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님, 도련님 들어오시라고 했는데, 어디에 계십니까?"
"뭐? 간호사가 안내하겠다고 데려간지 20분도 더 되었는데?"

다이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주치의인 의사는 화달짝 놀라며 차트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예? 간호사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왜, 그 눈매가 특이한..."
주치의는 고개를 흔들더니 간호사들을 호출했다.
그러자 후다닥 수간호사가 달려와 무슨 일이냐 물었다.
"레나양은 어디에 있나?"
"아, 마침 저도 찾고 있었어요. 그 아이, 호출도 받질 않고 어디에도 안보여서...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성실한 아이가 갑자기 연락을 받질 않아서..."
수간호사의 말을 들은 스가와라는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히나타 전화기가 꺼져있어! 아까 배터리 97%인거 내가 봤는데?"
"뭐...? CCTV 돌려. 지금 당장! 병원 폐쇄하고, 아사히, 츠키시마한테 히나타 위치 추적하라고 해."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며 시끄럽게 소란이 일었다.

다이치는 갑작스레 울리는 전화에 화들짝 놀라며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이건..."
사색이 된 다이치가 떨리는 손으로 스가와라에게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이게 뭐..."
"이와이즈미가 보내왔어. 이 사진, 도미넌트 이글의 놈들 중 하나가 가지고 있었데."
익숙한 여자의 얼굴에 스가와라는 핏기가 가셔 얼굴이 창백해졌다.
"빨리 찾아! 빨리!"
..............................................................................
"오랜만이야? 맘 같아선 널 죽여버리고 싶지만, 보스가 널 원하시니 참겠어."
히나타는 절망에 찬 눈으로 주사기 안에서 빛나는 분홍색 액체를 바라보았다.
"잠깐 아프고 나면, 다 괜찮아질거야."
시라부는 낮게 웃으며 축 늘어진 히나타의 팔을 걷어올렸다.
마른 팔에는 푸르게 혈관이 도드라져 보였다.
살갖을 찢고 파고드는 주삿바늘에, 히나타는 몸을 떨었다.
차가운 금속의 관을 통해 거침없이 들어오는 액체에 히나타는 울고 싶어졌다.
마지막 한방울 까지 히나타에게 쏟어넣고선 바닥을 뒹구는 주사기는 요란스러운 소음를 내었다.
스물스물, 느릿하게 느껴지던 감각이 점점,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뜨거운 열기에 뇌와 안구가 타들어가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폐에 산소가 공급되질 않아 히나타는 온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흐느낌이 섞인 애처로운 비명에 시라부는 살풋 웃음을 지었다.

"죽은 타이치를 생각하면 이런걸로는 한참 모자라지만, 어쩔 수 없지."
짧은 손톱으로 바닥을 벅벅 긁어 조그만 손가락의 끝에선 피가 나고 있었다.
줄줄 눈물을 흘리며 헐떡거리는 모습은 애처로웠다.
이름 그대로, 분홍빛의 약물은 히나타의 뇌를 흐물하게 녹이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이 일그러지고 마구 흔들린다.
뭉그러진 시야에 멀미가 나고 장기가 죄어 구역질 마저 치밀었다.
죽는다, 고 히나타는 생각했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지나친 고통에 히나타는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도 알 수가 없었다.
머리? 눈?
아니면 위? 장? 아니면 어디?
피가 흐르는 손끝에선 고통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자잘한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못할 만큼의 격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너무 아파

살려줘

구해줘
히나타는 줄에 메달려 있던 인형이, 줄이 끊어지며 툭 쓰러지듯이, 마치 죽은 듯이 정신을 잃었다.
.............................................................................
"이름을 지어주지."
멀뚱한 주황빛 눈동자가 우시지마를 향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해맑은 미소에 우시지마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히나타 쇼요는, 이제 완전히 지워졌다.
작은 까마귀는 이제 온전히 그 만의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조그만 머리통을 만지작거리며 우시지마는 자신의 것이 된 소년을 만끽했다.
"코우, 앞으로 네 이름은 코우다."
"코... 우...?"
작은 소년은 더듬더듬 단어를 되내었다.
"그래. 그리고 넌, 내것이다. 절대로 내게서 벗어나선 안된다."
그의 말을 이해하기는 한 것인지, 소년은 우시지마가 일러준 저의 이름을 되내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