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 무진장 까칠하네.
마츠카와의 귀에 걸린 이어폰 너머로 하나마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마. 방긋방긋거리다가 정색하면 완전 무서워."
-그보다도, 카타콤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거 아냐? 지도 구하는 건 좀 힘들었지만.
"으왓, 말 끝나기가 무섭게 함정이다."
-어라, 지도엔 그런거 표시 안되어있는데.
"어떻게 되먹은게 부비트랩을 이따구로 막 설치해놨냐..."
-우와,안 따라가길 잘 했지.
"이자식, 너 따위를 친구라고! 으워어어ㅡ 바닥에서 칼이 솟아난다!"
-뭔가 클래식한 함정이네. 영화에서 본 것 같아.
"염장지르냐? 아까는 갑자기 바닥이 쑥 꺼졌다고!"
-죽지 말고, 나한테 돈 갚아야지.
"너 진짜 짜증난다..."
-무사히 돌아오면 내 슈크림 하나 줄게.
"꺼져, 치즈버거로 내놔."
-마츠카와, 햄버거 그렇게 많이 먹으면 고지혈증 걸린다?
"엄마냐, 시끄럽고, 빨리 길 안내나 잘 해."
-난 지도대로 잘 이끌고 있어. 다만 지도에도 없는 다이나믹한 함정들이 널 기다리고 있지.
"오이카와 이자식, 날 제거하려는 속셈인가...!"
-잡담 그만 하고, 신속하게 움직여, 수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카타콤 내부와 연결된 통풍구가 있으니까, 레이븐의 꼬맹이들이 뭐 하는지도 좀 살펴보고.
"훔쳐보다가 꼬맹이 한테 걸리면 이번에야 말로 정말 총 맞을지도."
-이번 건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게 선셋 레이븐이니까 그쪽도 제대로 살펴야되. 뭐, 걸리지는 마.
"라져. 아,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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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때 부터 느꼈지만, 그 지도, 미완성이네."
-미완성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내 기억에 의존해서 이리저리 피하고는 있는데, 그 지도, 함정이라던가 이 카타콤의 몹쓸 부분들이 제대로 표시 안되어있어."
히나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과거의 경험을 상기해냈다.
아, 저쪽으로 잘못 갔을 때 썩어가는 시체더미를 봤었다.
구역질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지.
"카게야마, 그리로 가면 하수도로 추락이야."
히나타는 몸을 돌리는 카게야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확실히, 성가신게 잔뜩이네요. 일단은 야차의 루트대로 지도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또 쓸 수 있겠군요.
"응, 그나저나... 여기는 별로 변하지 않았네. 시체들이 없다는 것만 빼면."
카게야마는 넋이 나간 듯한 오늘의 히나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여유를 잃은 모습은 여동생의 일 이외엔 별로 본 적이 없었는데.
초조해 보이기도 하고, 자신은 모를 과거의 그림자에 조금씩 침식되어가는 듯한 그 모습에 카게야마는 마음이 불안했다.
어렴풋이 들리는 물소리와 습한 공기 속에, 옅어져 사라져버릴 것만 같이 위태로워 보여서, 카게야마는 겁이 났다.
히나타가 그를 구원해 준 것 처럼, 자신도 그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누가 있어. 죠젠지의 일원일까?"
히나타는 저 멀리 보이는 인영에 숨죽이며 말했다.
"글쎄, 제대로 된 정보가 별로 없으니... 하지만 이 카타콤에 숨어든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걸? 아오바죠사이야 일단은 정부의 엘리트들이고, 우리도 다테의 고객 레벨ss 이상이니까 살 수 있었던 자료잖아?"
"그렇기는 한데... 뭐, 아니면 그냥 죽여버리자."
히나타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총을 꺼내들었다.
-제발 대책 없이 움직이지 좀 말아요.
츠키시마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말 걸어봐?"
히나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는 일단 뒤에서 대기하고 있어. 뭔 일 있으면 신호할 테니까, 쏴버려."
"알았어. 조심해."
히나타는 살금살금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용병단을 찾아왔는데, 잘 찾아온 거 맞나?"
"에? 오늘 손님이 온다는 소식은 못들었는데, 누구?"
갑작스레 나타난 히나타에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히나타를 살폈다.
""의뢰를 좀 하고 싶은데... 나, 죠젠지의 기지로 잘 찾아왔나 모르겠네."
남자는 히나타를 위 아래로 훓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인가?"
"하하, 어느 쪽도 아니니까 빨리 너네 대장한테 데려다 줄래?"
히나타는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웃는 낯을 유지하려 애썼다.
"에- 오늘 간만의 휴일이라 즐거운 참인데... 에잉..."
남자는 입을 삐죽거리며 허리춤에 달린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대장, 손님이야."
-(치직) 어? 오늘은 예정 없는데?
"그냥 찾아왔나봐."
-뭐? 우리가 왜 여기를 거처로 정했는데? 여기가 아무나 막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근데 어린애가 왔어."
-하아? 그건 또 무슨...
"저기, 그 어린애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머리통에 총알을 무더기로 박아주겠어."
히타나는 총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헙, 대장! 자기 반만한, 아니 그거 보다 조금 더 큰 총을 들고있어! 벌집이 되겠는데?"
-점점 더 알 수가 없네... 일단 데리고 중앙으로 들어와!
"넵!"
남자는 히나타에게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카게야마, 따라와."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부르자 남자는 일행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는지 깜짝 놀랐다.
"어디서 또 튀어나왔어? 뭔가 신기한 손님들이 찾아온 모양이네~"
남자는 늘어지는 말투로 느긋하게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안내했다.
안내를 따라 다다른 곳은, 지하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커다란 홀이었다.
회색 빛의 벽과 바닥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빨간 쇼파 위에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주변에도 크고 푹신한 카펫이라던가 흔들의자 따위가 널려 있었고, 젊은 남자 몇명이 그 위에 반쯤 누운 채 앉아 있었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 치고는 화질이 괜찮네요. 몇명은 신원을 알아냈어요. 다는 어려울 것 같아요.
히나타의 귓가에 츠키시마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도시에는 출생 신고가 안 된 놈이 너무 많다니까... 지금까지 알아낸 놈들 중에는 이렇다 할 사람은 없는데요. 다 평범하고...
"대장, 손님 데리고 왔는데."
남자의 말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있던 쇼파위의 남자는 기지개를 피며 느릿느릿 일어났다.
"예약도 없이 찾아오신 분은 누구?"
하품을 하는 남자의 입 속에서 피어싱이 보였다.
금발의 남자는 투블럭한 머리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 내 이름은...'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아서...'
히나타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어떤 소년의 목소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 이름은---야.'
"당신은... 누구...?"
"누구냐니, 이 죠젠지의 대장이지! 날 보러 온 거 아냐?"
그는 쾌활한 어조로 히나타에게 말했다.
"그보다도, 여기엔 어떻게 왔어? 카타콤, 아무다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그는 히나타의 가까이로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안경 너머로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말없이 히나타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뭐 하는 겁니까."
카게야마는 히나타를 잡아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잠깐 기다려봐... 확인할게 있으니까..."
남자는 홀린 듯한 표정으로 다시 히나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늘어져 있던 사람들도 그의 행동에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게야마는 잔뜩 경계하며 히나타의 어깨를 잡았지만, 히나타는 부드럽게 그 손을 풀어내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에게로 갔다.
"야차!"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남자는 조심스럽게 히나타의 안경을 벗겼다.
크고 동그란 주황색 눈동자를 마주한 남자는, 흠칫 놀라며 안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테루시마?"
히나타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그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테루시마 유우지?"

동그랗게 뜨인 눈이 이내 활처럼 휘며 환하게 웃었다.

"하! 하하, 너! 너...!"
테루시마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죠젠지의 사람들도, 카게야마도, 이어폰 너머의 츠키시마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라면 찾아올 수 있겠지. 몇번이고 드나들었으니까."
"너 왜... 아니, 살아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네가 왜?"
초록색의, 억지로 입에 쑤셔 넣어질 때 쓰게 녹으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그 끔찍한 약.
그것을 퍼뜨리는 게 테루시마라는 것을 히나타는 믿을 수 없었다.
같은 지옥을 거쳐 왔으면서, 그게 얼마나 구역질나는 물건인지 알면서, 왜?
히나타는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다.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에 그는 어쩔 줄 몰랐다.
왜, 왜?
왜,라는 단어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난 테루시마 유우지야.'
'너도 살아남아서, 다 죽여버려. 더럽고 거만한 사육사들을, 그 돼지들을, 지옥에다 쳐박아버리자.'
그도 히나타와 같이 종종 용병으로 투견장에서 내보내지곤 했다.
테루시마는 히나타와는 다르게 목에 폭탄은 감고 있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반항하고, 날뛰었다.
'헤- 동생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거야? 왜 너만 폭탄이 없나 했어.'
그의 눈은 증오와 분노로 항상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 나가리라는 희망을 단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으, 더러운 크루엘라. 그년이 만지작 거릴 때마다 구역질이 나!'
그는 절대로 체념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눈을 한 건, 그 밖에 없었다.
'넌 이름이 없다고? 그거 심한데... 뭐, 우리 아버지도 대충 전화부 뒤져서 조합한 이름을 나한테 줬으니까.'
히나타가 다시 투견장으로 돌아왔던 날, 열쇠뭉치를 테루시마에게 던져주었다.
'뭐야 너... 왜 돌아왔어? 열쇠...? 하, 좋아, 아주 좋아! 내가 말했지, 다 죽여버린다고.'
자신을 보며 놀라던 테루시마는 이내 손 안의 열쇠를 보며 쿡쿡 웃었다.
스가와라를 구하기 위해 뛰어가던 히나타의 뒤통수에,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외침이 닿았다가 흩어졌었다.
"머리, 염색했네? 나 네 주황색 머리, 좋아하는데."
테루시마는 즐거운 듯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야차, 야차? 저 사람, 아는 사람입니까?

츠키시마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히나타를 불렀다.
"맞아, 너 이름이 생겼지. 뭐더라, 히... 히나... 히나타! 그때 그 사람들이 말 해줬어. 수염나고 커다란 사람이 너 붙들고 엉엉 울던데."
테루시마는 즐거워 보였다.
"너지? 유키가오카를 그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든 거 말야. '형'도, '아버지'도 네 손으로 끝장냈네? 놀랐어. 널 데려간게 마피아의 사람들이었고, 게다가 얼마 안있어서 유키가오카랑 전쟁을 벌이다니."
테루시마는 잔뜩 흥분한 투로 조잘거렸다.
카게야마는, 츠키시마는 쏟아져 나오는 테루시마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엇하나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형'? '아버지'?

그에게 그런 것이 있었는가.

"내 생각엔 우리가 대화를 좀 나누는게 좋을 것 같아."

히나타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너한테 말하고 싶은게 잔뜩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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