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구역은 우리 선셋 레이븐의 산하에 있는데 말이지... 무슨 생각으로 우리 땅에서 깽판을 치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
 뜨거운 태양 아래 밝은 주황빛 곱슬 머리가 빛났다.
소년은 자기 몸무게 보다 더 나갈 것 같은 무기들을 잔뜩 두르고 있었다.
앳된 얼굴의 작은 소년이 차가운 총칼을 두른 그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이라 오히려 상대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빨리 꺼지던가, 아니면 뒤지던가, 얼른 정해. 나 꽤나 바쁜 몸이라서."
"오늘부터 17구역은 우리 언더독이 점령했다! 꺼져야 할 쪽은 네녀석이야!"
"언더독이고 나발이고... 말 안듣는 똥개들한테 쓸데없이 주절거려봐야, 시간 낭비지? 덤벼, 등신들아."
아직 포동하게 볼살이 남아있는 귀여운 얼굴이 순간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구겨진다.
철컥, 철컥, 철컥
수많은 총들이 장전되는 소리.
"준비해."
그리고 폭음이 비처럼 쏟아진다.
...
소년은, 히나타 쇼요는, 엉망이 된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체들을 뒤적거렸다.
"어떤 놈이 가져갔어... 아, 찾았다."
히나타는 딱딱하게 굳어가는 싸늘한 시체의 안주머니에서 조그만 USB를 꺼내들었다.
-여기는 야차, "편지"수거 완료. 임무 완수했습니다.
-오케이, 사람을 보내 뒷정리를 맡기겠다. 귀환해도 좋다.
히나타는 젖은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려오는 핏물을 손등으로 대충 훔쳤다.
"으아, 지쳤다아-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싶어! 찝찝해!"

"어이, 완전히 깽판을 쳤구만? 저격수들이 자기들 나설 차례도 없었다고 하던데."
"아니, 이게 누구야! 완전 지각한 토비오 아냐?"
"시끄러워, 오이카와가 방해하는 바람에 개고생했으니까."
카게야마는 뚱한 표정으로 히나타에게 물수건은 던졌다.
"아, 땡큐. 그래서, 오이카와랑은 대왕님이랑은 어쨌는데?"
"몰라, 젠장할. 골목 하나 부숴먹고, 중간에 전화 받더니 사라졌어."
"으아, 어떻게 싸웠으면 골목을 부수냐?"
"그자식은 나만 보면 그 지랄이야, 짜증나게."
"사랑하는 후배님이니까 그런 거 아냐?"
"하? 언제적 이야길 하는 거야? 후배는 개뿔, 정부 놈들은 날 못죽여서 안달인데."
"어휴, 얼굴봐. 표정으로 사람도 죽이겠네. 인상 좀 펴!"
히나타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카게야마는 인상을 팍 쓰며 조그만 얼굴을 밀어냈다.
"빨리 돌아가서 씻어. 냄새나."
"이 셔츠, 마음에 드는 거였는데, 찟어졌어!"
"그렇게 날뛰면 뭔들 남아나겠냐. 넌 좀 자제해. 그러다 셔츠가 아니라 몸뚱이가 무너져."
"어라, 카게야마가 걱정해주다니, 드물잖아~"
"시끄러, 멍청아. 꺼져, 피 묻어."
"알았어, 알았어! 진짜 너무하네! 흥!"

히나타는 피로 물든 물수건을 카게야마에게 획 던진후 후다닥 도망쳤다.

뒤통수에 날아오는 욕지거리를 무시하며 히나타는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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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카게야마 토비오는 본래 정부 소속의 요원이였으나 누명을 쓰고 제거당할 뻔 했다.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도망치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카게야마를 히나타가 주워와 선셋 레이븐에 들어오게 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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