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네 반이랑 피구라니! 나, 피구로는 절-대로 안지니까!"
방방 뛰는 히나타에 츠키시마는 인상을 팍 구겼다.
히나타의 재잘거림은 츠키시마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저 체육복, 어떤 자식꺼야...'
굉장히 열받은 상태였기에.
...
히나타의 반과 츠키시마의 반이 합동으로 체육을 하는 날, 히나타의 모습에 누구랄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히나타, 그거 누구 옷이야?"
"아빠꺼 입고온 거 아니지?"
"거의 무릎에 닿겠는 데?"
"누가 히나타 소매 좀 접어 줘라!"
"남친셔츠? 그거 완전 남친셔츠 아니냐?"
히나타의 등장과 함께 왁자지껄, 그의 친구들이 몰려 들었다.
아직 일학년인데도 얼마나 친구가 많은지, 츠키시마의 반 아이들도 대부분 히나타를 알고 있었다.
"에엑, 놀리지 말라고! 어쩔 수 없었단 말야! 아카모리군, 최근 195센치 도달했다고?"
'도대체 아카모리가 누구야...'
츠키시마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끼며 그런 이름을 가진 학생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수업 시간이 오분도 안 남았는데, 아카모리군이 음료수 쏟아버려서... 미안하다고 자기꺼 빌려주는 데, 바쁘니까 어쩔 수 없잖아?"

히나타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하긴, 아카모리군, 농구부니까-"

'농구부, 아카모리...'

츠키시마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어떤 놈인지 얼굴이나 한번 봐야겠군.'

"그거 입고 피구 가능한 거야?"

"걱정 말라고! 이래뵈도 유키가오카 피구 챔피언이란 말씀!"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히나타를 보며 츠키시마는 굉장히 짜증이 솓구쳤다.

"히나타- 바지 안입은 것 같아-"

여자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하아~? 제대로 입었어! 보라구?"

히나타는 아이들에게 헐렁한 체육복을 들춰 바지를 보여 주었다.

그와중에 하얀 다리에 눈이가 츠키시마는 더욱 짜증이 났다.

"그것보다, 아카모리군, 농구부라서 체육복 냄새날 줄 알았는데, 뭔가 좋은 냄새나."

히나타가 헐렁한 소매를 코에다 대고서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뭔가, 걸을 때마다, 아카모리군 냄새가 나서, 아카모리군 100명 정도에 둘러쌓인 것 같아!"

"에-! 무섭잖아, 그거!"

타들어가는 츠키시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히나타는 친구들과 꺄르륵 꺄르륵 신나게 떠들었다.

...

"저기... 츠키시마군? 왜 화가 났죠?"

츠키시마의 아래에 깔린 히나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츠키시마의 눈을 피했다.

"츠, 츠키시마?"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뚫어버릴 듯이 히나타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이러는 이유를 몰라?"

츠키시마의 질문에 히나타의 머리에는 오빤 내가 왜 화났는 지도 몰라?-라는 대사가 스치고 지나갔다.

"무, 문자 답장이 늦어서? 아니면, 저번에 쇼트케이크의 딸기, 내가 먹어버려서...?"

"넌 내가 그런 걸로 화낼 사람으로 보이냐?"

아니, 너 굉장히 화냈었으면서...!

"그, 그러면 뭐! 난 잘못한 거 없어!"

"잘못한게 없어?"

살벌한 츠키시마의 눈빛에 히나타는 필사적으로 피했다.

"아, 아니... 없, 없지 않나..."

히나타는 자기 머리통 옆에 놓인 츠키시마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체육시간..."

"체육시간? 설마, 츠키시마네 반이 져서 그런 건 아니지?"

츠키시마의 팔에 힘줄이 빡 서는 것이 보였다.

아, 이것도 아닌가, 큰일났다-하는 생각이 히나타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아카모리."

"아카모리군? 아카모리군이 여기서 왜 나와?"

"너, 그녀석 체육복 입고 와서는, 뭐라고 했지? 그녀석 냄새에 둘러싸였다는 둥 그런 소리나 하고... 남친셔츠냐는 소리나 듣고 말이야..."

츠키시마의 얼굴이 히나타의 코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애인 앞에서, 그런 꼴로... 그래놓고 잘못이 없다고?"

 히나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거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 깜찍한 대사 던져놓고, 이제와서 변명은 안 들어 줄거야."

츠키시마의 서슬 퍼런 얼굴에 히나타는 울고만 싶었다.

"벗어."

츠키시마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남자친구 걸 입어야 진짜 남친셔츠지, 안그래?"

히나타는 거칠게 단추를 푸르는 손길에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

"아- 지쳤어... 츠키시마, 제멋대로 해버리고 말이야! 너무하다고!"

히나타는 츠키시마의 셔츠 한장만 입은 채 질척질척한 꼴이 되어 있었다.

"시끄러, 무방비한 꼬맹이. 아무데나 막 흘리고 다니면서, 벌을 받아야지."

"흐아, 허리 아파... 츠키시마, 씻겨줘-"

히나타는 츠키시마를 향해 팔을 벌려 안아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츠키시마는 홧김에 엉망친창 해버리고 말았지만, 스물스물 죄책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반쯤 풀린 단추 사이로 붉은 이빨 자국들이 마구 새겨져 있었다.

하얀 허벅지도 거칠게 다뤄서 커다란 츠키시마의 손 모양대로 자국이 나 있었고, 히나타는 앓는 소리를 하며 완전히 뻗어 버렸다.

'너무 심했나...'

히나타가 자신의 셔츠 한장만 입고 울며 안겨오는 모습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던 자신을 츠키시마는 조금 반성했다.

히나타를 가볍게 안고 욕실로 향하는 츠키시마에 히나타는 꾸물꾸물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앞으론 내것만 빌려. 다른 녀석거는 절대로 빌리지 마."

"합동 체육이었다고?"

"그럼 그냥 교복 입던가."

"츠키시마, 너무해-"

히나타는 눈위에 팔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역시 츠키시마의 남친셔츠라던가, 체육복이라던가, 완전히 무리야."

츠키시마는 우물거리듯 말하는 히나타를 물끄럼히 내려다 보았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츠키시마의 냄새에 둘러쌓여 버리면, 키스라던가, 야한거 하고 싶은 기분이 되어 버려서. 체육시간이라던가 절대 무리."

"뭐..."

츠키시마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진짜... 그런 귀여운 소리 들으면...!"

팔을 치우고 츠키시마를 쳐다본 히나타는 새빨간 얼굴로 엄청난 표정을 하고 있는 츠키시마를 발견했다.

"어... 츠키시마군? 일단,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오늘 히나타 쇼요는 영업 완전히 끝이니까 말이야...?"

"시끄러, 이번것도 네탓이야"

"이번것'도'라니, 그건 무슨 말이야...! 잠깐 츠키시마, 오늘은 진짜 힘드니까, 츠키시마? 듣고 있어?"

"시끄러 꼬맹이."

그리고 히나타는 욕실에서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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