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는, 커다란 남자의 곧은 눈빛과 마주했다.

이 사내가 그, 코트 위의 왕자, 우시지마 와카토시.

무뚝뚝한 얼굴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무언의 압박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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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와라는 갑자기 들어온 사내의 얼굴을 보더니 무척이나 놀라며 딱딱하게 굳었다.

히나타의 작은 몸이 앞으로 나서 스가와라를 뒤로 숨겼다.

"우시와카...?!"

스가와라의 말에 흠칫 놀란 히나타는 레스토랑의 개인 룸으로 들이닥친 남자를 경계하는 빛으로 살폈다.

"도미넌트 이글의 주인이, 여기엔 무슨 일로?"

으르렁거리는 히나타에 우시자마의 눈에 슬쩍 즐거운 빛이 돌았다.

"기억하지 못하는군. 분명 내 이름을 알려준 것 같은데."

우시지마가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히나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와 한 약조도 잊었겠군."

"우리 구면이던가요?"

"아아,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여긴 37구역이고, 우리가 혼돈파기는 해도 일부러 소동 일으킬 생각은 없으니까."

우시지마 뒤의 붉은 머리의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내게, 이름을 알려주겠다고 했지."

커다란 손이 조그만 턱을 잡아 올렸다.

"이름없는 유령이, 그리 말했는데. 이름이 생기면 알려주리라고."

낮은 목소리가 공명하듯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온 몸을 타고 울리는 소리에 히나타는 움찔 몸을 떨었다.

'난 우시지마 와카토시야.'

'이름이 생기면 나도 알려줘.'

꿈이, 아니었던가.

히나타는 괴로우며 울던 형태조차 흐릿한 가족의 울타리에 있던 시절의 환상을 떠올렸다.

남 보이기 부끄러우니 한발짝도 나오지 말라는 말에, 오히려 오늘은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겠구나- 하고 창밖의 달만 보며 서글프던 그날.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필시 형이라는 자가 지치지도 않고 괴롭히러 왔구나, 하고 체념한 순간 들어온 소년은.

먼지나 실밥 따위가 붙은 부서진 쿠키를 달래듯 입에 넣어주던,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간 소년은, 유난히도 밝았던 그날의 달빛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생각햤었다.

그도 그럴게, 파티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자마자, 목을 조르는 아버지의 아들을 받아내야 했으니.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정말 유령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혹스러운 스가와라는 그저 히나타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눈 앞의 사내는, 위험한 눈빛을 하고 있으므로.

"내 이름은, 히나타 쇼요에요."

우시지마의 손에 잡혀 우직한 눈빛을 바로 마주한 채, 히나타는 나즈막히 말했다.

"히나타, 쇼요."

우시지마는 히나타의 턱을 놔주었다 

잠시 사이에 붉은 손자국이 하얀 얼굴에 남았다.

"이름을 지어준건, 너인가?"

우시지마는 스가와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면?"

스가와라는 히나타를 끌어안았다.

욕망에 찬 눈동자에 공포보다는 불안을 느꼈다.

이 아이는, 빼앗기지 않을거야.

"그래, 그런가... 그날 이후, 조금 후회했다. 내가 이름을 지어주었으면, 내것이 되었을텐데."

스가와라는 이 남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겨를이 없었으나 본능이 울리는 경고음에 슬쩍 뒷걸음질 쳤다.

"그래서, 그저 이름을 물으러 왔을 뿐인가요? 그것도 코트 최강이라는 분이, 겨우 그런걸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유키가오카는 사라졌고, 그에 얽힌 모두가 죽었어요. 어린날의 유령 또한, 사라지고 이젠 어디에도 없고요."

올곧은 눈동자에는 공포나 두려움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우시지마는, 이유 모를 전율을 느꼈다.

더 아름답고, 더 위태롭고, 달빛에 빛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빛나는 존재로 되어있다.

"가끔 그날의 꿈을 꾸는 정도였다. 그저 어릴적의 기억이라고, 그렇게 여겼는데, 너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증명 못할 욕망에 휩싸인 우시지마가 내란 결론은, '가진다' 였다.

이름을 지어준게 자신이 아니라도, 자신이 아닌 다른 이와 연결되어 있더라도, 그날의 밤처럼, 아름다운 달빛속에 가두어두면 되는 것이 아닌가?

우시지마는 스가와라의 손에서 히나타를 가로챘다.

놀란 히나타가 칼을 뽑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이빨이 목덜미 깊숙히에 박혔다.

여린 살갖을 억지로 찢으며 박혀오는 이빨에 히나타는 몸부림 치며 남자의 넓은 어깨를 밀어내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시지마는 힘을 주어 하얀 목덜미를 물었다.

붉은 선혈이 하얀 피부를 타고 흘러 옷을 적셨다.

스가와라가 총을 빼들었으나 텐도의 총알이 먼저 스가와라의 총을 쏘아 부숴뜨렸다.

단단한 힘으로 자신을 잡은 우시지마에 히나타는 소매 안쪽의 단검을 휘둘렀다.

커다란 덩치로, 날렵하게 피한 우시지마의 커프스가 칼애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쯤 잘린 넥타이에 우시지마는 피식 웃었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핧으며, 우시지마는 광기에 찬 미소를 지었다.

처음보는 친구의 표정에 텐도는 오싹 공포를 느꼈다.

아, 위험해.

히나타는 목덜미를 감싸고는 스가와라에게 뛰어갔다.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으니, 지워지지 않는 다른 무언가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줄보다도 효과적이지 않나.

흉터는 사라지지 않고 마주할 때마다 상처가 생긴 순간을 상기시킨다.

목덜미에 남은 우시지마의 이빨자국은, 히나타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와 히나타를 연결하는 줄이 된다.

평생 너에게 새겨진 나를 지울 수 없다.

"미쳤어."

텐도는 자각하지도 못한 순간 날아드는 칼날에 놀라며 유연하게 몸을 피했다.

잘려나간 소매에 헛웃음을 지으며.

"차라리 유령보다는 까마귀가 나을테지. 적어도 새라면, 새장에 가둘 수 있을테니."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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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이카와. 우시와카가 37구역에서 치비랑 까마귀네 어머니랑 접촉이 있었다는데?"

"뭐...?"

"우시와카가 나가고, 치비가 목덜미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나왔다, 그런 보고가 올라왔어."

"그게 무슨... 지금까지 선셋 레이븐과 도미넌트 이글은 이렇다 할 접촉도 없었잖아?"

"그리고 니가 말한걸 조사했는데, 최근 마츠카와에게 내려진 명령이 뭐였는지 알아?"

"...뭔데?"

"레이븐의 야차에 대한 조사."

우시와카가 레이븐의 치비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야.

오이카와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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