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가 합숙을 하는 동안 몇통의 문자를 보내왔는데, 대부분은 사진이었다.
도쿄의 고교와 하는 합숙인 만큼 모르는 얼굴 투성이였다.
한가지 확실한 건, 히나타가 거기서 몹시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진 속의 인물들 대다수는, 죄다 히나타에게 찰싹 붙어있었다.
반쯤 껴안은 듯한 자세로, 다른 학교의 저지를 입은 사진도 있었다.
히나타의 허벅지를 다 덮을 정도로 큰 빨간색 저지.
소매도 길어 히나타의 손은 보이지도 않았다.
완전 남친 셔츠잖아?
더 열받는 건 그 사진과 함께 온 문자다.
<이거 한 10분밖에 안 입었는데, 리에프의 향수 냄새가 배어 버렸어요!-히나타 쇼요>
열이 뻗쳐서 정말...
게다가 그놈의 세터들은-당연한 거지만-꼭 있어서는
<후쿠로다니의 아카아시상과 네코마의 켄마! 둘 다 세터에요! 둘 다 엄청나!-히나타 쇼요>
검은 머리는 히나타를 다정하게 내려다 보고있고, 푸딩머리는 히나타의 옷자락을 살포시 잡고 있다.
아, 저기 쳐들어갈까...
"시라부상!"
"말 걸지마, 고시키."
"엣, 그게..."
고시키는 울상을 짓는다.
하나도 안 귀여워, 히나타라면 좀 더 귀여웠을 텐데... 아니, 엄청 귀여웠겠지.
"어이, 켄지로군~? 왜 괜히 우리 츠토무한테 승질이야?"
텐도상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아직도 나에게 화나있다.
"그런거 아닙니다. 그래서, 뭔데?"
"아! 저... 연습시합이 잡혔다고 해서요. 코치께서 선배들께 전하라고..."
"연습시합? 누구랑?"
"도쿄에서 두 학교가 지금 미야기에서 합숙 중인데요, 시라토리자와랑 연습경기를 하고 싶다고... 4박 5일 일정 중에 마지막 1박 2일은 저희도 같이 하기로 했다고..."
어라,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그 학교가 후쿠로다니랑, 네코마야?"
"어, 어떻게 아셨어요?"
"카라스노가 지금 걔네랑 합숙중이잖아..."
좋았어.
히나타, 내가 구하러 간다.
...

경기할 체육관에 도착하고 내가 바로 목격한 것은, 덩치 큰 키다리들이 히나타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히-나-타- 오늘 점심, 네코마 테이블에서 먹자!"
"리에프, 어차피, 어제도, 그 전날도 같이 먹었잖아?"
"쇼요! 좀 있다 브로드 뛰어줘! 연습 같이 하자!"
"이누오카, 쿠로오상이 뭐 시키지 않았어?"
"헤이헤이헤이! 히나타, 이 스승님이 전수한 기술은 잘 갈고 닦았는가?"
"히나타,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자."
"어이, 아카아시!"
"어-이! 치비쨩! 켄마가 너 찾더라!"
"쿠로, 조용히 해."
뭐야, 히나타 인기 폭발?
왜 죄다 히나타만...!

"히나타-"
내가 부르자 히나타가 고개를 번쩍 들어 주변을 막 살핀다.
나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도도도 뛰어온다.
"시라부상!"
아, 힐링된다.
갑자기 히나타가 내 쪽으로 뛰어가자 남겨진 키다리들은 어이없다는 듯, 짜증난다는 듯 쳐다본다.
아, 이 우월감.
"시라토리자와랑 합숙이라니! 하루지만, 완전 짱인것 같아요! 우시지마상이 없는 건 아쉽네요."
"국대니깐, 아무래도 바쁘시긴 하지."
"아, 지면 패널티로 플라잉 다섯바퀴에요! 플라잉 그만하고 싶어..."
히나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귀여워.
"히나타, 생각보다 금방 다시 만났네?"
세미상이 불쑥 튀어나와 히나타에게 인사를 한다.
"아, 세미상!"
"합숙, 잘 부탁해?"
"네!"
세미상이 히나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짜증나, 만지지 말라고?
"쇼요... 쇼요네 세터가 불러. 3학년쪽."
"아, 켄마. 알려줘서 고마워. 저기, 저 먼저 가 있을게요!"
하나타가 급하게 체육관 안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남겨진건... 푸딩머리.
이녀석, 네코마의 세터...였지?
조용히 이쪽을 응시하는 눈빛이 날카롭다.
사냥하는 고양이같이
"저기, 넌 네코마지?"
세미상이 묻자 그를 조용히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코즈메 켄마, 네코마 2학년, 세터."
히나타랑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건가, 심지어 나랑 동갑?
"나는 세미 에이타, 3학년. 얘는 시라부 켄지로, 2학년. 우리도 세터야."
"알아. 시라토리자와는 전국구 강호니까. 그리고..."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 이쪽을 똑바로 향한다.
"쇼요가 몇번 이야기하더라고."
명백한 적의.

정말로, 이러다간 전국의 세터들이 다 적이 되는 건 아닌지.
"다들 빨리 들어와서 정렬해라!"
코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시간상 네코마와 후쿠로다니, 두 학교와 2세트씩 하기로 했다.

하긴 내일 아침에 도쿄로 돌아가야 하니까, 카라스노와의 경기는 내일로 정해졌다.

첫 상대는 네코마...인가.
푸딩머리, 날 도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의 플레이는 일반적인 세터들과 전혀 다른 형태를 띄고 있었다.
움직임도,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어 전혀 예측이 안된다.
게다가 수비에 빈틈이 거의 없다.
우시지마상의 공격력이 없는 지금은 굉장히 상대하기 힘든 타입이다.
노련한 고양이.
게다가 네코마의 주장, 리드 블록 수준이 엄청나고, 멘탈도 강해서 텐도상의 도발에 영 걸리질 않는다.
최악의 상성.
세터는 극소 모션, 주장은 뛰어난 리드 블록을 구사하고, 능글거리는 타입이라 텐도상과의 상성 최악-
게다가 리베로의 수비는 가히 철벽이다.
점수를 빼앗기지는 않지만 차이가 벌어지지도 않는다.
키 큰 혼혈 녀석은 엉성하기도 하고 구멍도 많지만, 일단 신장이 압도적인데다, 파워가 엄청나다.
경험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그걸 메우는 운동신경.
뭐, 그렇다고 해도...
이쪽이 더 강해!
우시지마상 원맨팀이 아니라고?
고시키의 스트레이트가 직격으로 꽂힌다.
고시키가 많이 모자라기는 해도, 운동 신경만 가지고는 못 이기지.
나름 차기 에이스란 말이야.
결과는 1세트 31:29, 2세트 34:32
스트레이트로 이기긴 했지만, 두세트 모두 아슬아슬했다.
후쿠로다니와 카라스노까지 다 할 수 있으려나.
더럽게 힘드네.
"자, 10분 휴식 후 후쿠로다니와 시합이다."
"네-"
히나타가 물병을 들고 총총 걸어온다.
"시라부상! 물 드세요!"
"히나타, 고마워."
"히나타.이리 와봐."
어디서 나타난 건지, 후쿠로다니의 세터가 히나타를 부른다.
뭐야, 갑자기.
히나타가 앞에 서자 히나타의 손에 사탕과초콜릿을 한웅큼 쥐어준다.
"우왓, 아카아시상, 감사합니다."
후쿠로다니의 세터는 흐뭇한 얼굴로 히나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공공재냐고, 왜 죄다 쓰다듬는데?

"도쿄에 돌아가면, 메일해도 될까?"
"네! 맨날 하셔도 괜찮아요! 새벽에도 괜찮아요!"
괜찮긴 개뿔이!
게다가 왠지 이쪽을 재수없는 얼굴로 쳐다본다.
도쿄의 세터들은 다 성격이 이상하네.
맘에 안들어!
차분한데 재수없는 스타일은 딱 질색이다.
"시라부상, 다음 경기도 잘 하세요!"
하나타가 다시 내쪽으로 와 말한다.
"저, 저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거리며 손을 꼼지락거린다.
"오늘, 저녁 같이 드실래요?"
목까지 빨개진 히나타가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이거, 그린라이트지?
"저녁먹고, 나한테, 나한테만, 시간을 내준다면."
고개를 숙이고 히나타의 얼굴을 잡아 내쪽을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
달아오른 얼굴에서 뜨끈한 온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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