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떨어지는 사진에 오이카와는 급하게 손을 뻗었다.
"치비쨩...?"
피투성이에, 눈을 감고서, 독수리들에게 끌려가는...
오이카와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저 정신이 나간채, 사진을 바라 보았다.
"아아,아아아악...!"
오이카와는 몸을 웅크렸다.
추워, 너무 추워.

태양이 빛을 잃어서, 너무나 춥다.

끅끅 괴로움을 삼키며, 뱉으며 몸을 웅크렸다.
한참을 그러던 오이카와는 비척비척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갈 수 없다.
나에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너를 외면해야만 해.
오이카와는 사진을 태워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
비틀린 세상에서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부하들을, 동료들을 내팽겨치고서 그에게 달려갈 순 없다.

이와이즈미, 하나마키, 킨다이치, 쿠니미, 야하바...

수많은 동료들의 목숨이 제 손에 달려있기에.
사랑해.
사랑해.
미안해.

히나타, 히나타.
살아남아.
도망쳐.
죽지마.
그 남자에게서,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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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넌트 이글이 어떻게 그곳을 찾았지? 거긴 지도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야!"
스가와라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수면 가스를 뿌려서 경호를 약화시키고 주변 도로를 다 아작내서 도주로도 막아놨어. 카게야마가 없었으면 나츠까지 꼼짝없이 잡혔을거야."
꽉 쥔 다이치의 주먹에서 가느다란 선혈이 흘렀다.
"찾으러 가자."
낮은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아사히였다.
뿌득 이를 갈며, 이마까지 힘줄을 세운 아사히의 얼굴엔 살기로 가득했다.
"히나타, 히나타..."
스가와라는 일그러진 얼굴로 손톱을 뜯었다.
불안감에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는 말 없이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그를 두고 왔어.
내가, 히나타를 거기에 홀로 두고 왔어.
자기 혐오에 카게야마는 구역질이 밀려왔다.
나의 구원자, 나의 신...
어째서 나는 항상 당신을 구할 수가 없지?
"야차의 몸 안에 GPS가 심겨져 있으니, 위치는 금방 알 수 있을겁니다."
츠키시마는 평소보다 배는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말했다.
상대는 우시와카.
코트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그런 그의 손에 히나타가...
츠키시마는 스물스물 머릿속을 점령하는 부정적인 가정들을 떨치려 무던히 애를 썼다.
침착해.
침착하고 냉정하게, 놈들을 부수고 히나타를 찾을 방법을 알아내.
괜찮을거야.
제발, 괜찮을거야.
"고양이랑, 부엉이 한테 알려. 우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놈들을 칠 거라고."
다이치가 쥐고 있던 펜이 부숴져 바닥에 흩어졌다.
아사히는 말 없이 방을 나갔다.
스가와라는, 어두운 빛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모두가 왕자를 죽이기 위해 자기들의 무기를 갈고 있었다.
............................................................................
"그나저나 대단해, 츠토무는."
텐도가 여기저기에 묻은 피딱지를 닦아내며 말했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떻게 찾아내서는..."
"아뇨, 전 몸이 약하니깐, 이런거라도 해서 형님께 도움이 되어야죠."
.................................................................................
어지러워.
현기증을 느끼며 일어난 히나타는 사지에 달린 무거운 족쇄를 알아챘다.
카게야마와 나츠는 잘 빠져나갔겠지.
히나타는 허리를 세워 일어나려다 다시 털썩 침대에 누웠다.
침대 이외엔 뭣도 없는 방, 자신은 실크로 된 가운을 입고 있었다.
무거운 족쇄에 꼼짝도 하기 싫었다.
투견장에서 처럼, 족쇄에 매인 채로, 손님들을 받아내던...
히나타는 악몽이 엄습해 눈을 질끈 감았다.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히나타가 푹신한 침대에 누울 수 있는 것은 변태들의 욕망을 받아낼 때 뿐이었다.
무섭고, 지겨웠다.
끼익-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텐도와 우시지마였다.
"역시 그정도로는 안 죽네. 아까워라. 좀 더 멀쩡한 칼이였음 내장을 쏟아내고 죽었을텐데."
덤덤하게 말하는 히나타에 텐도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히나타는 침대에 누워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시지마에게도, 텐도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무표정으로 다가온 우시지마는 가운을 젖혀 자신이 만든 흉터를 보았다.
하얀 피부에 선명한 자신의 흔적에, 흡족한 마음이 일었다.
손끝으로 오돌토돌한 흉터를 쓸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 참 쓸모없는 짓을 하네."
"쓸모없는 짓을 해도 죽지 않을 힘이 있으면, 괜찮지 않나."
히나타는 우시지마의 욕망에 찬 눈동자를 흘끗 바라보았다.
당신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이구나.
달님, 소원은 이만 물러주세요.
내가 원한건 저런게 아니었으니까.
"넌 이제 나의 것이다."
"나는 나의 가족 이외의 사람이 소유할 수 없는데."
"글쎄, 이곳에 갇힌 너는, 어찌되었든 나의 것이다."
"이 도시에서 미친 놈들을 참 많이 봐왔지만, 당신이 최고네."
"오이카와가 네게 손을 대었다지?"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닳고 닳았어."
"난 그가 싫다. 그래서 그가 너를 만졌다는 것도 싫어."
크고 단단한 손이 가운 안쪽을 침범해왔다.
흉터들을 하나하나 쓸어대는 뜨거운 손길에 히나타는 또다시 서러웠다.
절그럭, 절그럭, 족쇄들이 요란스런 소리를 내었다.
텐도가 방을 나서는 소리가 들리고, 우시지마는 형광등의 빛을 가려 히나타 위에서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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