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과광-

비명소리, 폭발음, 모든게 무너진다.

빠르게, 더 빠르게 움직여.

조그만 칼날을 휘둘러 베고, 죽이고, 이긴다.

아무 옷이나 빼앗아 꿰어 입고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의 허릿춤에서 총을 빼어든다.

먼지와 연기가 만들어내는 은막 속에서, 혼란에 빠진 이들의 머리를 겨눈다.

"도, 도련님...?!"

"쉬이, 돌아가야지."

겁에 질린 주민들을 풀어주고 외부에 대기하고 있는 조직원에게로 보냈다.

총알과 비명이 쏟아지는 곳에서 많은 사람을 한번에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헐렁한 옷에 움직임이 방해되어 총알이 팔을 스친다.

"파, 팔이..."

울먹거리는 사람들을 달래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다.

아직까진 문제 없음.

"우리쪽 사람들도 다 풀어줬어."

아카아시가 엉망이 된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여기는 야차, 파수꾼 응답하라."

-여기는 파수꾼, 달무리와 부엉이 보스가 지하의 자금 금고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일단 대기 인원들은 구출된 사람들 데리고 가라고 해."

-예. 아오바죠사이 측에서 경호 대상을 외부로 내보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곧 아오바죠사이의 나머지 요원들이 도착할테니, 대충 마무리 해주세요.

"알았어."

"쉽네, 아오바죠사이. 예산도 받고, 인신매매 조직을 잡아서 실적도 올리고, 체면도 세우고."

아카아시는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더러운 개들에게 너무 상냥하게 굴지마."

아카아시는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상냥하게, 라...

그 사람에게 옮은 걸까

하고 히나타는 생각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게, 뭐가 문제지?

그사람이 내게 진심이든, 거짓이든

나는 내게 필요한 것을 취할 뿐인데.

시멘트 가루들이 부스러지며 날린다.

매캐한 연기와 뿌연 공기에 기침이 난다.

총알이 스친 팔뚝이 욱신거리며 박동한다.

아, 살아있구나.

아직, 살아있어.

나는 그사람에게 해바라기를 전해야하니 그보다 먼저 죽을 수가 없다.

그 외에도 죽지 못할 이유는 잔뜩 있지만.

아니, 애초에 죽지 못할 이유들 때문에 나는 살고 있는걸.

머릿속은 멍하니, 이러한 상념에 빠진 채로 계속해서 총과 칼로 맞선다.

허리도 아래도 욱신거리고 저릿하게 아프지만 몸 구석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고통은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스가와라상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울며 악몽을 꾸는 모습을 머릿맡에서 지켜보는건, 말 그대로 고역이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스가와라의 음식운 맵다.

눈물이 절로 날 만큼.

울기 위한 핑계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계속해서 울리는 폭발음과 총성에 귀가 얼얼하다.

절그럭거리며 쇠사슬에 메인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먹먹해진 귀에서 이상스레 울린다.

"아오바죠사이가 구해줄 거야. 내버려둬."

매여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던지자 구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카아시가 손목을 잡아 끌었다.

"네. 빨리 지하 쪽에 합류해요."

그렇게 말한 히나타는 입을 일자로 다물고 묵묵히 아카아시를 따랐다.

총성에 고막이 다친걸까.

히나타는 이상하게 멍한, 나사가 살짝 풀려버린 것 같은 흐리멍텅한 정신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다, 모든 것이 그저 독특하고 과격한 꿈인것만 같았다.

약의 기운이 남은 탓일까.

너는 그냥 지친거야.

글쎄, 그다지 힘들지는 않은데.

불쌍하게도.

동정도, 연민도 필요하지 않아.

나도 고장났을까?

테루시마처럼?

미사키처럼?

멍청한 소리.

고장나지 않았던 순간은 없어.

다만, 고장난 나라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살아가는 거지 .

고장나고 또 고장나서 부숴져 버릴거야.

그런 마지막이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거야.

머저리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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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 여기 계십시오. 요원들이 다 알아서 처리할테니."

그렇게 말하며 이와이즈미는 처량한 오이카와의 등을 처다보았다.

불쌍한 제 친우는, 소년의 목을 조르는 환상을 보고 있으리라.

소년은 상처받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을 두른 괴물이다.

오이카와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그 아이가 모질고 영악한 아이였으면, 좋았을 것을

토비오도 아이도, 그저 어린 아이일 뿐이었는데.

엉엉 소리내어 우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

100을 구해도 미처 구해내지 못한 허나애 상처받는다.

애초에 걔는 구해내야 할 대상이 아니었어, 오이카와.

그냥 까마귀 둥지에서, 괴물로 살아가는 편이 그 아이에게 더 좋을테지.

네가 구하고 구원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거야.

이와이즈미는 목이 메였다.

이제와서 체면을 차리기 시작한 늙은 영감탱이는 도망가고 부하들은 불길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다.

존재 목적?

처음에는 우시와카와 도미넌트 이글을 막기 위해.

하지만 이제는 견제조차 어려운, 싸구려 경비견 신세.

그런데 왜 계속 이 일을 하는 거야?

그게 나의 정의니까.

하, 웃음이 터져나왔다.

볼품 없지만, 그것이 나의 정의.

쿠소카와한테 멍청함이 옮았나보지.

어찌되었든, 이 내 정의를 따를 뿐이야.

네 등을 따르고 있어, 오이카와.

멈춰서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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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안경군 너무 허약하네."

보쿠토가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츠키시마를 보며 말했다.

"저는 머리를 쓰는 타입이라서요. 사격은 꽤 자신 있으니 괜찮습니다."

츠키시마는 신경질적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조금 놀랐어. 야차군, 꼭 옛날 그당시와 비슷한 꼴을 하고 있어서."

보쿠토의 말에 츠키시마는 움찔 놀라며 보쿠토를 쳐다보았다.

"어라, 안경군은 몰라? 꼬맹이 투견장 출신이잖아?"

뭐?

귓가에 웅웅거리는 이명이 울렸다.

누가, 뭐라고?

"아, 비밀이였나. 뭐, 당연하지만."

츠키시마는 할 말을 잃었다.

궁금했지만, 굳이 알고싶지는 않았다.

알았을때, 알았다는 걸 그가 알았을때, 상처받을 것 같았기에,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미안, 경솔했네."

"뭡니까. 다 말해놓고."

"하지만 조심해. 그렇게 혼자 삭히는 애들은, 금방 터지더라고. 펑- 하고."

보쿠토의 말에 츠키시마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다.

그사람, 항상 부숴질 것 같아 날 두렵게 만들어.

"걔 친구도 봐. 미쳐서 자폭했잖아."

친구, 친구 누구?

테루시마 유우지

유키가오카, 투견장, 죠젠지, 초록색 알약.

모든 것이 무서우리만치 착착 정리된다.

뜬끔없는 시기에 벌어진 레이븐과 유키가오카의 전쟁, 화난 얼굴의 보스와 히나타, 아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검은 머리의 히나타...

더이상 알고싶지도 않은데, 그를 위해 모르는 척 하고 싶은데 뇌는 빠르게 움직이며 단서들을 끼워 맞춘다.

"당신 최악이에요."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아랫 입술을 깨문 츠키시마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야차가 이리로 합류하러 오고 있답니다. 빨리 빨리 처리하죠."

츠키시마는 히나타에게 약한 모습따위 보이기는 싫다.

그래서 고개를 더욱 빳빳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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