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은 뭐야?"

히나타는 츠키시마가 건낸 자료를 훓다가 한 여인의 사진을 가리켰다.

"미야 쌍둥이의 어머니인 여자에요. 코트 출신이라는데."

"코트 출신이라고...?"

"코트 출신이 밖에 나간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심지어는 이나리자키의 안주인까지 된 성공의 정석같은 인물이죠."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야기하던 츠키시마는 조용한 히나타에 위화감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히나타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사진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 여자, 다른 가족 관계는?"

"글쎄요. 그런건 아직... 뭡니까. 그 여자랑 무슨..."

"닮았어."

츠키시마는 히나타가 짓고있는 표정이 도저히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확실한건, 멍한 표정 너머의 공허와 공포.

"누구, 와 말입니까."

"... 어머니."

히나타의 말에 츠키시마는 들고있던 펜을 툭 떨구었다.

"그럼 혹시 그 여자가..."

"아니, 우리 어머니는 죽었어. 퍼렇게 질린 얼굴로 보라색이 된 혀를 죽 내민채 죽었지. 아름다운 얼굴이, 밧줄 하나에 덧없이 추해지더라고."

히나타는 담담했다.

아니, 담담하다기 보다는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

"난 어머니가 무서워."

츠키시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침만 꼴깍 삼켰다.

"난 누구에게도 피해자였지만, 어머니에게 나는 가해자였거든."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지독히도 쓸쓸해 츠키시마는 심장이 죄었다.

"...그 여자가, 당신의 어머니와 관련이 있다면 어쩔 생각입니까."

"어쩌린 뭘 어째. 난 보스가 시키는 대로만 할 뿐이야."

"무언가 볼 일이 있는거 아닙니까."

"어머니는 날 낳아주셨지만, 내 가족은 아니었어. 그 사람이 어머니의 친인척이 아니라 진짜 내 어머니래도 볼 일 없어."

히나타는 파일을 탁 접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날 죽이거나 내가 어머닐 죽였을거야. 그사람이나 나나 사랑하지 아않았으니까."

휘청거리며 방을 나가는 히나타에 츠키시마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렇게 사랑스러운데 어째서 사랑해주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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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난 네가 정말 밉단다.

미워, 너무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어.

너가 날 여기에 묶어놓았어.

너가, 너만 없었어도 나는 괜찮았을텐데.

아가, 아가, 제발 사라지렴.

내 앞에서 사라지렴.

"...나타! 히나타!"

눈을 뜨자 스가와라가 걱정스런 눈으로 히나타를 살피고 있었다.

땀에 젖어 시트가 축축했다.

눈물도 흘린 것 같았다.

"왜 울어? 무슨 일 있었어? 나쁜 꿈 꾼거야?"

스가와라는 걱정스런 얼굴로 젖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얼굴을 보자 안도감이 들어 히나타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스... 스가상... 스가상..."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울기 시작한 아이에 스가와라는 덜컥 겁이나 히나타를 꼬옥 껴안았다.

"응응. 스가상 여기에 있어. 어디 안가. 여기에 계속 같이 있을 거야."

스가와라의 잠옷이 히나타의 눈물로 젖어들었다.

스가와라의 품은 다정하고 따스했지만, 히나타는 여전히 자신이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 때문에 스가상이나 다이치상이나 아사히상이 불행해지면 어떡하지?

어머니처럼, 내가 미워지면 어떡하지?

어머니는 히나타를 사랑하지 않았다.

도리어 미워했을 망정.

아버지도 히나타를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증오했다.

히나타 마저도 히나타를 사랑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경멸하기까지 했다.

이런 자신을 살게 하는 건, 이 사람들.

내 가족.

히나타는 스가와라의 박동을 들으며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한 건 당연한거야.

지금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옛날 일에 매달려 일을 그르치지마.

중요한 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가족들을 지키는 것.

그게 나같은게 살아있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야.

이런 나를 사랑해주다니, 이사람들은 대단해-

히나타는 스가와라가 들으면 눈물을 쏟을 법한 것들을 생각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깊은 상처가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듯이, 히나타의 구멍 또한 메워지질 않았다.

아니, 메워질 일도 없을 것이다.

히나타는 테루시마가 그랬듯이 그 구멍을 채우려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그 구멍으로 뛰어들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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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미야 쌍둥이들의 '자선 파티'라고...?"

한자리에 모인 조화파들은 서로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공유하여 살펴보고 있었다.

스트레이 캣츠가 가져온 자료를 본 보쿠토는 역시 있는 놈들이 더해-라고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선 파티는 총 이틀. 하루는 공식적으로 진행되며 언론에도 노출되고 그저 평범한 사교 파티마냥 부자들 돈자랑하고 고상떠는 그런 파티야.하지만 다음날 저녁에 열리는 건, 첫날에 몰래 전달된 초청장으로 비밀리에 진행되는 파티, 뭐랄까... 이세상 문란함을 다 가져다 놓은 파티지."

쿠로오의 말에 다이치가 작게 미간을 찌뿌렸다.

"마약은 당연하고... 고급 창부로 대접하는 건 물론 격투 대회같은 것도 하나봐.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 쌍둥이 취향이 마니악한 것도 있지만 그걸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 같아."

"무기?"

쿠로오의 말에 보쿠토가 반문했다.

"응. 일단 마약. 중독성이 아주 강한 특수 약물이야. 아마도 도미넌트 이글이 제공하는 것 같은데... 그걸 사용하면 손님들이 아주 미쳐나가겠지? 또 참여하려고 할테고. 그리고 그런 파티에 참가했다는 것 만으로도 타격을 받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니, 미야 쌍둥이는 손님 모두의 약점을 손에 넣는 방법이기도 하지."

"음... 우선, 우리 쪽애선 첫쨋날 파티의 초청장은 손에 넣었어."

보쿠토가 품 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그래? 그런 너네가 둘째날의 초청장, 받아오면 되겠네."

"그런데 건수가 건수이니 만큼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데... 우리쪽 인원이 지금 항구쪽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서 움직이기가 힘들어."

"그럼 어때? 우리가 백업테니까, 까마귀들이랑 같이가."

"쿠로오, 뭘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쿠로오의 말에 다이치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앵간한 자료는 싹 다 조사해 줄 수 있어. 우린 코트 내 최고 정보상이라고? 돌진은 니들 전문이잖아?"

쿠로오가 능글거리며 말했다.

"음, 음, 음... 그럼 야차군이랑 그늘군 콤비로 갈까?"

"하아? 왜 하필?"

대놓고 싫다는 표시를 하는 스가와라에 보쿠토는 찔끔 식은땀을 흘렸다.

"녀석들, 꽤나 탐미주의자라는 것 같고... 그늘군 잘생겼잖아? 야차군도 귀엽고, 무엇보다 조그만애가 뽈뻘거리고 따라다니면 눈에도 띌 거고."

보쿠토의 말에 스가와라는 말없이 인상을 쓰며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도 경비를 강화중이라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야, 스가. 두사람이라면 처세도 잘 할거고."

"다이치, 하지만...!"

"대신, 무슨 일 생기면 부엉이들 다 죽여버릴 거야. 오자마자 스가와라 특제 마파두부로 시작해서...."

"알았어! 사와무라군, 알았으니까! 아주 극성 부모라니까!"

보쿠토가 두 손을 들며 알았다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말했다.

"안경군이랑 그 친구 해커군은 우리 백업을 보조해줘. 그쪽의 방식도 따라야하니."

쿠로오의 말에 다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볼까? 여우들을 죽일지 친구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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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으로 움직이는 세명만 붙여놔도 괜찮은 겁니까.
이어폰 너머로 츠키시마의 못미덥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백업하고 있으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뒤이어 들려오는 켄마의 나른한 목소리에 히나타는 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본인이 봐도 좀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조합이다.
아카아시상은 어디로 간거지!?
-쇼요, 4시 방향에 쌍둥이들이 있어.
히나타는 고개를 돌려 눈으로 쌍둥이들을 찾았다.

어머니를 닮지는 않았다.

하나타와도 닮지 않았다.
"일란성이네. 머리 스타일은 다르지만."
보쿠토는 어딘가 즐거운 듯 말했다.
"반듯해 보이는 저 도련님들이 그런 취향의 소유자란 말이지?"
키득키득 웃으며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어려있었다.
-반대편에 부회장이 있어. 쌍둥이의 어머니인.
켄마의 말에 히나타는 움찔 몸을 떨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
아, 그녀는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힘 주지 않고서 두 손을 모아 자신의 목을 감싸던 어머니.
힘을 주어 작은 목을 꺾어버릴까 고민하던 어머니.
결국 죽음으로 도피해 나를 지옥으로 밀어넣은 어머니.
아아, 검은 머리칼, 아름답게 휘어지는 눈꼬리...
그러나 그녀는 웃고 있었다.
히나타의 어머니와는 다르게.
한번도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웃음을, 그녀가 죽은 후에나 다른 사람을 통해 보다니.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히나타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서?
히나타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히나타. 왜그래?"
히나타는 걱정스런 표정의 카게야마에 그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죽었어.
목이 졸려서, 목뼈가 부러져서 그녀는 죽었어.
"어라, 무려 문라이즈 아울의 주인께서 직접."
어느새 쌍둥이들은 이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초청장을 보내셨으니 당연하죠, 뭐, 이런 고상한 파티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지만서도."
보쿠토는 멀끔한 미소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이쪽은?"
미야 아츠쿠가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제 경호원이랄까, 수행원이랄까."
"흐음... 이쪽은 그렇다쳐도, 이 작은 아이도요?"
아츠무는 히나타의 턱을 감싸 들어올리며 말했다.
"위험한 짐승이니 주의하시는게 좋을텐데요."
아츠무는 여유로운 보쿠토의 미소에 허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 그 보쿠토 코타로의 수행원들이하면 실력은 확실하겠지만, 얼굴도 꽤나 반반하군요. 귀여워라."
불쑥 입 안으로 들어오는 엄지 손가락에 히나타는 인상을 찌뿌렸다.
"취향하고는. 너무 어린애잖아."
오사무의 말에 아츠무가 웃으며 손을 빼냈다.
"이래뵈도 19살입니다."
히나타의 불퉁한 말에 아츠무는 살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따가 이내 눈을 접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우리애를 괴롭히는 건 그만두시고, 그보다도, 쌍둥이 분들께서 주최하는 더 고상한 파티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미야 아츠무는 보쿠토의 형형한 눈빛에 흠칫하며 침을 삼켰다.
"관심, 있으십니까?"
"일단은 저, 쾌락주의자라서요."
"흐응... 그렇다면, 자랑하는 수행원들의 실력을 좀 보여주시죠. 내일 자리는 다 마련해 놓을테니."
아츠무가 오사무를 바라보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뭐. 하지만 만약 사상자가 나와도, 책임은 질 수 없습니다만."
"우리가 원하는 바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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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 계속 이쪽을 쳐다보는데."

보쿠토에 말에 히나타는 가슴이 뜨끔하는 것을 느꼈다.

-미야 형제랑 부회장은 모자 관계지만, 경영에 있어서는 서서히 파벌이 갈리는 중이야. 저쪽도 찔러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켄마의 의욕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다가오고 있는데요."

카게야마의 말대로, 그녀는 주변과 인사를 나누며 서서히  히나타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성인 자녀 둘을 둔 어머니라 들었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우시군요."

보쿠토는 그녀의 손등에 작게 키스하며 말했다.

"과찬이로군요. 나이는 못 속인답니다."

그녀는 기품이 흐르는 미소로 화답하며 보쿠토에 답했다.

"나더 코트에서 나고 자랐지요. 떠난지 오래라 지금은 어떤 모습일련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히나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얗고 가느다란, 아름다운 손가락이 주황색 머리를 스쳤다.

"이건, 유키가오카의 색이로군요."

히나타는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다.

저도 모르게 흠칫,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내게 이름을 알려줘요. 이름이 뭔가요?"

히나타는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휜 반달같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름 같은거, 없습니다."

"당신은 날 본 적이 있지요. 어디서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무언가 착각한 거 아닌가요?"

"불쌍해라. 당신이 바로 내가 낳은 죄악이로군요. 많이 불행했나요?"

토할 것 같아.

히나타는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 구역질이 치밀었다.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거지?

이 여자는 누구야?

어떻게 나를 알고있어?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이명에 귀가 멀어버릴 것 같았다.

바닥이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을지 모른다.

모든 감각이 엉망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얘는 저랑 평생 같이였는데요. 유키가오카 근처에도 간 적 없습니다."

카게야마는 패닉에 빠진 히나타를 등 뒤에 숨기며 싸늘히 말했다.

"어라, 그런가요? 뭔가 착각했을지도."

여자는 작게 사과하더니 이내 다시금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멀어져갔다.

"꼬맹이, 무슨 일이야?"

"히나타, 나 좀 봐봐. 왜그래?"

히나타는  주먹을 꼭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츠키시마. 저 여자의 모든 걸 탈탈 털어내. 하나도 빠짐없이, 싹 다."

-....네.

츠키시마는 이 위태로운 소년이 너무도 안쓰러웠다.

................................................................................

"어머니, 부엉이의 개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아츠무가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어머, 개라니. 사이 좋게 지내렴. 사촌 동생이니까."

그녀의 말에 오사무도, 아츠무도 그녀를 돌아보았다.

"당신에게 저희 말고도 가족이 있었나요?"

"그럼. 나와 똑 닮은, 내 손으로 지옥에 밀어넣은 예쁜 동생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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