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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레오/비일상의 광조-1/혈계전선

혈계전선 스팁레오

"아무래도 레오의 감각이랑 연결된 것 같은데?"
4분의 1의 에스테베스가 말했다.
"그것도 엄청 엉망진창으로 연결됬나봐? 아마 시각에 연결됬다가 촉각에 연결됬다가, 계속 바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통각은 완전히 연결된 것 같고..."
스티븐 A 스타페이즈는 태어난 이후 처음 겪어보는 끔찍한 어지러움증과 고통에 제대로 된 소리하나 못 내며 쓰레기통을 붙잡고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곤죽이 되는 것 같은 감각에 숨쉬기 조차 쉽지가 않았다.
온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잠든 레오나르도 워치와 고통에 몸부림치는 스티븐 사이에서 크라우스는 안절부절 못했다.
"감각이 연결된 것 만으로도 저런 반응이라니, 도대체 왜..."
크라우스의 물음에 에스테베스는 진료 차트를 그에게 건내 주었다.
"뭐, 과했어. 레오나르도는 눈 빼고는 완전히 일반인이잖아? 뇌가 살짝 녹아내렸다고? 눈 주변의 피부가 화상을 입은 건 둘째 치더라도, 안구, 시신경이 다쳤고, 뇌까지 타들어갈 정도면 말 다했지."
그녀의 말에 크라우스는 축 쳐져서 걱정스럽게 두 사람은 쳐다보았다.
"뭐, 저주는 내 전문이 아니라서... 일단 진통제를 처방해줄 수는 있지만, 저건 나도 어쩔 수 없어. 레오나르도의 말로는 눈을 교체당하고 일주일간은 계속 토하기만 했다니까... 일단 그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 밖에."
혈계의 권속이 연달이 세번이나 나타났다.
부서지는 헬사렘즈 로트에서 쏟아지는 잔해들을 피해, 라이브라의 모두가 그들과 싸웠다.
라이브라의 그 누구든, 혈계의 권속과의 전투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얻는다.
하나도 힘든데 셋이 나타났으니, 라이브라도, 도시도 그 피해를 다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스티븐과 레오나르도.
세번째 나타난 혈계의 권속은 봉인되기 직전 스티븐에게 저주를 날렸다.
옆에 있던 레오나르도도 거기에 휘말렸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다행인가?- 그것으로 고통받는 것은 스티븐 뿐이었다.
송곳니 사냥꾼이자 라이브라의 일원으로서, 스티븐은 수많은 위기를 겪었고 죽을 뻔한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그가 느끼는 고통은, 그가 경험했던 그 어떤 상처보다도 견디기 힘들었다.
눈가의 얇은 살과 안구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고통, 그리고 머릿속 깊숙한 곳이 지글거리며 녹아흐르는 감각에 그는 생리적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와중에 일반인의 몸으로 이것을 견뎌온 레오나르도에게 의문이 들었다.
그는 성인(saint)이거나 정신나간 변태 중 하나-라고 스티븐은 생각했다.
아니라면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
레오나르도는 눈꺼풀 위로 느껴지는 빛에 깨어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온 몸에 뻐근하게 느껴지는 근육통과 함께 자기 얼굴에 칭칭 감긴 붕대를 인식한 레오나르도는 인기척을 찾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레오나르도 군, 일어났나?"
레오나르도는 크라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 특유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붕대 아래에서 두 눈을 살짝 뜨니 의안을 통해 붕대 밖의 병실이 보였다.
크라우스는 커다란 덩치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몸은 좀 괜찮나? 이번엔 너무 무리를 시켜서 미안하네."
"아, 아니에요. 별로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이정도 부상이면 평소랑 그닥 다르지 않은 걸요?"
"Dr. 에스테베스 말로는 뇌가 녹아버리는 수준까지 갔다더군. 그녀가 실력있는 의사였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 했어."
"하하, 백치가 될 뻔했네요."
레오나르도는 의식을 잃기 전 느꼈던 강렬한 고통을 떠올렸다.
뇌가 녹아버렸다니 - 역시 비일상이 일상인 헬사렘즈 로트구나 - 라고 레오나르도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좀 괜찮은가요?"
레오나르도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간호사 4명한테 연달아 따귀를 맞은 재프와 자네랑 연결된 스티븐을 제외하면 다들 건강하네."
"그 쓰레기 또 간호사들 한테... 아니, 잠깐, 누가 누구랑 뭘 어쨌다고요?"
"스티븐이 혈계의 권속이 내린 저주에 걸려서, 자네와 감각이 연결되어 있네. 참고로 그는 옆옆 침대에 있네."
"에엑?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아아, 문제가 있는 것은 스티븐 뿐인 것 같네만... 레오나르도 군, 자네의 의안이 과열되면서 얻은 데미지를 스티븐이 고스란히 공유하게 되었거든. 말했다싶이, 뇌가 녹는 수준이었으니..."
"으아아... 스티븐씨 괜찮으세요?"
"진통제를 투여 받아서 겨우 잠들기는 했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죄송하네요. 하필 저랑..."
"자네 탓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때 침대 커튼 너머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스티븐이 일어났나보군."

레오나르도는 크라우스에 의해 하나씩 걷히는 커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너머엔,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몰골의 스티븐 스타페이즈가 지친 기색으로 허리를 세워 앉아 있었다.
어딘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처음보는 스티븐의 표정에 레오나르도는 흠칫 놀랐다.
무엇이 저 얼음장 같은 남자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했는가.
레오나르도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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