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와 히나타(편의상 히나타라고 서술함)는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연회장에 들어섰다.
"아아, 넷째와 같이 왔군. 빨리 앉게나."
다이치는 인자한 미소로 둘을 맞았다.
모든 황자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폐하께서 자네를 직접 대접하지 못하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하셔서, 정성으로 극진히 모시라 이르셨네."
"카라스노의 주인꼐서 이리 맞아주시니, 감복할 따름이군."
"이와이즈미도 의자에 앉고, 중추부터 여기까지, 꽤나 긴 여정이 아니었나."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1황자님."
다이치의 권유에 이와이즈미가 꾸벅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자, 마침 달도 아름다운 밤이로군. 즐겁게 취해보지."
다이치가 연회의 시작을 알리고, 무희들은 춤추기 시작하고 악공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츠키시마의 옆에 앉은 히나타는 생각에 잠겨 조용히 술잔만 바라보았다.
오이카와는 그런 히나타를 곁눈질로 간간히 살폈다.
히나타는 얼마전 성인식을 치뤘다.
아직 열일곱살, 단 한번도 성인이 되자 마자 혼인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물론 오이카와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 알고 기쁘기는 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에게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알수없는 설램이 실은 운명이었다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것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형제들과 카게야마, 고향을 두고 타국의 황후가 되는 것은 히나타가 꿈꾸던 삶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황제도, 대신관도 될 수 없다는 신탁을, 히나타가 얼마나 기뻐했는 지, 그는 정말로 자유를 사랑했다.
그래서 자신이 황후로서의 자질이 없는 건 아닌지, 또 고민하며 히나타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이카와는 히나타의 그런 마음을 아주 잘 이해했다.
하지만 일단 그는 대관식을 앞두고 있었고, 곧 황제의 자리에 오를 터였다.
그리고 그는 너무 오래 기다려서 조급하고 안달난 상태였다.
드디어 만나게 된 자신의 상대와, 빨리 백년가약을 맺고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
"카라스노의 황자 분들께 꼭 해야할 말이 있네."
오이카와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자들을 쳐다 보았다.
"갑지기 무슨 일인가?"
다이치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중앙으로 나와 히나타가 앉은 자리로 걸어 갔다.
츠키시마는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
다른 황자들도 마찬가지로 엔노시타와 다이치도 표정이 굳었다.
"아오바죠사이의 제 1황자이자 황태자인, 나 오이카와 토오루가, 카라스노의 4황자인 카라스노 쇼요와 이름으로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네."
오이카와의 말에 다이치는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뜨렸고, 츠키시마는 드물게 놀란 표정으로 히나타를 휙 돌아보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등극과 함께, 이 분을 나의 황후를 맞이하려 하네."
오이카와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히나타의 손을 잡았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황자들도, 무희들도, 악공들도 그 자리에서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쇼요."
다이치가 정적을 깨고 나즈막히 자신의 막내동생을 불렀다.
"네, 형님."
"그의 말이 사실이더냐. 너에게, 정말로, 그의 이름이 있느냐?"
"예."
"하지만 전에 본 오이카와 황자가 가진 이름은 너의 것이 아니였다. 너의 아명도, 어머니의 성도 아니었다."
"이분이 가진 이름은... 신탁의 이름입니다. 신이 주신 이름... 저와 신만이 알던, 이름입니다."
다이치는 입을 꾸욱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케이 형님, 저번에 보여드린 등 뒤의 문양, 그것이 이름이였습니다."
히나타가 여전히 굳어 있는 츠키시마를 향해 말했다.
"아오바죠사이의 고어로, 나의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지."
오이카와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츠키시마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꼭... 꼭 등극에 맞추어야 하는가."
다이치가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이제 막 성인식을 치뤘네. 아직 어린아이야. 그대의 나라에선 성인도 아니지 않은가... 벌써 고향을 떠나야만 하겠는가?"
다이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형님 말이 맞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어찌... 자유를 좀 더 만끽하고 난 후에도 괜찮지 않습니까? 황후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대한 자린지, 잘 아실텐데요. 저 아이가 벌써 격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엔노시타가 술잔을 세게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나는 곧 제위에 오르겠지. 대신들이 앞다투에 자식들을 왕부에 밀어넣을 걸세... 내게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아도 말이지. 황후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으면, 이름의 상대가 있다 해도 그 자리를 노릴테고, 그걸 막으려면 등극과 함께 황자꼐서 황후의 품계를 받아야만 하네."
오이카와의 말에 엔노시타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늘이 주신 인연일세, 온 정성을 다 할 거야."
오이카와는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쇼요가 성인식을 치룬 지 겨우 세달일세."
"그래, 세달. 그 세달 동안에, 쇼요에게 3번의 청혼이 들어왔네."
다이치의 말에 오이카와가 눈을 크게 떴다.
"네코마의 황자에게서, 후쿠로다니의 대승상에게서... 거기다 중추의 대신관에게서."
"네코마의 황자는 성인식 전부터 계속 청혼해 왔고, 후쿠로다니의 어린 대승상도, 전부터 티를 냈었지. 중추의 대신관은... 별로 할 말이 없군."
"수많은 청혼을 얼마나 힘들게 막아내고, 거절하고... 그런데 지금에 와서 아오바죠사이의 황후라니."
오이카와는 거론되는 이름에 깜작 깜짝 놀랐다.
"일단 폐하께 아뢸 것이니,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하도록 하지."
"자네도 알겠지만 미뤄서 될 문제가 아니야.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어차피 쇼요는 모레 중추로 갈 거야."
다이치의 말에 오이카와는 히나타를 쳐다보았다.
"저는 달의 마지막주는 무조건 중추에서 보냅니다."
"어, 어째서...? 정식 신관도 아닌데, 중추에서?"
"막내는 카라스노의 4황자이기도 하지만, 중추 소속의 특별 신관이기도 해. 직위로 따지면 신국의 대신관보다 위에 있지."
"우시지마 대신관이 청혼을 했는데, 거기에서 한 주를 보낸다고?"
"그렇지. 게다가 만약 저 아이가 아오바죠사이의 황후가 되더라도, 중추에서 한 주를 보내는 건 아마 변하지 않을 거야. 신성 지대에서 내려온 명령이니까."
"그런..."
"자네에게 다른 이름도 아닌, 카라스노를 수호하는 신이 저 아이에게 내리신 이름이 있다면, 아마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인건 분명해.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동생이네. 황가의 모두가 온 마음으로 아끼는 아이야. 그러니, 우리에게 조금 여유를 주게나."
다이치가 한숨을 내쉬며 달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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