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문 밖에는 오사무가 삐딱하게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냥 의미없는 담소였을 뿐인데."
"넌, 피 냄새가 꽤 잘 어울리는구나."
오사무는 고개를 숙여 히나타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었다.
"괜찮은건가? 독수리들이랑 이어져 있는 주제에, 우리랑 느긋하게 파티나 즐겨도?"
히나타가 오사무의 머리통을 밀어내며 말했다.
"우리가 확실히 놈들이랑 이어져있기는 하지만, 그놈들 밑은 아닌데."
불쑥 나타난 아츠무가 히나타의 뒤에서 허리를 휘감았다.
"우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편에 서는 거지. 놈들 아래서 기어다니는게 아니라구."
싱글거리며 여기저기를 더듬어오는 손길에 히나타는 그를 밀쳐냈다
"미안한데, 난 화대가 좀 비싸서, 앵간한 걸로는 날 안을 수는 없을 걸?"
히나타는 삐뚜름히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여우굴에 들어온 주제에, 뭘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쌍둥이는 양쪽에서 다가와 히나타를 감쌌다.
조금의 공포도 긴장도 어리지 않은 여유로운 눈빛이 지나치게 도발적이었다.
히나타는 피식 웃으며 오사무의 중심을 흐뜨려 넘어뜨렸다.
갑작스레 훅 넘어간 오사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봤으면서도, 좀 경계하는 편이 좋지 않아?"
어느새 히나타는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었다.
"나를 가지고 싶으면, 쓸만한 걸 좀 내놔봐. 재미없게 굴지 말고."
히나타는 넘어진 오사무의 턱을 잡아 들어올려 앙 하고 자국이 남을 정도로 깨물었다.
일어서서 아츠무의 손에 어제 받은 콘돔을 올려놓은 하나타는 이내 야살스런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히나타는 보쿠토와 카게야마를 찾으며 주머니에 든 아츠무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둔해빠졌어."
히나타는 휴대폰을 복사해 정보를 켄마에게 전송한 후, 적당한 장소에 휴대폰을 흘렸다.
"츠키시마,cctv 통제하고 있지?"
-예. 그늘과 보쿠토상은 메인 로비에 있습니다.
흐응, 히나타는 작게 허밍했다.
기억 날 듯 나지 않는 흐릿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우울감과 탈력감에 무기력해지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히나타는 머릿속을 더듬어 이상스런 멜로디의 다음 구절을 찾았다.
"집에 가고싶다."
작게 중얼거린 히나타는 느릿한 걸음으로 카게야마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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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좀 수확이 있어?"
히나타는 크게 하품을 하며 물었다.
시끄러운 파티의 음악과 흥분한 사람들의 소리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아아, 확실해진건, 친구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것과, 아마 근일에 적으로 돌아설 거라는 거야."
보쿠토의 말에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요? 벌써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서 굳이 여기에 온 거잖아요? 여우들이 독수리들이랑 어떤 관계인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미야 놈들은 자기 사업을 코트까지 확장하고 싶을 뿐이야. 도미넌트 이글도, 이나리자키도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 뿐이지."
"에에... 그들이 도미넌트 이글을 버릴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에게 좋은 거 아닌가요?"
"쌍둥이들이 고려하지 못한게 있는데, 약에 취한 놈들은 입이 가볍단 말이지? 봐봐, 이나리자키는, 단순히 사업 확장이 아니라 아예 코트 내에서 장사할 뿌리를 내리고 싶어해. 굳이 대기업의 엘리트들이, 굳이 그런 단절된 도시에? 더럽고 위험한 장사만 골라서 코트에 자리를 잡을 속셈인 거야. 외부에선 꿈도 못 꿀 지저분한 것들로만."
"헤에..."
"게다가 둘은 서로 언제 뒤통수를 칠지 눈치를 보는 상황이야. 나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도 그쪽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겠지."
"보쿠토상, 갑자기 좀 똑똑해 보이네요."
"훗! 보스 자리에 괜히 앉아있는게 아냐!"
"그래서, 어쩔까요?"
"아까 눈치 챈 건데, 독수리가 사람을 보낸 것 같아. 아마 네가 있는 걸 보았겠지."
보쿠토가 씨익 웃으며 히나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아직은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둘을, 갈라놓으라는 말이죠?"
"똑똑하네. 우시와카는 널 엄청 원하고 있고, 그런데 사업 파트너랍시고 슬쩍 슬쩍 도를 넘던 것들이 너랑 이런저런거 하고 있으면, 분명히 열 받을 테니까."

"으으... 성격 이상한 놈들만 자꾸 꼬여서..."
"독수리와 여우의 만남 장소와 시간을 입수했대. 그전에 불을 좀 지펴놓는 것도 좋겠지?"
히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도, 넌 왜 엉망이야?"
히나타가 부스스해진 카게야마를 보며 말했다.
"약에 취한 여자들이 들러붙어서..."
히나타는 여기저기 립스틱이 묻은 카게야마의 꼴에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마. 머리채도 쥐어 뜯겼다고. 맨정신에 바지 벗겨지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눈 풀린 여자들한테?"
카게야마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여자들한테 몸 내주고서 뭐 얻었어?"
"자기들 남편에 대해 엄청 떠들던데, 코트 내의 거래에 연루된 사업가 리스트를 작성할 만큼의 정보는 얻었어."

"근데 나, 니들이랑 안 자- 하고 쌍둥이 바람맞히고 왔는데."

"괜찮아. 은금 충동에 휩쓸리기 쉬운 부류들이거든."

보쿠토가 히나타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저기, 초록색 넥타이가 독수리네 애니까, 쟤 눈 앞에서 멋지게 꼬셔봐."

"그때 확실하게 부숴놨어야 하는데, 번거롭게..."
히나타는 쯧하고 혀를 찼다.
하나같이 짜증나는 것들만 잔뜩이다.
여우들도, 독수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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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토시군, 여우굴에 보낸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조화파의 녀석들이 있다네?"
텐도의 말에 우시지마가 눈썹을 움찔거렸다.
"조화파인가, 이나리자키의 도발 수위가 점점 도를 넘는 것 같군."
"에... 그런데, 일단 온 건 보쿠토 코타로거든? 그런데 수행원이..."
"수행원이?"
"수행원은 문라이즈 아울의 녀석들이 아니고, 선셋 레이븐의 야차 군이랑 그늘, 카게야마 토비오라는데."
"그 둘이 어째서 보쿠토 코타로와 움직이고 있지?"
"글쎄, 아마 연합으로 움직이는 거 아냐? 정보 수집 쪽은 스트레이 캣츠가 맡았겠지."
텐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히나타 쇼요..."
"미야 쌍둥이들의 마음에 들은 것 같다는 보고와 함께, 부회장인 미야 여사도 그와 무언가 있었다는 것 같아."
텐도의 말에 우시지마는 눈에 띄게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그때 두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잡았어야 하는데... 성가시게 되었군."
"여기저기 홀리고 다니는 솜씨가 엄청나~"
"오이카와에 대한 정보는?"
"글쎄다... 진짜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으리라고는 생각 안하는데, 영 나타나질 않고, 아오바죠사이의 요원들도 진짜 죽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대다순 것 같아."
"방심해서는 안되는 사내다. 경계를 느슨히 했다가 언제 또 귀찮은 짓거리를 벌일 지 모르니."
"확실히, 목숨 하나는 더럽게 끈질기니까."
"이나리자키와는 아직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다. 섣불리 관계를 끊을 수 없을테고, 그것을 조화파가 모르진 않을텐데, 히나타 쇼요가 미야에 안겨서 얻을 수 있는게 뭐지?"
"흠... 미야 아츠무도, 오사무도 허니트랩에 정보를 술술 넘겨줄 타입은 아냐. 딱히 메리트가 없지. 다른 거라면, 그쪽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도발을 한다거나?"
우시지마는 험악스런 인상으로 담배를 물었다.
손에 잡히질 않는 소년의 얼굴이 뇌리에 선명해 목이 탔다.
탐하고 또 탐해도 모자란 소년의 얼굴이, 몸이, 목소리가 각인된 것 마냥 선명하기만 했다.
"겨우 도발을 위해 그 둘에게 안긴다...? 그 정도로 가볍진 않을 것 같은데."
"꼬맹인 생각보다 자기를 더 아끼지 않는 타입이니까. 아마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손가락 하나쯤은 고민도 안하고 넘겨줄 걸."
담뱃불은 뜨거운데도 머리는 차갑게 식어 우시지마는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그런 천박한 자들이 내것을 취한다니, 믿을 수가 없군."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공기가 텁텁해졌다.
"미야 여사의 행동이 좀 수상했다는데, 파고들어 볼까?"
"그렇게 하지. 이나리자키와도, 앞으로의 거래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재고를 해 봐야겠군. 느긋한 땅에서 자라 아직 이쪽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머리에 꽃밭이 들어찬 도련님들이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이쪽의 룰은 그곳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납득해 주었으면 하는군."
"와카토시군, 도련님들을 일일히 상대하지 마. 지들이 잘난 줄로만 알다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의 그 표정, 즐겁잖아?"
"간부진들을 모아. 1시간 후, 다음 거래에 대한 논의를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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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날 죽이고 싶어 할 것 같니?"
"그렇게 죽고 싶으시면 제가 죽여드려요?"
아츠무는 제 어미에게 웃는 낯으로 그리 말했다.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날 닮았구나, 아츠무."
"저는 그 사실이 더 소름끼치네요."
여자도 아츠무도 환한 미소를 띄고 있었고, 오사무는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늙어서 쭈글쭈글해지기 전에 곱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오사무가 찬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아아~ 그나저나, 보통이 아니란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서도, 너무 기대 이상이라 이대로 보내긴 아쉬운데."
아츠무가 고개를 젖히며 말했다.
"여자들의 부드럽고 깨끗한 피부도 좋지만, 이것저것 죽음의 흔적이 스쳐간 그런 몸도 좋지."
오사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도미넌트 이글만으론 코트에 못들어가. 문라이즈 아울을 찔러본다는 느낌으로 살짝 살짝 좀 보여줄까."
아츠무의 말에 여자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 아츠무, 오사무. 무언가 착각하고 있구나. 코트를 괴물들의 도시라고 부르는 건, 과장이나 비유가 아니란다. 정말 순식간이란다, 얘야. 금방 목숨이 날아가버려."
우아한 미소에는 숨길 수 없는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 있었다.
사람 목숨 하나 우스운 그 거친 도시에서,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짓밟고 나서야 그곳을 벗어난 그녀는, 그 누구보다 치뤄야할 대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무언갈 네 맘대로 하고 싶다면, 네가 치뤄야 할 대가의 목록에 마땅히 네 목숨이 포함되어 있아야 한단다. 물론 목숨을 걸어도 실패할 확률이 크지."
느긋한 손길로 부채질을 하는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춤추듯 움직였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살아온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겠지만."
여유로운 그 미소에 아츠무와 오사무는 안색을 굳혔다.
"늙은이들이 우리 때는~ 하면서 말하는 것들이 가장 쓸모없는 거 아시죠?"
"그 도시에선, 그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강함을 증명할 수 있을 정도란다."
마티니의 올리브를 유려한 몸짓으로 집어든 그녀는, 한 알의 올리브를 혀 위에서 굴렸다.
"이 한잔의 마티니를 누릴 수 있게 될 때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버리고 제물로 바쳤다고 생각하니?"
하얀 이와 붉은 혀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올리브가 기괴한 인상을 주어 오사무는 불쾌함을 느꼈다.
"그 아이를 솜씨껏 안으렴. 거기서 무언갈 얻는 것은 원하지도 않으니, 부디 빼앗기지는 말거라."
내 아가들.
일말도 사랑스럽지 않은, 나의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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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척만 하고 빠져나오면 안되는 거야?"
카게야마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내가 히룻밤을 머물면, 너나 보쿠토상이 이 호텔에 머물 구실도 같이 생겨. 여긴 이나리자키 소유의 호텔이고."
"난 너의 그 '어쩔 수 없지' 마인드 아주 짜증나."
"그만 좀 툴툴거려! 나도 즐기는게 아니잖아!"
"그니까! 즐기지 않으면 좀 은근슬쩍 빠지거나 피해! 너는 그래도 누가 별 말 못하잖아!"
히나타는 인상을 쓰며 씩씩거리는 카게야마의 미간을 꾸욱 눌렀다.
"어휴, 인상 더러운 것 봐. 그동안 넌 놀고 있으라는 거 아니니까, 착실하게 조사해놔!"
카게야마의 복부를 가볍게 치며, 히나타가 말했다.
"남자들은 의외로 섹스 도중에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지."
"너도 남자잖아."
"난 불쾌하기만 하거든? 너 자꾸 조잘거리면 앞으로 파트너는 츠키시마야."
"칫."
츠키시마란 말에 입을 딱 다무는 카게야마에, 히나타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카게야마는 짜증이 치솟았다.
분명히 저러다 어디 하나가 고장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안쪽은 부숴져 내린지 한참일 것이 분명한데.
몸 마저도 부숴지고 고장나 삐걱거릴까 무섭고 두려웠다.
돌풍 앞 촛불 마냥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그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도미넌트 이글을 무너뜨리고, 조화파 3세력 체제가 되면, 좀 나아지겠지. 그때는 정말 집 안에만 박아놓고 요양시켜야지...'
카게야마는 가슴께에서 살랑거리는 주황색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젠장, 조그만 버텨달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도 열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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