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아시, 이런 거 본 적 있어?"
보쿠토는 결박된 채 온 몸을 뒤트는 남자를 가리켰다.
"보스에게 이렇게 얻어맞고 살아있는 사람은 본 적 있냐고 물으신 거라면, 아뇨, 없습니다."
"아니, 아니. 아카아시, 난 그걸 말하는게 아냐. 봐, 보통 인간 같았으면 기절하거나 죽지 않아도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에 움츠러드는데, 그런 기색 없이 계속 공격하려고 날뛰잖아."
"고통을 못 느끼는 건가요? 확실히 이성이 남아있는 상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평범한 인간이었잖아?"
"음... 마약인가요?"
"마약이라, 비슷하지. 하지만 단순한 마약은 아니야."
"뭔가 알고 계시는 군요."
"본 적 있거든. 정신이 나간 채로 자신이 죽이는 것도, 죽는 것도 모르고 계속 날뛰는."
보쿠토의 눈이 위험하게 반짝이자 아카아시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저 사람이 저렇게 즐거워하면 곤란한데.
"그래서, 도대체 뭡니까? 이 사람이 갑자기 미쳐서 날뛰게 만든 것은?"
"하하, 글쎄? 나도 정확이 아는 건 아냐. 하지만 비슷한건, 아니 거의 똑같은 것 같지만, 어렸을 때 본 적이 있거든."
보쿠토는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튄 사내의 피를 벅벅 문질러 닦애냈다.
손수건에 묻은 피를 보고 묘한 표정을 지은 보쿠토는 이내 흥미 없다는 듯 손수건을 내던졌다.
"내가 전에 말했지? 그 '야차'를 본 적이 있었다고."
보쿠토가 쇼파에 털썩 앉자 아카아시는 그에게 커피를 따라 건네주었다.
"확실히 그렇게 말했습니다만은... 그가 이 건에 연루되어 있는 건가요?"
"조급하게 굴지마, 아카아시. 꽤나 옛날 일이라 바로 떠오르지 않으니까."
보쿠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언제쯤이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16? 17? 이무튼 그 즈음에 숙부님이 나를 '투견장'에 데려가신 적이 있어."
"투견장이라면...?"
"우리 세대로 넘어오기 전에 선셋 레이븐의 현 보스, 사와무라군에게 괴멸당한 유키가오카와 중심이었지. 이 도시의 모든 마약이 거쳐가는, 게다가 말 그대로 투견장도 있었지. 인간 투견장이 말야."
"인간 투견장..."
"그래, 여기저기서 팔려온 애들을 개라고 부르며 싸움을 붙이는 정신나간 곳이지. 완전히 미쳤다니까? 경기가 시작되면, 하나가 죽을 때까지 절대 안끝나. 허벅지가 내 손목만한 쬐그만 애들이 죽고 죽이고... 거기 갔다오고 숙부님한테 정이란 정은 다 떨어졌지. 그런걸 즐기는 변태일 줄이야."
"그럼 야차를 봤다는 건... 혹시?"
"그래, 그 아이는 투견중 하나였어. 완전 곤죽이 되어서도 계속 일어나서, 칼을 놓지를 않더라니까? 진짜 무서운 건, 그 칼을 떨궈버려서는 마지막엔 이빨로 물어 뜯더라고."
아카아시는 곱슬머리에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소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무섭군요. 확실히."
"그렇다니깐? 37구역에서 봤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하기사 그런 전투원이 있으면 선셋 레이븐의 고속 성장이 이해가 가지.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쓰러지질 않으니, 그걸 누가 이기겠어."
보쿠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약. 그것도 투견장에서 봤어. 뭐... 약을 본 건 아니고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봤지"
아주 오싹했지.
보쿠토는 회상했다.
아, 저건 이미 인간이 아니구나.
텅 빈 눈동자에서 느낀 공허함과 고통이란.
"누가 봐도 곧 죽을 것 같은 아이를 끌고 나와선, 입에다 뭘 쑤셔 넣는데, 쓰러져서 기침도 제대로 못하던게 갑자기 미친놈처럼 날뛰는 거야. 그러더니 이번엔 상대로 한명도 아니고 대여섯명을 막 내보내서, 살육을 벌이게끔 하는거야.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들었다? 싶으면 눈 앞에 시체더미를 보고 울면서 비명을 지르는 거지."
아카아시는 경악감에 할 말을 잃고 보쿠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솔직히 그때도 사람 시체라던가 본 적 있고, 청부업자라던가 죽이는 걸 본 적 있었거든? 근데 거기 다녀오고 나서 한달은 악몽을 꿨어. 완전히 지옥도가 따로 없어. 아무리 내가 마피아고 사람 한 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라지만, 거기는 그냥, 인간 이하의 것들로 가득 찬 변태 소굴이였어. 더 웃긴 건 그 경기가 유키가오카 주 수입원 중 하나였다는 거지."
보쿠토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몸을 떨었다.
변태 새끼들.
보쿠토 코타로는 싸움을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즐긴다.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스릴과 압도적인 우월감, 그것들은 보쿠토를 흥분하게 만든다.
하지만 뭣도 모르는 아이들 잡아다가 개 취급 하면서 그런 지옥에 굴리는 걸 보고 흥분하다니, 보쿠토는 그때 구역질이 나서 옆자리의 숙부를 찌르고 싶었다.
그를 찌르고 뛰쳐나가 맑은 공기를 쐬고 싶다-
밀폐된 공간에 만연한 피와 살의 냄새, 추악한 인간들의 악취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며 16살의 보쿠토는 처절하게 싸우는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울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 저 아이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
저 아이를 일으키는 건, 죽음에 대한 공포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세상에 즐거운 게 얼마나 많은데,
춤과 노래, 술과 도박, 그런 향락의 세상이라면 모를까 이런 더러운 곳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보스가 되면 37구역을 좀 더 몃지게 꾸밀 수 있겠지. 이런 걸로 돈을 벌다니, 어느 쪽도 정신병자야.'
쾌락주의를 자청하는 보쿠토 코타로에게 이런 고통에 가득한 사지스트 굴은 맞지 않는다고-
보쿠토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시계만 계속 살폈었다.
"그래, 그랬지... 뭐, 꼬맹이도 살았고, 숙부님은 죽었고... 유키가오카도 망했고, 37구는 번성했지!"
"그래서 결론은, 저놈이 먹은 약이, 괴멸 직전까지 가서 43구 하나 겨우 건진 찌꺼기들이 유통시겼다는 겁니까?"
"글쎄... 투견장이 무너진 날, 생존자는 제로라고 했어. 꼬맹이가 살아 있으니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유키가오카 놈들은 다 죽었다고 그랬어. 약의 보관도 유통도, 심지어는 개발도 그 건물에서 했으니 뭔가 남아 있을리가 있나? 약도 개발 자료도 유키가오카 놈들이랑 지옥으로 떨어졌을 걸? 그 약, 아무래도 직접 개발했다는 것 같았거든. 제대로 듣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면 누군가 자료를 들고 나왔을 수도 있겠군요. 생존자가 더 있다면... 그렇다면 일단 그의 말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누구, 꼬맹이?"
"네, 일단 알고 있는 생존자는 그 뿐이고, 게다가 선셋 레이븐이 유키가오카와 전쟁을 치룬 것도 그와 연관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확실히, 그당시 레이븐이 굳이 유키가오카를 건들 이유는 없었으니까... 일단은 스파이짓 한 놈들 다 족쳐서 불게 만들고. 유키가오카는 훼이크일 가능성도 있어. 국제적으로 설치는 놈들, 그것도 아오바죠사이가 나설 정도라면 유키가오카에 초점을 맞추는 건 너무 섣부르지."
"네. 그러고 보니, 들어보니 스트레이 캣츠 쪽에도 첩자들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쿠로오 자식, 사와무라군한테 허술하다 뭐다 하더니. 우리쪽도 당분간 보안에 좀 더 힘쓰라고 해."
"네,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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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락교 머리는 오늘 없어요?"
"락교라 그러면 의기소침해진다고, 게다가 넌 우리 후배한테 무슨 볼 일 있냐?"
"아니, 그냥 머리 모양 재밌으니까, 보면 즐거워져서요."
"악취미구만."
히나타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대꾸했다.
"그러는 너는 카게야마 어디에 두고 졸린눈이랑 왔냐?"
"졸린눈이라니, 그거 나?
엔노시타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토비오쨩은 오늘 바빠서, 그보다도 정부가 지급한 무기 외에도 사용 가능한 거에요? 아오바죠사이에서 무섭게 생긴 사람들은 죄다 왔네요?"
"어이, 이와이즈미랑 같은 취급이냐!"
"맞아! 마츠카와는 몰라도 난 아니지!"
히나타의 말에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불쑥 외쳤다.
"에... 비슷비슷?"
히나타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도, 아오바죠사이가 다테의 무기를 사는 것 보다, 다테가 아오바죠사이에 무기를 파는게 더 신기한데?"
"확실히, 정부의 요원들과 거래를 할 만큼 깨끗하진 않은데 말이에요."
엔노시타의 말에 히나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코트에서 싸우려면 코트에서 제일 좋은 무기를 사야지."
마츠카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스페셜 에이전트 운운하더니..."
"하? 뭐라고? 그 곱슬머리 막 헤집어 버린다?"
"이와쨩상, 맛층상 저러다 총 맞아도 모른다고 경고 좀 해주세요."
"아오, 오이카와 하나도 짜증나는데 너까지 그렇게 부르냐?"
"이와이즈미는 너무 길어요. 개명해요! 이와쨩상으로."
히나타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폭 쉬었다.
"저 괴랄한 발음을 안꼬이고 하는 게 난 너무 신기하더라."
하나마키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그보다도 치ㅂ..."
"치비라 그러면 죽여버릴테다."
"야차군...?"
"하핳, 왜요?"
살벌하게 노려보는 히나타에 이와이즈미는 식은땀을 흘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투견ㅈ..."
"어떤 경솔한 주둥이가 뭘 나불거렸는지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말 안해줄 거니까 닥쳐요."
히나타는 이를 뿌득 갈며 이와이즈미에게 총구를 겨눴다.
히나타의 행동에 엔노시타는 여전히 나른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철컥철컥 커다란 총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하하, 가져오길 잘 했네."
그런 엔노시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공포를 느꼈다.
"어이, 어이! 잠깐 기다리라고! 아무것도 안 물을테니까! 미안! 조용히 있을게!"
코 앞에서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와이즈미는 손사레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하, 이와쨩상이 날 열받게 하는 건 드문데, 앞으론 그러지 말아요?"
"그래, 그래! 알았다고. 치ㅂ... 아니, 야차군."
작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자꾸만 눈 앞의 소년의 실체를 망각하게 된다.
소년은 말도 안되는 괴물이다.
까마귀의 비밀병기, 야차.
평소엔 완전 애처럼 굴면서 순식간에 눈이 뒤집혀서는...
이와이즈미는 소년이 동네 꼬마 따위가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하긴, 애초에 지금 있는 곳도 무기상인데, 동네 꼬마라니.
마피아 주제에, 친근하게 대화 걸어오고 안부까지 묻는다.
그래놓고 화나니까 총구를 들이밀고...
"우와, 카리스마~"
"아깝다, 이와이즈미 죽으면 내가 부장인데."
"마츠카와씨, 착각은 자유라지만, 당연히 차기 부장자리는 내꺼가 맞지!"
"네놈들은 누구 편이냐!"
차기 부장 자리를 논하며 투닥거리기 시작한 마츠카와와 하나마키에 이와이즈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나이 먹고도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는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다니, 실망이구나, 이와이즈미군."
"실망이구나, 이와이즈미군. 부장 자리에서 물러나렴."
마츠카와와 하나마키의 깐족거림에 이와이즈미의 이마에 힘줄이 빡 올라왔다.
"우왓, 굉장한 얼굴. 싸우려면 나가서 할래요? 우리 작업장 망가뜨리면 가만 안둔다?"
"아, 후타쿠치상."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나타난 후타쿠치 뒤에는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있는 아오네가 서 있었다.
"아오네상, 안녕하세요."
히나타의 인사에 아오네는 말 없이 허리를 살짝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아아, 레이븐의 사람들은 예약이 잡혀있는데... 고고하신 정부 요원분들께서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로?"
"오늘따라 빈정거림이 업그레이드 버전이네? 무기상에 무기사러 왔지."
이와이즈미의 말에 후타쿠치는 팔짱을 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그쪽 대장 짜증나서 팔기 싫은데? 보급품이나 써요. 보증도 안된 무기는 못미더워서 못쓴다더니."
"오이카와... 또 쓸데없이 시비 틀고 다니기는...!"
이와이즈미는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이 상황에 보급만 기다리다간 큰일 난다고!'
시라토리자와의 싸움에서 인력도, 무기도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체도 모르는 조직을 잡아다 바쳐야 되는데 다테와 사이가 틀어지는 건 자살 행위다.
기술자 다테, 혹은 다테 공업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무기 조달 뿐만 아니라 직접 개발까지 맡고 있는 코트의 기술 그 자체.
총, 칼, 폭탄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조직의 요새 건설까지 맡고 있는 다테 공업은 코트 내의 주요 세력들이라고 하면 빠짐없이 애용하고 있다.
무기류 뿐만 아니라 007에 나올 법한 정보전용 도구들 까지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어서 마피아 조직이 아님에도 코트 내에서 웬만한 조직들과 맞먹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치 구역까지 형성하고 있는 집단이다.
"우왓, 다테의 무기가 얼마나 착착 감기는데, 그런 심한 말을 하다니...!"
"그치? 이래서 정부의 개들은..."
후타쿠치는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히나타의 곱슬머리를 샥샥 쓰다듬었다.
"한시라도 깐족거리지 않으면 못 사는 놈이니까 이해 좀 해줘. 우리가 좀 아슬아슬하거든?"
이와이즈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가에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거에요."
후타쿠치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놓고 바가지 선언이냐..."
"자, 그럼 우리 소중한 고객님은 따로 모실까?"
후타쿠치는 이와이즈미들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 되어 히나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야, 대접이 달라도 너무 다르네~"
"여기 도련님이 우리쪽에서 쓰는 돈이 얼만지 알아? 게다가 매번 후기도 확실히 작성해 준다고."
후타쿠치가 히나타에게 어깨 동무를 하며 말했다.
"게다가 귀엽게 생겼고, 서글서글하고. 시커먼 요원분들과 같은 취급을 할 순 없지."
"뭐야, 외모로 밀린 거면 자존심 상하는데..."
하나마키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자자, 저런 안타까운 서민들은 냅두고 빨리 갑시다?"
이내 후타쿠치는 히나타와 엔노시타를 데리고 사라졌다.
"에? 뭐야, 우리는 아오네군이랑 거래하는 거야?"
"(끄덕)"
마츠카와의 물음에 아오네는 박력 넘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에에~!"
"흥정은 완전히 물 건너갔구만,"
이와이즈미의 미간엔 주름이 펴질 새가 없다.
.........................................................................................
"그나저나, 까마귀 도련님은 저번에 온 지 얼마 안됬는데 왜 벌써 왔어?"
후타쿠치가 히나타와 엔노시타에게 자리를 권하며 물었다.
"아, 무기건 말고, 필요한게 좀 있어서요."
"흐응... 우리한테 뭘 사러 왔을까?"
"카타콤의 지도와 설계도."
히나타의 말에 후타쿠치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곡선을 만들며 휘었다.
"하, 카타콤이라... 카타콤의 구조를 알아서 뭐하게?"
"지하의 주민들을 좀 만나려고요."
"그 축축한 동네에 이사온 미친놈들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어. 그래도 별일이네, 레이븐이 용병단과 할 말이 있나?"
"후타쿠치상, 죄송하지만 담소를 나누러 온 건 아니라서요. 물건 있나요?"
"예민하긴, 카타콤, 길 잃으면 끝이야. 알지?"
"처음 가보는 건 아니라서요. 다만 조금 예전 일이라, 기억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할 것 같으니."
"헤에, 그 카타콤에 가봤단 말이야? 알면 알수록 대단하네."
후타쿠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카타콤의 지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아, 저는 총 좀 사려고 왔는데요."
엔노시타가 슬쩍 손을 들고 말했다.
"마침 명사수께 어울리는 신상이 있는데, 볼래요?"
"신상 나올 때마다 문자 좀 줄래요?"
"엔노시타상 총 모으는 건 좋은데, 이제 슬슬 방에 다 안들어가지 않아요?"
"응, 그래서 이사를 갈까 생각 중이야."
"그런 이유로 이사하지 마세요..."
-똑똑
"아, 왔나보네. 들어와!"
"후타쿠치상! 물건 들고 왔습니다!"
문에 머리를 박을 것만 같은 커다란 남자가 시끄럽게 외치며 벌컥 문을 열었다.
"시끄러, 코가네! 거래 중인데 누가 그렇게 방정맞게 구냐!"
"시정하겠슴다!"
파이팅 넘치게 말한 남자는 물건을 후타쿠치에게 넘기더니 박력 넘치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빠르게 나가버렸다.
"와우, 파워풀?"
엔노시타의 말에 후타쿠치가 이마를 짚었다.
"신입인데, 성실함이 지나쳐서 곤란해요, 정말... 쓸데없이 목소리만 크고 의욕은 300인데 실력은 70? 완전 허접!"
"하하, 우리도 저런 열혈 타입 넘쳐나서 곤란하다니까요."
"엔노시타상, 그런 말 하면 타나카상이나 니시노야상 울 거에요."
"어라, 히나타는 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에, 저도?"
"하하하, 아니라고 생각했다니."
"상냥한 얼굴로 욕하는 거 그만두세요!"
"카타콤의 지도. 여기 있고... 여기는 신상품."
후타쿠치는 의기양야한 표정으로 히나타에게 지도와 설계도를, 엔노시타에겐 총을 건내주었다.
"소문에 그 용병단에 폭탄마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게다가 그걸 싼 값에 박리다매하는 모양이야. 무기상인 우리는 곤란하다고? 그런 품질 보증 안된 싸구려들이 이 바닥에 돌아다니면?"
후타쿠치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말했다.
"어떤 놈인지 보고 와서 정보를 좀 주시면 다음번 거래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시지."
후타쿠치가 엄지와 검지를 음흉한 표정으로 비비며 말했다.
"뭐, 좋아요."
히나타의 대답에 후타쿠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골이기도 하고, 선물 하나 줄까?"
.....
"뭐에요, 이건?"
"아까 그 커다란 놈이 만든 거야. 총알이 다 떨어지면 전기 충격기로 쓸 수 있지."
"... 이건요?"
"시계형 마취침."
"이거 표절이죠?"
"그녀석 그 만화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더라고."
"... 나한테 쓰레기 버리는 거 아니죠?"
"이래뵈도 코가네가 회심의 역작이라고 가져온 거야."
"회심의 역작을 덤으로 끼워주는 건 역시 버리는..."
"쓰흡! 언젠간 다 도움이 된다니까?"
"... 일단 감사합니다."
...............................................................................................
"쿠로, 부엉이 둥지에도 쥐새끼가 숨어들었다는데."
"아아, 정말... 여기저기 잘도 헤집고 다니네?"
"그쪽도 그랬나봐, 뭔가 약을 먹고 미쳐 날뛰는 거."
"하아? 도대체 뭐가 나도는 거야?"
"정보가 꽤 들어오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얽혀있는게 하나 둘이 아닌 것 같아. 아오바죠사이가 쫓는 놈들 이외에, 개입한 놈들이 또 있어."
"성가시구만~ 잔챙이들도 뭉쳐있으니 처리하기 귀찮아서, 쯧."
"까마귀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뭔가 알고 있나봐."
"우리가 정보전에 특화된 건 맞는데... 어째 방 밖으로 한발짝도 안내딛는 켄마, 네가 모든 정보를 제일 먼저 알고 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다."
"애초에 그게 내 일이잖아?"
"무섭고 든든하네~"
................................................................................
"대-장, 테루시마 대장!"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지하도에 목소리가 울렸다.
"아, 피어싱 볼이 사라졌어. 젠장, 어디로 굴러갔나?"
어둠 속에서 나타난 남자는 혓바닥을 내밀어 혀에 박힌 피어싱을 가리켰다.
"으으, 그거 느낌 이상하지 않아? 입 안에 항상 있는 거잖아."
"꽤 기분 좋거든, 키스할 때."
남자의 쿡쿡거리는 낮은 웃음 소리가 지하에 울렸다.
"지루한데, 37구역에 가볼까나? 진행중인 의뢰도 없겠다..."
"미사키 누님이 한번만 더 카타콤에서 폭탄 가지고 놀다가 폭파시키면 매달아버린데."
"이야, 살벌하시긴."
"어디가, 대장-!"
"대장님은 여자가 고파서 좀 나갔다 온다!"
대충 셔츠를 걸쳐 입은 남자는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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