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 시점
"츠키시마, 저 가게의 쇼트케이크, 굉장히 맛있어. 들어갈까?"
"어이, 놀러온 것 아니니까, 배구화 먼저 빨리 사고, 비품도 사야 되."
"음? 아, 나는 쇼트케이크,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하?"
"하지만 츳키, 쇼트케이크 좋아하지?"
또, 저렇게 환하게 웃는다.
남을 완전히 흔들어 놓고서는, 자각도 없이.
"너, 먹을 것도 아닌데, 왜 들어가자고 한 거야?"
"그게, 엄마가 저 가게 쿠폰을 받아 오셨는데, 츳키가 쇼트케이크 좋아하는게 생각나서 가져왔거든."
그런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주제에.
"츳키, 저번에 시험 공부도 많이 도와줬고... 그래서 내가 한턱 쏘려고 했지! 싫어?"
"...배구화랑 비품이 먼저야."
분명 얼굴 빨개졌을 거다.
귀가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 빨리 해치우고, 맛있는거 먹자!"
열 받아.
너무 귀여워서, 짜증나.
저런거에 휘둘릴 줄 몰랐는데...
"츳키, 배구화 저번꺼랑 같은 거 살꺼야?"
"응. 왜?"
"으응, 미들 블로커끼리 같은 신발 신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지만, 츳키는 그런거 싫어하지?"
뭐야, 그런 거 생각했던 건가.
보통의 나라면 초등학생과 커플룩 할까보냐-라고 말할테지만, 지금은 이녀석이 빌어먹게 귀여운 상태다.
"...그러던가."
"진짜? 진짜루? 우와, 츳키 열 있어?"
이게 진짜...
"싫으면 말던가."
"아니, 완전 좋아! 미들 블로커!라는 느낌!"
"뭐라는 거야... 의미를 모르겠네."
이런 의미없는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배구용품점에 도착했다.
"오오, 번쩍번쩍..."
히나타는 눈을 반짝이며 사방을 둘러다 보았다.
"이리오, 같은 거 사자며. 뭐로 할지 빨리 골라."
손짓으로 부르자 강아지 마냥 폴짝거리며 다가온다.
"츳키는 무슨 색이 좋아? 빨간색? 하얀색? 아니면 다른 거?"
리드미컬한 어조로 조잘거리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이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중증이로군.
"색은 아무래도 상관 없어. 네가 정해."
"핫, 정말? 그러면... 음... 뭐가 좋을까나...?"
히나타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이것 저것을 신중히 살핀다.
미간을 살짝 구기고 입을 조금 내민 모습이 성난 까마귀 같다.
물론 병아리의 까마귀지만.
그보다 왜 저런 표정으로 신발을 고르는 거야...
"이거 어때?"
히나타가 가리킨 것은 평번한 하얀색 배구화였다.
"뭐야, 엄청 심각한 표정하더니, 그냥 평범하네."
"노노, 츠키시마군! 잘 보라구?"
히나타가 손을 저으며 신발의 뒤쪽을 가기켰다.
신발을 돌려보니 자수로 달이 새겨져 있었다.
히나타가 내민 쪽에는 태양이 새겨져 있었다.
"좋지 않아? 츠키시마랑 히나타니까, 해와 달. 좋지!"
"..."
나라도 이런건 부끄럽다.
수줍어하는 모습 죽어도 보여주기 싫은데, 지나치게 사랑스럽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의 파괴력이 너무 커서, 견딜 수가 없다.
바보같은 표정이 되려는 걸 최대한 참고 있다.
"일단 신어보지?"
히나타가 비치된 의자에 앉아 신빌을 벗는다.
"앗, 잘 안들어가네..."
히나타가 낑낑거리며 신발끈을 푸르고 있다.
"이리 줘봐."
"어?"
"발, 이리 줘보라고."
히나타의 발은 작아서 손이 한참 남는다.
이런 작은 발로, 잘도 나는구나.
그보다도, 딸기무늬 양말, 뭐냐고.
"취미가 나쁘네."
양말을 쳐다보자 히나타는 허둥지둥거리며 변명을 해댔다.
"그, 아니! 나츠가 선물이라고 줘서. 동생이 오빠 생각해 준답시고 주는 거니까, 그게 또 귀여워서!"
"자상한 오빠네."
신발끈을 느슨하게 푸른 후 발을 집어 넣자, 안정감있게 들어간다.
무릎에 신발을 올리리고 신발끈을 묶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히나타가 신경쓰여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나저나 히나타를 올려다 보다니, 신선하네.
히나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한 얼굴."
내 말에 폭발하듯 귀까지 빨개진 히나타가 손을 내저었다.
"그, 츠키시마가 너무 상냥해서!꿈인가!해서 그런 것 뿐이니까!"
아, 이런게 좋은 건가?
"잘 어울리네."
"츠,츠키시마도 빨리 신어봐!"
히나타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내 신발을 들고 왔다.
"나도 신겨줄게!"
라고 당당히 외친 히나타였지만, 내 발을 자기 무릎에 올린 히나타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 안쓰러웠다.
얇고 하얀 허벅지 위에 내 커다란 발을 올리자 평범하게 괴롭히는 것 같은느낌이 들었다.
"이거, 꽤니 죄책감 드는데. 그냥 밟는 거잖아 이거."
"츠키시마 발이 너무 큰거야!"
히나타가 민망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버럭한다.
"고등학교 운동부 남학생의 허벅지가 맞는 건가."
"그, 그래도 근육 제대로 잡혀 있거든! 그보다 츠키시마한테는 절대 듣고싶지 않아!"
뭐야, 지금 내 근육량을 가지고 까는 거냐?"
"이익, 쓸데없이 커가지고!"
"쓸데없다니, 어이."
"끝! 이제 발 치워!"
신발은 꽤 편하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이걸로 할까..."
"그치? 괜찮지? 이거로 하자! 오오! 좋은 느낌! 카라스노의 블로커는 해와 달이다!같은!"
정말로 텐션 너무 높잖아...
해와 달인가...
달의 빛은 태양의 빛이 반사된 거라고 한다.
그럼 너에 의해 고양되는 나도 그와 같은 걸까.
나는, 너의 빛을 제대로 반사시키고 있을까.
솔직히 남의 도움 없이는 빛날 수 없다니, 그런거 완전 별로.
하지만, 그 빛이 히나타의 것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물론 그것도 매우 별로.
"츠키시마, 달은 태양빛을 반사해서 빛난다고 하잖아?"
가게를 나선 히나타가 말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살짝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츠키시마는 케이니까, 다행이야!"
무엇하나 제대로 이해되는 것이 없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케이(반딧불이)니까, 스스로도 반짝반짝할 수 있잖아? 엄청 멋져! 스스로 빛나는 달이라니! 최고잖아?"
아, 너는 정말로, 얼마나 나를 더 빠뜨리려는지.
눈이 부셔서, 이 작은 태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찬란한 이 태양을 품안에 가두어 나만의 것으로 하면 좋을 텐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스스로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는 새 신발을 산 것에 기분이 좋아진 히나타가 콧노래를 부르며 졸졸 따라온다.
위험해.
너무 행복해서, 바보가 되버릴 지도.
"그러면, 빨리 비품 사버리고, 케이크 먹으러 가자!"
히나타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어이, 히나타! 잠깐...!"
...
"빼먹은 것 없이 다 샀겠지?"
"어차피 케이크 눈 앞에 두고 그런거 걱정해 봐야 이미 늦었거든?"
비품을 빠르게 구입하고 히나타에게 이끌려 스위츠 가게로 왔다.
히나타는 쇼트케이크와 커피를 내 몫으로 주고, 자기는 귀여운 고양이 모양 거품이 올라간 핫초코를 마셨다.
"뭐야 그거."
"나츠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야! 이거 먹으면 고양이 발바닥 모양 마시멜로를 주거든."
"동생 가져다 주려고 일부러 그걸 마시는 거야?"
"응, 나 아무거나 다 잘 먹고. 우리집 산 넘어야 있고, 연습 때문에 놀아주질 못하니까."
"착한 오빠구나? 어울리지 않게."
"뭐야, 그게!"
"아니, 부에서는 항상 선배들한테 어리광 부리니까."
"에! 나 티날 정도로 그래?"
"뭐야, 부정할 줄 알았더니..."
"으응, 어렸을 땐 부모님이 바쁘셔서, 동생이 어리니까 내가 거의 돌봐야 했거든. 친척 중에도 형이나 누나는 없고, 중학교 때에도 내가 배구부원이 없어서 3학년에나 후배들 들어와서 겨우 경기했고, 그런데 고등학교 오니까 선배들이 잔뜩 계셔서,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까, 다들 의지가 되주시니까... 상냥하시기도 하고, 듬직하고. 그래서 어리광 부렸을 지도."

"그런가."
"아, 그래서 츠키시마는 좀 부러워. 형 있잖아?"
"아, 뭐... 일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좋겠네, 츠키시마는. 아무튼 그래서 난, 조금 어른스럽고 의지되는 사람이 좋아."
"그건 어떤 의미로, 그냥 사람으로서 아니면 이성으로서?"
"둘다, 어른스럽고 상냥한 사람. 아, 스가와라상 같은?"
"그건 스가와라상이 이상형이라는 뜻?"
히나타의 이상형이 스가와라상이라면 완전 최악- 그런 천사표 될 수 있을리가 없다.
"아? 그럴까나... 스가상은 뭔가 엄마같아서 그런 생각 해본적 없어."
엄만거냐...
"이상형이랄까, 어떤 타입 좋아하는데? 그냥 상냥하면 좋은 거야?"
"아? 그런거 잘 생각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두근두근한 사람?"
"니 어휘력이 더 두근두근하다."
"너무해! 하지만, 이상형 같은건 의미 없잖아? 우리 부모님도 서로 자기 이상형이랑 전혀 반대였따고 하셨으니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이상형인거 아닌가?"
히나타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빨대를 저어 고양이 거품의 얼굴이 뭉개진다.
잔인한 음료잖아, 저거.
히나타를 두근두근하게 만들 방법이 뭐가 있을까.
저 둔탱이가, 내가 뭘 한다고 두근두근 하기는 할까?
확 키스를 해버리면, 두근두근할까.
아니, 이건 내가 생각해도 조금 정신나간 짓이다.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뭐야, 내가 전력으로 유혹한다고 했는데, 딴남자랑 케이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오이카와가 서 있었다.
"아, 대와...아니, 오이카와상?"
"방금 대왕님이라고 할 뻔했지. 너무하네 히나타."
히나타?
오이카와는 히나타를 치비쨩이라고 브르지 않았던가.
"뭐야, 둘이 데이트중? 질투나네..."
그렇게 말한 오이카와는 히나타의 옆자리에 억지로 몸을 끼워 넣었다.
"자, 추천 메뉴는 뭐야? 히나타."
오이카와의 열받는 상판이 빙글빙글 웃었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 감각이 온몸을 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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