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 장난 같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그가 사랑하는 상대가 날 좋아하게 된 것도.

모두 거짓말이었으면 좋을텐데.

가장 괴로운 것은, 이 모든 비극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저 자연스레 호감을 키우고,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나도, 아카아시상도, 보쿠토상도 그저 사랑을 한 것이다.

모두의 것이 아름다운 감정이었다.

다만 그런 운명이었을 뿐.

...

"좋아해."

그러지 말아요.

내 사랑이 아파해요.

"히나타를 좋아하고 있어."

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보다, 그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라는 사실이 더 슬프다.

"미안해요. 저는..."

나는 아카아시상을, 아카아시상은 보쿠토상을, 그리고 보쿠토상은 나를.

얄궂은 운명에 사무치게 서글프다.

누구 하나도 행복해질 수가 없어.

내가 사랑하는 아카아시상은 상냥해서-그런 점에 반한 거지만-날 원망하지 않는다.

보쿠토상은 종종 아카아시상에게 연애상담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고백했다.

보쿠토상이 내게 고백한 그 순간, 머릿속을 가득 매운 한가지는.

난 이미 가망이 없었구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니까.

아카아시상은 내게 어떤 감정을 거지고 있을까.

아카아시상을 사랑하지 않는 보쿠토상이 밉다.

그렇다면 아카아시상은, 보쿠토상을 사랑하지 않는 나를 미워할까.

아니면 내가 거절한 것에 안도할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 말에 보쿠토상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꾸욱 깨문다.

"고백할 거야?"

"평생 못할 거에요."

왜냐면 내가 아카아시상을 좋아하고, 당신이 날 좋아하거든요.

나 따위랑 비교하면 아카아시상 쪽이 훨씬 멋진게 당연한데, 어째서 그사람 옆에 있으면서 나를 좋아하게 된 걸까.

아카아시상에게 사랑을 주세요.

나로선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요.

"그럼 나... 기다릴게! 히나타가 날 좋아하게 될 때까지."

상냥하고, 잔인하다.

내가 가장 원하는, 하지만 절대 얻지 못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봐요.

아카아시상의 눈이 항상 말하고 있잖아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친절한 눈동자는 당신을 향하는데.

어째서 헤매고 있어요?

보쿠토상은 또 아카아시상에게로 가 푸념하고 상담하겠지.

나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차라리 못된 사람이면 좋았을 걸.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 것을 알기에 눈치없음을 힐난할 수 없다.

게다가 상대가 누구든, 보답할 수 있든 없든 날 사랑해준다는 것은 마땅히 감사해야하는 건데 날 사랑한단 이유로 그를 비난할 수 없다.

"미안해요."

...

"보쿠토상이 고백했다며?"

이것봐요.

아카아시상이 울고 있어요.

눈끝이 붉게 달아올라서, 아프게 웃어요.

"...네."

"좋은 사람이야. 바보지만."

당신 마음도 모를 정도의 바보라면 최악이야.

"...네. 알아요."

"조금 더 생각해 봐. 널 정말로 많이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당신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목이 메이고 가슴이 짖이겨 숨을 쉴 수가 없다.

"아카아시상은... 제가 밉지 않으세요?"

내 말에 아카아시상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괜한 소리를 했다.

"음... 히나타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이상하네... 감정이 드러나는 타입은 아닐텐데..."

당신을 사랑하니까 알게 되는 거에요.

항상 그를 찾는 눈동자에 끝없아 상처받기에.

"밉지 않아. 히나타는 사랑스러우니까. 보쿠토상이 빠질 만 하지."

너무해.

이건 정말 너무해.

사랑스럽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날 죽여줬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보쿠토상을 좋아해요."

아카아시상은 놀란 표정이다.

"아... 그래서..."

눈가에 열이 오른다.

흐릿하게 뭉개지는 시야에 살짝 고개를 든다.

"인기쟁이네. 보쿠토상."

살풋 웃으며 말하는 얼굴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축축하고 뜨거운 것이 결국 넘쳐 흐른다.

"좋아하는 사람이, 보쿠토상을 좋아해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인데...!"

아카아시상은 내 눈물을 보며 멍한 얼굴이 되었다.

"좋아하는데...! 진짜로,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헐떡거림에 자꾸만 목이 메어 말문이 막힌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하면 안될 헛소리를 지껄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아픈 미소로 감내하는 그에게 나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버리는 것이다.

어리석게도,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좋아해요, 아카아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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