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맑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어갔다.
"스스로를 짐이라고 느낀 당신이, 훌쩍 사라져 버릴까봐."
"내가 사라지는게, 너한테는 무서운 일이야?"
"이것 봐요. 당신은 전혀 알아주질 않아."
안경에 반사된 빛 때문에, 그 유리 조각 너머의 눈동자에 무엇이 담겼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어딜 가겠어. 이곳 아니면 난 살아있지도 않을텐데."
"당신은 좀 알아줘야해요.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네 입에서 그런 단어들이 나오는 건 조금 생소하네."
"히나타, 제발 당신의 행복도 좀 고려해봐요."
"츠키시마가 이름 불러주는 거 오랜만이네, 그리워라."
"...분하지만, 난 당신을 꽤 좋아해요."
"분하지만은 뭐야? 좋으면 좋은거지."
"그러니까 제발, 내가 맘 좀 졸이지 않게 당신도 노력해봐요. 하나 뿐인 목숨, 자꾸 내던져서 나는 수명이 확확 깎여나가니까."
커다란 눈동자가 물끄럼, 시선을 맞추었다.
"...다행이야."
"무슨 말이에요?"
"응, 알려주지 않을거야."
히나타는 쇼트 케익의 딸기를 포크로 찍어 츠키시마의 입으로 가져갔다.
의뭉스런 표정으로 받아먹는 츠키시마를 보며, 히나타는 살풋 미소를 지었다.
응, 다행이야.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라서.
...............................................
"아오바죠사이에서 연락이야."
쿠로오의 말에도 켄마는 여전히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있는게 신기한 놈들이야. 그놈들, 도미넌트 이글을 잡으려고 만들어졌지만, 결국 놈들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도미넌트 이글이지."
켄마가 퉁명스레 말했다.
"뭐야, 이미 다 알고 있던거네."
"어렴풋이는. 날고 기는 오이카와가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건, 아무리 우시와카라고 해도 이상하지."
"쥐새끼가 누군지도 알아?"
"거기까진 굳이 파헤치지 않았는데."
"오이카와가 보낸건 별거 아냐. 범행 예고랄까, 우리쪽 감시를 위한 요원을 파견한다는데."
"역으로 이쪽에서 조사해 달라는 건가?"
"그렇겠지."
"그래. 받아들여."
"흐응? 의외네. 협조할 이유도 의리도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쿠로, 난 요즘 굉장히 성가셔."
켄마는 탁 소리가 나게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나른하고 무기력한 눈에 번뜩이는 이채가 돌았다.
"독수리들이 하늘을 빙빙 돌아다녀서, 정신 사나워 죽겠어. 아오바죠사이놈들,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의외로 휘두르기 쉽단 말이지?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그놈들도 조급해서 이쪽이 휘둘릴 일도 없고."
쿠로오는 짜증 섞인 목소리에 꿀꺽 침을 삼켰다.
아, 화났네.
"이쪽이 가만히 있는다고 계속 이렇게 깔짝거리면 참아줄 이유가 없지?"
"예이, 예이. 그럼, 명령만 내려줘. 난 그저 따를테니."
쿠로오는 눈꼬리를 휘며 활짝 미소지었다.
.....................................................
"안녕?"
"담배, 꺼줄래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마츠키와는 끝만 겨우 탄 담배를 떨궈 뒷굽으로 비벼 껐다.
"우시와카가 대시했다며? 화끈하네. 첫만남에 목덜미에 키스라니."
"맛층상 눈에는 이게 키스마크로 보여요? 물어 뜯겼는데?"
"하하, 귀여운 얼굴로 여기저기 꼬시고 다니니까 그렇지."
"아오바죠사이 요원이니까, 뭔가 좀 알죠? 우시와카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 맛층상은 몰라요?"
눈웃음을 치며 말하는 히나타에 마츠카와는 눈썹을 찡그리며 작게 웃었다.
"글쎄, 그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히나타는 거짓말쟁이의 얼굴을 살폈다.
검은 독수리가 먼저 죽을까, 오이카와가 먼저 죽을까.
"맛층상은 왜 정부 요원이 됬어요?"
"네가 나한테 관심을 가지다니. 좀 기쁜데."
"뭔가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라던가, 그런걸 가지고 요원이 된 건가요?
"옛날엔 이것저것 이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까먹었어."
"...맛층상은, 혹시 코트에서 태어났나요?"
마츠카와는 소년의 말에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지만 뻔뻔하리만치 해맑은 얼굴에선 그 무엇도 읽을 수가 없었다.
"왜 그런말을 하지?"
"그런 분위기를 풍기니까요."
"나도 괴물로 태어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누가 당신을 괴물이라던가요?"
인간의 탈을 쓴 괴물, 괴물의 탈을 쓴 인간.
구분하는 것엔 더이상 의미가 없는 것을.
"나에게서 무얼 듣고 싶은거야?"
"그저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자 한 것 뿐인데, 무언가 들려주실 이야기라도 있나요?"
"너한테? 이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축에 끼는 너에게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명을 그르칠 수도 있는데?"
"사람을 뭘로 보고... 재미없게 굴지 말아요."
"너는 재미를 추구하는 부류는 아니잖아?"
"당신은 나의 어디까지 알아요? 오이카와상이나, 이와쨩상이 당신에게 어디까지 알려줬나요?"
"우리가 너의 뭘 조사했다고 그래? 난 몰라."
"당신이 말하는 '우리'는 누군데요?"
"아오바죠사이 말고, 또 뭐가 있겠어?"
"그날 불을 지른 이유는, 뭐에요?"
"불을 지르다니, 무슨 사람을 방화범 마냥."
"기름을 잔뜩 뿌린 주제에, 거짓말을 하는 거에요?"
"기름이라, 누가 등불의 기름을 쏟기라도 했나보지?"
"누가 요즘 기름등을 써요?"
"난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이야."
"오이카와상이, 거래 목록을 태우고 관계자를 살해하라고 명령했나요?"
"흐음... 저기, 나는 말해줄 권리가 없어.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뿐이야."
마츠카와와 히나타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짐승과 짐승의 것이 경계하며 번뜩거렸다.
....................................................

"누가 금지 구역에서 제멋대로 마약 장사를 하지?"
보쿠토는 실소를 머금은 목소리로 삐딱하게 말했다.
"거슬려, 거슬려! 되도록이면 성가신 일은 만들지 않으려 했는데, 왜 협조를 안해주지?"
"독수리들이 뒤를 봐준다고 그러면, 뭐 저가 뭐라도, 엄청난 거라도 된듯이 우쭐거리지. 그놈들한테 저들은 그저 손쉬운 돈벌이 수단 쯤 밖에 안되는 것도 모르고선!"
보쿠토는 강물에 수많은 약들을 다 흘려보냈다.
"이놈들고 같이 수장시켜. 계속 봐줄수가 없어. 독수리놈들, 우릴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산하라는건, 편하죠. 소속 조직은 아니니 직접적인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편히 않아 갖다바치는 돈만 받아먹으면 되니까."
"그러면 산하 구역에서만 놀 것이지, 왜 우리 구역에서 설치냐 이말이야."
"날뛰는 걸 방치하다가 조화파를 잘못 건드려 망해버린 조직이 남긴 것을, 자기네 산하였다는 이유로 먹어치우려는 속셈이겠죠."
아카아시의 말을 들으며 보쿠토는 씩씩거리며 분노를 드러냈다.
"우리가 굳이 그놈을 피해다닌건, 그놈들 일 처리하는 꼬라지가 영 더러워서 얽히기가 싫었던거지, 무서워서가 아니거든?"
"당신만 원하신다면, 언제든 전쟁을 치룰 수도 있을 겁니다."
"뭣, 아카아시가 이렇게 순순히 동의하는건 드문데?"
"어차피 제가 인정하는 건 당신 밖에 없으니, 무모하게 달려들지만 않는다면 당신에게 방해되는 걸 치우는건 제게 당연한 겁니다."
"나 지금 좀 감동했는데."
"우쭐할 시간에,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부터 생각하세요."
"넌 다 좋은데 제발 타이밍을 맞춰줬으면 좋겠어."
"흐으음... 독수리네 영지라면, 조금 찢어서 가져도 엄청 클테지? 고양이네랑 까마귀네 연락 좀 돌려봐."

에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