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토리자와는 폐허가 되었다.
레이븐의 연락을 받고 도미넌트 이글의 주력 구역들만 골라 파괴한 스트레이 캣츠와 문라이즈 아울 때문에 도미넌트 이글은 거의 세력을 반 이상 잃었다.
마츠카와 잇세이는 시체 조차 남기지 않고 죽었다.
하나마키 타카히로는 바로 업무로 복귀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어딘가 이상해졌다.
더이상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어 보였다.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를 불안하게 좇았다.
히나타는, 일주일간 고열에 시달렸다.
애초에 상처 투성이로 잡혀가서는, 갇힌 뒤로는 우시지마에 매일 밤 시달려 몸이 약해져 있었다.
그런 몸으로 독을 삼키고 싸웠으니, 그 몸이 멀쩡할리가 없었다.
스가와라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머릿맡을 지켰다.
엉망으로 찍힌 잇자국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자국과 키스마크, 잇자국...
스가와라는 보기만 해도 구토가 치밀었다.
스가와라가 투견장에 갇혀있던 시간은 짧았다.
그러나 그것의 악몽은 아직까지도 스가와라를 괴롭혔다.
그런데 어째서, 자기보다 더한 시간을 시달려온 히나타는 괜찮다고 말하며 그것을 견디는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스가와라는 작은 손을 자신의 뺨에 부볐다.
괜찮지 않아.
너는 괜찮지가 않아.
분노로 이성을 잃고 거의 살육을 저지른 아사히는, 히나타를 안고 돌아오는 길에 엉엉 울었다.
이번에는 다이치 조차 울지 말라는 둥 구박을 하지 않았다.
왜 자꾸 불운이 겹쳐 이 작은 아이를 괴롭히는지, 다이치는 애초에 믿지 않았던 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얼마나 더 아파야 만족을 할련지.
너덜너덜하게 돌아온 오빠의 모습에 나츠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으로 울었다.
다이치는 어린 남매를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에 한심함을 느꼈다.
무엇을 위해 지금껏 힘을 길렀나.
숨 넘어가게 헐떡거리는 소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다이치는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전투 중 칼에 스친 옆구리 보다도 가슴이 더 쓰렸다.
자신에겐 이깟 상처로 엄살을 부릴 자격도 권리도 없었다.
작은 소년이 모두의 몫의 비명을 질렀으니, 우리는 아파도 비명을 질러서는 안된다.
우리의 몫까지 아프고,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이가 있기에 다이치는 아파할 자격 조차 없었다.
단정한 미간을 찌뿌린 채 열에 달뜬 신음을 내뱉는 히나타애 다이치는 젖은 머리를 쓸어주었다.
한손에 다 들어올 정도로 작은 얼굴.
다이치는 다시금, 새삼 자신이 방패로 세워 뒤에 숨은 아이가 얼마나 작은지 깨달았다.
이러려고 너에게 같이 싸워달라 부탁했던게 아냐.
너를 칼로, 방패로 내세워서 살아난 이 목숨에 무슨 가치가 있나.
다이치는 하얀 시트에 괴로워하며 머리를 문댔다.
옅은 소독용 알콜의 냄새가 난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은 손목에 족쇄가 남긴 상처가 안타까웠다.
투견장에서 도망쳐나온 그를 처음 만난 날, 움푹 패여 썩어가던 어린 손목에 얼마나 놀랐는지.
이 여린 손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걸 소년이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잘 아는데.
막을 수 없었기에 다이치는 그저 괴로웠다.
젠장, 우시와카를 완전히 끝내버렸어야 하는데.
확실히 기세는 레이븐이 우세했으나, 도미넌트 이글의 괴물들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으로 강했다.
세력을 반으로 줄여 놓았음에도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레벨이다.
조화파 조직들이 연합하고, 아오바죠사이도 나름의 공세를 이어 가겠지만, 안심할 수가 없다.
우리 애가 너무 예뻐서, 자꾸 나쁜놈들이 꼬여.
다이치는 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자꾸만 힘들게해서 어떡해.
그만 좀 아파라, 제발.
다이치는 여전히 믿지 않는 신에게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제발, 우리 쇼요 좀 내버려둬요.
제발 좀 행복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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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액체를 들이키는데 목이 바짝바짝 탔다.
뜨겁고 칼칼한 느낌에 오이카와는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훅 끼쳐오는 술냄새에 머리가 아찔했다.
술잔을 수없이 기울여 보아도 텅 비어있는 공간이 채워지질 않았다.
공허하고 공허해 어쩔 줄 몰라 오이카와는 초조해졌다.
혀가 마비된 듯이 아리고 쓴 맛은 혀 뿌리까지 장악해 오이카와는 말하기가 어려웠다.
할 말도 없지만.
공허함이 알콜을 다 앗아가는지,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기만 했다.
잊고 싶어서, 놓고 싶어서 들이킨 술은 머릿속만 복잡하게 휘저었다.
시라토리자와가 무너지고 도미넌트 이글의 놈들이 다른 구역으로 도망친지도 거의 2주가 다 되었다.
마츠카와 잇세이가 죽은지도 2주가 다 되었다.
오히려 하나마키는 저보다 괜찮아 보였다.
어째서 하나마키는 마츠카와를 이해할 수 있었는가.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저에게 알려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그 어머니의 무덤에 꽃을 드리고 왔다는 말도 해 주었다.
그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이별할 시간을 주었다.
오이카와에겐 그런건 주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저를 미워할 것이라고, 더이상 친구라 여기지 않을거라 생각하여 필요없을거라 여겼겠지.
사실이다.
미워했고, 더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별할 기회는 필요했다.
납득할 시간을 주어야했다.
용서받지 못할 지라도 말해주어야 했다.
결국 그는 혼자만 좋을대로 도망친 것이다.
벌써 그 얼굴이 흐릿했다.
오이카와는 자신이 느끼는 것이 증오인지 연민인지 그리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명과 비슷한 색의 액체가 다시금 잔에 가득 채워졌다.
단숨에 들이키면 코가 찡하게 독해서 눈물이 고였다.
식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숨이 막히는 것도 다 술이 독한 탓이다.
눈물이 나고 속이 뒤틀리는 것도 다 술의 탓이다.
배신자를 위해 울어줄 눈물 따위는 없다.
그저 모든게 다 독한 술의 탓이다.
오이카와는 목에서 울컥울컥 차오르는, 무엇인지 모를 뜨거운 것을 다시 밀어넣으려 입을 막았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보면 술기운이 오르는 것일텐데 정신은 도통 몽롱해지질 않았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참 멍청한 짓이죠."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소년이 여기저기 거즈를 붙인 채 서 있었다.
"우리 바에서 참 자주 만나네요? 오랜만이에요. 얼굴 참 엉망이네."
살짝 웃은 소년은 의자를 끌어다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소년의 몸은 아직 상처 투성이였다.
옷깃 사이로 보이는 잇자국에 오이카와는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소년이 우시와카에게 무엇을 당했는지가 뻔히 보였다.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표정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날 무슨 도자기 인형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가 또 엄청 튼튼하거든요?"
웃으며 태평히 말하는 소년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말라있어 오이카와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편이 나았으려나."
"무엇을? 마츠카와에 관한 것?"
"고마웠다, 고 전해 달라는데... 참 잔인한 사람이에요. 그죠?"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잔을 빼앗아 저 멀리에 가져다 두었다.
"...고맙다니, 뭐가?"
"나야 모르죠."
"나도 몰라... 나도, 나도..."
오이카와는 목이 메여 침을 삼켰다.
"좋아했다고, 그 이름. 맛층이라고 불러주는 거."
"...그걸 말해주러 온 거야?"
"아니요. 그냥, 당신이 신경쓰여서 온 거에요."
"그자식, 심지어는 우시와카 동생이었어."
오이카와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10년을 같이 있었어. 자그마치 십년..."
오이카와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흐느낌도, 눈물도 없이 그는 울고 있었다.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손목을 잡아 얼굴에서 손을 떼어냈다.
상기된 얼굴에는 절망스런 빛이 역력했다.
히나타는 작은 손으로 그 얼굴을 감싸 끌어당겼다.
오이카와는, 이내 자신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혀에 감짝 놀랐다.
키스는 짧았으나, 부드럽고 다정했다.
어린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자 쓰디 쓴 독주에 마비되었던 입 안이 유연하게 풀렸다.
입술을 떼고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볐다.
말 없이 이어지는 행위에, 오이카와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마츠카와가 그리 떠난 후, 한번도 울지 않았던 그였다.
불타는 숲에서의 절규를 마지막으로, 그저 조용한 분노로 지냈던 오이카와는, 소년의 말 없는 위로에 결국 눈물을 떨궜다.
이마에 붉은 입술이 살짝 머물었다가 떨어졌다.
"아아... 아아아...!"
오이카와는 그저 신음과도 같은 절규로 슬픔을 쏟아냈다.
가슴과 배 사이의 어딘가가 울컥울컥 아파서, 몸을 구부린 채 절규했다.
얼굴은 뜨뜻한 눈물로 젖어가고, 히나타는 그의 머리통을 껴안고서는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소독약 냄새와 보송한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끅끅거리는 신음성이 잇새로 빠져나오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히나타는 그저 말없이 그의 머리를 결대로 쓸어주었다.
"나도 당신을 꽤 좋아해요."
오이카와는 작은 품에 안긴 까닭에 그리 말하는 소년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나, 손길이 다정해 그저 눈물이 났다.
미안해요.
히나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마츠카와도, 자신도 그저 스스로보다 사랑하는게 있었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에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모르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을 뿐이다.
그저 모두가 비참하고 불쌍한 이들이었을 뿐이다.
히나타는 마츠카와의 계획에 동참했고, 그 일부였다.
히나타는 그를 이해했다.
그러기에 이 남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옷이 눈물에 젖어가는 느낌은, 히나타도 슬프게 만들었다.
다정한 이가 다칠 수 밖에 없는 이 미친 도시가 다시금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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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딜 몰래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거에요? 제발 저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으면 어디가 덧나요?"
슬금슬금 방으로 돌이와 불을 켜니, 침대 위에는 츠키시마가 앉아 있었다.
빠르게 쏘아 붙이는 츠키시마에 움찔한 히나타는 짐짓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표정 집어치워요! 잔짜로, 이번에는 좀 얌전히 말 좀 들어요. 내 수명을 얼마나 깎아먹으려고...!"
"츠, 츠키시마... 화났어...?"
"화났지, 그럼!"
버럭 소리지르는 츠키시마에 히나타는 울상이 되어 쭈볏거렸다.
"그렇게 잡혀가고는, 갑자기 마츠카와 잇세이를 통해서 신호 전까지 대기하라고 그러고, 그러더니 일주일 넘게 신호는 없고! 죽었나, 무슨 일 있나 우린 그냥 기다리는데! 그래놓고는 죽기 직전으로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 앓은 주제에 또 몰래 쏘다니고!"
츠키시마는 얼굴까지 벌겋게 붉히며 버럭버럭 화를 냈다.
"미, 미안해..."
히나타가 울먹이며 츠키시마의 주변을 갸웃거리자 츠키시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리 질러서 미안해요."
"으응, 아니... 맘대로 돌아다녀서 미안해."
"걱정되서 그랬어요. 이번엔 진짜로 심각했다고요..."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이는 츠키시마에 히나타는 깜짝 놀라 안절부절 못했다.
드디어 히나타가 돌아왔을 때 느낀 건, 안도감 보다도 충격이었다.
독에 중독되어 검붉은 피를 흘리며,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는 몸으로 안겨들어온 그의 모습에 츠키시마는 숨이 턱 막혔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처 뿐인 가느다란 팔에 꽂힌 링겔 바늘들이 너무 두꺼워 보였다.
바늘을 꽂아넣는 것 조차 그의 목숨을 위협할까 겁이 났다.
열이 오르며 위험을 알리는 신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손에는 땀이 가득했었다.
제일 무서웠던 것은, 의식이 없는 히나타가, 더이상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그만둬버리면 어쩌나, 그것이었다.
너무 지치고 힘든 당신이, 우리를 두고 포기해 버릴까봐, 다 놔버리면 어쩌나 무서웠어.
공포에 사로잡혀 호흡이 빈번하게 곤란해졌었다.
정말로 무서웠다.
위태로이 당신과 이어져 있던 끈이, 맥없이 끊어질까 두려웠어.
"츠키시마, 난 괜찮아."
"그 빌어먹을 괜찮아 좀 하지 말아요..."
히나타는 물기 어린 츠키시마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그의 옆에 앉았다.
"울지마. 응?"
"누가 운다고 그럽니까..."

당신은 단 한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어.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
"저기 저거, 박스 뭐야?"

히나타는 어쩔 줄 몰라하다 한켠ㅇ0 놓인 하얀 박스흘 가리켰다.
"케이크...인데, 못먹어요."
"왜?"
히나타의 달래는 듯한 말투에 고개를 든 츠키시마의 코끝이 빨갰다.
"당신이 없어져서 홧김에 집어던졌어요."
"괜찮아. 먹을래."
"못먹는다니까..."
"괜찮아. 배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같이 먹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츠키시마가 하얀 케이크 상자와 포크를 가져왔다.
잔뜩 뭉개진 케이크의 모습에 히나타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거봐요. 못먹는다니깐?"
"츠키시마가 좋아하는 쇼트케이크네? 딸기 내꺼까지 줄게. 자, 먹자."
맛있어, 맛있어.
히나타는 빵과 생크림 덩어리가 된 그 케이크를 다 먹었다.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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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아이디 : error404but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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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하나밖에 안올라와도 진행합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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