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토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할 정신도 없이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보쿠토는 피에 젖은 골프채를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 보았다.
움찔움찔 간간히 떨며 아직 숨이 붙어있음을 알리는 남자는 눈도 채 감지 못한 상태였다.
죽어가는 순간 순간에도 감지 못한 눈동자에 공포가 서려있었다.
"보스, 이제 그만하시죠."
아카아시의 목에 붙어있는 커다랗고 하얀 거즈는 피를 머금어 붉은 빛을 비췄다.
"전 이제 괜찮습니다."
아카아시의 손이 보쿠토의 어깨에 살포시 얹히자 보쿠토의 어깨가 떨렸다.
보쿠토의 눈동자는 여전히 형형한 분노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악문 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으르렁 거림에 아카아시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고 보쿠토와 눈을 맞추었다.
"보스, 보쿠토상, 그 정도로 죽을 것 같았으면 당신의 보좌가 될 수 있었을리 없습니다. 흉터도 안 남을 정도의 상처입니다. 이제 그건 내려 놓으세요."
아카아시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피로 얼룩진 보쿠토의 손 위를 차분하게 덮었다.
서늘한 감촉이 손을 덮자 보쿠토는 꽉 쥐고 있던 골프채를 손에서 놓았다.
무거운 골프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난장판이 된 바닥을 뒹굴었다.
보쿠토는 여전히 숨을 몰아쉬며 위험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떨고 있었다.
얼굴에 피가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손바닥에 얼굴을 파뭍는 보쿠토에 아카아시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죽는 줄 알았어..."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가늘게 새어나왔다.
"말했지만,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저."
아카아시는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보쿠토에게 건내주었다.
"...목에서 피가 나서... 크게 피가 튀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
아카아시는 거즈가 붙은 목의 불편함을 애써 무시하며 담담하게 보쿠토를 얼렀다.
"살짝 베인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카아시는 순간 낯선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생각하자마자 느꼈던 목의 날카로운 고통을 떠올렸다.
마피아라는 직업이 결코 안전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달려든 적은 처음이라 아카아시도, 아카아시가 베이는 것을 본 보쿠토도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얕보였어.... 건방지게, 하! 더러운 것들... 감히, 감히!"
보쿠토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주먹을 꽉 쥔 채 분노로 몸을 떨었다.
"확실히 요즘 쥐새끼들이 많네요. 조만간 청소를 좀 하는 게 좋겠습니다."
"감히 내 부하를, 내 앞에서! 하...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 주겠어."
보쿠토는 더럽혀진 양복의 상의를 벗어 바닥에 던졌다.
손으로 얼굴을 쓸며 고개를 젖히고 크게 숨을 내쉬는 보쿠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아카아시, 오늘 내일은 좀 쉬도록 해. 난 코노하랑 주변 청소 좀 해야겠어. 다신 못 기어오르게 만들어주지."
"저는 괜찮..."
"명령이야. 가만히 쉬고 있어. 깨끗하게 조지고 올 테니까."
단호한 보쿠토의 대답에 아카아시는 한 발 물러났다.
'죄다 죽어나가겠군...'
거칠한 거스의 표면을 살짝 쓸며 아카아시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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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넌트 이글의주인,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 여자가 무슨 수로 내부 정보를 얻었지?"
낮고 굵은 목소리가 실내를 울리자 여자는 겁에 질려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우리 조직이 관리하는 가게의 여자야. 술과 여자에 취한 어떤 멍청이가 주절주절 떠들었겠지."
텐도가 잭나이프를 절걱절걱 돌리며 말했다.
"그놈들도 다 찾아내서 처리해. 입이 가벼운 것들은 필요없다."
우시지마는 싸늘한 눈빛으로 조직원들을 쓱 훓었다.
"그나저나 오이카와는 멈추질 않네~ 부하들 몇명 잃은 것 가지고는 정신을 못차리나봐?"
텐도가 히죽거리는 표정을 자으며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여자를 가볍게 발로 차며 말했다.
여자에게서 새된 비명이 새어나왔다,
"확실히 설치는게 지나치군. 좀 더 확실히 밟아놓을 걸 그랬어."
우시지마는 손가락으로 의자 손잡이를 토독토독 두드렸다.
"보스, 5구역으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음, 그렇군. 시라부, 내가 5구역을 둘러볼 동안 몇명을 시켜서 유곽들을 단속하도록 해. 그리고 조직원들 정신 교육 좀 다시 시키도록. 요즘 너무 기강이 해이하군."
"예, 보스."
우시지마의 말에 시라부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난 이쪽 일 처리하고 있을게~"
텐도는 무릎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떨고 있는 여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부탁하지."
우시지마와 시라부가 나가고, 텐도는 실실 웃으며 칼의 납작한 부분으로 여자의 턱을 들어올렸다.
피부에 닿는 날카로운 칼의 차가운 온도에 여자는 눈물을 쏟아냈다.
"도미넌트 이글 소유의 가게 아가씨가... 정부의 개랑 놀아나면 안되지~? 일개 창녀 따위가 와카토시군이 하는 일을 방해하다니, 정신이 나간 거 아냐?"
칼끝이 가느다란 목을 베어 하얀 피부위에 선혈이 흘렀다.
눈물에 화장이 번져 얼룩덜룩한 얼굴에 날카로운 칼날이 가볍게 지나갔다.
"내가 널 어떻게 할까..."
텐도는 히죽거리던 웃음을 지우고 짐짓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알아? 오이카와란 놈이 말야... 우리에겐 참 가차없거든? 근데 또 여자나 아이한테는 약하다? 특히 너같이 불쌍한 여자."
텐도는 무언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씨익 웃었다.
"아마 너에게 거짓말로 사랑을 속삭인 것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괴로워하고 있을 걸? 마음이 약해~ 꼴에 젠틀맨이라 이거야. 그러니까..."
텐도의 길고 가느다란 손이 여자의 턱을 세게 잡아올렸다.
"네 혀를 뽑아 놈한테 보내는게 좋을 것 같아."
텐도의 말에 여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꺽꺽거리는 소리만 내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키스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 입이 가벼운 너에게는 딱 좋은 벌이지. 안그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에 그를 지켜보는 부하들의 얼굴에도 공포가 서렸다.
깔갈거리던 텐도는 갑자가 여자의 턱을 놓더니 획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누구야? 이 아가씨 한테 쓸데없이 조잘거린 놈은?"
크고 번들거리는 눈동자에 그들은 차마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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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히나타. 수고했어."
히나타의 보고를 들은 다이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젖혔다.
"그때 그 아이가 죠젠지의... 그보다도, 정말 죠젠지에 유키가오카를 맡겨도 되는 거야? 걔네를 어떻게 믿어?"
스가와라는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요... 일단은 그쪽 나름대로 게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쪽 사람도 심어 놨으니까, 별로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놀랐어. 유키가오카가 그런 자폭에 가까운 계획을 세우다니..."
여전히 눈을 감고서 다이치가 말했다.
"츠키시마랑 카게야마가 많이 화난 것 같아요."
히나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시무룩하게 말했다.
"둘 다 널 많이 좋아하니까. 걱정하는게 당연하지."
스가와라가 히나타를 달래듯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다이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죠젠지가 유키가오카를 처리하는 것은 이쪽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를 발판으로 성장힐 죠젠지는, 선셋 레이븐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히나타의 말만 들었을때, 죠젠지의 수장인 테루시마는 너무 불안정하고 즉흥적이다.
요즘같은 흉흉한 분위기에서, 대처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유키가오카와 싸우다 양쪽 다 자멸해버리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치는천천히 눈을 떴다.
"히나타, 카게야마랑 츠키시마 데리고 밥이나 먹는 건?"
"둘 다 지금 기분 엄청 다운된 상태라... 물어보기는 했는데, 카게야마는 생각 없다고 하고, 츠키시마는 밀린 업무가 있다고 그랬어요."
히나타는 눈에 띄게 추욱 처져서 말했다.
"그럼 이 나랑 마파두부 먹으러 갈래?"
"스가, 너가 먹는 마파두부는 너밖에 못 먹어."
"이런 나약한 것들!"
"위장까지 강해야해?"
스가와라의 말에 다이치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고기 먹어, 고기."
"다이치 요즘 살찐것 같으니까 야채 좀 먹어."
"스가, 이건 근유..."
"근육은 무슨, 셔츠 꽉 끼어서 못입게 될 것 같으니까 운동 좀 해! 아무리 부하들이 우수해서 직접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지만!"
"...이건 근육인데..."
스가와라의 잔소리에 궁시렁거리는 다이치에 히나타는 웃음이 터져 꺄르르 웃었다.
"보스니까 풍채가 좀 있어도 괜찮잖아요?"
"배 나온 아저씨가 우리 보스가 되는 건 인정 못해!"
히나타의 말에 스가와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하하, 난 그래도 좋은데."
"히나타, 그렇게 말하면 다이치가 안심해 버리니까 그만둬. 난 슬림핏의 보스를 원한다고."
"슬림핏의 보스는 또 뭐야..."
"다이치! 궁시렁거리지 말고 내일부터는 아사히 근력 트레이닝 하는 거에 동참해."
"그녀석 아침에 수염이고 머리카락이고 부시시해서 패잔병 같은 비주얼로 상쾌한 표정으로 운동하는 거 짜증나."
"보스, 그거 아사히상 들으시면 우울하실 것 같은데..."
"히나타, 10년 넘게 같이 살아서 알겠지만, 이미 말 했단다."
당당하게 말하는 다이치에 이번에는 스가와라가 빵 터져서 깔깔 웃었다.
"하하하하, 그때 아사히 얼굴 장난 아니였지!"
"스가상, 그 웃는 얼굴로 심한 말 하는 거 공격력이 너무 높아요."
"스가는 우리 조직의 몇 안되는 정신계 전투원이야."
다이치가 말했다.
무거웠던 분위기가 가벼워지자 히나타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래. 나는 그냥 이 사람들을 위해 싸우면 되는 거야. 이 도시의 뭐가 어떻게 되던, 그냥 가족들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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