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스노 제1황자(겸 황태자) : 카라스노(전 사와무라) 다이치
             제 2황자 : 카라스노(전 엔노시타) 치카라
             제 3황자 : 카라스노(전 츠키시마) 케이
             제 4황자 : 카라스노(전 나츠노) 쇼요
해설 부분에서는 그냥 원래 이름으로 사용할 떄도 있습니다.
...
"갑자기 안색이 안좋으십니다. 어디 편찮으세요?"
4황자가 가까이 오자 오이카와는 심장이 더욱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아,아니 그냥 여독이 좀 쌓여 지친 듯 하구나. 나는 먼저 처소에 가 있도록 하지."
"괜찮은가? 여봐라, 아오바죠사이의 황자님을 뫼셔라."
...
"어이, 오이카와! 정말 괜찮은 거냐?"
이와이즈미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아, 그럭저럭."
"갑자기 왜 그래?"
오이카와가 머무는 궁은 초목의 푸르른 아오바죠사이에서 온 오이카와를 배려해 탁 트인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곳이었다.
"4황자... 성인식 전의 성이 나츠노라고 했지..."
오이카와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카라스노 차기 대신관에 맞먹을 정도의 신력이라면, 어째서 그가 히나타가 아닌거지?"
"뭐? 하지만 카라스노의 황자들 중에 이름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 몰랐을리 없잖아? 이름이 새겨진다는 건 굉장히 신성하게 여겨지는 일이라고. 게다가 황가의 일원이면, 분명히 많은 축복을 받았겠지."
"하지만, 이와쨩... 나 4황자에게 반해버렸을 지도."
"뭐? 드디어 돌았구나! 오이카와, 그거 신성 모독이야? 황족이 신탁을 거스르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나도 알아! 그래서 정인을 찾으러 카라스노에 온거고..."
"아니, 넌 일단 인사하러 온거니까."
"이와쨩! 지금 그런 말은 넣어둬!"
"가볍게 말하지만, 명심해. 넌 곧 황제가 될 거야. 하늘을 거스르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야."
이와이즈미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딱 보는 순간, 운명을 느꼈단 말이야..."
오이카와가 푹신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어째서 그가 히나타가 아닐 걸까..."
오이카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싱그러운 정원의 풀내음 속에서 4황자의 꽃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황자님, 일향궁에서 태감을 보내 왔습니다."
궁녀 하나가 쪼르르 나타났다.
"태감을? 일향궁이라면, 누구의..?"
오이카와가 고개를 살짝 들자 모자에 주황색 꽃을 잔뜩 단 태감이 들어왔다.
"4황자이신 카라스노 쇼요님의 주인이신 일향궁의 수행태감이옵니다. 흥복을 누리소서."
태감이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4황자의...?
"4황자께서 어인 일로 나에게 사람을 보냈는가?"
"예, 곧 4황자님과 차기 대신관님이 기도를 올릴 시간이온데, 4황자께서 좀 전에 황자님의 안색이 안 좋으셨던 것을 무척이나 염려하시어, 기도하는 곳에 오시어 기운을 좀 받아가시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저를 보내셨습니다."
"정밀로 사려가 깊으신 분이군. 그보다도, 4황자께서 직접 기도를 올리시나?"
"차기 대신관 되실 분과의 호흡이 정맣 좋으시기에, 같이 기도 드리는 것이 굉장히 영험하다 하옵니다. 가시겠습니까?"
"아아, 그러지. 가마를 준비해 주시게."
"분부 받들겠습니다."
"그런데 자네, 그 꽃은 다 무엇인가?"
"아아, 이 꽃은 일향궁의 꽃나무에서 나온 것인데, 떨어지는 꽃이 아깝다며 4황자께서 떨어지는 꽃을 잡아다 일향궁의 사람들에게 달아주고 계십니다."
"그가 직접? 정말 독특한 사람이로군."
"사랑스러운 분이시지요."
태감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와이즈미, 가도록 하지."
오이카와가 만면에 미소를 피운 채로 처소를 나섰다.
...
도착한 곳은 현오궁 근처의 커다란 뜰이었다.
그곳에는 황자들은 물론, 관리들이나 궁인들도 잔뜩 모여 있었다.
검고 긴 옷을 입은 신관들이 원모양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그 중앙에 4황자가 서 있었다.
그는 얼굴에 검은색 염료로 까마귀를 상징하는 문양을 그리고, 다른 신관들과는 다른, 하얀 무용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그건 여러 갈래로 나뉜 천이 겹쳐 있는 종류의 것으로 검은 실로 여러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기도가 고조되자 그는 양손에 칼을 들고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이카와가 인생에서 본 것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의 찬란한 검무였다.
하얀 천이 빙글 돌때마다 휘날렸고, 4황자의 가느다란 팔 끝의 검은 반짝반짝 태양빛을 반사하며 빛이 났다.
날렵하고 민첩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넘치는 움직임에 모두가 매료되어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가, 라고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현오궁에서 만난 그는 그저 순수한 어린아이 같았건만, 검무를 추는 4황자의 눈은 날카로이 형형하게 빛이 났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속으로 되내인 오이카와는 다시 한번 그가 자신의 비가 아님에 탄식했다.
기도는 점점 고조되어 이내 검을 하늘 높이로 든 히나타의 등에서 검은 날개가 솟았다.
윤기가 흐르는 날개를 활짝 펴자 강한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얼굴을 가렸다.
바람이 잔잔해 졌다고 생각되자 하늘에선 붉은 꽃이 비처럼 내려왔고, 그 사이에서 4황자와 같은 옷을 입은 카게야마가 날갯짓을 하며 내려왔다.
그는 긴 창을 들고 4황자와 대련하는 듯한 동작의 춤을 추었다.
아니, 중간에 지나치게 고조되어 정말로 싸우려는 모양새였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
이내 춤을 멈춘 4황자와 카게야마가 창과 칼을 바닥에 꽂은 후,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뜰에서 형형색색의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뜰은 꽃으로 가득 차 아름다움을 뽐냈고 향기로운 바람이 장내를 휩쓸었다.
오이카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의심이 되었다.
기도가 끝나자 피어났던 꽃들은 꽃잎을 잔뜩 머금은 바람으로 변해 사람들을 감싸더니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오이카와는 자신을 감싸오는 바람 속에서 4황자의 체취를 느꼈다.
적어도 그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기도가 모두 끝나자 황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4황자와 차기 대신관에게 절을 올렸다.
두 사람이 날개를 접자, 이내 어깨에서 날개가 사라졌다.
"형님들!"
4황자가 형제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가자 오이카와도 그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쇼요, 피곤하지 않느냐."
다이치가 걱정스레 물었다.
"너는 항상 지나치게 힘을 사용하니 걱정이다."
"전 괜찮습니다! 카게야마를 조금 돕는 정도인데요."
"4황자의 재주는 정말 대단하군요. 감탄했습니다."
"아, 오이카와 황자님! 와주셨군요! 아까 전 얼굴빛이 좋지 않으셔서 무척이나 걱정했답니다."
"걱정을 끼쳐버렸군요. 하지만 이제 정말 좋아졌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기도였기에."
"헤헤, 과찬이십니다."
"아, 오이카와. 이쪽이 전에 말했던 2황자, 치카라."
다이치가 생각났다는 듯 옆에선 남자를 가리켰다.
"아오바죠사이의 태자를 뵙습니다. 제2황자, 카라스노 치카라입니다."
2황자는 살짝 나른한 눈매를 가진 상냔하게 생긴 남자였다.
"아아, 자네가 2황자로군. 수련중이라고 해서 좀 더 우락부락한 인상일 줄 알았더니, 꽤나 미남이 아닌가."
"요즘 무예에 정진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2황자 뒤에는 키가 작은 남자 하나와, 머리를 빡빡 민 남자 하나가 호위로 붙어 있었는데 그 눈빛이 매우 사나웠다.
"오늘 밤, 연회를 열까 하는데 황자들 모두 참여하는 것이 좋겠지? 폐하께서 직접 명하신 일이니, 다들 시간 맞추어 오거라. 나는 그 전까지 케이가 쌓아준 일을 끝내야 하니, 먼저 가마."
다이치는 그렇게 말하고 밀린 정무를 처리하러 돌아갔다.
"괜찮다면 걱정해주신 4황자께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저의 처소에 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오이카와가 4황자를 향해 물었다.
"초재해 주신다면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옷만 갈아입고 바로 가도록 하지요."
"4황자."
그때 뒤에서 다가온 카게야마가 4황자의 옷소매를 살짝 당겼다.
"황자님들을 뵙습니다. 흥복을 누리소서."
황자들을 보고 한쪽 무릎을 굽혀 카게야마가 인사를 올렸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흘끗 보더니 그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아오바죠사이의 황자꼐도 인사드립니다. 흥복을 누리소서."
완전 싫은 표정으로.
"일어나거라. 그대의 신력을 다루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 군. 형님이 아주 기대가 크시다네."
"황송하옵니다."
엔노시타의 말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4황자, 잠시 할 말이..."
"뭐야, 새삼스럽게 그 호칭은... 그냥 쇼요로 괜찮은 걸."
"빨리, 잠깐이면 되니까."
"에에, 그럼 조금 이따가 처소에서 뵙지요."
4황자는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카게야마에게 질질 끌려갔다.
"아무리 차기 대신관이라지만, 황자를 저리 다루다니... 괜찮은 겁니까?"
오이카와가 못마땅한 얼굴로 묻자 엔노시타가 사람 좋은 미소로 웃었다.
"저래뵈도 둘이 죽고 못사는 사입니다. 애초에 카게야마를 찾아낸 건 쇼요니까요."
"그땐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 없었지..."
웃으며 말하는 엔노시타와는 달리 엄청 지친 표정을 한 츠키시마가 말했다.
"찾아내다니... 그게 무슨?"
"오랜 기간 대신관의 후계가 나타나질 않아 그냥 막내를 대신관의 일을 이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지요. 그런데 넷째가 일곱살이 되던 해, 갑자기 날개를 꺼내 날아가버리는 게 아닙니까. 황궁이 죄다 뒤집어져 아이를 찾는데, 글쎄 저기 산에서 카게야마를 끌어안은 채 잠든 걸 3일 후에나 발견했습니다. 어디 하나 다치거나 더러워지지도 않고. 나중에 물어보니 아마 신탁을 받은 것 같습니다만, 황족읻 신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신탁을 받은 것이 전례에 없는 일인지라... 아무튼 넷째가 안고 있던 아이의 등에 날개가 있는 걸 확인하고 그 아이가 신탁을 받고 차기 대신관을 찾아낸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에는 궁으로 데려와 신관 교육을 받게 되었지요."

"알면 알수록 대단하군요."

"예, 근데 카게야먀는 그 당시 부모에 의해 산에 버려져 죽기 직전이었던 터라, 넷째 이외의 사람이 접근하는 걸 아주 싫어해서, 쇼요도 대부분을 현오궁에서 보냈지요. 투닥거려도, 아마 넷째 일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아입니다."

오이카와는 하필 그것이 카게야마라는 것에 심통이 났다.

그런 재수 없는 녀석과 죽고 못산다니, 짜증나-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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