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쿠로다니는 엄청난 상대였다.
우시지마상이 없는 상태로는 완전히 역부족이랄까, 전국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스파이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더 분한 건, 경기중 히나타의  아카아시상 멋있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나한테 밥 같이 먹자고 수줍은 듯 말해 놓고서는, 다른 세터한테 감탄하지 말라고...
물론 히나타의 배구사랑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분하다.
빌어먹게 귀여운 주제에, 칭찬이 너무 헤프다.
그래도 땀에 절은 나를 향해 총총 뛰어와서는 수건과 드링크를 주는 얼굴에 다 풀려버렸지만.
흥분한 투로 경기에 대한 감상을 말하는 히나타의 얼굴이 굉장히 귀여워서, 결국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시라부상, 빨리 밥 먹으러 가요. 배 안고프세요?"
"응, 고파. 빨리 먹으러 가자."
"히힛, 밥이다-!"
히나타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콧노래를 불렀다.
"어-이, 치바쨩~? 밥 먹고 3체육관조 집합이라구? 전에 하던거, 계속 해야지?"
네코마의 인상 더러운 닭벼슬 머리가 불쑥 튀어나와 히나타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내쪽을 슬쩍 보더니 기분 나쁜 미소로 씨익 웃는다.
뭐야, 정말로.
"죄송한데, 히나타가 식후에 저랑 선약이 있어서요."
히나타를 내쪽으로 살짝 끌어당기자 어쭈?-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흐응... 치비쨩, 이 쿠로오상의 블로킹, 아무때나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기대된다고 켄마한테 문자까지 보냈잖아?"
"쿠, 쿠로오상이 그걸 어떻게...!"
히나타가 얼굴을 붉히며 화들짝 놀란다.
"주장으로서 네코마의 모든 걸 알고 있답니다~?"
"에엣, 기분 나빠..."
히나타가 입을 쭈욱 내밀며 궁시렁 거리듯 말했다.
"어차피 소화는 좀 시켜야하니까, 시라토리자와의 세터군이랑 조금은 놀다와도 좋다구? 하지만 계속 기다려주진 않을 테니까, 적당히 와. 그럼 난 이만."
그러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도쿄놈들은 하나같이 음흉한 종자들 뿐이네...!
"히나타, 저 사람들, 괜찮은 거야? 너한테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지?"
"에? 시라부상, 쿠로오상이 뭔가 했나요?"
고개를 갸웃하며 도리어 이쪽에게 물어온다.
이런 썬샤인 모드로는, 뭔가 당해도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
아마 저쪽에서 대놓고 추근덕거려도 모르겠지.
"응, 아니야... 밥 먹으러 가자."
고개를 저으며 식당으로 향하는 데, 작은 손이 져지 끝자락을 꼬옥 잡아온다.
"시라부상! 빨리 가요! 맛있는 냄새~"
깜찍하게 웃더니 옷자락을 당기며 자신을 재촉해 온다.
정말이지 귀여워서는, 여러모로 심장에 나빠...
매니저들이 준비해 준 식사를 받고 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히나타는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맛있겠다-라고 외친다.
"시라부상, 맛있게 드세요!"
"응, 히나타도."
아, 볼 우물우물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
햄스터 같아...
자연스레 바보같은 표정으로 헤벌레-해 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는다.
껴안아 버렸으면 좋겠네.
"히나타, 오늘은 시라토리자와야?"
열심히 밥을 밀어넣는 히나타의 정수리에 어느새 나타난 카라스노의 3학년 세터가 턱을 살포시 얹었다.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다.
상쾌한 얼굴 하고 있는 주제에, 히나타의 뒤에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아, 스가상!"
"매일 매일 타교의 사람들이랑 식사하구... 우리 부원들이랑 밥 먹는 시간, 너무 없는 거 아냐? 어제는 또 잠도 네코마에서 잤잖아?"
뭐라고?
어디서 잠을 자?
네코마?!?!
이래저래 제일 위험한 곳 아니냐고?
합숙에 합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네코마의 꺽다리들이 죄다 히나타 뒤를 졸졸 쫒아다닌다는 것을.
닭벼슬, 뾰족머리에 시끄러운 놈, 커다란 혼혈... 게다가 푸딩머리까지.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랑 한 공간에서 잠을 잔다?
속이 시커먼 놈들인게 분명한데, 어째서 말리지 않은 거냐고, 카라스노!
"으에, 죄송해요..."
히나타가 미안한 기색으로 손을 꼼지락거린다.
"아니, 혼내는 거 아니니까. 오늘은 우리 방에서 잘 거지?"
"네! 아, 근데 저... 스가와라상 옆에서 자면 안되요? 카게야마 잠버릇 나빠..."
아니, 히나타... 그쪽은 좋은 선택지가 아냐!
"하하, 그래. 스가와라상이랑 꼬옥- 껴안고 자자?"
"에엣, 스, 스가상! 놀리지 마세요!"
히나타가 사랑스러운 건 좋다.
하지만, 나한테만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닌건 매우, 몹시 유감.
사방팔방 매력을 뿌리고 다니니, 노리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다.
히타나의 머리통을 꼬옥 껴안은 카라스노의 세터는 나를 째려보더니 차가운 비웃음을 흘린다.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뭐야, 정말로 호러잖아.
포지션상 카라스노 어머니면 얌전히 아들의 출가, 받아들이라고?
어머니면서 아들한테 그런 집착 보이면, 말도 안되는 산파극으로 변질되어 버린다니까...
"한그릇 더!"
내 근심을 알기는 할련지, 해맑게 한그릇 더를 외치는 히나타는 여전히 귀여워서, 앞날이 더욱더 막막하다.
...
"하, 맛있었다!"
히나타가 조금 나온 배를 통통 두드렸다.
저 조그만 몸에 그 많은 음식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 지.
정말로 놀랐다니까.
"산책이나 좀 할까? 소화도 시킬 겸.
"네!"
잔뜩 먹고 더더욱 텐션이 높아진 히나타는 폴짝거리며 온몸으로 신남을 표현한다.
어른스러운 사람이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 아이에게 빠져버렸는지.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죄다 넘치게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히나타."
내가 부르자 활짝 웃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흐릿한 달빛과 노란 가로등불의 빛 아래에서 히나타의 미소가 가장 빛난다.
"저번에 말이야, 그... 영상통화 했을 때..."
내 말에 무언가 떠오른 듯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른다.
"아, 그게... 그건, 나츠가... 씻고 나온 참이였고, 그게... 영상통화인지 몰라서..."
허둥지둥거리며 손을 내젓는 히나타의 손목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내 행동에 여전히 붉은 얼굴오 나를 물끄럼이 올려다 본다.
"켄지로... 라고 저장했다며?"
"예?"
"나츠가 그러던데... 켄지로상, 이라고... 저장되어 있다고."
"그, 그건..."
히나타는 눈을 피한다.
이리저리 떨리는 눈동자와 붉어진 얼굴.
점점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잖아.
"내 이야기, 자주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말이야... 그거,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히나타는 이제 붉어지다 못해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있다.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나, 히나타를 욕심내도 될까?"
시선을 피하는 얼굴을 붙잡아 내 쪽을 똑바로 보게 만들었다.
커다란 눈이 살짝 울망해져 나를 바라본다.
파스 냄새와 햇빛 냄새, 섬유 유연제 냄새가 여러가지 섞여 풍겨온다.
"나는 히나타가 좋아. 그런데 이건, 나나 네가 배구를 좋아하는 감정과는 다른 거야."
"...저도, 달라요."
개미만한 목소리로 우물쭈물 말하는 히나타의 얼굴은 거의 터질 듯이 새빨간 색이다.
"저도, 시라부상이 좋이요. 배구랑은 다른 종류로."
아,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다.
작고 귀여운 입술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제대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다.
견딜수 없이 몰아치는 애정에 결국 히나타를 강하게 껴안고는 입을 맞췄다.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아온다.
귓가에 들리는 건, 나의 고동인가, 히나타의 고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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