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치비쨩, 오랜만?"
"매일 문자 보내면서, 뭐가 오랜만이에요?"
오이카와는 히나타가 매일 같이 넘나드는 산의 입구에 서 있었다.
"난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거라구?"
히나타는 달빛 아래에 서 있는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장난스러우 눈동자가, 가벼운 말투가, 공과 함께 코트에 올랐을 때는 얼마나 날카로운지.
히나타는 맹수로 변모할 떄의 그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주변의 강함을 최대로 끌어내고, 그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히나타는 기억속의 오이카와와 지금 자신 앞에서 방긋 방긋 웃고있는 오이카와를 비교하며 다시금 작게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대왕님."
히나타의 부름에 고개를 살짝 들은 오이카와의 속눈썹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토오루라고 불러주지 않는구나. 그럼, 오이카와로 해줘. 대왕님은, 쓸쓸해."
"오이카와상은, 절 좋아하나요?"
히나타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일순 눈을 크게 떳다가 다시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걸 이제 안 거야?"
"저는, 오이카와상이 저를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거에요."
"그래. 나도 그 말을 하는 거야."
"..."
"이런 밤에는, 침묵 말고,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말해주는 편이 좋을 텐데."
오이카와는 밝은 달을 올려다 보았다.
"오이카와상, 나는 오이카와상이 배구할 때, 정말로 아름답다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질투가 날 정도로, 너무 멋있어요."
히나타의 말에 오이카와는 히나타를 물끄럼이 쳐다보았다.
저 작은 입술이, 뭘 말하려는 걸까.
"하지만, 저는, 코트 밖에서의 오이카와상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얼굴 외에는 제 타입이 아니에요."
히나타가 눈을 질끈 감고 빠르게 말하자 오이카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치비쨩, 정말 솔직하구나? 하핫, 진짜 최고야. 재밌어, 재밌어."
오이카와는 눈물까지 흘려며 웃어댔다.
예상치 못한 오이카와의 반응에 히나타는 안절부절하며 반응을 살폈다.
"하- 진짜, 귀여워 죽겠어."
"오이카와상...?"
"좋아, 잘 알아들었어. 일단 얼굴은 치비쨩의 취향이라 이거지?"
"에?"
"이 오이카와상의 매력을 아직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앞으로 보여줄게.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이젠 모르겠다."
"무, 무슨 말이에요?"
"코트 밖의 나는 잘 모르겠다며? 그래서 알져주려고. 앞으로 널 전력으로 유혹할 거라는 이야기야."
"유, 유혹이라니, 뭐에요! 그리고 일단, 치비쨩이라는 호칭에서 일단 아웃이거든요?"
"그래? 그럼, 히나타로 할까?"
오이카와는 히나타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자전거 핸들을 잡고 있는 히나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히나타."
얼굴이 불쑥 가까워지자 히나타는 바로 느껴지는 오이카와의 숨결과 체취에 숨을 흡 들이쉬었다.
젠장, 잘생겼어-라고 생각한 히나타는 얼굴에 열이 홧 오르는 것을 느꼈다.
"뭐,뭡니까..."
"전력으로 꼬실테니, 진지하게 받아주라고? 히나타."
낮은 목소리가 귀 가까이에서 이름을 부르자 뜨거운 열기와 함계 소름이 돋았다.
"그, 그런건..."
"네가 나에게 넘어오면, 넘어왔다는 뜻으로, 날 토오루라고 불러줘."
"당연히 넘어갈 거라는 듯이 말하지 마세요!"
"그럼 나는 쇼요-라고 부를테니까."
히나타가 당황해서 버벅거리자 오이카와는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쇼요라... 너는 이름도 예쁘네."
그럼 잘가-라는 말과 어둠속으로 사라진 오이카와에 히나타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

"우리 내일부터 세죠랑 합숙이란다."
다이치가 잠을 설쳤는지 퀭해진 눈으로 다가와 말했다.
"세죠랑 합숙은 꽤 기쁜데, 거기 주장이 오이카와만 아니면 말야."
아사히의 말에 모두들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지 않을까요?어차피 풀로 연습할 거고, 밥먹을 때나, 휴식시간에 부원들이 지키고 있으면 되잖아요?"
야마구치가 말했다.
"아니, 괜찮고 자시고, 너무 과보호에요! 저 고1이라구요! 초등학생이 아니에요!"
"초등학생보다 더 무방비인게 문제지."
히나타의 말에 츠키시마가 냉정하게 말했다.
확실히, 카라스노의 부원들은 히나타를 과보호하는 면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도쿄의 고교들과의 몇번의 합숙을 거친 후 생겨난 것으로, 잠깐 눈만 뜨면 다른 고교로 납치되는 히나타 때문이었다.
히나타의 광범위한 친화력에 홀린 네코마의 켄마, 리에프, 이누오카, 후쿠로다니의 보쿠토등이 항상 자기네 쪽으로 히나타를 데려가 연습 이외의 시간에 히나타가 카라스노 부원들과 함꼐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각 학교의 주장들이 막아줘야 하는데, 일단 쿠로오는 켄마 말이라면 그냥 다 수락해 주었고, 야쿠는 평소보다 몇배는 활기있는 켄마에 감동하기 바빴다.
후쿠로다니는 보쿠토가 주장이고, 아카아시는 팀내에 후배가 없다보니 애교 많은 히나타를 몹시 귀여워 하며 보쿠토의 행동에 그닥 태클을 걸지 않았다.
게다가 몇번인가 시내에서 히나타가 세죠의 일학년들과 허물없이 놀고 있는 것을 목격한 카라스노의 부모님들은, 세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대충 예상했다.
그리고 히나타는 성적인 어필이나 텐션에 무척이나 둔감하여, 스트레칭을 돕는다는 구실로 (주로 쿠로오나 리에프, 보쿠토)허벅지나 엉덩이를 마구 만져지는 상황에서도 거의 알아채지 못해 스가와라나 츠키시마가 빼내오는 상황도 몇번이나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뒷목을 잡은 카라스노의 부원들이 히나타를 싸고돌기 시작한건 당연한 것이었다.
안그래도 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히나타였는데, 자꾸 여기저기서 집적거리자 선배들을 중심으로 히나타 철벽이 세워졌다.
"아무튼, 히나타는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마. 특히 스트레칭, 아무한테나 막 맡기지 말고."
스가와라의 말에 히나타는 풀이 죽어 고개를 끄덕였다.
"츠키시마가 잘 감시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한테 휘둘리기 쉬우니까."
스가와라의 말에 카게야마가 반박을 하려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다물었다.
"아, 그런데 어제, 오이카와상 만났어요."
"뭐? 어제?"
스가와라는 뒷목을 잡았다.
"야, 어제 너 나랑 같이 갔잖아."
츠키시마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 너랑 헤어지고 가는데, 산 언덕 입구에서 기다리더라고."
"그래서, 그놈이 또 뭐래?"
츠키시마의 물음에 히나타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게... 날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냐고 물어봤어."
"뭐? 네가?"
히나타의 말에 카라스노의 모두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뭐, 너... 왜, 그런걸!"
스가와라가 충격에 빠져 어버버거렸다.
"그래서, 뭐래?"
야마구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음... 좋다고 그러길래, 나는 오이카와상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그랬어."
"풉-"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던 아사히나 히나타이 말에 마시던 액체를 뿜어냈다.
"켁켁, 직접? 그렇게? 진짜 그냥 그렇게 말했어?"
"네."
"그,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
다이치도 황당한지 말을 더듬었다.
"전력으로 유혹하겠다-라고..."
"이런 미친놈을 봤나!"
스가와라가 분노에 차서 소리질렀다.
"유혹하긴 개뿔!"
이성을 잃은 스가와라를 다이치와 아사히가 양쪽에서 잡고 말렸다.
츠키시마는 복잡한 표정으로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욕심부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뺏길 수는 없지'
츠키시마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얻으려 열을 내지 않는 츠키시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나도 안 건드리는데, 감히 너 따위가?'
츠키시마가 오이카와의 행동에 느낀 감상은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히나타를 공략할 방법을.
-히나타는 얼빠이다.
-배구를 잘하면 가산점
-잘생긴데다가 배구도 잘하면 시너지
-나한테 멋있다고 말함
-그런데 오이카와를 찼다.
-히나타의 멋있다는 정말 순수한 멋있다.(연애감정 제로)
결론-얼굴이랑 배구만으로는 공략 불가.
'더럽게 까다롭네...'
츠키시마는 혀를 츳하고 찼다.
"츠키시마, 혀 좀 그만 차. 니가 시계야?"
히나타가 황당하다는 듯 츠키시마를 올려다 보았다.
'이걸 어떻게 잡아먹지...'
츠키시마는 이런 생각을 하며 히나타를 지긋하게 내려다 보았다.
"뭐, 뭐야! 또 설사혈을 누르려는 거냐!"
방어 자세를 취하는 히나타에 츠키시마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커다란 손으로 히나타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오늘 배구화 사러가기로 한 거 안 잊었지?"
"어? 어..."
히나타는 츠키시마의 반응에 고개만 갸웃거렸다.

-원하는 커플링이나 소재를 댓글로 요청해 주세요.





에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