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나 그다지 불평하려는 건 아니지만..."
야마구치는 캐주얼한 수트를 입은 자신을 어색하게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이런 건 보통 이케맨들이 맡는 거 아냐? 츳키라던가."
"야마구치의 이케맨 기준은 츠키시마구나?"
"아냐, 히나타. 아마 야마구치의 '우수하다' 기준은 전부 츠키시마일 걸?"
야마구치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히나타와 스가와라에 울상을 지었다.
"저 진짜 자신 없어요! 애초에 전 백업 전문인데... 저 해커거든요?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면 무용지물이에요!"
"자신감을 가져, 야마구치!"
"스가와라상, 모든 일이 자신감으로 해결되지는 않아요!"
야마구치는 셔츠와 마이에 목이 조이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후드티 말고 그런 것도 좋잖아?"
히나타가 휴대폰으로 야마구치를 찍으며 말했다.
"후드티는 해커의 가죽이나 다름 없다고요! 아니, 애초에 허니트랩, 그것도 중년 남성을 꼬시는데 왜 제가 투입되는 겁니까!"
야마구치는 울먹거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타겟의 취향이 딱 야마구치라서... 에잇, 조직의 톱니바퀴로서 구르라면 구르는 거지! 무슨 말이 많아!"
"무슨 블랙 기업입니까? 아, 마피아지... 그보다도 야차, 그런 말 누구한테 배웠어요?"
"야근하는 츠키시마."
히나타의 대답에 야마구치는 입을 앙 다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츠키시마의 말에는 따질 수가 없다.
"타겟이 배 나온 반짝 대머리 아저씨가 아닌게 어디야? 나름 미중년이고, 젠틀하다고 소문났다고."
스가와라는 힘내라는 듯 야마구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마성의 게이같은 스타일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능수능란한 캐릭터면 휘둘릴 뿐인데!"
"그 남자, 그런 어리숙한 청년이 타입이라는 것 같으니까 최적이라고? 걱정마, 히나타가 따라가니까."
"야차, 클럽에 들어갈 수 있어요?"
"야마구치, 그거 무슨 뜻?"
"아니, 작으니까... 으앗, 죄송해요! 취소! 취소!"
작다는 말에 히나타가 잡지를 둥글게 말아 야마구치에게 휘둘렀다.
"그런 식이면 그 남자랑 베드인하게 되어도 구해주지 않을 거야."
"그것만은 제발 봐주세요... 츠키시마가 백업하는 임무인데, 친구가 마성남이랑 베드인하는 거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마성남이라... 어감 좋은데? 작전명으로 쓸까? '마성남 꼬시기' 이런 걸로."
"스가상, 그거 좀 촌스럽지 않나요?"
"두사람 자꾸 다른 길로 새지 마세요! 지금 방구석에서 자판만 두드리다 끌려나온 저의 당황스러운 심정을 좀 헤아려 주실래요?"
야마구치는 아예 울 것 닽은 얼굴이 되어 징징거렸다.
"왜그래~ 야마구치는약한 소리하지만 막상 하면 잘 해내는 성격이니까."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스가와라에 야마구치는 절망과 불안이 엄습했다.
"마약 밀수 브로커니까, 뭔가 준다고 넙죽 받아먹지 마. 마약이나 최음제 같은 걸 먹으면 곤란하니까."
"...점점 불안해지기만 하는데요."
평온하게 말하는 스가와라에 야마구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뭣하면 내가 구해줄게. 너무 걱정 마!"
히나타의 말에 야마구치는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다.
'파괴 전문이 그런 말 해봐야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 밖에 보이지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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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는 능숙하게 허리를 감아오는 손에 어쩔 줄 모르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손의 주인을 슬쩍 올려다 보자 야마구치의 반응에 묘하게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스러움을 표하고 있었다.
"야마자키군, 뭔가 마시지 않을래?"
귓가에서 가까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야마구치는 필사적으로 패닉을 억누르고 있었다.
-야마자키라니, 어떻게 되먹은 조악한 사고방식인지... 야마구치에서 야마자키로 바꾸는 건 가명의 의미가 없잖아?
초조함에 돌아버릴 것 같은 야마구치와는 달리 계속된 야근으로 성질이 날카로워진 츠키시마의 투덜거림이 귓속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아, 히로로 괜찮아요."
야마자키 히로, 라는 가명으로 타깃에게 접근한 야마구치는,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일단은 타깃의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으아, 엉덩이 만지고 있어!'
여기저기 만져지면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야마구치의 반응이 타겟을 꽤나 즐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
"히로군은 다리가 참 예쁘네. 말랐지만 제대로 쭉 뻗었고. 허리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에 적당히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의 이 미중년은, 마약 딜러로, 요즘 설쳐대는 신흥 조직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었다.
반복되는 침입에 맞서기 위해 정보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다름 아닌 야마구치였지만, 설마하니 자기가 넘긴 정보로 이런 전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살하지 못했다.
'쓸데없이 남자 취향이라던가 세세하게 조사해서는-! 심지어 이거 야차도, 츠키시마도 보고있는데! 수치사 할 것 같아!'
라고 야마구치는 끈덕지게 달라붙는 손을 밀어내며 속으로 오열했다.
"저기, 저는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음? 아아, 히로군만 좋다면 오빠가 좋은데? 하하, 지금 표정 귀엽네. 농담이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줘."
"예? 선생님?"
-설마했던 변태로군. 선생과 제자 플레이를 좋아한다라... 이런 정보는 어떻게 얻은 거야...
'그 제자 역을 내가 하게 될 줄 알았으면 조사하지 않았을 거야!'
"에... 선생님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 이 호텔의 클럽, 꽤 엄청난 분들이 종종 오신다고 하던데..."
야마구치는 목소리를 떨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며 말했다.
어설픈 눈 웃음에 남자는 멋진 미소를 지었다.
"하하, 글쎄... 뭐, 그냥 장사꾼이지. 이 도시에선 그게 잘 먹히거든."
"입고 계신 것도 엄청 좋은 거 아닌가요? 이 커프스, 굉장히 멋있어요."
야마구치는 대화를 나누면 좀 덜 만지작거리겠거니 하는 마음에 열심히 대화할 거리를 찾았다.
"아아, 이 커프스, 꽤 마음에 드는 놈이지. 뭐, 난 히로군의 교복 단추가 더 가지고 싶지만."
-이거라도 좋으면 가지라고 해. 웬만하면 좀 수줍게.
'방금 목소리 스가와라상 아니었나?'
"저, 저기... 교복은 아니지만 이거라도 괜찮으시면..."
야마구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마이 자락을 살짝 당겨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우와, 기쁘네. 하지만 히로군... 이왕 줄 거라면 더 안쪽의 옷에서 주는 건 어때?"
굵은 손끝이 야마구치의 가슴팍을 셔츠 위엣서 훓었다.
오싹 소름이 돋는 감각에 야마구치는 살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흐앗, 그, 그게..."
"하하하, 정말로 귀엽네.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싶어."
-야차가 있는 쪽으로 타깃을 데리고 이동해. 그가 휴대폰을 빼돌릴 거야.
츠키시마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히나타 혼자 바에 앉아 바텐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저기... 목이 좀 마른데, 저 바에서 뭔가 마시지 않으실래요?"
-야마구치, 고개를 숙이고 목을 쓸어! 그러면서 살짝 올려다봐! 그리고 선생님...? 이라고 말해!
'이번에도 스가와라상... 그 사람 보스 보좌 안하고 거기서 뭐 하는 거야?'
하지만 야마구치는 스가와라가 얼마나 사람을 잘 다루는지 잘 알았으므로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으아, 변태같은 얼굴 하고있어.'
"...선생님...?"
"그래, 이 선생님이 뭔가 사줄게."
-여기는 야차, '파수꾼'과 타겟의 접근을 확인.
히나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야마구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들키면 어떡하지!!!'
바에 가까이 다가가자 무슨 이유에선지 히나타가 타겟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타겟과 야마구치가 의자에 앉자 히나타는 빙글 자신의 의자를 돌리고는 타겟의 어깨를 리듬감 있게 살짝 두드렸다.
"아저씨,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어때?"
교태로운 웃음을 지으며 체리가 든 칵테일 잔을 타겟에게 밀어 건네는 히나타에 야마구치는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미안하지만, 일행이 있어서."
"흐응... 딱봐도 쑥맥인 것 같은데... 나 진짜 잘하는데, 싫어?"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히나타가 빼꼼 혀를 내밀지 동그랗게 매듭진 꼭지의 체리가 있었다.
작고 하얀 손이 느릿하게 타겟의 손목을 감는 동안, 다른 쪽 손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있었다.
'역시 최고 간부! 엄청나!'
타겟은 손목 시계를 덮은 히나타의 손을 떼어내고 히나타가 건낸 잔의 체리를 히나타의 입에 넣었다.
"너처럼 똑똑하고 능숙한 아이는 별로야. 가르치는 보람이 없거든."
그 말에 히나타는 색기 띈 얼굴로 샐쭉 웃더니 그럼 안녕-하고는 가버렸다.
-야차 물건 입수 완료. 파수꾼은 좀 더 이야기를 끌어내 주세요.
츠키시마의 담담한 목소리와 야마구치 자신의 심장 소리가 섞여 쿵쿵 울렸다.
"미안, 히로군."
"아, 아니에요. 선생님 멋있으시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 걸?"
남자가 야마구치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최근 거래하고 있는 조직이라던가 물어봐. 자연스럽게.
'아니, 그런 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물어봐?'
"하하... 저기 그거 들으셨어요? 요즘에 이 주변에서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고 하던데... 진짤까나...?"
"아아, DK17이라는 조직이 확실히 요즘 커지고 있지."
"우와아, 그런 쪽 잘 아세요?"
"그냥 업무의 일환으로 조금. 왜, 그런거 관심 있어?"
"아무래도 이 코트라는 도시에서는, 그런 과감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좀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 그럼 선생님이 좀 가르쳐 줄까? 내가 이래뵈도 그쪽이랑 좀 점점이 있으니까."
"가르쳐주세요!"
'이 인간 너무 쉬운 거 아냐? 뭔데 술술 불려고 준비하는 거야?'
"그래도 조금 일에 관련된 이야기니까, 여기 말고 방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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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는 지금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채로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스가와라상이 아무거나 먹지 말라고 안하시던?
츠키시마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도 야마구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히로군, 지금부터 내가 많이 알려줄게."
남자는 바닥에 뒹구는 와인잔을 무시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야마구치에게 다가왔다.
'뭐, 뭐야! 왜... 왜 안움직여! 흐엉, 어떡해...!'
"너무 겁먹지마. 그냥 근육 이완제야. 가만히 누워서, 선생님이 하는 거 잘 보고 배워?"
야마구치는 점점 다가오는 남자에 소리를 질렀다.
물론 목소리는 나오질 않았다.
뜨거운 손이 야마구치의 몸을 벌레마냥 소름끼치는 움직임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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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치비쨩~? 여긴 어쩐 일? 임무-?"
"그렇게 부르면 관자놀이에 납으로 된 선물을 퀵으로 보내준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히나타는 테이블에 엎어져 있는 오이카와를 보며 혀를 찼다.
"으아, 누가 토비오의 파트너 아니랄까봐... 까칠한건 전염되나봐~?"
"위험한 놈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아오바죠사이 대장님이 이렇게 무방비로 취해있다니, 이제 그쪽도 끝인가봐요."
"치-비쨩, 무슨 그런 심한 말을. 아, 맞다! 토비오가 맛층 숨어있는 곳을 죠젠지에 알려줬다며? 완-전 너덜너덜, 넝마가 되서 돌아와서는, 길길이 날뛰었다니깐?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린다고."
벌건 얼굴로 늘어지며 말하는 오이카와를 히나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카게야마가 그랬어요. 당신, 늘상 능글거리는 주제에, 임무에서 여자들이랑 얽히면 엄청 힘들어 한다고."
"엉? 걔는 왜.... 왜 또 쓸데없는 걸 나불거리냐아-"
"분명 누군가를 안아서 정보를 빼냈겠죠."
"다 안다는 듯이, 뭐야 치비쨩은 건방지네~!"
"당신은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아요, 여기서 벗어나는 편이 당신에게 이로울 거에요."
멍한 눈동자에는 약한 열기가 어려있었다.
눈동자만 움직여 자신을 바라보는 오이카와에 히나타는 휴지곽을 끌어다 그의 눈을 가려버렸다.
"상냥한 사람은, 코트에서 죽어버리니까."
"...난 그런 사람 아닌데."
"거짓말. 당신, 카게야마 한테도 죄책감 느끼고 있잖아요? 그때, 토비오에게 배신자라고 했을 때, 오히려 당신이 상처받은 표정 지었고."
"누가 토비오 따위를..."
"그냥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싶었을 뿐이면서."
"..."
"사과도 못 한채로 그는 마피아의 일원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답답하고, 짜증나니까 일일이 시비를 거는 거 다 알아요."
"시끄러... 아니야, 그런거..."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게 코트의 룰이에요."
"...너는."
오이카와는 얼굴을 가리던 휴지곽을 밀쳐 저 멀리로 보냈다.
맑고 올곧은 눈동자가 히나타를 향했다.
"...너는 살아있잖아. 상냥한 아인데."
그 말에 히나타는 살짝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날 알면서, 그런 말을 하네요? 당신은 내가 '사람'으로 보여요?"
히나타는 셔츠 카라를 살짝 내려 안쪽을 오이카와에게 보여주었다.
하얀 피부 위에 검붉은 흉터들이 벌레가 기어간 듯한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몸에 상처를 남긴 놈들 중에, 살아남은 놈은 단 한명도 없어요. 이 몸에 닿기도 전에 죽어버린 사람은 더 많고요."
할 말을 잃고 자신을 쳐다보는 오이카와에게 히나타는 싱긋 웃어보였다.
"난 오래 전에 인간이길 포기했어요.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상관없이, 죽이라면 죽이고, 죽으라면 죽는거에요."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저기요, 인간씨. 빨리 도망가요."

괴물들의 도시에 인간은 어울리지 않아요-
가벼운 웃음이 오이카와의 피부에 닿았다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작은 소년도 사라졌다.
오이카와는 무거운 병을 기울여 술을 잔에다 쏟아냈다.
독한 향이 머릿속까지 잠식해서 오이카와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

-뭡니까, 방금 그건.

오이카와에게서 멀어지는 히나타의 귓가에 짜증 섞인 츠키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불쌍하니까."

히나타는 지굼 츠키시마가 짓고 있을 표정을 상상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아오바죠사이 놈들은 요즘 어딜가나 있군요.

"그러니까. 가여운 사람들 같으니."

-그런 놈들은 내버려두고, 파수꾼이 타겟이 준 와인을 마신 모양이에요. 베드인 직전이니 빨리 구해주세요.

"그걸 받아마셨어? 걔는 조심성도 많은 애가 왜..."

-긴장해서 아무거나 입에 집어 넣었겠죠. 액체라 순식간에 마셔서 말릴 틈도 없었어요.

"금방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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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는 옷이 반쯤 벗겨진 채로 남자의 손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 야차가 가고 있으니까.
츠키시마의 말이 전혀 위안이 안 될 만큼 야마구치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배나 허리를 더듬는 남자의 손과 귀와 목덜미를 물고 핧는 감각에 야마구치는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히로군은 입술도 참 예쁘네. 키스하고 싶어지는 귀여운 입술이야."
말캉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자 야마구치는 왈칵 눈물이 고였다.
-띵동
"룸서비습니다아!"
갑자기 종이 울리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놀라며 야마구치에게서 입을 뗐다.
"뭐야? 경호원들은 뭘 하고... 안시켰으니까 돌려보내!"
남자는 밖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소리쳤지만 이내 다시 종소리가 울렸다.
-띵동
"룸! 서! 비! 스! 입니다!"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외치는 소리에 남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짜증을 냈다.
"이것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남자는 야마구치의 뺨에 살짝 키스 한 후 로브를 걸치고 쿵쿵거리며 문으로 행했다.
"룸서비스 안시켰...! 으어억!"
"빨랑 빨랑 못 열어? 이 변태 새끼가 뒤질려고 환장했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가만히 누운채, 야마구치는 들려오는 히나타의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히나타가 타겟이었던 남성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거나 받아먹지 말라니까!"
코피를 줄줄 흘리는 남자를 바닥에 내팽겨치며 히나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듬직해! 남자다워!'
히나타는 서랍을 뒤져 왜 있는지 모를 빨간 로프를 꺼내 남자를 기괴한 모양새로 묶어 화장실 안쪽에 던져놓았다.
가운을 둘러주며 자신을 안아드는 히나타에 야마구치는 눈물이 터져 엉엉 울기 시작했다.
"흐어엉, 무서웠어요..."
"그러니까 주는 걸 넙죽 받아마시긴 왜 받아마셔! 넌 시말서 10장은 써라."
"우리 마피안데 그런 것도 있어요?"
"네 꼴을 보면 누가 널 마피아라고 생각하겠니. 그리고 마피아라는 자각이 있으면 좀 와일드해져봐! 왜 우는 거야?"
"전 해커잖아요! 이제 이런거 시키지 마세요! 흐어억, 흐엉..."
"나보다 15센치 큰 너를 안고 달리는 내 심정을 헤아려줄래? 말랬는데 왜 무거운 거야! 너 감자튀김 좀 줄여!"
"제가 더 큰데 당연히 무겁죠, 으엉어엉..."
"던져버린다? 어우, 이걸 부하라고..."
-시말서 양식 메일로 보내줄게.
"츳키 너까지...! 그보다 진짜 있어? 양식까지?"
-하하, 필요한 정보 확실히 뽑아냈으니 오케이잖아? 너무 구박하지마.
"흐엉, 스가상-"
"뭐, 일단은 임무 완료. 야차, 파수꾼 카라스노로 복귀합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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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오이카와는 텐도가 보내온 그녀의 혀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수국 한다발과 함께. 이와이즈미도, 아오바죠사이의 그 누구도 오이카와가 받은 그녀의 조각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혀에서 쓰게 녹는, 오이카와 자신이 뱉은 거짓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오이카와는 쓰고 독한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사랑하지 않았던 여자의 몸에서 나던 백단 향이 술과 담배의 냄새 속에 섞여 그의 폐를 파고들었다.


*(여담)히나타가 오이카와에게 한 말은 완전 사실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츠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다 생긴 흉터가 손목에 남아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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