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나서지 않을 거에요. 암살이니까."
히나타는 다이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제 손으로 끊어내고 싶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 자기가 모든 원인이라고 하는데, 제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저는 어머니를 미워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녀는 내게 지은 죄가 없으니 그럴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지옥으로 밀어넣어 날 태어나게 만든 그 여자를 죽인다면, 조금은 미워할 자격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와, 내 어머니와, 내 동생과, 내 아버지의 인생을 대가로 아름다운 인생을 누리고 있는 그 여자를, 부디 이 손으로 끝내고 싶어요."
더이상 히나타를 구속하는 족쇄는 없지만, 여전히 팔다리엔 무거운 쇠사슬의 무게가 느껴진다.
유년을 가득 채운 죽음과, 삶에 대한 공포, 원망, 혐오와 증오를, 더이상 품고 있기 싫었다.
그녀에게 다 쏟아낼 수 있다면, 버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저도 선셋 레이븐의 조직원이에요. 보스도 그렇고 다들 걱정하는 건 알지만... 어차피 조직을 위해 싸우는 몸이니 다치는 걸 너무 걱정마세요."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죽을 수 없으니까.
다이치는 목이 메어 마른 침을 삼켰다.
소년이 지옥에서 도망쳐 나왔을 때, 그를 치료해 주어야 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을.
그를 또 다른 전쟁터로 끌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힘들었던 것을 모두 잊도록, 평화에 젖어 과거를 털어내도록 해야 했다.
너와 우리 모두를 위해, 라는 달콤한 계획은 소년이 기꺼이 목숨을 내놓게 만들었다.
언젠간 끝나리라 생각했기에 안일하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치며.
그동안 소년은 평화를 어색해하게 되었고 전장의 폭력에만 익숙해 졌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지켜냈다는 안도감.
결국 그 누구도 소년을 구하지 못했다.
소년은 여전히 족쇄에 매여 과거에 갇혀 있었다.
너무도 어렸다.
소년은 그저 어린아이였을 뿐인데.
싸움이 끝나고 나면, 이라는 말은 변명도 되지 못하였다.
소년은 멈추지 못한다.
죽이고 죽여도 다시금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과거의 망령들은 끊임없이 소년을 괴롭힌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소년은 안도했다.
그러나 테루시마가 나타났을 때, 소년은 다시금 절망했다.
저와 같은 공허를 가져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며 자멸하는 테루시마에 공포를 느꼈다.
그와 자신은 다르지만 또 같았다.
그를 죽이고 나서는, 두려웠다.
나도 그처럼 공허에 잡아먹힐까?
그리고 이젠 다 끊어냈다, 고 생각하지 이제는 자신도 몰랐던 모득 악의 씨앗이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모습으로, 자신은 미안하단 말을 건넬 자격도 없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가장 증오스런 그 여자가.
그녀를 죽이면 또 무엇이 나타날까.
어릴적 자신을 위로해주던 꿈속의 소년은 짐승이 되어 목덜미를 노린다.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을까.
또 무엇이 닥쳐올까.
또 어떤 불행이 내게 남았을까.
실은, 나츠의 안전이 보장된 순간 자신은 죽어야만 했다.
그것을 바래왔으면서, 처음 맛본 따스한 애정에 홀려서 소년은 살아남아 버렸다.
항상 죽기만을 바랬는데, 괜히 욕심을 내서.
소년은 이제 죽을 수도 없다.
지켜야 할 사람이 점점 늘어나, 소년은 제 의지대로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이치가, 스가와라가, 아사히가 히나타에게 앗아간 것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담보로 내건 것은, 히나타의 목숨이 아니라 히나타의 죽음이었다.
불행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죽음을 빼앗긴 히나타의 공허가, 커다란 틈이, 채워지질 않는다.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틈이 벌어지고 또 벌어져 부숴질 때 까지.
따스함에 중독된 히나타는 결코 그것을 내려놓을 수 없다.
편해지는 방법을 알지만 사랑에 홀려 그러질 못한다.
"미야 호시나, 제가 죽일래요. 제발, 제발 끝내게 해주세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그 여자를 죽이면, 자신의 탄생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으면, 그러면 좋을 텐데.
히나타는 그리 생각하게 고개를 세웠다.
뿌리를 부정해 열매까지도 없던 것으로.
그녀를 죽여서, 나도 죽일 수 있다면.
과거의 족쇄에 메인 '나'를 죽이고 '히나타 쇼요'만 남을 수 있다면.
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변하질 않으리란 것을.
하지만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희망이다.
또한 인간을 절망케 하는 것도 희망이다.
희망이라는 독에 죽어가는 소년은, 총구를 겨누고 칼을 쳐든다.
싸우고, 싸우고
죽이고, 죽이고
망가졌음에도 소년이 움직이는 것은 사랑과 희망 때문이다.
손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질 때 까지, 소년은 달린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누구도 바꿀 수 없다.
과거를 후회하며 소년을 바꾸려 해봐도.
그들도 소년을 그렇게 만든 일부이기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던지고, 내던지고
지옥에 마저도 그가 머물 자리는 없을 것이다.
작은 괴물이 머물 자리는, 지옥에도 이 땅에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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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가오카에 한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시로유키 호시나, 시로유키 아이나.
둘은 똑닮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언니인 호시나는, 야망과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로 몸이나 굴려 하루하루 빌어먹는 처지가 되지 않으리라고, 그녀는 매일 같이 다짐했다.
동생인 아이나는, 당차고 똑똑한 제 언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언니와는 다른 얌전하고 소심한 성격의 아이나는, 그저 호시나가 하는데로 따랐다.
비참한 바닥의 삶이었지만, 언니와 둘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아이나는 생각했다.
쌍둥이는 크면 클수록 아름답게 피어났다.
항상 집에만 있는 아이나와 다르게, 호시나는 매혹적인 미소로 사람들을 홀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호시나는 유키가오카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가족 특유의 주황색 곱슬머리를 가진 남자는, 애정을 갈구했고, 아름다운 호시나의 웃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다.
그는 호시나가 만났던 남자들 중 가장 부유하고, 가장 힘있는 남자였다.
그와 있으면, 호시나는 유키가오카의 바닥에서 꼭대기로 단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도록 되었다.
그가 주는 사랑, 돈, 권력, 모든 것이 그녀를 기쁘게 했기에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의 그녀에겐 유키가오카가 가장 큰 세계였고, 그곳의 주인 중 하나와 그녀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호시나는 코트 외부에서 온 남자 하나와 만나게 된다.
그날, 호시나의 세계는 넓어진다.
위험으로 가득 찬 마피아 집안의 넷째 아들.
법의 보호를 받는 안전한 도시의, 대기업의 주인.
호시나는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정실 부인에 아들까지 있는데다가 형제와의 경쟁에서 밀린 넷째 아들.
늙은 부모를 둔 외아들인 기업 총수.
고민할 것도 없이 명백했다.
호시나는 때로 남자들에게 자신을 아이나라고 소개하고는 했다.
그저 다른 남자와 만난 것을 들켰을 때를 위한 변명이었을 뿐이었다.
유키가오카의 그도 자신을 아이나라고 알고 있었다.
호시나는 아이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는 나를 많이 사랑하니까, 너도 사랑해 주겠지.
아이나도 그의 사랑과 물질을 받다 보면 행복해지리라고 생각했다.
호시나는 미야의 성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나를 유키가오카에 밀어넣었다.
그녀가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너는 착하니까, 곧 괜찮아 질거야.
아이나, 행복해지렴.
호시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나가 이웃의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유키가오카의 남자가 그를 죽일 것은 뻔한 일이었다.
갑작스레 연인을 잃고 모르는 남자에게 사로잡혀 자신은 모르는 추억과 사랑을 강요당한 아이나가, 행복해질 수 있을리 없었다.
호시나, 악마같은 여자.
너무나도 행복해서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저와 같은 쌍둥이 아들을 낳은 후, 그녀는 더 많은 힘을 가지게 되었고 더 많은 것을 누렸다.
그러나 부족하고 부족해서
잡아먹고 잡아먹어 그녀는 더 강해졌다.
자신을 구원해준 남편도, 그를 닮은 아들들도 밟고서 그녀는 계속 위로, 더 위로 올라섰다.
매력적인 미소와 육감적인 몸으로, 달콤한 거짓말로 벌레들을 꼬여내 잡아먹었다.
작은 아들들이, 그녀의 것과 비슷한 눈빛을 가지게 되었을 때, 호시나는 유키가오카의 괴멸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호시나는 아이나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았다.
아무도 그런 사람을 알지 못했다.
그저 몇년 전 목을 메단 불쌍한 여자에 대한 애매한 루머만 있을 뿐이었다.
그날 호시나는 처음으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시체의 산을 넘어왔다.
호시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이나를 죽였다.
아이나가 내게 이 행복을 주었어.
아니, 빼앗은 건가?
이제와서 죄책감 따위, 가지지 않았다.
인간이길 포기한지 오래이다.
'나'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 자신만을 위해 살 뿐.
그리고 더 시간이 흘러, 호시나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유키가오카의 그 남자와 똑 닮은 작은 소년.
자신이 피워낸 죄악, 히나타는 호시나가 아이나를 죽이는데 사용한 칼이었다.
사랑했던 동생을 죽인, 사랑해준 남자를 죽인, 자신이 피워낸 괴물.
호시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이후, 처음으로 타인에게 애정을 느꼈다.
호시나의 죄악의 증표이자, 지금까지 이뤄낸 행복과 성공의 증표.
그 아이가 불행했던 만큼 호시나는 행복했기 때문에.
호시나는, 작은 소년에게서 성취감을 얻었다.
처음으로 만족을 느꼈다.
이제는, 살아남으려, 더 올라가려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호시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이나를, 과거의 연인을 죽인 그 소년이, 아름다운 흉기가 자신마저 죽여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기가 뿌린 씨앗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완벽하지 않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호시나는 죄악의 역사가 밀려오는 곳에서 소년을 기다린다.
자, 이젠 완결을 낼 시간이란다.
모든 영화에는 결말이 있기에 즐거운 거니까.
그리고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은 대부분이 결말이다.
어서, 어서 내게 완벽한 결말을.
미야 호시나의, 아니, 시로유키 호시나의 인생이라는 극의 클라이막스와 완결을.
이제는 막이 내릴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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