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와 같은 지옥을 지나왔으니 알겠지. 룰은 단 하나. 죽지 않고 죽이는 사람이 승리한다."

소년은 한치의 떨림도 없이 날카로운 칼을 겨누었다.

분노에 잠식되어 오히려 차분해진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증오하는 고향에서, 소년은 과거가 남긴 광기와 싸워야만 했다.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일 것이다.

소년은 죽을 수 없다.

지켜야할 이들이 너무나 많기에.

소년은 눈앞의 사내를 죽이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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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는 처음으로 진짜 야차와 조우했다.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보였다.

사랑스러운 미소의 소년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키가오카로 잠입하던 길, 커다란 소리에 돌아보자, 바이크를 타고있는 히나타가 보였다.
조급하고, 화난 듯한 풀린 눈으로 소년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뛰어내리듯 바이크를 버려 나무에 처박힌 바이크에선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났다.
오이카와가 말을 걸 새도 없이, 소년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남자가 소년을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목을 긋고 총을 훔쳤다.
물 흐르듯 움직이는 소년에 무장한 남자들은 빠르게 죽어나갔다.

비명도 절규도 소년의 귓가엔 도달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소년은 죽어가는 남자들의 무기를 하나하나 주워가며 빠르게 돌진했다.
"나츠! 나츠! 어딨어!"
소년은 분노에 얼룩진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빨리 나와! 테루시마, 내가 왔으니까, 빨리 나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소년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오이카와, 이게 무슨 일이냐?"
이와이즈미는 놀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떨떠름하게 말했다.
"치비쨩이 왜 여기에... 나츠라니, 누굴 찾으러 왔나봐."
히나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둘렀다.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가며 자신보다 커다란 이들을 순식간에 압도하고 있었다.
"나츠, 나츠! 어디야, 어딨어!"
"여기야. 빨리 왔네, 히나타?"
나츠는 테루시마의 품에 기절한 채 누워있었다.
얼굴에 난 생채기에 히나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똑같이 생겼지?"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오이카와가 작게 속삭였다.
"치비의 동생인가? 죠젠지가 왜...?"
"치비쨩 눈이 완전히 풀렸는데?"
히나타는 다친 나츠의 모습에 피가 가시며 얼음물을 껴얹은 것처럼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내 동생을 건드렸어...?"
밝은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했다.
테루시마는 그 모습에 낮게 웃었다.
"불공평하잖아? 너도 나도 똑같은 괴물인데, 너만 그렇게 즐겁다니. 나도 즐겁고 싶어. 하지만 난 그럴수 없으니, 네 걸 빼앗으려고."
"죽여버릴 거야."
"너나 나나,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
테루시마는 나츠를 좁은 케이지에 집어놓고 자물쇠를 잠구었다.
"자, 우리 둘다 인기있는 투견이어서, 한번도 붙은 적 없지? 둘 중 하나가 죽으면 매출에 문제가 생기니까 말이야?"
테루시마는 천천히 나이프를 들어 히나타를 겨눴다.
"미친개들 끼리, 한번 붙어보자고?"
테루시마의 광기어린 날카로운 웃음 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오이카와는 들어본 적 있는 끔찍한 웃음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학살의 영상에서 울리던, 웃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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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루시마는 알고 있었다.
다 부질없는 것들이야.
어차피 순식간에, 바람에 스러지듯 죽어버릴테니까.
사람도, 돈도, 행복도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지, 수많은 이들을 죽이며 살아남은 테루시마는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 위해 살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있기에 즐거움을, 쾌락을 추구할 뿐.
그러나 태양을 닮은 작은 소년은, 자신보다도 더 괴로운 삶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를 가지고 있다.
살아갈 이유.
그것이 얼마나 덧없고 하찮은 것인지 알아도, 알고 있어도, 소년이, 히나타가 미웠다.
아니, 실은, 자신의 가슴 한복판에 크게 난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라는 것이 없어서 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복수와 함께 불에 타 사라져버린 삶의 의미, 그것이 가슴 한가운데 난 구멍의 정체였다.
아무것도 가져본 적이 없기에, 소년은, 테루시마는, 무엇을 가져야하는지, 어떻게 가져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살아있기에 아픈 것이 싫었고,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인 목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죽였다.
소년은 더이상 지고싶지 않았다.
오직 패배하던 어린 삶에서, 그가 승리할 길은 살아남는 것 밖에는 없었다.
인간 테루시마는 고장나, 괴물 하나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폭음 속에서 무너지는 건물들과 함께, 테루시마의 내면도 무너져내려서.
소년은 소년과, 히나타와 싸워야했다.
그도 자신과 다를바 없는 괴물이란 것을, 그는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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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타는 어린 동생이, 자신이 거쳐왔던 가시밭길과는 다른 행복만 가득한 길을 걸었으면 하고 바랬다.
괴로운 건 자기 하나면 족했으니.
오직 저 작은 아이 하나를 지키기 위해 지옥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런데 감히, 과거의 잔재 따위가 감히.
히나타는 강하게 파고드는 칼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빨갛게 부어오른 동생의 뺨이 그것보다 백배, 천배는 쓰렸다.
총알도, 칼날도 아프지 않아, 하지만 네가 다치면 오빠는 너무 아파.

나츠, 사랑하는 내 동생.

오빠가 지켜줄게.
자신이 다치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내지르는 공격은 누구도 이겨낼 수 없었다.
지킨다.
히나타를 존재하게 하는 그것은 바로, 지킨다는 사명.
이유라는 것은 한낱 명분에 불과할 지라도 사람을 움직이고 더 강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 거기서 부터 테루시마는 이미 히나타에게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턱을 맞아 혀를 씹는 바람에 입꼬리에서 한줄기 피가 흘렀지만 두개의 태양이 떠 있는 듯한 모양새의 주황빛 눈은 잔혹하게 빛났다.
이제 이름 없는 투견 소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태양의 이름을 가진, 까마귀 한마리가 있을 뿐.
잘 벼려진 나이프의 날이 푸르게 빛났다.
태양의 빛과는 다른 싸늘한 빛이 번뜩거리며 망가진 소년을 향해 위협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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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둘, 인간이 맞기는 한거야?"
오이카와는 경악에 차 말했다.
"비명 한번 안지르고... 저거봐, 죠젠지의 녀석은 어깨가 아예 빠진 것 같은데 저걸 또 휘두르고 있어."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가도 전에 히나타의 나이프가 테루시마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깊숙히 박힌 칼날을 안쪽에서 돌리자 테루시마가 울컥 피를 토해냈다.
칼등의 홈에 걸려 빠지지 않는 칼을 힘으로 억지로 비틀며 뽑아내자 하얀 얼굴까지 핏방울이 튀겼다.
히나타의 가슴팍에서도 붉게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하하,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기운이 넘쳐?"
쿨럭 피를 쏟으면서도 테루시마는 히나타를 비웃듯이 말했다.
히나타는 피에 미끄러지는 칼을 다잡았을 뿐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테루시마는 비틀거리며 실실 웃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로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테루시마는 다시금 히나타에게 달려들었다.
가까워지던 히나타의 얼굴이 순간 사라졌다고 생각한 순간, 목에서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느새 테루시마의 등 뒤에 올라탄 히나타가 칼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테루시마는 몸을 비틀어 히나타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그를 떨어뜨리진 못하고 머리로 향하던 칼을 어깨로 받아냈다.
히나타는 어깨에 박힌 칼을 놓고 빠르게 테루시마와의 거리를 벌렸다.
소매에서, 상의의 안쪽에서 수많은 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작은 단검들을 던지며 테루시마가 피하는 방향으로 달려드는 히나타에 테루시마는 이미 총알이 다 떨어진 총을 히나타의 관자놀이에 휘둘렀다.
히나타가 피웅덩이에 발을 헏디뎌 쓰러지자 테루시마는 놓치지 않고 히나타의 위에 올라탔다.
강하게 목을 조르는 손에 히나타는 발버둥을 쳤다.
"이와쨩, 총."
오이카와는 다급하게 이와이즈미에게 총을 건내받았다.
그러나 어디에서 눈치챘는지 죠젠지의 용병들의 총알이 날라왔다.
"방해하지 말라는거냐..! 저녀석들은 왜 지켜보고 있는 건데...!"
이와이즈미는 총알을 피하며 숨어있는 용병들을 눈으로 좇았다.

"왜 죠젠지의 보스가 치비쨩을 불러냈지? 동생을 납치하면서까지..."

"둘이 이미 알고 있던 사이 같은데?"
히나타는, 총을 떨어뜨리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테루시마를 점점 흐릿해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총은, 히나타가 나츠에게 준 것이었다.

'...나츠, 잘 들어. 이건 평범한 총이 아니야...'

멍청하긴.

내 승리야.
히나타는 총알 없는 총을 똑바로 들어 테루시마의 미간에 가져다대었다.
"뭐하는거야, 히나타? 총알 따윈 없다고?"
테루시마는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이상한, 괴로운 표정을 하고 엉망이 된 팔로 히나타를 조르고 있었다.
"등-신."

벌개진 얼굴로 히나타는 씨익 웃었다.

히나타의 웃음에 흠칫 놀란 테루시마는 이내 강렬하게 자신을 덥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다테의 기술력 얕보지 말라고..."
히나타는 전기 충격으로 꿈틀거리며 일어나지 못하는 테루시마를 발로 찼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계속 헛발 헛손질을 하면서도 계속 일어나려 애쓰는 테루시마에게 히나타는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히나타는 망설이지 않았다.
"너나 나나 괴물이지, 그래, 나도 알아."
아무리 쓰러뜨려도 죽지 않으니까, 확실하게 할게.
히나타의 칼은 이내 테루시마의 목을 베어냈다.
머리를 잃은 심장에도 칼을 꽂아 넣었다.
목이 잘려도 다시 일어나 달려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히나타는 그 지경에서도 움찔움찔 경련하는 살덩어리를 내려다 보았다.
구역질나.
죽음이 드리운 테루시마의 눈동자에는 안식따윈 담겨있지 않았다.
지옥에서 태어나 지옥으로 가는 거야.
죽이고, 죽으면 편해질 줄 알았어?
너는 지옥에 조차도 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히나타는 여전히 흉흉한 눈으로 획 고개를 돌렸다.
히나타와 눈이 마주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흠칫 놀랐다.
"거기 두사람, 일반인 보호도 당신들 업무니까 내 동생 지키고 있어요. 흠집 하나라도 나면 다 죽여버릴거야."
반쯤 잠긴 목소리로 피를 뱉어내는 히나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저게 야차.

자기가 알던 소년과는 전혀 다른.
히나타는 바닥에 널부러진 총과 칼들을 주워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꺾은 히나타의 시야에 숨어있는 죠젠지의 소년들이 비쳤다.
"...한마리도 안남겨."
이미 부서진 몸으로, 소년은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발이 땅을 차는 소리가 적막해진 죽음의 거리에서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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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세미, 봤어?"
텐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며 말했다.
"저건 완전히... 인간 외의 것이네."
세미도 살짝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누군지 아십니까? 저런 녀석,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시라부는 핸드폰 카메라를 줌인해서 히나타의 얼굴을 찍었다.
"모르겠지만... 죠젠지의 녀석들, 딱 봐도 실력이 나쁘지 않은 녀석들인데, 저 상처투성이 몸으로 거의 학살하고 있잖아. 게다가 보스였던 놈도, 꽤나 괴물 축에 끼는 놈이었고."
텐도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뛰는 소년을 훓었다.
"저거 초등학생 아니야? 가슴팍에서 피 줄줄 나오는데, 아프지도 않나봐."
세미가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간만에 벼르고 왔는데... 그보다도 죠젠지에 갔더니 초등학생이 혼자서 이미 다 쓸어버린 후 였어요-라고 말하면 아무도 안믿겠지?"
텐도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아오바죠사이 놈들도 멍청하게 보고만 있는데, 하긴 나도 보면서도 안믿긴다."
세미가 헛웃음을 뱉으며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끼어들까요?"
시라부는 휴대폰으로 히나타의 영상을 찍고 있었다.
"켄지로군, 그거 왜 찍는거야?"
"보스께 보고하려고 합니다만."
시라부의 말에 텐도는 흐응-하고 비음을 흘렸다.
"사신이 따로 없네. 저거봐, 발목 돌아갔는데 어떻게 뛰냐?"
"세미세미, 작명 센스 좋네. 사신이라..."
"히나타! 히나타?"
갑자기 커다란 고함소리에 세사람의 시선이 쏠렸다.
"저놈은... 아오바죠사이에서 내쳐진 멍멍이잖아?"
텐도가 카게야마를 발견하고는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선셋 레이븐의 둥지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저 꼬맹이는 까마귀네 병아린가?"
텐도는 고개를 쭉 빼고 히나타를 자세히 관찰했다.
미친 짐승처럼 광기에 차 날뛰는 모습에 척추가 저릿하게 아려왔다.
"아아, 저건 좀 멋진데..."
"어이, 사토리! 또 이상한 스위치 들어갔지, 지금?"
"저걸 봐! 엄청나다구?"
"그보다도, 레이븐에 꼬맹이가 있다는 건 못들었는데요. 저정도의 실력이라면 몰랐을리가..."
시라부의 말에 고개를 느릿하게 갸웃거리던 텐도는 무언가 떠오른듯 손가락을 딱- 튕겼다.
"쟤가 혹시 그건가? 레이븐의 보스가 키운다는 괴물? 왜, 일명 야차라는..."
"저 꼬맹이가? 저렇게 작은데?"
"세미세미, 쟤 날아다니는 걸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본보기를 보이려고 왔는데, 이미 다 죽어버려서 어떡하죠?"
시라부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텐도는 소년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재밌겠다.
텐도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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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마는 피에 푹 젖은 히나타를 세게 끌어안았다.
히나타는 초점 없는 눈으로 카게야마를 밀어내었다.
밀어내면 밀어낼 수록, 카게야마는 더욱 강하게 히나타를 껴안았다.
"다쳤어, 다쳤으니까... 제발, 이제 그만해."
카게야마는 작은 머리통을 세게 껴안았다.
이와이즈미가 뒤에서 달려오는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나츠가, 나츠가..."
"나츠는 괜찮아. 다 괜찮아."
히나타는 고장난 듯이 동생의 이름만 되내었다.
"오빠? 오빠!"
나츠의 목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히나타가 고개를 들자 오이카와의 품에서 정신을 차린 나츠가 히나타를 찾고 있었다.
그 모습에 히나타는 벌벌 떨며 기어가듯 나츠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나, 나츠... 괜찮아? 어, 어디 안다쳤어?"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히나타에 오이카와는 깜짝 놀랐다.
"오빠, 괜찮아? 가, 가슴에..."
나츠는 엉망이 된 히나타에 울먹거렸다.
"오빠가 너무 늦어서, 미안, 미안해... 무서운 일 격게 해서..."
히나타는 나츠에게 손을 제대로 뻗지도 못하고 계속 사과만 하며 울었다.
"오빠, 어떡해..."
울면서 손을 뻗는 나츠에 히나타는 얼굴을 살짝 뒤로 뺐다.
"오빠 지금 더러우니까, 만지지마. 오빤 괜찮으니까..."
나츠는 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히나타를 껴안았다.
히나타의 어깨가 눈물로 축축히 젖어들었다.
"더럽다니까..."
히나타는 떨리는 손으로 여동생의 작은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오빠가 지켜줄게.
오이카와는 오히려 자기가 울어버릴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저 작은 소년이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괴물을 자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잔인하다, 정말 너무해.
피로 얼룩진 바닥에서 엉엉 우는 남매의 등이 안쓰러울 만큼 작고 가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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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의 정보를 유출한 놈들을 잡아와. 죠젠지와 내통한 놈들 싹다!"
다이치가 핏발선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주지. 당장 내 눈 앞에 데려와, 빨리!"
탁자가 뒤집혀 바닥을 구르고, 부서진 파편들이 과격하게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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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의 전투원들이 남아있는 죠젠지의 잔당들을 싸그리 잡아 무릎을 꿇려 묶어 놓았다.
"그늘, 안쪽에 여자도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싹 다 잡아다 꿇려놔."
카게야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
조직원의 손에 질질 끌려온 여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무던한 표정이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를 보자, 치료를 받고 있던 히나타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히나타, 좋은 이름을 받았네."
"네가 테루시마가 가져간 정보로 약을 만들었어? 테루시마가 너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는데..."
히나타의 말에 여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넌 옛날엔 좀 똑똑해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내 착각이었을까?"
히나타는 여자의 턱을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미사키, 너는 또 어디가 망가졌어?"
그 말에 의연했던 미사키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널 카타콤의 실험실로 데려간건 테루시마였는데, 하, 너도 진짜 제정신은 아니구나."
유키가오카의 투견들이 외부로 파견될 때, 일명 사냥견이라 불리며 용병으로 내보내질 때, 어느날 테루시마가 받은 임무는 어떤 집의 어른들은 다 죽이고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미사키는 그 임무에서 테루시마가 데려온 아이였다.
카타콤의 생체 실험체가 된 미사키와 그녀의 오빠에게 테루시마는 목에 달린 폭탄을 가리키며 '미안'이라고 작게 말했다.

그 이후에도 미사키는 카타콤을 지나는 테루시마를 몇번인가 보았다.

단 한번도 몸이 성했단 적이 없었다.

항상 목숨이 위험할 법한 상처를 입은 채였다.
실험을 견디지 못한 오빠가 죽고, 하루하루 끔찍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테루시마가 들어왔다.

테루시마는 미사키를 내보내고 카타콤을 물로 쓸어버렸다.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도 테루시마, 끌어올린 것도 테루시마.
미사키는 그에게 각인된 것 처럼 그를 떠날 수 없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그에게 필요할 법한 것들을 배웠다.

이상하게도 그가 밉지 않았다.

그 말을 했을 때 테루시마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우리가 고장나 버려서 그래.'

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언제나 그를 따랐다.

용병단에 사람이 늘어날 수록 즐겁다고 느껴졌다.

그리도 동시에, 테루시마가 얼마 못가 죽어버릴 것도 알았다.

내일이 없이 사는 테루시마에 불안했지만, 아무말 하지 않았다.
"한심한 짓거리를 했네."

히니타의 말에 미사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히나타의 발이 미사키의 목을 짓밟았다.
괴로운 얼굴로 쿨럭거리는 그녀를 히나타는 굳은 얼굴로 응시했다.
"넌 더이상 고쳐쓸 수 없을 것 같네. 편하게 해줄게."
탕, 탕, 탕
귀가 아릴 정도의 커다란 소음과 함께 미사키가 털썩 쓰러졌다.
"이거 내다 버려."
히나타는 지친 얼굴로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았다.
"집에 가고 싶어..."
히나타는 무릎에 고개를 박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 필요한 놈들만 살려서 데려가고 나머진 죽이던가 묻어버려. 히나타, 스가상이 오실거야. 오시면 같이 빨리 병원으로 가."
카게야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히나타에게 말했다.
히나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늘 밤은 악몽을 꿀것만 같았다.

...................

*(여담)코가네는 왠지 뿌뜻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혼자 히죽거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후타쿠치에게 엉덩이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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