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이번이 몇번째지?"

선셋 레이븐의 보스, 사와무라 다이치는 언짢은 표정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오른팔이자 직속 보좌인 스가와라의 표정도 그닥 밝지는 못했다.

"세번째. 이번달만 3번째야. 신생 조직들이 왜 이렇게 설쳐대는가 몰라. 시라토리자와가 정비에 집중하는 시기라 그런가..."

"후... 확실히 그 영향이 크겠지. 네코마나 후쿠로다니도 꽤나 성가신 모양이더라고."

(똑똑)

"그늘께서 오셨습니다."

메이드가 조심스래 들어와 말했다.

"들여보내."

끼익-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문이 열리고 카게야마가 들어왔다.

커다란 방에 뚜벅거리는 소리가 나즈막히 울렸다.

"보스."

"카게야마, 이번에도 오이카와랑 한판 붙었다며?"

다이치가 낮은 음성으로 쿡쿡 웃었다.

"면목 없습니다."

"아니, 괜찮아. 어차피 히나타 혼자서도 충분한 일이었고. 오이카와가 너 싫어하는 건, 47개 구 전체가 다 아는 사실인데."

"으으... 하지만 히나타 녀석을 혼자 전투에 투입하는 건 아무래도... 멋대로 폭주하니까, 다쳐도 모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히나타를 제일 챙기는 건 카게야마라니까?"

"아, 아니, 그건 그녀석이 영 안심이 안되는 타입이라...!"

스가와라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카게야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횡설수설거렸다.

"확실히, 나도 히나타를 계속 무리시키는 건 걱정되긴 해. 우리 조직 막내고, 아직 19살인데다가, 어릴 때 부터 봐와서 아들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은 우리 최고 간부 중 한명이라서."

다이치가 한숨을 쉬며 커피를 들이켰다.

"당분간은 쉬게 하는 것도 좋겠지. 우리 가족이 된 지도 한참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옛날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나봐."

스가와라는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카게야마의 표정은 그보다 더 어두웠다.

히나타에게 목숨을 구원받고 조직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카게야마는 히나타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디이치나 스가와라에게 물어도 말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빗속에서 죽어가던 자신을 물끄럼이 바라보던, 비에 젖은 아스팔트의 차가운 냄새와 상처에서 쏟아지는 피의 비릿한 냄새.

그 속에서 짙은 화약 냄새를 풍기며 다가온 작은 소년에게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마른 햇빛의 냄새를 카게야마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저씨, 여기서 뭐해. 입 돌아가.

이마에 얹히던 축축하고 따뜻한 온기에 정신을 잃은 그때의 기억이 카게야마의 머릿속에 여전히 선명하게 박혀있다.

그 이후에 히나타가 초등학생이 아니라 17살이라는 것, 마피아, 그것도 고위간부급이라는 것에 놀라고 보스나 스가와라상이 생각보다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또 놀라고...

히나타를 만난 후 카게야마의 인생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정부의 요원이었을 때 그는,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그저 코드 넘버가 붙은 장기말이자 소모품이었다.

고아로 태어나 굶어 죽거나 정부의 훈련병이 되거나의 선택권 밖에 없던, 코드 넘버를 받았을 때엔 훈련병 동기들 중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던 그는 마피아가 되고 나서야 그것의 부조리를 깨달았다.

정부는 선, 마피아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

그렇게 배웠는데, 정작 그가 온기를 배운 곳은 조직이었다.

그들은 정부가 버린 무법지대에 질서를 제시했고 시민들이 살 수 있게 치안을 지키는, 오히려 정부보다 나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혼돈파의 마피아들은 끔찍한 놈들이지만.

2년.

그 이후로 벌써 2년이 흘렀다...

카게야마는 계속해서 옛날 생각에 빠져들었다.

기억하면 할수록, 구원받은 목숨에 기쁨이 차올랐다.

히나타와, 정부의 요원이었던 자신을 받아준 조직을 그는 평생 버리지 못할 것이다.

-야차께서 오셨습...

"보!스!"

생각에 잠겨있던 카게야마는 물론이고 다이치와 스가와라까지 히나타의 힘찬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스가상! 카게야마도 있네! 짜잔! 귀!환!"

"시끄러, 멍청이!"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진 분위기에 스가와라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또 기분이 좋아?"

"뽀송뽀송해져서 너무 개운해요!"

헤헷 웃으며 스가와라에게 도도도 달려간 히나타는 풀썩 쇼파에 주저앉았다.

"나츠가 딸기향 샴푸를 사왔는데, 내용물만 바뀐거라서, 모르고 쭉 짰다가 깜짝 놀랐어요."

"하하, 달달하네. 나츠가 올해 몇살이지?"

다이치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덜마른 히나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벌써 열넷이에요. 키도 많이 커서, 점점 예뻐져서 큰일이라니까요."

"나중에 시집간다고 그러면 아주 울겠네."

"헛. 저 아직 마음의 준비 전혀 안 했으니까 그런 말 마세요!"

히나타는 스가와라의 말에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그 17구역에서 입수한 "편지"는 시미즈상 한테 드리고 왔어요. 잠금이 걸려있기는 한데, 금방 해제할 수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 잘 했어. 당분간은 좀 쉬도록 해. 이번달 너무 무리하고 있어."

히나타는 스가와라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그가 건낸 차를 호록- 마실 뿐이었다.

"히나타."

다이치는 나즈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우리 가족이야."

그는 히나타에게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말했다.

우린 가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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