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와라는 엉망이 된 몸으로 히나타가 깨어날 때까지 그의 머릿맡을 지켰다.
작은 몸에 가득한 상처와 흉터들에 숨이 막혔다.
쏟아지는 돌무더기 너머로 멀어지는 히나타의 잔상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다이치는 친우들에게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기지 못하면, 죽게 될 것이다.
아사히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자신도 함께 할 것이라 말했다.
다이치는 스가와라에게,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게 해 미안하다고, 원한다면 자신을 떠나도 좋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거라면, 자신이 보스가 되어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보좌해 달라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무서웠다.
마피아의 세계는 더이상 그의 어머니, 아버지 만의 세계가 아니었다.
스가와라는 방금 그 어두운 세계의 가장 추잡한 일면에서 살아돌아온 참이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다이치도, 아사히도, 그리고 히나타도 지키고 싶었다.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언제 누가 다시 자신과 같은 꼴을 당할 지 모른다.
스가와라는 잘게 떨리는 몸을 주체하려 노력했다.
그는 허리를 펴고 고개를 높이 들었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죽거나 죽이거나, 그 뿐이다.
스가와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후, 히나타는 갈라진 목소리로 작은 신음을 내지르며 눈을 떴다.
눈 앞의 세사람을 보더니, 자기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은 히나타는 몸을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왜 또 거길... 뭣하러 돌아갔어요..."
히나타는 스가와라가 투견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다이치와 아사히가 구하러 왔다는 사실에 화를 내었다.
힘없는 목소리로 죽거나 잡혔으면 어쨌을 거냐며 울면서 화내는 히나타에 다이치는 말 없이 작은 손을 잡았다.
다이치의 뺨에 닿은 히나타의 손에 뜨거운 눈물이 축축히 젖어들었다.
히나타는 그 감각에 화들짝 놀라 멍하니 다이치를 바라보았다.
다이치는 연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되내었다.
스가와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히나타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아사히는 아픈 몸을 잘못 건드릴까 침대 시트자락을 꾸욱 쥐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히나타는 눈물이 울컥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히나타는 커다란 남자 세명이 자기 무릎께에서 오열하는 모습에 가슴이 죄었다.
이젠, 설사 이 사람들에게 버림 받는다고 해도, 배신 당한다고 해도. 자신은 이 사람들을 버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히나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기로 했다.
이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죽자.
히나타는 그렇게 결심했다.
"저, 세사람에게 할 말이 있어요."
히나타는 한 번도 스스로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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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가오카는, 마피아의 조직이라기 보다는, 장사치 집단에 가까웠다.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키가오카의 중심, '투견장'.
'사육사'들은 빚이나 인신매매로 팔려온 아이들을 '투견'으로 길러 경기에 내보낸다.
투견장의 구경꾼들에게 죽음에 몰린 아이들은 도박장의 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카드 놀이보다 더 자극적이고 다이나믹한 유희로서, 많은 아이들이 죽어나간다.
많은 거물들이 모이는 만큼, 비밀 거래의 중심이기도 했고, 코트 내의 마약들은 대부분 이 투견장을 거쳐 유통되었다.
히나타는 그 투견장의 주인, 유키가오카의 아이들 중 하나였다.
히나타의 아버지는, 유키가오카 수장의 네번째 아들이었고 무능력한 아들로서 형제들에 대한 열등감에 가득 찬 사람이었다.
히나타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사랑에 빠져 납치하다 싶이 데려온 여자였다.
그는 이미 집안에서 정해준 부인이 있었고, 아들도 있었다.
히나타의 어머니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유키가오카의 사람들도 그녀를 배척했다.
그러니 태어나버린 아이는, 그녀가 평생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를 닮은 주황색 머리의 아이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악마들의 소굴에 버리고 도망갈 만큼 모질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중에, 나중에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아이를 품에 안았으나 그 존재를 항상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버지 또한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애정이 결핍된 그가 그녀의 품 안에 있는 아이를 질투해서 그랬는지 모른다.
아니면 아이가 자신을 닮아서인지, 그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아이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두번째 아이가 태어나서도, 자신과 똑 닮은 모습에 그는 아이들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두번째 아이에게도 이름은 주어지지 못했다.
악마들의 집에서, 남매들에게 기댈 곳이라곤 없었다.
소년은 작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 사로잡혔다.
아버지의 아들은 소년과 소녀를 괴롭혔다.
소년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워 소녀를 괴롭혔다.
소년은 욕망에 찬 눈동자를 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끝낸 어머니와 함께, 소년은 지옥으로 내던져졌다.
아버지의 아들은 '사육사'로 소년을' 투견'으로 훈련시켰다.
동생을 볼모로 잡힌 소년은 제 어머니와 같이 스스로 목숨을 져버릴 수 없었다.
소년은 죽이고 또 죽여서 살아남았다.
더이상 일어날 수 없게 되었을 땐, 초록색 알약을 억지로 삼키게 했다.
눈을 떠 보면 소년은 또다시 경기장에서 살육을 행하고 있었다.
소년이 투견장을 벗어날 수 있을 때는 용병으로 대여될 때 뿐이었다.
동생이 잡혀 있으니, 소년은 목줄 없이도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형이라 칭하는 사육사는, 아버지의 아들은, 자주 소년을 범했다.
경기가 끝난 후 하룻밤 투견들을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님'들이 다녀간 후, 안쪽을 헤집어 닦아내는 사육사의 손길에 소년은 비명을 질렀다.
소년이 8살이던 해의 어느날,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 없는 동생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소년은 처음으로 사육사들에게 스스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
동생을 살려달라고, 걷어 차여도, 얻어 맞아도 계속 빌었다.
하지만 그들은 소년을 비웃었고 동생의 상태는 악화되기만 했다.
소년은 그때의 정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투견장의 짐승들 조차 모두 잠든 새벽, 손가락을 부러뜨려 족쇠에서 벗어난 소년은 손가락에 파고드는 가시를 무시한 채 목줄을 뜯어냈다.
작은 단도 하나를 가지고, 칼이 닿지 못하면 이로 물어뜯으며 동생에게 도달한 소년은 쓰러진 동생을 안아들고 무기들을 온 몸에 두른 채 뛰었다.
오만함에 가득차 방심한 사육사들을, 베고, 찌르고, 쏘아서, 죽이고, 죽이고.
베이고, 찔리고, 총에 맞은 채, 소년은 달렸다.
몇시간, 아니 하루나 이틀이 꼬박 지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고열에 시달리는 동생을 안은 채 절망하고 있던 소년은 비 내리는 골목에서, 손을 내미는 세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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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타의 말이 끝나자, 세사람은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힘들었구나, 얼마나 괴롭고, 무서웠을까.
작은 몸을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히며, 울컥울컥 차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히나타, 우린 네가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나는 곧 형제들과 전쟁을 할 거야. 스가와라와 너를 이렇게 만든,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형들과 싸워야만 해."
다이치는 크고 따뜻한 손으로 히나타의 손을 단단하게 감쌌다.
뜨뜻한 온기가 퍼져나간다.
"난 너희를 지키고 싶어. 내 소중한 사람들이, 나 때문에 휘말려서 죽는 것을 보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싸워야만 해. 그러니까... 정말, 정말로 미안하고 면목 없지만, 같이 싸워줄래? 나는 세력도 뭣도 없고, 적만 잔뜩이지만, 스가랑, 아사히랑, 그리고 너랑 같이 살아남고 싶어. 그러니까..."
히나타는 다이치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었다.
"같이 싸워요. 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만... 모두를 지키는 건 할 수 있어요. 살아남아요. 같이, 다같이 살아요."
히나타는 눈물에 푹 젖은 얼굴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미안해..."
다이치는 상처투성이의 소년을 무기로 삼아, 방패로 삼아 싸워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쇼요와 나츠가 다 나았을 때 내보낼 걸.'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쇼요의 모습을 봐야만 하는 다이치는 가슴이 쓰렸다.
하지만, 이렇게 네사람은 같이 싸워나갔다.
형들과의 싸움, 약해진 조직을 노리는 외부 조직과의 전쟁, 계속 싸워나갔다.
히나타는 상식을 벗어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상처 입어도 쓰러지지 않고, 무기가 없으면 온 몸을 던졌다.
투견장에서 배운 생존과 살육의 기술으로, 히나타는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레이븐의 막내 아들이 괴물을 데리고 전쟁을 한다더라-
그런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유키가오카와의 싸움도 있었다.
울분과 증오에 찬 그들은, 유키가오카를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는 것에 성공했다.
아사히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히나타는 아직도 기억한다.
지신을 향하는 눈동자를, 일부러 가슴 깁숙히 새겼다.
봐요, 아버지.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에요.
강성해지는 세력, 견고해지는 조직에서 다이치는 까마귀 둥지의 주인이 되었고, 그 옆에는 항상 그를 지키는 '야차'기 있었다.
네사람은 살아남았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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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가오카는 이제 하나 남은 구역마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찌꺼기들이야. 그런데 어째서 이 약이...?"
다이치는 떨리는 스가와라의 손을 보며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친구와 히나타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무나 끔찍한 시간이었다.
"일단 생포한 놈들에게 정보를 뽑아내라고 말해두기는 했는데..."
히나타는 생각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일단 유키가오카 쪽에도 사람을 보내 놨으니, 이쪽 저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단서가 나오겠지."
스가와라는 다리가 풀린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직접 가봐야겠어. 츠키시마는 어디에 있지?"
다이치의 눈빛이 형형하게 번뜩거렸다.
유키가오카, 자신을 죽이려던 형들 만큼이나 증오스러운 이름이었다.
어느 망령이 유키가오카의 찌꺼기를 물고 늘어지는가.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해주리라고, 가족들을 지키리라고 다이치는 맹세했기에, 작은 초록색 알약을 손 위레 올려놓고 노려보았다.
'완전히 끝내버렸어야 하는데.'
성큼성큼 문을 나서는 다이치의 뒤를, 히나타가 조급한 발걸음으로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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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상관이 갑자기 빡쳐서 나가더니 더 빡친 보스를 대동하고 돌아왔다.
츠키시마 케이는 뒷목의 뻐근함을 느끼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항산 인자한 미소를 띄고 있는 보스가, 화낼 때도 웃고 있으면서-그게 더 무섭지만-갑자기 본 적도 없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옆에서 니시노야가 저 표정 모자이크 해야되는 거 아니냐고 속닥거리는 소리에 눈치도 없냐고 소리칠 뻔 한 것을 겨우 참아냈다.
"보스, 어쩐 일로...?"
"잡아온 놈들 어딨어? 심문은, 뭔가 알아냈나?"
맨날 방긋방긋 웃는 사람 둘이서 정색하고 화내는 얼굴에 조직원들은 공포감을 느꼈다.
"지금 심문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습격에 신생 놈들 여럿이랑 혼돈파 잔당이 얽혀 있어서 그 약을 떨군 놈이 어디 소속인지 지금 알아내고 있습니다."
"안내해."
"예?"
"내가 직접 하지. 안내해."
'카게야마 자식, 뭘 주워온거야...'
츠키시마는 작게 한숨을 쉬며 다이치와 히나타를 심문중인 방으로 데려갔다.
-끄아아악!
문 밖으로 절규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안에 누가 있지?"
"그늘이 직접 심문하고 있습니다, 보스."
"카게야마가?"
"예, 야차의 반응이 걸렸는지, 직접 하겠다고..."
"그래, 츠키시마는 이만 가 봐."
다이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은 걸 보고 츠키시마는 오싹해져 꾸벅 인사를 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보스도 보스지만, 전투 이외의 상황에서 저런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히나타를 그는 본 적도 없었다.
항상 웃고 있으면서...
츠키시마는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에 대한 불안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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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어쩐 일로...?"
"아, 카게야마. 뭣 좀 알아냈어?"
"똑같은 약을 가지고 있는 놈을 찾았습니다."
카게야마는 손발이 묶여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다이치는 싸늘한 표정으로 사내를 내려다 보았다.
살기 어린 눈빛에 그는 덜덜 떨고 있었다.
"카게야마, 나가 있어."
다이치가 코트 안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며 말했다.
히나타는 말 없이 그의 코트를 건네 받았다.
카게야마는 처음 보는 다이치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
"히나타."
"카게야마, 나가 있어."
히나타도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
카게야마는 잔뜩 경직된 채로 방을 나섰다.
"그럼 시작해볼까?"
다이치가 결박된 남자의 가슴팍을 퍽 하고 밟으며 말했다.
남자는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네놈들, 유키가오카와 무슨 연관이지?"
"무슨... 유키가오카라니, 난 몰라!"
"그럼 이 약은 어디서 났지?"
턱을 꽉 잡고 들어올리자 남자는 몸을 뒤틀며 발버둥쳤다.
"하, 어차피 죽을 텐데, 굳이 이것저것 떠벌리다 죽을 이유가 있나? 빨리 죽여! 난 할 말 없으니까."
그 말에 다이치는 잡고 있던 손을 거칠게 놓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무작위로 한명을 살려논 것 같아?"
"뭐...?"
"네놈들이 쳐들어 올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 그런데 아무 대책도 안 세웠을리가 없잖아? 빠짐없이 조사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다이치는 얼빠진 표정을 짓는 사내의 머리통을 구두코로 툭툭 건드렸다.
"심문할 때 편하도록 인질이나 약점을 확보해놨기 때문에 널 살려놓은 거란 말이지. 뭐, 그게 안 통해도 입을 열게 할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그...그런...!"
"어이구, 아직 젊은데 벌써 아내도 있고 딸도 있네? 난 아이는 별로 건드리고 싶지 않은데 말야..."
"딸은...! 아내는 건들지 마...!"
"그래, 그래. 나도 이런 삼류 양아치 같은 대사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야... 그걸 원하면 네가 뭘 해야되는 지는 알고 있지?"
"크윽... 약속해! 가족들은 관계없으니까!"
"애초에 우린 평화주의다. 네녀석들도 괜히 설치지만 않았어도 딱히 죽일 필요 없었어."
"젠장..."
"빨리 빨리 끝내자. 잘만 하면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어. 너 하나 살려보내도 별로 문제될 것 없으니까. 우선 약의 출처가 궁금한데?"
"그건... 용병단에서 받은 거야."
"용병단?"
"용병단 죠젠지에서, 의뢰를 했더니 서비스라고... 가지고는 있었지만 수상해서 먹어보지는 않았어. 그게 다야."
"죠젠지라... 별로 들어본 적 없는데. 죠젠지는 누가 이끄는 조직이지?"
"그런 세부정보 같은 건 몰라. 저, 정말이야! 하, 하지만 혀에 피어싱을 한 놈이 하나 있었어! 워낙 비밀스럽게 의뢰를 받아서 우리도 잘 모른다고!"
"흐음..."
다이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굴한 표정을 짓는 남자를 내려다 보았다.
"죠젠지의 거점이 어디지?"
"그놈들은 유키가오카 거점의 경계에 있는 지하 도시에 있어."
"카타콤인가...!"
"워낙 복잡하고 함정도 많아서 이쪽에서 먼저 찾을 수가 없어. 몇단계씩 다리를 건너서 소개받으면 그쪽에서 마중을 나오는 식이야."
"보스, 만약 카타콤의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찾아갈 수 있을 거에요. '옛날'에 몇번 가봤거든요."
히나타의 말에 다이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알아보자. 일단은 유키가오카 놈들이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그날, 투견장은 다 불타버렸는데 어떻게 그 약이 아직도..."
히나타는 손톱을 까득거리며 물어 뜯었다.
"뭐, 일단은 이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다시 카게야마나 츠키시마한테 맡기자."
다이치는 널부러진 남자를 뒤로하고 히나타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
"보스."
"카게야마. 기다리고 있었구나? 좀 더 뽑아낸 후에, 사실 확인까지 다 끝나면 죽여."
"네. 알겠습니다."
"아, 완전히 지쳤다. 보스, 배고파요."
긴장이 풀린 히나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하, 간만에 다같이 뭔가 먹으러 갈까? 할 이야기도 이래저래 많으니까."
"네! 그럼 저 좀 씻고 올게요. 싸우느라 땀 흘려서 찝찝해요."
"그래. 천천히 준비하고 와.
다이치는 히나타의 볼을 양손으로 감싸 꾸욱 누르고는 씨익 웃어주었다.
스가와라와 아사히가 있는 곳으로 다이치가 돌아가고, 카게야마와 히나타만이 남았다.
"히나타. 무슨 일인지 말 못하는 거야?"
"미안, 카게야마.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서 섣불리 말해줄 수가 없어. 널 못 믿어서 말 못하는게 아니라는 거 알지?"
"응, 알고 있지만...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서."
"도와주고 싶으면 일단 내 등이나 밀어주던가."
"이 멍청이가...! 난 일 마무리 해야되. 빨리 가서 씻어."
히나타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카게야마는 심통난 표정으로 히나타를 꾹꾹 밀어 쫒아냈다.
"걱정된다고..."
카게야마는 한숨을 쉬며 다시 심문실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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