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 어떻게 된 거야? 세죠의 3학년들이랑, 같이 온 거야?"
아들의 일탈을 목격한 어머니의 표정같다-고 하나마키는 생각했다.
"네. 저, 그... 인터하이 끝나고, 우연히 친해져서..."
히나타가 우물쭈물거리자 스가와라의 인상이 한층 험악해졌다.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를 말없이 획 돌아본 스가와라는 둘을 위 아래로 훓으며 째려보았다.
뒤에 선 다이치의 풍채와 아사히의 무서운 얼굴까지 합쳐지자 그 분위기가 한층 공포스러웠다.
"저기, 우리 히나타 괴롭히려고 만난 거 아니니깐, 인상 좀 풀지? 카라스노 부모님들?"
마츠카와가 음식이 담긴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배고프다고? 히나타도, 아까 배고프다고 그랬지? 식기 전에 먹었으면 좋겠는데?"
하나마키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히나타, 빨리 앉아."
마츠카와가 손짓했지만, 히나타는 선배들의 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우리도 합석해도 될까? 세사람 어떻게 친해진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괜찮을까?"
다이치가 스가와라와는 다른 인자한 웃음으로 물었다.
그러나 웃음 뒤에서 풍기는 위험한 분위기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였다.
"뭐, 그러든가. 저기 테이블 끌어다가 붙이면 될 것 같은데?"
마츠카와는 세모난 눈썹이 부드럽게 휘면서 웃었다.
'카라스노의 부모님들 , 무섭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말야, 그렇다고 얌전히 꼬리 말고 도망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란 말이지?'
마츠가와는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셰이크를 빨대로 살짝 저으며 생각했다.
사람 수가 여섯이다 보니, 히나타,마츠카와, 하나마키가 나란히 앉고, 카라스노의 삼학년이 나란히 앉게 되었다.
히나타는 아사히와 마주보고 앉았고,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각각 다이치, 스가와라와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뭐야~ 미팅도 아니고, 남고생 여섯이서 말이야."
하나마키가 감자튀김의 소금을 털어내며 말했다.
'뭐, 미팅보단 상견례인가? 신랑이 둘, 부모가 셋이라니, 최악-'
머리속으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하하, 그보다도, 엄청 놀랐다고? 히나타, 타학교 사람들 처음 만나면 엄청 경계하니깐 말야. 세죠의 3학년들은 다 무섭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팔짱을 낀 채 웃으며 말하는 다이치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묘한 살기를 뿜어냈다.
"그러니깐, 나는 히나타가 혹시 괴롭힘 당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 심장이 철렁했지 뭐야."
스가와라 역시 예의 상큼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말에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아~ 너무하네. 우리 그렇게 나쁜 사람들 아니라구? 뭐, 마츠카와가 인상이 살짝 나쁘긴 하지만."
"하? 히로, 너도 만만치 않거든?"
"난 공식 이케맨이라고?"
"그래서? 세사람, 어떻게 친해진 거야?"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투닥거리기 시작하자 스가와라가 테이블을 탁 치며 말했다.
"에, 또... 어떻게라고 물어도 말이지... 그냥 여기서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고... 친해져서 또 몇번 만나서 햄버거 먹고... 그런 패턴인데?"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는 마츠카와를 본 스가와라의 표정은 음식으로 아이를 꼬셔낸 발칙한 유괴범을 보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어이,어이. 표정으로 경멸하는 거 그만 둬! 뭘 상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만나서 햄버거나 먹고 배구 얘기나 하는 몹시 건전한 모임이거든?"
하나마키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 이제 진정들 하고, 빨리 먹자. 다이치, 스가 히나타가 잔뜩 겁먹었잖아."
아사히가 무언의 살기를 뿜는 두 사람을 말렸다.
"앗, 미안. 히나타한테 화난거 아니니까. 그냥 좀 걱정했을 뿐이야."
스가와라는 하나마키나 마츠카와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상냥한 얼굴이 되어 딸꾹질을 학 시작한 히나타를 달랬다.
"맞아, 히나타는 유독 타학교 사람들과 얽히기 쉬우니깐. 이제 맛있게 먹자?"
다이치도 커다란 손으로 히나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친절하게 웃었다.
"네! 하지만 저,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게다가 이제 어린이도 아니고요."
"하하, 알아, 알아."
스가와라가 두 손으로 히나타의 볼살을 마구 부비며 말했다.
"전혀 고교생을 대하는 취급이 아니잖아요!"
"귀엽다니깐, 히나타는."
히나타의 외침은 묵살되고 스가와라를 포함한 카라스노 3학년의 표정은 한없이 흐뭇해졌다.
"정말로..."
히나타는 툴툴거리며 치즈버거를 와구와구 밀어넣었다.
"히나타, 목 맥혀. 셰이크 먹어."
하나마키가 셰이크에 빨대를 꽂아 히나타에게 건내주었다.
"여기 셰이크, 먹으면 먹을 수록 맛있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래, 그래. 히나타, 여기 양상추 묻었다."
마츠카와가 히나타의 입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았다.
"얼굴, 한 손에 다 들어오고 말이야... 너무 작은 거 아냐?"
마츠카와가 히나타의 얼굴을 살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어이, 어딜 만지는 거야! 우리 히나타 얼굴에서 손 떼!"
마츠카와의 행동에 스가와라는 경악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히나타 내꺼 초코맛인데, 바꿔먹자?"
그 와중에 하나마키는 자신이 물고있던 셰이크의 빨대를 히나타의 입에 물려주었다.
콜라를 쥐고있던 다이치의 손이 움찔하더니 플라스틱 뚜껑이 종이컵에서 벗겨졌다.
아사히는 두 사람이 뿜어내는 살의에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리며 안절부절 못했다.
스가와라의 표정은 유괴범을 보는 얼굴에서 치한을 보는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히나타랑 나랑, 간접키스했네?"
하나마키는 분노하는 부모님들을 슬쩍 보더니 능글맞게 웃으며 히나타에게 말했다.
"에엑?!"
"퍼스트는 맛키상에게 주는 걸까나?"
히나타의 얼굴은 빨갛게, 카라스노 부모님의 얼굴은 파랗게 변해갔다.
"괜찮아, 히나타. 간접키스는 노카운트니까, 맛층상을 위해 퍼스트 제대로 간직하고 있으라고?"
마츠카와의 마무리로 스가와라와 다이치의 표정은 완전히 싸늘하게 식었다.
"어이, 너희 따라 나와."
스가와라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세죠는 하나같이 성격나쁜 놈들 투성이네. 주장도 그렇고, 부원들도 그렇고."
다이치의 콜라는 컵이 구겨진 채로 반쯤 넘쳐버린 상태였다.
"저기, 얘들아...? 앉아서 진정 좀 해봐...!"
아사히는 울상이 되어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는 주장과 부주장으로서 우리 사랑스러운 부원을 지킬 의무가 있어! 바로 너희같은 변태들로부터!"
스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정말이지, 이래저래 이상한 놈들이랑만 얽힌다니까, 히나타는? 왜 자꾸 타학교 3학년들에게 노려지는 걸까... 뭐, 하지만 귀여운 건 잘못이 아니지. 꼬이는 파리들이 나쁜 거니까. 그치?"
"당연하지! 다이치, 저 위험한 놈들, 당장 히나타에게서 떨어뜨리자! 히나타, 이리로 와! 거기는 위험해!"
"스가상! 캡틴! 그런 거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아사히상, 좀 말려보세요!"
"미안, 히나타. 나는 이 두사람을 막을 힘이 없어."
다이치와 스가와라가 히나타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때, 질질 끌려가던 히나타를 낚아챈 마츠카와가 히나타의 어깨를 감쌌다.
하나마키는 반대편에서 히나타의 허리를 감싸고 섰다.
마츠카와와 하나마키 사이에 단단히 잡힌 히나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이렇게 귀여운 애라며 걱정되는 건 당연하지만 말야? 과잉보호는 아이 정서상 안좋다구?"
마츠카와가 붙잡은 어깨를 살짝 쓸면서 스가와라와 다이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직은 그냥 친한 형, 동생인데,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어?"
하나마키의 말에 스가와라는 안면근육이 움찔 떨리는 것을 느꼈다.
"아직은...? 그건 앞으로의 예정이 있다는 거 아닌가?"
스가와라가 말했다.
"발생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정도로 경계하는 건, 조금 오바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
하나마키가 히나타의 허리를 살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rrrrrr
"흐억! 뭐, 뭐야! 아, 내꺼구나."
히나타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기에 화들짝 놀랐다.
"아, 대왕님"
히나타의 말에 모두가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대왕님...? 대왕님이라면 분명히... 세죠의..."
아사히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아~?"-스가
"오이카와?"-다이치
"그녀석 번호가 있어?"-하나마키
"왜 그녀석이 전화를 하는 거야?"-마츠카와
"에?"
히나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가 아니고! 그녀석이랑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
마츠카와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그게 말이에요..."
히나타의 말에 따르면 심심했던 오이카와가 쿠니미에게서 히나타의 번호를 얻어 히나타에게 장난 문자를 마구 보내왔다고 했다.(카게야마의 굴욕 사진들을 무더기로 보냈다고.)
그걸 알게 된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폰을 뺏어 히나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오이카와의 사과를 받도록 했고, 사과의 의미로 토스를 올려주기로 했다고 오이카와가 제안했다는 것이다.
"으아악! 그자식까지 끼면 완전히 잔흙탕이라고!"
"이와중에 오이카와에게 번호를 넘기는 쿠니미의 한심하단 표정이 상상이 가서 더 짜증나!"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레벨이 한층 올라간 히나타 공략에 절규했고, 스가와라와 다이치의 세죠에 대한 이미지는 악의 소굴, 혹은 변태 집단 쯤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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