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작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그러다 진짜 작은 도련님이 기분 나빠하시면 어쩌려고."

"난 아버지는 있지만, 형도 동생도 없지."

"보스? 그분은 내 주인이시고."

"작은 도련님? 그분은 내가 가지지 못한 걸 모두 가지신 분이지."

"맞아.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아들이란 이름으로, 날 매어둔 채 돌아가셨지. 난 아마 평생 그곳에서 죽어버린 아버질 기다릴 테고."

"뭐야, 함부로 동정하지 말라고? 개의 일생이란 무릇 그런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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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식적으로 적대 관계를 표명할 예정?"
쿠로오는 삐딱하게 앉아 턱을 괴고 말했다.
"셋이라면, 보다 여유지 않겠어?"
보쿠토의 말에 다이치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라는게 있어. 그쪽의 구역과는 거리도 있고, 숲으로 나뉜데다가, 그다지 충돌이 없었는데... 거의 선전포고 비슷한 걸 받았단 말이지?"
"야차군이 또 한건 해냈다며? 대단해~? 그 우시와카를 말이야."
분노가 깔린 다이치의 낮은 목소리에 쿠로오가 키득키득 웃었다.
"우리쪽은 아무래도 상가가 많고, 유흥가도 많으니까 몰래 비집고 들어와서 장사를 하는 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다, 도미넌트 이글의 산하랍시고 허리 꼿꼿히 세우는 녀석들 때문에 골치라고."
보쿠토가 쯧, 혀를 차며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는 뭐, 켄마가 간만에 심사가 뒤틀려서."
쿠로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이대로 이 셋의 동맹을 유지한 채, 도미넌트 이글을 무너뜨리자?"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가 명료히 말했다.
"고양이는 뿌리부터 은밀하게, 정면에선 부엉이와 까마귀, 그걸로 좋잖아?"
다이치의 말에 쿠로오와 보쿠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와카를 암살하는 건?"
"내가 보기엔 그게 전쟁보다도 난이도가 높을 것 같은데."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가 등을 기대며 말했다.
"그녀석의 경호, 죄다 인간 외의 것들인데다가, 우시와카네 구역에서는 저격도 못하게 통제되어 있다구?"
보쿠토는 휘휘 손을 내저었다.
"실은 우리쪽에서 시도를 해봤는데..."
"뭐? 시도를 해? 뭘?"
쿠로오가 경악에 차 꼬았던 다리를 풀고 허리를 세웠다.
"우리 애들이 열받아서 맘대로 움직인 것 같은데, 경계선 숲에서 저격을 시도했나봐. 뭐, 결과는 우시와카가 살아있으니."
"경계선 숲? 거기서 저격이 가능해?"
보쿠토가 놀란듯 물었다.
"돌풍에 머리카락만 스쳤다나."
덤덤하게 말하는 다이치에 보쿠토와 쿠로오가 혀를 내둘렀다.
"에... 니네 저격수 엄청난데? 머리카락이 스쳤다니, 그것도 엄청난 거 아냐?"
쿠로오가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뭐, 이래저래 시도는 계속 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새로운 말을 움직이는 거지."
다이치의 말에 쿠로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영문 모를 소리에 보쿠토는 고개만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오야오야, 보쿠토군?, 혼자 뒤쳐졌다고?"
"어차피 동맹이니까 괜찮잖아?"
쿠로오의 말에 발끈하는 보쿠토를 다이치가 달래듯 진정시켰다.
"정부의 개들 사이에, 독수리가 보낸 첩자가 있어."
"에엑? 아오바죠사이에? 하필이면 도미넌트 이글의 첩자가? 우와아... 오이카와 뒷목 좀 잡았겠어?"
다이치는 보쿠토에게 파일을 내밀었다.
마츠카와의 정보가 빠곡히 들어찬 파일이었다.
"허, 얘야? 대단하네. 절친인 줄 알았더니."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까?"
다이치는 조소를 뱉으며 보쿠토에게 말했다.
"조사해봤는데 말이지, 정부 쪽에 놈이 숨어들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가 있어. 도미넌트 이글이 외부에도 꽤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도 그다지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쿠로오는 품 안에서 사진 몇장을 꺼내들었다.
"도미넌트 이글의 조직원이나 정부의 요원들은 뒤를 캐기가 번거롭잖아? 그래서 이 영감탱이를 캐봤거든? 그래서 어디에 도달했는지 알아?"
쿠로오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보쿠토는 재수없다는 반응이었다.
"확실하게 리액션 해줄테니 빨리 말할래?"
혀를 쯧쯧 차는 보쿠토에 쿠로오는 베- 혓바닥을 내밀었다.
"이 영감님, 예-전에 사고로 헤어진 여동생이 하나 있었거든? 알고보니 코트에서 살고 있던... 그리고 그 여자한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그럼 여기서 문제, 그 여자의 남편, 아이의 아버지는 누굴까?"
쿠로오는 잠시 뜸을 들였다.
"도미넌트 이글의 선대 보스,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아버지."
쿠로오가 킬킬거리며 말하자 다이치는 살짝 입을 벌렸다.
"그런, 그건...?!"
"여자는 몸이 약해서 애가 4살인가에 죽었어. 도미넌트 이글 소유의 유곽에서 일하던 여자였는데, 그걸 안 선대 보스라는 인간이 애를 데려간거지."

쿠로오는 다리를 꼬았다.

"뭐, 혈육의 정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조사를 통해 애 엄마가 정부 요인의 헤어진, 애틋한 여동생인 걸 알고 그런 것 같지만."
짤깍짤깍 박수를 치며 말하는 쿠로오에 보쿠토도 다이치도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뭐, 유곽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아이가 얼마나 불행했을지는, 굳이 떠들기도 입 아프지? 뭐, 그렇다보니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매달리게 되었고. 그래서 시키는데로 모진 훈련을 받고, 배다른 형제를 위해 싸우는 도구로 길러진거야."

솔직히 독수리 보다는 멍멍이라 이거지.

자기 아들 애완 동물 사준거야.

아니, 이런 상황에선 사냥견인가.

쿠로오는 비웃는 둣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인간 관계에 콤플렉스를 가진 인간들은 다루기가 쉽지.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켰다면 거의 세뇌 수준으로 되었을 거고..."

"뭐, 아무튼. 그래서 아버지의 계획대로 열심히 훈련 받고선 여동생을 애타게 찾고있던 삼촌에게 접근해서 도미넌트 이글과 정부를 잇는 비밀 통로가 되어서, 짠! 지금 이 상황이 된거지."
쿠로오는 극적인 말투로 장황히 늘어 놓았다.
"그것보다, 뭘 어떻게 조사하면 거기까지 알 수 있는지 니네 기술이 더 신기한데."
보쿠토가 황망한 표정으로 말하자 쿠로오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오이카와도 기구하기 짝이 없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내가 실은 자기가 가장 증오하는 남자의 동생이라니 말야."
다이치는 냉소적인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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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카와는 옷에 달린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너 요즘 그 옷 자주 입네. 꽤 마음에 들었나봐?"
"어, 아아. 그래. 요즘 꽤 마음에 들어서, 자주 입고 있어."
어딘가 허탈한 듯한 그의 대답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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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비가 오더니, 무지개가 한 번 뜬 이후로는 맑은 나날이 이어졌다.
츠키시마를 거들며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던 히나타는 지루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위험하다며 영 끼워주질 않는 스가와라와 다이치에 히나타는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제는 아예 별장에서 쉬고 있으라며 장기 휴가를 내준 다이치에 히나타는 물론이고, 경호를 맡은 카게야마 까지 덩달아 늘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일이라면 도리어 자신이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불만을 홀로 중얼거리며 히나타는 창문으로 비춰들어오는 햇빛에 손을 뻗어 보았다.
물론 몰래 몰래 상황을 살피며 정 위험할 때 곧바로 나설 수 있게 채비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히나타는 다이치의 과보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호를 받고 있자니, 존재 의의를 부정 당하는 느낌이라, 히나타는 요즈음 기분이 썩 석연치 않았다.
그러나 이를 표하면 안타까운 얼굴을 할 스가와라와 다이치에-아사히는 언제나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히나타는 고분고분 따르는 척, 은밀히 상황을 살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팔굽혀펴기 이백 몇개 부터인가 바닥에 엎어져 자기 시작한 카게야마를 발로 툭툭 건드린 히나타는, 그 괴상스런 몰골을 카메라로 찍어 여기저기 보낸 후 조심스레 방에서 나왔다.
몇일 몸을 안쓴것을 가지고 벌써 근육이 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히나타는, 나른한 눈꼬리에 눈물 방울을 매단 채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새 살이 돋고 있는 목덜미의 상처가 간질간질해서 불쾌감이 일었다.
사내의 이빨 모양대로 분홍빛으로 새살이 돋아나는 꼬라지가 아주 가관이라 생각하며, 히나타는 간지러운 부분을 긁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꼬옥 잡았다.
복도 끝에서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히나타는 작은 손이 바삐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선율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린 동생의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히나타는 멀찍이에서 서성이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집에만 처박혀 있자니 좀이 쑤셔 츠키시마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닥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며 거기에 좀 진득하니 붙어있으라는 잔소리만 날아왔다.
스가상이나 보스에게서 과잉보호가 옮은 것일까 실없는 생각을 하던 히나타는 창문 밖으로 정원을 내려다 보았다.
간단한 무기와 돗자리를 챙겨 정원으로 간 히나타는 햇살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노곤노곤 햇살을 쬐며, 히나타는 남의 목을 물어 뜯은 주제에 그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우시지마를 떠올렸다.
조화파의 주 세력들 모두가 도미넌트 이글과 적대 관계가 되었다.
아직 도화선에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우시지마는 이쪽을 얼마나 주시하고 있을 것인가.
그의 위협 이후 나의 대외 활동이 줄어든 것을 보며 흡족해하고 있을련지도 모른다.
그의 의도대로, 그를 의식하고, 상기하게 되는 것을, 그도 알고 있을까.
그리 생각하자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쾌감에 히나타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원에서도 어렴풋이 나츠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나비가 부푼 곱슬머리에 살포시 앉았다고 생각했을 때, 히나타는 저편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바짝 경계 태세를 취했다.
요란스레 부스럭거리며 덤불에서 튀어나온 것은, 꾀죄죄한 회색 고양이-실은 흰색일지도 모를-와 삐뚜름하게 잘린 앞머리의 소년이었다.
"으-앗, 어디까지 가는... 엣, 누구세요?!"
지저분한 털뭉치를 안고 화들짝 놀라는 소년에 히나타는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소년을 바라 보았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너, 어디로 들어왔어?"
히나타의 말에 소년은 얼빵한 표정으로 눈만 끔뻑거렸다.
"에, 고양이를 쫒다보니 어느새... 헙, 근데 여긴 어디?!"
산만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소년에 히나타는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삐딱한 앞머리와는 달리 소년은 멀끔한-비록 고양이가 더럽혀 놓았지만-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여기 보안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어? 너 누구야?"
히나타가 소년의 멱살을 잡아채자 고양이가 폴짝 품에서 뛰어내리더니 이내 달아나 버렸다.
그 모습에 놀라 고양이를 부르던 소년을 히나타가 멱살을 잡고 흔들자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었다.
"컥, 콜록콜록! 크흡, 자, 잠깐만요! 켁, 큭!"
거친 기침 소리에 히나타는 내던지듯 소년을 놓아 주었다.
"이 일대가 다 사유진데, 어디서 슬금슬금 기어 들어왔는지 확실히 말하는게 좋을거야."
살기 어린 히나타의 눈에 소년은 기침과 딸꾹질을 동시에 하며 숨이 넘어갈듯 얼굴으 시뻘개졌다.
"벼, 병원에 가던 중이었는데, 차에서 잠깐 잠들어서, 그랬더니 왠 숲이었어요! 그러다가 고양이가..."
그렁그렁하게 눈물을 매달고 횡설수설하는 소년을 히나타는 꼼꼼히 살펴 보았다.
무기나 카메라, 도청기는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혀를 찬 히나타는 구멍난 보안에 경호원 놈들을 갈궈야지 생각하며 소년을 질질 끌어다가 나무에 묶었다.
"이름."
"예?"
"이름!"
"고, 고시키 츠토무 입니다!"
히나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소년은 울 것 같은 얼굴로 이름을 외쳤다.
고시키는 히끅거리며 나무에 묶여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히나타는 고시키의 주머니를 뒤졌지만 구깃한 약봉투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고시키는 히나타보다 20센치는 커보였지만, 앳된 얼굴이 아직 그가 소년임을 알게 해주었다.
히나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멍청한 얼굴의 침입자를 노려보았다.

이걸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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