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도미넌트 이글에 의해 길러져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충성스러운 부하로 자란 텐도 사토리는, 단 한번, 우시지마의 멍청한 -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년같은 -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가 유키가오카에서 개최한 파티에 다녀온 날이었다.
텐도는 전투 훈련을 받고서 땀에 찌든 몸을 닦고 여기저기 멍들고 쑤시는 몸에 이리저리 파스를 바르고 있었다.
시라토리자와로 돌아오자마자 텐도의 방으로 온 우시지마의 멋들어진 옷은 뭉개진 쿠키 가루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무엇을 하던지 그닥 즐거워 보이지 않던 우시지마는 어딘가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신이 팔려 멍한 얼굴로 자신의 방에 들어온 우시지마를, 텐도는 조금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엇이 자신의 친구를 저렇게 동요하게 했을까.
진지한 얼굴에 서린 옅은 흥분이 이상하게도 느껴졌다.
"와카토시군, 무슨 일 있었어?"
텐도의 말에 우시지마는 말 없이 침대 위로 올라 텐도의 옆에 앉았다.
"유령을 봤어."
뜬끔없는 친구의 말에 텐도는 당황스런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어린아이 답지 않게 무뚝뚝하고 진지하기만 했던 친구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유령? 고스트? 와카토시군, 지금 내가 아는 그 유령 말하는거야?"
텐도의 말에 우시지마는 특유의 그 변화 없는 얼굴로 잠시 생각하더니 슬쩍 고개를 저었다.
"조금 달라. 살아있는 유령이야."
텐도는 이제 당혹스러움을 넘어 조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그 말이, 다른 사람도 아닌 우시지마의 입에서 나왔기에 더 그랬다.
"살아있는데 어떻게 귀신이야?"
"몰라. 걔도 모른데."
"예뻐?"
텐도의 장난스러운 얼굴에도 우시지마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뭔데?"
"이름은 없어."
"이름이 없어?"
"응. 이름없는 귀신이라고, 자기가 그랬어."
어린 소년인 우시지마는, 달빛 아래 꿈결 같았던 소년을 떠올리며 손을 곰질거렸다.
"요정인 줄 알았어."
작게 속삭이는 우시지마에 텐도는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와카토시군이 이런 말을 하게 할 정도라면, 나도 만나고 싶어."
"이름이 생기면, 알려준다고 했어."
"와카토시군이 지어주지 그랬어."
"내가?"
"응. 이름을 지어줬으면, 걔는 와카토시군 것이 되었을텐데."
"어째서?"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니까. 왜, 강아지나 고양이도 주인이 이름을 지어주잖아, 같은 거야. 이름을 지어주면, 보이지 않는 끈같은게 연결되거든."
텐도의 말에 우시지마는 하얀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다음에 보면, 이름을 지어줄래."
"어떤 이름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놓으라고?"
우시지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소년 우시지마가 이름없는 유령의 아이를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그가 유령이기에, 정말로 달빛에 녹아 흩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어린 소년 우시지마는, 자주 꿈을 꾸었다.
적막하게 푸른 달빛에 잠긴 복도를 가로질러, 크고 무거운 문 앞에 도달하는 꿈을.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뻗으면, 흐릿해져 얼굴이 어렴풋하기만 한 주황색 머리의 소년이, 커다란 달 아래 빛나고 있는, 그런 꿈을.
희미한 이미지 속에서 선명한, 부드러운 곱슬머리와 보석 같이 빛나는 크고 동그란 두 눈, 그리고 창문에 다 담기지 않는 커다란 만월이, 꿈이지만 더욱 꿈결같은 그 장면에 우시지마는 깨어난 후 알 수 없는 일렁임에 가슴이 술렁거렸다.
어린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면서, 그 꿈을 꾸는 일은 점점 줄었지만 여전히 우시지마는 아주 가끔 이름없는 유령의 꿈을 꿀 때마다 가슴의 술렁거림을 느꼈다.
순수한 소년이 잔인한 암흑가의 주인이 되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꿈속의 아이는 자라지 않은 채 여전한 동요를 가져다 주었다.
달빛에 겉피부가 시린 날이면은, 꼭 아이의, 흩어진 유령의 꿈을 꾸곤 했다.
가지지 못해서,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 여즉 미련으로 남은 것일까.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답은 나오질 않았다.
모든 걸 가진 자신이, 원하고자 한 것을 단 한번도 얻지 못했던 적이 없기에, 삶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놓쳐버린 유령에 아쉬워 이리도 술렁이는 걸까.
우시지마 와카토시라는 사내는 결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기에, 결론 나지 않는 감정의 동요에 대해 그다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잊고 있다가, 달이 아름다운 밤이면 유령의 꿈을 꾸고, 일어나 멍하니 보름달 같은 천장의 등을 응시하며, 그저 그럴 뿐이었다.
그런데, 그러다 갑자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유령은 더이상 유령이 아닌 채 다시 나타났다.
10년도 더 되어서, 소년이 되어서, 그리고 더욱 위태로워져서.
시라부가 보여준 영상을 보았을때, 놀라기는 했으나 그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날 밤, 구름이 희뿌옇게 달을 가려 어슴푸레한 빛만이 검은 구름에 가려 어두웠던 그날 밤, 꿈에 나타난 유령은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으며 얼굴도 선명했다.
소년으로 자란 아이는, 평생 꿈속의 방에 갇혀있던 소년은, 훌쩍 자란 몸으로 테라스에 몸을 반쯤 내밀고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커다란 달로 뛰어들듯이, 소년은 이제 더이상 갇혀있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신을 돌아보는 그 얼굴에, 선명한 그 눈동자에 우시지마는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우시지마는 더이상 소년이 아니었으며 유령이었던 소년도 더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우시지마는 한참을, 달을 등진 소년과 눈을 맞추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을, 들으러 왔어."
소년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서늘한 밤바람에 테라스의 커튼이 희게 나부꼈다.
<내 이름은--------야.>
시린 달빛을 품은 바람 소리에, 소년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먹먹한 이명에 꿈이 무너져 내려 우시지마는 또다시 둥근 전등 달을 보며 이른 아침 깨어났다.
소년의, 이름을 들으러 가야한다.

까마귀가 되어 날아간 유령의 이름을.
처음으로 우시지마는, 유령의 꿈에서 깨어난 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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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 몸을 숨긴 것은, 누구인가?'
오이카와는 삐뚤한 글씨로 그리 쓰여진 프랜차이즈 카페의 종이컵을 집어들었다.
여전히 따뜻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커피를 다 죽은 화분에 쏟아버리고 물기를 탁탁 털었다.
까끌하고 씁쓸한 목구멍에 오이카와는 마른 입맛을 다셨다.
손의 물기만 닦고 버리기 아까워 책상 구석에 던져 놓은 구깃한 휴지로 대충 컵 안쪽의 커피를 닦아낸 오이카와는, 가위를 들어 삐뚜름한 문장을 길게 오려 주머니에 넣었다.
네모난 구멍이 뚫린 종이컵은 맥없는 소리로 절단면을 팔랑이며 쓰레기통으로 던져졌다.
눈꺼풀이 무거워 시야가 뻑뻑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었고, 오이카와는 마르고 말라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바빴다.
실제로 일이 많기도 했으나, 차오르는 잡념에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으면 상념의 늪에 삼켜져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아 일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자꾸만 저울질하게 되었다.
어른과 아이가 마주탄 시소 마냥, 저울의 상하는 바뀌질 않아 오이카와는 초조해졌다.
애초에 스스로 지키고자 한 정의를 위해 한 몸 던지고 나선 그 였기에, 잃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급하거나 겁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의 오이카와는 조급하다 못해 겁에 질려 잔뜩 웅크린 꼴을 하고는 여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면, 아무도 없는 비참한 거리에 홀로 널브러져 있을 것만 같았다.
태양도 뜨지 않는 쓰레기장에서, 거친 아스팔트에 막혀 새싹 하나 피어나지 못하는, 섬뜩한 냉기만이 감도는 길바닥에 버려진 시체가 되는 것이 겁이 났다.
더러운 짐승을 감싸면서까지 해서 얻은 것이 별로 없었다.
애정하는 소년에게는, 스스로가 오히려 겁이 나 다가서지 못하게 되었고, 그리해서 얻은 것은 개소리나 지껄이는 밑바닥의 오물들 뿐이었다.
'놈이 거래 목록을 불태우고 자결했어.'
검댕을 뒤집어쓰고 나온 친우는 그리 말했다.
'으으, 타이밍 나쁘게 꼬맹이랑 마주쳐서, 왠지 이쪽이 일부러 정보를 숨긴다는 모양새로 비춰진 것 같은데.'
미안하다는 듯 말하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오이카와는 볼품없는 전리품들을 파헤치며 나날을 보냈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겠지.
오이카와는 세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 세명 사이에 껴있지 않은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생사와 고락을 함께하며, 버티고 지켜온, 소중한 동료.
더이상 동료들을 잃는 건 사양이다.
토비오, 같은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또 도미넌트 이글이 앗아간 부하들의 목숨도, 오이카와의 너른 등에 무게를 더하며 압박했다.
그러니까, 일을 해야지.
오이카와는 태양과 같은 맑은 얼굴을 지우려 애쓰며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들을 집어들었다.
짐승에게 고개를 숙히고, 상처 뿐인 아이를 또 상처주면서 까지 지켜내려고 했던 것은, 가족이고 친구인, 동료들.
잘근잘근 입 안쪽의 살을 씹으며 오이카와는 빡빡한 눈꺼풀이 닫혀버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더이상 잃고 싶지 않아.
목숨을 걸고 싸워도 승산이 없는 코트에서, 오이카와는 너무 많은 것을 지키고 있었다.
그것은 독이다.
이 도시에서 싸우려면 많은 것을 내던져야 한다.
하나를 지키려면, 열을 버려야만 하는데, 오이카와는 지킬 것은 점점 늘어나는데 더이상 버릴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것도 동료, 지킬 것도 동료.
버릴 것은, 오직 그 자신 하나 뿐이었다.
'소나무에 몸을 숨긴 것은, 누구인가?'
오이카와는 익명의 수신자로 부터의 수수께끼를 목 안쪽에서 되내어 보았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소나무는 어디에 있고, 소나무에 숨은 알 수 없는 존재는, 무엇을 위해 몸을 숨기는가?
이걸 보낸 사람은 누구고, 무엇을 위해 이것을 보냈는가?
여전히 알 수 없기에 오이카와는 주머니 안쪽의 종이 조각을 만지작 거렸다.
거친 바깥쪽 면과 코팅되어 매끈한 안쪽의 면이 손가락 사이에서 비벼졌다.
손가락에선 말라버린 커피의 냄새가 났다.
흐린 날씨에 해가 가려 울컥 가슴이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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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

몇일째 배후를 밝히는데 시간을 쏟느라 한숨도 자지 못한 츠키시마가 신경질적으로 카게야마를 돌아보았다.

"왜."

"벌쳐, 라는게 무슨 뜻이야?"

뜬끔없는 질문에 피로한 츠키시마의 사고가 삐걱거렸다.

"뭐?"

"마츠카와 잇세이, 하니까 생각난 건데. 확실하진 않지만..."

츠키시마는 멍한 머리를 보채며 카게야마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 뭐? 다시 말해봐."

"벌쳐? 아마 맞을거야. 옛날이고 총 맞고 기절하면서 어렴풋이 들은거라 기억은 잘 안나지만, 누가 그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어."

"무슨... 스펠링은?"

"내가 영어를 알겠냐?"

카게야마에게 버럭 화를 내려던 츠키시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기절하면서, 모르는 남자가 그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어. 이제서야 생각났지만, 그 사람 아오바죠사이의 요원은 절댜로 아냐."

카게야마의 말에 츠키시마는 냉수를 들이키고 생각을 집중했다.

벌쳐, 벌쳐?

Vulture.

무슨 동물의 이름이었는데, 아마 두번째 뜻으로 남의 불행을 이용하는 자, 라는 뜻을 가진...

츠키시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하게 밀쳐진 의자가 뒤집혀 바닥을 뒹굴었다.

마츠(松:소나무 송)카와 잇세이.

소나무에 몸을 숨긴 것은...

Vulture

1)독수리 2)남의 불행을 이용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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