로! 같이가!"
"히나타! 감자튀김 완전 산처럼... 엑?"
"마츠카와, 갑자기 멈추지 말라고? 콜라 쏟을 뻔... 으아?"
나온 음식을 받아서 히나타가 잡아 놓은 자리로 향한 후,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마주한 것은.
"세죠의 3학년?"
"카... 카라스노의..."
카라스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인상 사나운 수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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