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상에겐, 저는 그냥 귀여운 후배 정도인가요?"
아이는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며 가방끈을 꽈악 쥔다.
밝은 달빛, 선선한 밤바람에 흔들리는 곱슬머리, 무엇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스가상이, 제 연인으로서 옆에 서 있는 거라면..."
눈물이 차올라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 아이는 달빛 아래서 어지러울 정도로 찬란하다.
"저를, 나를, 좀더 있는 힘껏, 잔뜩 사랑해주세요."
흐를듯 흐르지 않는 눈물에 태양과 같은 색의 눈동자가 마치 보석처럼 보인다.
아, 어째서
이 한없이 까만 밤에, 이렇게  달빛이 밝은 밤에
내 눈에는 너의 빛으로만 가득 차버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는지.
엉망이 된 사고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어지러운데도, 너만은 뚜렷하게, 확실하게 가슴에, 눈에, 머리에 박혀 깊게 새겨지는지.
숨이 막힐 정도로 행복하고,
사랑하는, 나의 태양.

...
요즈음의 히나타는 조금 이상했다.
우리가 연인이 된지 한달이 조금 지난 시기, 나도, 히나타도 서로를 넘치게 사랑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히나타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히나타는 항상 헤어질 무렵, 미묘한 표정이 되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꼼지락거렸다.
항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히나타는 사랑이 많은 아이였다.
누구보다 많이 사랑을 나누고, 또 많이 사랑을 받았다.
모두가 히나타의 주위에 모여들었고, 가끔은 그런 상황에 질투가 났다.
하지만 히나타에게 어른스러운 선배, 연인이 되고 싶었다.
히나타가 내 어른스럽고 자상한 태도에 반했다고 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게다가 타인과의 스킨쉽이 많은 히나타가 나와는 가벼운 접촉으로도 수줍게 웃으며 기뻐했기 때문에 히나타의 넘치는 사랑에 불안감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한없이 아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이다.
아이가 나에게만 보여주는 미소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충족감을 선사해서, 나는 정신적 만족감에 취해 있었다.
솔직히 한창 때의 남자 고등학생으로서 애인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더구나 그렇게나 사랑스러운 연인이 아닌가.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연약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탄탄하게 근육이 잡혀있다.
작고 귀여운 입술은 항상 나에게 사랑을 속삭여 준다.
이런 연인에게 키스하고 싶고, 안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히나타에겐 첫 연애고, 게다가 그 상대는 남자다.
그래서 나는 히나타를 아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우리의 연애가 확실히 안정되면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실은 정신적으로 만족감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넘쳐서, 멍청이가 되어 받은 사랑을 제대로 되갚아 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게 히나타를 불안하게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 쪽으론 전혀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순수한 아이였으니깐.
부서질까, 날아갈까,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스가상이, 제 연인으로서 옆에 서 있는 거라면..."
아, 한심하게도...
"저를, 나를, 좀더 있는 힘껏, 잔뜩 사랑해주세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연인을 울리고 말았으니.
얼마나 멍청한가?
"히나타."
아이는 말 없이 가방끈만 붙잡고 있다.
눈물을 참기 위해 울음을 삼키려 입을 꾹 닫고서, 가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쇼요."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똑바로 마주한 눈동자는 여전히 아름답다.
"쇼요. 키스할 거야. 싫으면 말해."
나는 한손으론 허리를, 한손으론 작고 따뜻한 뒤통수를 감싸 히나타를 끌어 안았다.
뜨겁고 말랑한 입술 닿자 가슴 한가운데서 부터 뜨거운 온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살짝 경직된 아이의 입 안으로 침투해 가지런한 치열을 쓸자 당황한 아이가 입을 살짝 벌린다.
갈 곳을 잃고 굳어진 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입천장을 쓸자 힘이 빠진듯 잡고 있던 팔에 기대오는 무게가 느껴진다.
혀가 엉킬 때마다 조금씩 움찔거리는 연인의 혀에 오싹한 만족감이 척추를 쓸고 지나간다.
입을 떼자 아이는 거칠어진 호흡으로 나에게 매달려 위로 나를 살짝 올려다 본다.
"난 히나타에게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어. 지켜주고 싶었고, 히나타가 준비가 될 때까지. 히나타가 거기에 불안해 했다면 미안해.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런 식으로 닿고 나면, 더이상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어."

"스가상..."
"이것 봐, 벌써 마구 욕심이 생겨. 몇번이고 다시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어. 앞으로는 히나타가 다른 놈들이랑 그냥 웃기만 해도 질투가 나버릴 거야. 나만 보고, 나만 만지고 싶어져서, 얼간이처럼 굴 지도 몰라."
"사랑해. 정말이야."
"...주세요."
"응?"
"...르게 해 주세요."
"히나타, 잘 안들..."
"코우시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어?"
"그리고, 그리고! 스가상도! 아니 코우시도! 쇼요라고 불러 줘요!"
히나타는 얼굴이 새빨개져 고개를 푹 숙인다.
아, 정말이지...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귀여운 연인이라서 나는, 행복감에 질식할 것 같아.
"그리고... 지켜준다거나, 그런거 필요 없으니까! 어른스러운 건 선배로서만 해요. 연인으로서는, 질투도 하고, 어리광 부리고, 또... 또, 잔뜩, 잔뜩 키스, 해 주세요."
저릿한 쾌감이 온 몸을 강타한다.
온전히 나에게 자신을 주고, 온전히 나를 원하는 나의, 연인.
이젠 나도 몰라.
아이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귓가에 속삭인다.
"쇼요. 사랑하는 쇼요. 귀여운 쇼요."
"스... 스가상! 자, 잠깐!
"아니지, 코우시, 라고 불러야지?"
귓가에 낮게 속삭이다 작은 귀를 살짝 핧아올리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떤다.
귀와 얼굴은 물론, 목까지 빨개져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쇼요, 가리지마. 키스를 할 수가 없잖아?"
달아오른 목에 코를 부비자 에어 샤롱 파스 냄새와 함께 부드러운 샴푸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쇼요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이제 어른스러운 애인 때려치고, 야한 애인 할래."
"그, 그런 말은 안했어요!"
"잔뜩 키스해 달라며?"
"그, 그렇기는 하지만...!"
얼굴을 가린 손을 잡아 내리고 아랫 입술을 살짝 핧으니 무언가 말하려는 듯 바로 입을 벌린다.
생겨난 틈새를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 여기저기를 맘껏 탐한다.
내일 부터는 확실하게 단속해야지.
질투해 달라고 했으니까 말야, 점심도 같이 먹자고 하고, 다른 놈들 체육복 빌리는 것도 금지 시켜야지.
쇼요랑 스킨쉽 많은 순서대로 하나 하나 정리하고... 또 뭐가 있을까...
뭐, 일단은 품안의 태양을 만끽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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