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와 시라부는 빨간 얼굴로 손을 잡은 채 밴치에 앉아 있었다.

"시라부상, 저... 켄지로상이라고 불러도 되요?"

"응? 당연하지. 나도 히나타 쇼요라고 불러도 되?"

"네! 좋아요! 진짜 좋아요!"

"하하, 기쁘다."

시라부가 히나타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히나타는 뜨끈한 열기가 손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질투나서, 견디기 힘들었어... 나는 아직 시라부상인데, 네코마 세터는 이름으로 부르고... 그 키 큰 혼혈, 누구더라... 그, 걔도..."

"리에프요?"

"응, 그래. 리에프. 쇼요가 너무 인기가 많아서, 내가 고백하기도 전에 누가 채갈까봐... 너무 힘들었어."

시라부는 어리광을 부리듯 히나타의 손에 얼굴을 부졌다.

잘생긴 얼굴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부벼오자 히나타는 다시금 화끈거리는 열을 느꼈다.

"다, 다들 친구고! 그, 뽀, 뽀뽀하고 싶어지는 사람은, 시라부상, 아니... 켄지로상 밖에 없으니까!"

"쇼요, 나란 뽀뽀하고 싶었어?"

"아니, 그게!"

히나타는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는 키스하고 싶은데, 뽀뽀 말고."

"에?"

시라부는 히나타의 작은 얼굴을 조심스레 감쌌다.

두사람의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시라부는 히나타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해도 되?"

히나타는 얼굴이 붙잡혀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시야에 가득 찬 시라부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에 히나타는 머리가 빙빙 돌았다.

"싫어...?"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시라부가 말했다.

"아, 아니요... 싫지는..."

순간 시야가 시라부의 눈동자로 가득하다-라고 생각한 히나타는, 자신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혀의 존재감을 느꼈다.

"흡, 흐으..."

거침없이, 하지만 다정하게 입안을 쓸어오는 느낌에 히나타는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간질간질하고 부끄럽지만 기분이 좋았다.

히나타는 그렇게 시라부에게 꼭 잡힌 채로 시라부와 키스했다.

...다시 시라부 시점...

"뭐야, 치비쨩, 옆의 세터군은 부른 기억이 없는 걸?"

"쿠로오상! 츠키시마는요?"

"아아, 곧 올걸? 리에프는 야쿠 녀석이 잡아 갔어. 그것보다 얼굴 빨간데, 열 있는 거 아냐?"

히나타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르자 닭벼슬이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아...? 설마 아직 병아리인 요 작은 까마귀쨩을 홀랑 잡아 잡수신 건 아니겠지?"

"뭐, 언제까지나 병아리일 수는 없잖아요?"

"우와, 시라토리자와의 세터는 정말로 성격이 별로구나?"

내 말에 닭벼슬 머리가 눈을 흘긴다.

"헤이헤이헤이! 보쿠토 코타로, 등장!"

"보쿠토상, 울립니다."

"아카아시! 등장 정도는 멋있게 해 두라고?"

"예에, 전혀 멋있지가 않습니다."

"아카아시!"

뭐야, 시끄러워.

후쿠로다니의 에이스는 코트 밖에선 전-혀 포스가 없네.

그나저나 3체육관조라니, 뭣하는 모임이야.

"헤이헤이, 히나타! 오늘도 준비되었냐!"

"넵! 보쿠토상, 에이스의 정신 티셔츠 입으셨네요! 멋져~!"

"히나타, 보쿠토상 너무 띄워주면 곤란해지니까, 그만하자."

"아, 아카아시상! 아까 초콜릿이랑 사탕, 감사합니다."

"아아, 별것 아니야."

진짜로 이곳의 합숙 분위기는 맘에 들지를 않는다.

도쿄랑 미야기의 거리가 얼만데!

같은 미야기의 고교에 다니는 나보다도 더 친해보여서 짜증이 확 난다.

자주 못보는 사이면 좀 어색해도 되는 거 아닌가.

"헤이! 넌 시라토리자와의 세터지? 리에프가 없으니까, 너가 들어오면 되겠네!"

"아, 그래도 될까요?"

저사람, 시끄럽지만 나름 괜찮을지도.

"오, 우리쪽에 안그래도 세터가 없었는데 말이지?"

우리쪽? 혹시 나 닭벼슬쪽 팀인건가?

"나랑 아카아시, 히나타가 한 팀이고, 쿠로오, 츳키, 리에프-오늘은 시라부군이지만- 한팀이야! 츳키 빨리 불러! 어서 시작하자구! 헤이헤이헤이!"

저사람, 역시 정신 없어...

"토스 부탁해? 시라부군?"

닭벼슬이 능글거리는 상판으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짜증나...

고시키 마냥 앞머리를 확 잘라버릴까...

"엇, 츠키시마!"

히나타가 카라스노의 안경을 향해 손을 붕붕 흔든다.

"꼬맹이, 시끄러."

어이, 히나타가 귀엽게 인사하면 감사히 받으라고?
어디 건방지게... 저렇게 귀여운 걸 매일 보면서 감사한 줄 모르다니!

아니, 나 조금 팔불출이 되어버렸나...

안경은 자기 앞에서 기웃거리는 히나타를 보다가 내쪽을 스윽 훓는다.

"저쪽은..."

"아, 오늘 리에프 대신 시라부상이 같이 하시기로 했어!"

안경이 이제는 대놓고 이쪽을 쳐다본다.

이 작은 애를 데리고 뭘 하려는 거야?-라는 얼굴로, 표정으로 날 경멸하고 있어?

그러더니 히나타의 머리를 거칠게 마구 헤집는다.

"어이, 꼬맹이. 정신까지 초등학생 아니니까, 아무나 막 따라가는 거 아니야."

"하아?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츠키시마, 어이! 나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안경이 방방뛰는 히나타의 머리를 누른 채 이쪽을 계속 째려본다.

뭐야, 카라스노 철벽인가...?

이미 늦었다고, 하루만에 호칭 정리, 손잡기, 뽀뽀, 키스까지 풀코스로 끝내버려서.

"자, 어서 시작하죠? 시간도 많지 않은데?"

...

재수없는 인간들이라는 건 변치 않겠지만, 일단 연습은 몹시 알찼다.

하지만, 자꾸만 쇼요에게 치대는 건 여전히 짜증나.

"쇼요, 오늘 막 사귀게 된 차에 이런 말 하는 거 조금 짜증날 수도 있지만..."

"네? 아니에요! 뭐든 말하세요!"

"쇼요, 스킨십이 너무 헤퍼."

"에엣? 제가요?"

귀엽긴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반응은 조금 너무한데...

"응, 쇼요가 자꾸만 모두에게 만져져서, 나 질투나."

"하지만, 다들 그냥 배구 동료고..."

"단순히 배구 동료로만 생각하는 건 너밖에 없을거야."

"에? 정말로? 하지만 누가...?"

"정말로 자각이 없구나?"

"하지만 기뻐요! 시라부상이 질투해주시다니!"

언제나 이렇게 갑자기 눈을 반짝거리면서 귀여운 말을 해온다.

꼬옥 안고 나만 보고 싶어.

귀여워서 진짜...

"저... 맨날 고시키랑 문자하면서, 정말로 부럽다-라고 항상 생각했거든요. 나도 시라부상이랑 매일 보고싶다, 만나고싶다-라고 생각해서..."

너무 귀엽기에 그냥 껴안았다.

물론, 고시키와 문자를 매일 주고받았다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있지만, 일단은 너무 귀여워.

"이익, 이렇게 귀여운 말만 골라하는 건 반칙이야. 알고 그러는 거 아냐?"

"시라부상! 숨, 숨막혀요!"

"오늘도 말이야, 삼학년의 세터랑 같이 자자고 말했지? 내가 그때 정말로, 심장이 철렁-했다고?"

"에, 스가상은 천사라 걱정 없어요!"

"아니야... 그사람 천사 아니니까..."

"괜찮으니까요! 저 켄지로상의 연인이 됬으니까! 앞으로 제대로 철벽을 치고 다닐게요!"

과연 이 깜찍한 연인이 철벽의 뜻을 잘 알고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철벽칠 대상을 구분할 능력도 없을 것 같다.

"으응... 히나타, 잠시 이리로."

"엑, 켄지로상, 뭘 하는..."

"히나타 쇼요는 시라부 켄지로 겁니다-하고 도장 찍는 거니까... 잠깐만..."

...

"자, 빨리 자자! 어이, 이학년들, 빨리 자라!" -다이치

"히나타, 오늘 내 옆에서 자기로 했잖아. 빨리 이리로 와." -스가와라

"스가상! 배게 가지고 갈게요!" -히나타

"어라? 히나타 목에 벌레 물렸어? 빨간데...?" -엔노시타

"에? 정말로요?" -히나타

"간지럽지 않아?" -스가와라

"네... 뭐지?" -히나타

"어이, 꼬맹이." -츠키시마

"츠키시마는 정말 잠드는 순간 까지도 나를 꼬맹이라고 부르네!" -히나타

"그거 누가 그랬어?" -츠키시마

"누가라니, 이게 뭔데?" -히나타

"뭔지도 모르고 당한 거냐?" -츠키시마

"잠깐, 츠키시마! 이거 설마... 히나타, 어떤 자식이야!" -스가와라

"네? 목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히나타

"다이치, 저거... 키스마크..." -아사히

"닥쳐, 수염!" -다이치

"키, 키스마크?" -히나타

"히, 히나타 얼굴 왜 빨게지는... 히나타! 어떤 자식이냐아!" -스가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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