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아가, 고마워."
고마워?
무엇이?
이 여자는 어째서 그런 것을 말하지?
"불쌍하기도 해라."
목이 졸려 얼굴이 붉게, 푸르게 부풀어 올라 죽어가는 와중에, 당신은 왜 그런 말을 하지?
어째서 웃고 있어?
왜 기쁜듯한 표정으로, 죽어가는 주제에, 살해당하고 있는 주제에...?
자신의 업보에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왜 당신은 불행해지질 않지?
어째서, 어째서?
제발,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마.
괴로워해, 발버둥 쳐
어째서 도리어 기뻐하며 나를 연민해?
하지마, 제발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 가버리지 마.
여자 위에 올라탄 히나타는, 목을 조르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괴롭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것은 히나타 쇼요.
눈물을 흘리는 것도 히나타 쇼요.
여자는 웃고 있다.
뚝뚝 떨어진 히나타의 눈물이 그녀의 웃는 낯을 따라 흘러내린다.
여자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숨이 끊어지는 그 최후의 순간, 소리없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후회하지 않아.'
'고마워.'
아, 작은 소년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직전에 의문만 남겨준 그녀의 유언에 히나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답할 수 없는 싸늘한 송장에 아무리 질문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어도, 그녀는 예의 미소를 지닌 채 굳어버렸다.
결국 시로유키 호시나의 인생은 해피 엔드로 막을 내렸다.
히나타 쇼요의 인생은?
지금이 히나타 쇼요 비극의 절정인가?
히나타는 손에 남은 그녀의 마지막 온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결국 히나타의 모든 것을 빼앗은 채 사라져 버렸다.
히나타는 그녀에게서 그 무엇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녀의 죽음으로는 히나타도, 어머니도 위로하질 못한다.
잔인해, 너무해, 끔찍한 사람.
소년은 숨을 어떻게 쉬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과해, 몸부림 쳐!
제발, 제발 불행해줘...
놀랍도록 차가워진 시신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사과의 말도, 연민의 말도, 최후의 발악도 없이
어째서 행복한 얼굴로 그녀는 히나타의 손에 죽었는가?
어째서 히나타가 더 괴로울까
이것은 아마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죽음으로 도주한 자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
저 홀로 편해지며 남은 사람들을 찢으며 부숴버린다.
잔혹한 유언 또한 소년을 망가뜨린다.
고마워?
무엇이?
태어나가 전부터의 내 인생을 담보로 당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을,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어떻게, 감히 당신의 입으로 그것에 감사할 수 있어?
어머니는 복중에서 부터 나를 증오해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고, 한번 바라보는 눈빛조차 없었다.
아버지는 저를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증오했다.
그의 아들은 나를 난폭하게 취하며 짐승으로 대했다.
어머니는 죽음으로 날 지옥 같은 투견장에 밀어넣었다.
난 엉망진창인데.
몸은 이미 대충 기워 놓은 걸레짝 마냥 조각조각 흉터투성이야.
약하고 조그만 동생이 아플까 모든것을 양보해 부족한 영양으로 난 채 자라지도 못했어.
끔찍한 실험에 동원되어 약을 먹고 토하고 쓰러지고 결국 다시 살아나고.
오락을 위한 죽음에서 살아남으려 죽이고, 죽이고.

고통이 너무도 익숙해 지겨워지는 감각을 당신이 알기나 했을까?
그런데 그런 나에게, 어떻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내 손에 죽어버리는 거야?
죽어버리는 자들은 죄 비열한 자들 뿐이다.
죽음으로 히나타를 투견장이라는 지옥에 밀어넣은 어머니, 홀로 모든것을 안고 죽음으로 도망친 마츠카와, 그리고 호시나.
저들만 편하려고, 혼자서만 도망치지마.
날 이 불행에 홀로 두고, 당신들만 달아나지 마.
심장이 굳어 조각조각 부숴지는 것을, 히나타는 알았다.
그 파편들은 공허한 가슴의 앙상한 부분을 찌른다.
히나타는 호시나를 죽여 그녀가 앗아간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은 것 마져 훔쳐 달아나 버렸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로.
어떡하지
히나타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먹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는 스스로도 모를 질문들을 속으로 미친듯이 되내었다.
어떡하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고, 무엇도 바꿀 수 없다.
소년은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익숙해지고 무뎌져야 한다.
왜냐면, 정말로 방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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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은 눈물도 나오질 않아 히나타는 그녀의 주검이 있는 방에서 벗어났다.

세상이 일그러져 자꾸만 휘청거렸다.

"유언장, 찾아야지..."

히나타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얼굴로 그저 제게 맡겨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 기계마냥 움직였다.

다이치와 약속했다.

다치지 않기.

안전을 최우선 하기.

히나타는 한걸음 한걸음 가족들을 떠올리며 내딛었다.

조그만 금고는 그녀의 죽음처럼 싸늘했다.

혹 여러가지 감정이 만들어낸 진창을 토해낼까 히나타는 입을 꾹 다물고 장갑을 낀 손으로 금고를 만지작거렸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최대한 마음속의 혼돈을 견뎌냈다.

조용한 방에는 히나타의 작은 숨소리와 절걱거리는 금속의 소리만 나즈막히 울려퍼졌다.

-찰칵

아아, 당신은 정말 괴물이다.

내가 보아왔던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가장 끔찍한 괴물이야.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열린 금고에는, 유언장과, 어느 쌍둥이 자매가 찍힌 사진.

모퉁이에 바랜 글씨로, 호시나&아이나라 적혀있는.

소중한 가족, 이라 쓰인 글자는 거진 지워져서, 히나타는 고개를 젖혔다.

눈을 감았다.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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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의 조작이 벌써 이뤄지고 있어. 뒷일은 쌍둥이들이 알아서 하겠지."
"히나타는?"
"다치지도 않았고, 정말 그 여자만 죽이고 빠르게 돌아왔어. 피곤한지 들어가서 자고있어."
"왜 다 잘 끝났는데 기분이 이상하지?"
스가와라와 다이치, 아사이가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신속한 일처리, 그런데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스가와라는 원인 모를 불안에 어깨를 떨었다.
"도미넌트 이글은 어때?"
"우시지마, 안타깝게도 죽지는 않았고.. 그래도 마약줄을 끊었으니 크게 위축되겠지."
아사히의 물음에 다이치가 말했다.
"도미넌트 이글의 주축을 이루던 사업이 마약 거래랑 인신매매야. 마약 공급처 중 가장 큰 곳을 문라이즈 아울이 털었고, 자잘한 놈들도 거의 다 잡아냈다는데... 이제 인신매매 쪽만 끊어내면, 놈들도 안녕이지."
스가와라는 조금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인신매매는, 뭘 하는 거야? 그냥 홍등가나 어선 같은 곳에 사람을 파는건가?"
아사히가 인상을 찌뿌리며 물었다.
"뭐, 어린 남녀는 그런 곳으로 팔려가기도 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장기매매로 넘어가는게 더 많은 것 같아."
스가와라의 말에 다이치는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구역질 나. 더러운 것들."
"사창가로 팔려간 사람들을 조사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근데 그게..."
아사히의 물음에 스가와라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왜?"
"정확히 확인은 못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팔려온 아이들 대다수가 제정신이 아니래."
"그게 무슨 말이야?"
다이치가 의아한듯 물었다.
"왜, 백치 마냥, 다들 나사가 하나 풀린 것 같은 상태라는데...?"
"뭐...?"

잠시 정적이 돌았다.

이 도시는 언제나 경악의 연속이다.

괴물들, 악마들, 사악한 죄들이 넘쳐나는 도시.

독수리들은 여전히 터무니 없는 악마들이다.

수많은 이들의 절규로 쌓아올린 독수리들의 힘을, 이들는 부수어야만 한다.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과의 행복을.

까마귀들은 무리지어 독수리들을 공격한다.

창공의 독수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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