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님은 엄청 멋있네요."

"뭐?"

"코트 위에 서 있을 때, 무지 반짝반짝해서, 정말로 멋있어요."

"뭐, 뭐야! 칭찬해도 나오는 건 없다구? 게다가, 토비오의 파트너에게 그런 칭찬 받아봐야 전혀 기쁘지 않거든?"

"하지만, 정말로 멋있는데, 어떻게 아니라고 해요?"

무서울 정도로 단호하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토비오같은 천재와 콤비면서, 내가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우시와카의, 시라토리자와를 꺽었으면서, 내가 빛난다고, 멋있다고 말하는 거야?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조금의 가식도, 거짓도 없는 표정으로, 사심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진심으로 작은 소년의 감탄이 부딪혀 온다.

동경하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저도 빨리, 대왕님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고 싶어요."

흥분이 감도는, 기대에 찬 표정이 오롯이 나를 향한다.

가슴에서 시작되는 뜨거운 열기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어쩐지 눈물이 날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참기 힘든 그 열기는 이내 온몸으로 퍼져 결국 뇌리에 깊숙히 새겨진다.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충족감에 척추가 저려온다.

...

"뭘 자꾸 봐?"

내 말에 커다란 눈동자가 눈을 맞춰 온다.

"으응, 욕심 부리는 츳키는, 정말로 멋있구나-해서."

"뭐?"

"블로킹 밀이야, 블로킹. 아아, 여자였으면 벌써 반했을 거야."

"뭐라는 거야..."

상대의 의도를 알아보고자 얼굴을 살펴봐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정말로 순수하게 감탄하는 표정으로, 부럽다는 듯이.

장난스러운 얼굴도 아니고, 저렇게 올곧게 부딛혀 오면,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 지.

"요즘에는 츳키가 블로킹할 때, 엄청 멋있어. 옛날이랑 눈빛도 완전 다르고."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멍청한 얼굴이 되었을지도.

"아~ 젠장.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타나카상! 저 블로킹 연습 도와주세요!"

남의 속을 헤집어 놓고선 그렇게 사라지지 말라고.

내 눈에 네가 얼마나 눈부신지, 온몸으로 내뿜는 열정이 얼마나 나를 고양시키는지, 너는 과연 알까.

아마도 모르겠지.

단세포 멍청이니까.

그런데도, 분할 만큼 사랑스러워서, 열받아.

...

히나타 쇼요는 탐미주의자이다.

그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특히 사람이 만들어 내는 종류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히나타 쇼요는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한다.

연애 감정과는 다른, 아름다운 꽃이나 조형물에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으로 좋아한다,

남자든 여자든,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그를 즐겁게 한다.

그가 가장 선호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미형의 외견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개인의 노력이나 열정이 피워내는 종류의 것이 더해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카게야마 토비오는 최적의 파트너이다.

수려한 외모는 둘째치더라도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그런 재능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열정과 욕심, 끝없이 노력하는 그 태도가 히나타 교요에게 있어선 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만약 카게야마에서 배구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아마 히나타는 그와 지금처럼 잘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수준과 괴팍한 성격, 그 모든것을 견디고 카게야마를 히나타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배구할 때의 카게야마가 히나타의 눈에 무척이나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히나타는 빛나는 존재를 동경하고, 좋아한다.

또 거기에 도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들보다 지나치다 할 정도로 많은 열정과 승부욕, 그리고 작은 신장에 재한 열등감에도 불구하고 히나타가 아름다운, 동경하는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은 추잡하지 않은, 순수한 종류의 것이다.

질투하더라도 미워하지 않는다.

자신이 졌을 때 탓하는 건 오직 자신의 부족함.

그는 누구보다도 순수하다.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히나타는 자신의 감상을 여과 없이 상대에게 전한다.

그저 그가 아름답기 때문에.

그가 아름다운 사람을 대할 때는 조금의 가식도 없이 오직 진심으로만 대한다.

그저 순수한 감탄과 질투, 동경을 느끼고, 그걸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마음에 잔뜩 고양된다.

히나타 쇼요는 그런 사람이다.

아름답고 강한 사람을 좋아하는.

그런데 가끔, 이 직격으로 오는 순수한 감상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히나타가 동경하는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은, 매우 아름답고 높은, 험힌 산의 꼭대기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히나타가 사용하는 말로는 이러한 느낌은 모두 전해지지 않아 상대를 종종 착각에 빠뜨리고 마는 것이다.

...

"요즘 자꾸만 대왕님에게 문자가 온다?"

연습이 끝나고, 정리를 하는 도중에 히나타가 꺼낸 말이었다.

히나타의 말에 부원들 모두가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오이카와상이? 뭔짓 했냐 보게!"

"어이, 카게야마! 왜 내가 뭔가 잘못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투닥거리기 시작하자 스가와라가 웃으며 말렸다.

"자자, 흥분하지 말고... 그보다 히나타, 무슨 문자가 오는데?"

"에... 어제는, 토오루라고 불러줘-라던가..."

"뭐?"

일동 경악.

"어떤 매커니즘으로 그런 문자를 받는 거야?"

아사히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느날 부터 문자가 오더니... 하루에 20통 정도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했어?"

스가와라의 말에 히나타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다 별 내용이 아니라서..."

"아니, 전화번호는 네가 줬어?"

"아니요. 락교... 아니, 킨다이치가 줬다고 그러던데요?"

다이치의 물음에 히나타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별말 없이 조용히 있던 츠키시마는 히나타의 폰을 뺏어 문자함을 보았다.

-치비쨩 뭐해?

-치비쨩 여자친구 있어?

-오이카와상이랑 역 앞의 카페 갈래?
-경기 영상 보러 우리집에 올래?
-배구 용품 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쇼요라고 불러도 되?
-토오루라고 불러줘. 대왕님은 싫어.

"우와, 완전 소름돋아. 대놓고 추파를 막 던지네. 집으로 오라는 건 뭐야. 미친놈 아냐?"
츠키시마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에, 그런거야?"
"그런거야는 무슨...! 너는 뭘 했길래 타학교 주장이 작업을 거냐?"
"나도 몰라? 아, 저번에는 배경화면으로 하라고 자기 셀카를 보냈어."
"뭐? 그래서?"
"당연히 안 했지."
"지웠어?"
"아니?"
"그거 가지고 있어서 뭐하게?"
"아니, 뭐... 꽤 이케맨이니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츠키시마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히나타를 쳐다봤다.
"하하, 히나타는 하이스펙의 이케맨한테 약한 것 같아."
스가와라가 히나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하자 츠키시마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배구 선수로서는 멋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얼굴도 잘생기긴 했고."
"하? 설마 너도 그쪽을 좋아하는 거 아니지?"
"에에? 대왕님은 성격이 나빠서 별로... 가벼운데다 여자도 많고, 무엇보다 말투가 좀... 어린 동생한테 말하는 누나같아서 싫어."
"우와, 히나타 냉정하네~"
야마구치가 놀랐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잘생기거나 멋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호감은 예쁜 꽃한테 느끼는 거랑 별로 다를 것 없잖아? 연애는 좀 상냥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랑 하고 싶은데..."
"히나타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지만, 일단 이런 문자가 계속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다이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이, 초등학생. 경각심을 좀 가지라고? 집에 오란다고 그냥 막 가는 거 아냐?"
"하아? 츳키는 날 얼마나 한심하게 보는 거야?"
"여기, 토스 올려주면 뽀뽀해줘-라는 문자에 뭐라고 답장했는 지 한번 봐라. '100번 올려주면 해 줄게요'라고 보냈네?"
"나, 난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지!"히나타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완전 무방비네."
야마구치가 츠키시마가 들고있는 히나타의 폰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일단 이런 문자에도 자기가 꼬심당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는게 제일 큰일이야."
다이치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에... 하지만, 그냥 농담 삼아 말하는 거 아닐까요?"
히나타가 되돌려 받은 폰으로 문자를 다시 살피며 말했다.
"짓궂은 사람이니까 농담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케맨이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저한테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 그냥 호의로 다른 학교 후배한테 경기영상 보러 집까지 오라고 하냐?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고?"
츠키시마가 쏘아붙이자 히나타는 손만 꼼지락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어차피 문자 대부분은 연습 끝나고 한번에 확인해서 답장도 많이 안하고, 만나자는 것도 다 거절했고..."
"이러다 학교 찾아오는 거 아니에요?"
야마구치가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집에 가는 길에..."
"하? 우리 다같이 가는데 어디서? 그보다, 진짜 왔어?"
야마구치는 말이 씨가 되었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배구부 사람들이랑 헤어지고나서 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뭐? 그, 그래서?"
"에어 샤롱파스를 새걸로 한 통 주시더니, 가버렸어."
"뭐? 그게 무슨..."
야마구치는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사고를 갈무리하려 애썼다.
"아니, 문자로 파스가 다 떨어졌다-라고 했더니, 그걸 주더라고."
"별다른 말 없이, 그거만 주고 갔다고?"
다이치도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네. 아... 그거 물어봤다. 섬유유연제랑 샴푸, 뭐 쓰냐고."
"뭐야, 점점... 그거 진짜 이상한 놈이네."
다이치가 말하자 스가와라가 다이치에게 귓속말로 뭐라뭐라 말했다.
-그거, 히나타 냄새를 가지고 싶다거나, 그런거 아니야? 반찬으로 쓰인다거나...
스가와라의 말에 다이치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설마, 라는 말만 반복했다.

"오이카와 번호, 수신 차단해."
츠키시마가 히나타의 폰을 다시 탁-하고 빼앗았다.
"그, 그건 조금 심하지 않아? 대왕님 무서운데..."
히나타의 말에 츠키시마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녀석을 계속 상대해 줄 이유는 뭐야?"
"츠키시마, 너무 열내지 마."
스가와라가 츠키시마를 달랬다.
"그보다, 요즘 츠키시마는 히나타를 엄청 챙겨주네?"
"그냥 내버려 뒀다가 사고치면 더 귀찮으니까 그런 것 뿐이에요."
다이치의 말에 츠키시마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츳키는 은근 츤데레 기질이 있거든요."
"시끄러, 야마구치."
"미안, 츳키~"
"앗, 잊고 있었는데, 우리 내일 모레 세죠와 연습경기야."
다이치의 말에 갑자기 모두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 말로는, 잘하면 합숙도 할 것 같다고..."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 순수한 히나타가 변태놈에게...!"
섬유유연제 발언을 들은 후 스가와라의 머릿속엔 오이카와=변태라는 공식이 세워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작은 애를 어떻게 하려고!"
"스가상 완전 엄마같네요."
"어이, 니시노야! 그런거 직접 말하지 말라고!"
"아, 그럼 다이치상은 아버지네요!"
니시노야는 호탕하게 웃으며 다이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일단 오늘은 빨리 돌아가고, 내일 대책을 세워보자. 지금 9시야."
다이치가 상황을 정리하려 큼큼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자, 오늘은 해산-"
...
츠키시마는 히나타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그를 이끌고 근처 공원으로 왔다.
"히나타, 너... 정말로 그 사람에게 아무 감정도 없어?"
"음? 무슨 말이야?"
"오이카와 말이야. 너 대응이 너무 무른거 아니야?"
"아,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뭐? 그건 무슨 의미야?"
"음... 난 일단 잘생긴 사람이 좋아. 여자던 남자던, 일단 미인에겐 조금 무르지. 츳키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라는 건, 무슨 뜻이야?"
"츳키도 엄청 이케맨이잖아? 잘생기고 배구도 잘하면, 호감도가 일반적인 상황보다 한 20퍼센트 상승하거든."
히나타는 손위의 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요즘의 츳키는 초반보다 호감도가 급상승했어. 리드 블록이 엄청-멋있어서."

"게다가 요즘엔 츤보다 데레가 조금 더 늘었거든!"
"하아? 그런거 아니거든?"
"헤헤, 아무튼. 그런거야."
"그런거긴 뭐가 그런거야... 몸 말고 어휘도 초등학생 수준이라 대화가 힘드네."
"이씨, 초등학생이라고 말한 사람이 초등학생이거든!"
"아니, 그건 아니지.

"흥, 방금 호감도가 쬐금 내려갔어!"
히나타가 고개를 휙 돌리고 투덜거렸다.
"어이, 히나타."
"왜!"
"내일 배구화사러 갈 건데, 같이 갈래?"
갑자기 나즈막히 말하는 츠키시마에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그보다도, 대체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뭔가 중요한 거 물어보러 온 거 아니였어?"
"이젠 됐어.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하아? 시비거는 거냐!"
"어휴... 내가 미친놈이지... 야, 조심해서 가라."
츠키시마는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히나타의 머리를 잔뜩 흐뜨려 놓고는 가버렸다.
남겨진 히나타는 의아함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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