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정부의 개들이 우리 구역엔 무슨 일로 행차하셨나? 아앙?"
"타나카상, 너무 겁주지 마세요. 엘리트 분들, 얼마전에 독수리들 한테 '또' 한방 먹었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불쌍하잖아요?"
타나카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아오바죠사이의 요원, 킨다이치와 야하바에게 총구를 겨누자 츠키시마는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야하바는 발끈하려는 킨다이치를 팔을 뻗어 져지하였다.
"...딱히 레이븐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하러 온 건 아니니 그냥 보내줄래?"
야하바가 말했다.
"몰래 숨어 들어온 주제에 말은 잘 하는 군. 그나저나, 우시와카 한테 하도 당해서, 오이카와도 맛이 갔나봐? 아무리 우리가 평화주의라도 마피아 주둔지에 이런 모자란 것들만 보내다니."
"맛이 가다니, 말이 심하네- 안경군, 그러면 인기 없어!"
어느새 나타난 오이카와는 빠른 걸음으로 성큼 성큼 다가와 타나카가 겨눈 총구를 잡아챘다.
"어라, 이게 누구야, 우리쪽 큰 멍청이 스토커 아닙니까? 그녀석 지금 여기 없는데, 잘못 찾아온 거 아닙니까?"
츠키시마가 쿡쿡 웃으며 말하자 오이카와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스토커라니, 내가 토비오 따위를 스토킹해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
"큰 멍청이가 없으면 작은 멍청이가 폭주해서 뒷처리가 힘들거든요? 이런 식으로 계속 우리쪽 일에 차질이 생기면 선셋 레이븐과도 등을 지게 될 겁니다."
오이카와의 말에 츠키시마는 짜증 가득한 어조로 대꾸했다.
"게다가 그 토비오 군은 우리 귀여운 막내님이 아끼는 부하란 말이지? 이케맨 얼굴 확 태워버린다?"
타나카가 잡힌 총구를 거칠게 빼내며 말하자 오이카와는 빙글빙글 웃으며 손을 털었다.
"이야, 까마귀들 살벌하네~ 치비쨩은 귀여운데 말이야?"
"우리 상관한테 치비쨩이라는 호칭 삼가줄래요? 불쾌하네?"
"안경군은 작은 멍청이라고 불렀으면서?!"
"시끄럽고, 빨리 사라져 줄래요? 아, 혹시 나가는 길을 모르는 거면 그냥 죽어요. 안 알려줄 거니까."
"우와, 진짜 성격 최악이네. 일단은 우리 임무가 완료되는 편이 너희에게도 이로울 걸? 우린 레이븐에 잠입한 국제 범죄자를 잡으러 온 거라서."
오이카와는 츠키시마에게 사진을 한 장 건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사진을 받아든 츠키시마는 스마트폰으로 그것의 사진을 찍어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짧게 수신음이 울리고 문자를 확인한 츠키시마는 짧게 혀를 찼다.
"타나카상, 저 둘을 데리고 차 한잔만 대접해 주세요. 거기 스토커씨는 절 따라오세요. 보스께서 한번 보잡니다."
"친절도 해라. 우리 부하들 신경도 다 써주고. 나 혼자서 마피아 중추에 들어가는 건데 그렇게까지 견제할 필요가 있나? 우리 애들은 보내주자?"
"좀 기뻐하는 게 어때요? 정부의 지위가 바닥을 치는 이 코트에서 겨우 당신 하나를 견제한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미친개를 보험 없이 중추에 들일리가 없잖아요?"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도미넌트 이글한테 부하 몇을 잃었다더니, 완전히 날이 섰군.'
"빨리 따라오기나 하지지. 보스를 기자리게 하고 싶지 않으니."
.............
오이카와는 카게야마 토비오를 떠올렸다.
오이카와가 코드넘버를 받은 지 2년이 조금 넘었을 때, 그의 교육 담당이 되었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자원하여 국가 요원이 된 자신과 달리, 국가 기관에서 '도구'로 길러진 그는 오이카와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나중에야 그것이 사회와 단절된 훈련소에서 자라 그저 표현이 미숙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명령에 따를 뿐.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수많은 동기들 처럼 죽어버린다는 것 밖에 그는 몰랐다.
사람의 감정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그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국가를 위한다는 사명을 지니고 스스로 요원이 된, 신념에 찬 동료들 속에, 마음껏 소모할 수 있는 무기로서 팀에 '할당'된 그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천천히 적응했고, 나아졌다.
훈련소에서 겨우 살아나와 다시금 세상을 보게 된 카게야마는, 처음으로 미약하나마 자유를 느꼈고, 팀원들도 차차 그를 이해해 주었다.
사람을 쏜 후 무엇을 느끼냐는 오이카와의 물음에
-반동.
이라고 대답한 카게야마를 오이카와는 여전히 껄끄러워 했지만, 어색하게, 조심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어가는 그에게 조금씩은 동료애 비스무리한 것이 생겼다.
그러다 2년 전.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커다란 폭풍을 몰고 왔다.
배신자가 있었고, 아군에게 누명을 씌웠다.
동료들과의 교류가 적고, 감정 표현이 미숙한 토비오가 그 타겟이 된 것은,
처음으로 느꼈던 동료애에 배신당하고 쫒기는 몸이 된 것은,
잔인하고 끔찍한 폭풍이었다.
쿠니미의 총에 맞던 순간 토비오의 눈에 스친 절망을, 지금까지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오이카와는 지금도 회상하기를,
그 눈을 본 순간,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직감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의 누명이 벗겨져 모든 진실이 드러났을 때
카게야마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 죽었으리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 이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거쳐온, 고아들이 모여있는 훈련소에 가게 된 적이 있었다.
산 지옥이었다.
자신은 산지옥을 겨우 벗어나 빛을 보게 된 카게야마를 최악의 방법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오이카와는 죄책감을 느꼈다.
언제나 자괴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항상 당당한 미소를 유지하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감각이 생경했다.
그리고 카게야마가 사라지고 1년하고도 4개월 후, 선셋 레이븐의 구역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놀라 뻗은 손을 쳐낸 건,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소년이었다.
-내 직속 부하야. 건들지 말아줄래요?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소년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야차, 보스의 호출이야.
토비오는 더 이상한 소리를 했다.
야차, 야차?
몰살 전쟁에만 내보낸다는, 까마귀의 비밀 병기.
살아남은 사람이 없어 목격자도 없다는, 소문만 무성한 카라스노의 괴물.
중학생이 될끼 말까한 작은 소년이?
살아남은 토비오는 마피아가 되어 있었고, 괴물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었다.
-배신자
오이카와는 아직도 그때 왜 그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토비오는 그 말에 전혀 상처받지 않은 얼굴이었다.
쿠니미의 총알이 박혔을 때의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중한 가족에게, 심한 말은 삼가주세요.
소년의 그 말에는, 토비오는 웃었다.
아니, 울었나.
그는 까마귀가 되었다.
까악 까악
까마귀.
......................................
"보스, 오이카와를 데려왔습니다."
응접실에서 다이치와 스가와라가 츠키시마와 오이카와를 맞이했다.
"수고했어. 타나카는?"
"빡빡이군은 우리 부하들이랑 티타임을 가지고 있어. 오랜만인데, 인사 먼저 해야지, 사와무라군."
"오랜만이야, 오이카와. 이번에 카게야마랑 싸우다가 우리 구역 골목 하나 부숴먹었더라?"
다이치의 말에 오이카와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하하,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
"자꾸 거슬리면 곤란해."
"그보다도 사와무라군, 풍채가 좋아졌네. 요즘 사업이 번창하나봐?"
"다 꿰고 있는 주제에 떠보지 마, 일단 앉지?"
"그래. 상쾌군, 난 설탕 두스푼~"
"누가 너한테 차 준다고 했어?"
오이카와의 말에 스카와라는 하하 웃으며 자기 잔에 차를 따랐다.
"손님 대접이 엉망이네! 상쾌군, 얼굴만 상큼하면 되는 게 아니거든?"
오아카와는 투털거리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가 찾는 그 남자는, 이미 죽었어."
다이치가 말했다.
"뭐? 그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나?"
오이카와가 놀라 묻자 다이치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턱을 문질렀다.
"그가 신생 조직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 걸 알기는 했는데..."
"했는데?"
"그가 죽은 후에나 알았지."
다이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오이카와는 그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했다.
"그가 죽은 건, 조직의 정보를 팔아 넘겼다거나, 뭐 그런 이유가 아니야."
스가와라가 말했다.
"그는 '지뢰'를 건드렸어."
스가와라의 말에 오이카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조직원의 가족에게 접근하다 걸렸거든. 좀 친해져서 이것저것 캐내려던 계획이었겠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지."
넋이 나간 오이카와를 앞에 두고 스가와라는 우아한 자세로 차를 마셨다
"그에겐 그럴 권한이 있거든. 즉결처분의 권리가."
'그'라니, 누굴 말하는 것인가.
다이치가 파일 한뭉치를 오이카와에게 건냈다.
"뭐, 운 좋게 또 그놈이 스파이여서 월척을 낚았지. 완전 럭키보이라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죽기 전에 짜낸 정보야. 이정도면 서로 납득할 수 있겠지?"
"그 럭키보이가 누군지 궁금한데... 알 수 있으려나?"
"오이카와, 너무 욕심부리지 않는 편이 좋아. 이번엔 정부가 대신 처리해주는 쪽이 편리할 것 같아서 정보를 주지만, 그 이상으로는 못줘."
다이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겁주지 말라고, 사와무라군.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요즘 우리애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데..."
다이치의 인상 좋은 얼굴에 서늘한 그늘이 서렸다.
"..."
"경고하건데, 거긴 네 영역이 아냐."
'이게 본론이었군.'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건 아냐. 개인적인 호기심이지,"
오이카와는 본능적으로 몸 구석구석 숨겨둔 무기들을 머릿속으로 확인했다.
조화파 중에서도 가장 온화한 축에 드는 레이븐이지만, 화나게 했을 때 가장 위험한 것 또한 레이븐이다.
"아직도 잘 안 믿기거든, 그 작은 꼬맹이가, 그 '야차'라는 사실이. 사람 좋아 보이는 사와무라군이나 상쾌군이, 그런 괴물을 길러냈다는 놀랍기도 하고."
다이치와 스가와라의 눈이 날카롭게  오이카와를 응시했다.
그들 뒤에 뒷짐을 지고 선 츠키시마의 표정도 꽤나 살벌했다.
"...우린 그 아이의 모든 걸 알고 있어. 굳이 네가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유키가오카에서 입수한 정보가 있는데...으앗!"
다이치가 던진 뜨거운 찻잔이 아슬아슬하게 오이카와를 빗겨 벽에 부딪혔다.
"우리 가족이야. 그놈들이 이제와서 뭘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소용없어."
안쪽에서 부터 울리는 짐승같은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자 오이카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조금 바빠서 먼저 갈게?"
"선을 넘지마, 오이카와."
떠나는 오이카와의 뒷통수에 스가와라의 단호한 음성이 박혔다.
..................
"츠키시마, 궁금해?"
스가와라의 물음에 츠키시마는 흠칫 놀랐다.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본인 이외의 사람에게서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 현명해."
"스가와라, 유키가오카 쪽에 사람을 하나 보내지."
다이치는 깨진 찻잔의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히나타, 아니, 쇼요나 나츠의 정보가 그쪽으로 절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해. 특히 나츠."
"오케이."

에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