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거 된 거리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떠돌이 개나 고양이 조차도 얼씬하지 않았다.

까마귀들은, 마치 관찰하듯이 까만색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비정한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제대로 옷가지를 갖추지 못한 비루한 시체들은 언뜻 보기에도 흉악한 가시가 박힌 목줄을 멘 채로 너절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킨다이치는 구역질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침침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다.

지옥같은 광경에 눈물이 나려했기 때문이다.

쿠니미는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눈살을 찌뿌렸다.

얼마나 미쳐 돌아가야 만족할 것인가.

이젠 비정한 도시라는 말로도 한참 부족한, 차라리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지하 세계가 더 어울릴 법한 꼴이 아닌가.

몇몇 시체들의 얼굴앤 길게 손톱 자국이 나 있었다.

손가락에도, 검붉은 색으로 굳어 가루가 되어 날리는 피가 묻어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스스로를 쥐어 뜯을 만큼 괴로웠나.

거리 중앙의 삭막한 광장에는 하얀 스크린이 울부짖는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고 있었고, 그 앞에는 빔 포로젝터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바싹 말라가는 입안을 침으로 축이며,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달칵, 기계의 전원을 눌렀다.

오직 죽음 밖에 남아있지 않은 거리에, 흔들리는 하얀 천에 비친 것은, 정신을 잃을 만큼 지독한 광기였다.

죽고 죽이는, 좀비 마냥 찔리고 베여도 일어나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공허한 눈동자로 여자, 남자, 아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흐린 눈동자에 번뜩 빛이 스미었을 때, 살아남은 자들은 바닥에 즐비한 가족의, 아이의, 연인의, 부모의 시체에 비명을 질렀다.

손톱이 얼굴의 여린 살갗을 찢을 만큼 세게 쥐어뜯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

미친 사람 처럼 소리 지르며 자해하던 이들은 이내, 고장난 듯 우뚝 멈추더니 손에 들린 젖은 칼로 자신을 찔렀다.

그렇게 화면 속의 모두가 쓰러져 숨소리 조차 끊어져, 모든 생명의 호흡이 끝난 순간, 허공을 찢어버릴 듯 날카롭게 가르는 남자의 웃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광기에 찬 웃음 소리는 너무나 격렬하여 차라리 울음 소리 같았다.

거리에는 지키는 자들의 침묵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광인의 웃음 소리와, 혈향을 머금은 바람소리, 서러운 까마귀의 울음 소리만 남아 메아리쳤다.

이와이즈미는, 문득 소매를 걷어 팔뚝을 살폈다.

혹시 초록색 비늘이나 북실북실한 털이 자라있을 지도 몰라.

괴물들울 쫓다가 정말로 괴물이 되어버려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스스로를 잃읗 정도로 괴물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이와이즈미는 말 없이 시체 더미를 배경으로 울리는 웃음 소리를 듣고있는 오이카와에게 시선을 던졌다.

너만은, 괴물이 되더라도 내가 반드시, 반드시 구해줄 터이니, 부디 뒤돌아 보지 말고 악마들을 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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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유키가오카가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아카아시는 꺼림찍한 표정으로 사진이 여럿 꽂힌 파일을 보쿠토에게 건내었다.

"...하! 어느쪽을 털어야 할지는 이제 고민할 필요도 없겠어."

보쿠토는 사진에 기록된 참상에 눈썹을 찡그렸다.

"죠젠지냐, 유키가오카냐 했지만, 유키가오카가 이렇게 된 이상 답은 명확하지."

보쿠토는 슬쩍 짜증이 일었다.

개나 소나 덤비는 통에 누가 누구랑 연결된 건지 파악하는게 영 어려워졌다.

그런데 또 이런 목적 불명의 조직이 활개를 치니...

그냥 성질대로 다 죽여버릴까.

조화파니, 평화주의자니 해도, 결국 보쿠토는 정복자였다.

전쟁 영웅, 수많운 세력들이 존재하는 코트 위에서, 더 많은 구역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 도시의 마피아들의 목표이다.

보쿠토는 젊은 나날부터 일찍이 구역을 확장하고 침입을 경계하는데 직접 힘썼다.

그런 그에게, 최근 반복되는 침입과 도전이 너무나도 성가셨다.

"죠젠지의 자료를 모아. 그리고... 까마귀 둥지에 다시 가봐야겠어."

보쿠토는 주황색 머리의 소년을 떠올렸다.

과거의, 현재의 히나타 쇼요.

어둠에 잡아먹힌 초점 없이 흐릿한 눈동자의 어린아이와, 당당한 웃음을 건 채로 날뛰는 야차가 겹쳤다.

그는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다.

죽어버린 유키가오카에, 도망쳐나온 소년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보쿠토는 그것이 몹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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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쨩, 실은 내가 얼마전에 손에 넣은게 있어."

살짝 멍한듯, 아니면 생각에 잠긴듯 알수 없는 곳에 초점을 둔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뭔데?"

이와이즈미는 약간 잠긴 목에 긁는 듯한 목소리가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인상응 썼다.

"레이븐과의 전쟁에서 죽은, 유키가오카 넷째 아들의 사진."

"그런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자료잖아?"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의문을 표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의 어릴적 사진이야."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낡고 꾸깃한 사진을 한장 건내었다.

누런 빛으로 살짝 빛이 바랜 사진의 소년은, 이와이즈미가 알고 있는 소년의 것과 꼭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황색 곱슬머리, 하얀 피부, 크고 동그란 눈.

다른 것이 있다면 사진 속의 아이는 차갑고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이와이즈미는 다시금 목이 잠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손으러 목을 감쌌다.

"치비쨩의 아버지일까?"

오이카와는 확신하고 있었지만, 글쎄, 그 아이가 투견장의 개였단 단서를 얻은 지금은 자신의 확신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버지에 의해 산지옥으로 밀려난 아이와, 훗날 그런 아버지를 죽이는 소년.

"왜, 이와쨩? 범죄자들은 저마다 변명하듯 불행한 과거를 늘어놓잖아? 하지만 난 그게 참 우습단 말이지... 더 불행하고 힘들어도 떡하니 버텨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정당화하는 건 짜증만 났거든."

이와이즈미는 아무 대꾸 없이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이 도시에서 19살이면 어린 것도 아닌데... 외견이 그래서 그런가? 왜자꾸, 왜, 계속 이해갈 것만 같고, 막 동정하게 되고 그러지? 왜 그 아이를 연민하지?"

오이카와는 뿌뜩 이를 갈았다.

이와쨩, 우리는 도대체 뭘 지키고 있는 걸까?

어린 아이가 너무나도 괴로워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택하는, 그런 정신나간 상황을 우리는 무엇하나 바꾸지 못해.

오늘 유키가오카에서 이미 조금 부패가 시작되던 시체 더미들 사이에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마피아의, 범죄자의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어린 아이였다.

어린 아이들.

아프지 않을,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지킬 의무가 있는 어른들은, 그저 검푸른 빛으로 변해가는 죽음을 말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죄가 없어.

어린 아이에겐, 어른의 분노를 책임지지 않을 권라가 있는데.

오이카와는 무력감에 다시금 괴로워졌다.

살육의 도구로 길러지느라 채 어른이 되지 못하고 몸만 자라 세상으로 나왔던 카게야마.

더이상 파헤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끔찍하게 얼룩진 과거를 가진 까마귀 소년.

두 아이들을 떠올렸다.

울컥 울컥 무력한 자신에 알 수 없는 혐오가 차올랐다.

이 와중에도 도미넌트 이글, 우시지마 와카토시 하나 만으로도 힘들다-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 도시에 커다란 돔을 씌우고, 그 안에다 폭탄을 마구 설치해서, 싹 다 날려버리는게 좋을지도 몰라."

오이카와는 자조적인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땅 위에다가 하얀 꽃들을 심는거야...

이와이즈미는 묵묵히 오이카와의 물기 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올곧은 그는, 상처입고 괴로워할 것이나 결코 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이와이즈미에겐 있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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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머리카락은 새카만 흑발이었어요."

히나타는 팔로 눈가를 가린 채 스가와라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었다.

흑단 같이 검게 빛나는 머리칼을, 히나타의 아버지는 몹시도 사랑했다.

"긴 생머리의, 살짝 뾰족한 눈매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어요."

어머니의 그 무엇도 닮지 못한 남매는 끝없이 외로웠다.

자기의 인생을 부숴버린 남자와 꼭 닮은 아이, 사랑하는 여자와 한조각도 닮지 않은 아이.

누구도 쇼요와 나츠를 사랑하지 않았다.

빛나던 까만 머라카락이 흐리멍텅하게 빛을 잃은 채, 삼발이 되어 밧줄에 걸린 어머니와 함께 힘없이 흔들리는 모습.

아버지란 남자의 자기 혐오는 자신을 꼭 닮은 아이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리고...

쉿, 그만.

이제 괜찮아.

따뜻하고 다정한 손길이 아이의 포근한 머리칼을 스쳤다.

전해져오는 온기와 무게에 히나타 쇼요는 더할나위 없이 안심이 되었다.

쇼요, 괜찮아.

이름을 준 사람이 불러주는 자신의 이름은, 몇번을 되내에도 따뜻하고 기뻐서 눈물이 난다.

"나츠를, 나츠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을때, 전 너무 기뻤어요."

오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소년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작은 동생을 부를 이름이 없다는 것에 언제나 괴로워했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 이외엔 배운 것이 없는 소년은 동생에게 줄 좋은 이름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창문으로 밝게 태양이 비추고 하얀 커튼이 나부끼던 그날, 다정하게 이름을 지어주던, 스가와라.

히나타는 그날부러 행복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쇼요, 히나타 쇼요.

나츠, 히나타 나츠.

방긋 방긋 웃으며 선물받은 이름을 반복해서 말하던 어린 동생에 히나타는 처음으로 평온함을 느꼈다.

"스가상이 100살, 200살이 될 때까지 제가 지켜드릴 거에요."

히나타위 말에 스가와라는 눈가를 가린 아이의 손등에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너무 듬직한걸?"

"보스도, 아사히상도... 제가 다 지킬거에요."

작은 손을 사이에 두고 맞댄 이마에 온기가 퍼져나간다.

소년에게선 햇빛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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