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히나타는 거의 하루 종일, 우시지마의 시야 내에 머물렀다
순진한 눈망울로 이리저리 우시지마가 하는대로 휘둘리는 소년의 모습에 텐도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너무 갭이 커서 겁이 날 정도인걸?"
작은 몸 여기저기에 남은 우시지마의 흔적을 보며 텐도가 말했다.
"생각보다 약의 효과가 괜찮군."
"하지만 그거 두번은 못써. 내성이 워낙 강해서, 두번 리셋은 없다 이거지."
"달리 또 약을 쓸 일이 있나? 앞으로도 온전히 나의 것으로서 교육 받을 것이다."
"와카토시군, 요즘처럼 텐션 높은 거 처음 보네~"
우시지마는 말 없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곱슬머리를 휘저었다.
"그런데 좀 아깝지 않아?"
"무슨 말이지?"
"아니, 그 '야차'를 데레고, 인형 놀이만 하는 건 좀 낭비라고 생각해서."
"지금 이 상태로, 달리 무언갈 할 능력이 있나?"
"몸이 기억하는 건 기억이 없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분명 조금만 가르쳐도 금방 쓸만한 전투원이 될텐데."
"흠..."
우시지마는 한 손에 들어오고도 남는 작은 턱을 감싸쥐며 들어올렸다.
투명한 눈동자가 부딪히더니 빙긋 눈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히나타 쇼요는 선셋 레이븐의 주력이였지. 직접 부수게 하는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우시지마는 소년의 얼굴을 끌어당겨 느릿하게 키스했다.
낑낑거리며 혀를 좇아오는 것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입술이 떨어지자 숨을 헐떡거리며 눈물을 메단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코우, 텐도를 따라가라."
"오우, 조금 다칠지도 몰라?"
"너무 지나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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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치의 앞으로 잡혀온 여자는 울지도 않았고 도망가려 하지도 않았다.
"도련님께도, 사와무라님께도 큰 죄를 지었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피딱지가 앉은 입술로 여자는 말했다.
"하지만 전 한 아이의 어머니에요. 아이를 볼모로 잡히면, 무엇을 못하겠어요."
"내가 너와 네 아이까지 죽여버릴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나?"
다이치는 분노에 찬 검은 눈동자로 여자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이 도시에선 누구나 죽을 확률을 가지고 살아가죠. 그러니 저는, 당장 닥친 아이의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었어요."
다이치는 참지 못하고 여자의 뺨을 갈겼다.
"네가 감히... 그 아이를, 히나타를! 자기 자식 귀한줄은 알면서...!"
다이치는 여자의 가느다란 목을 부숴뜨릴 듯이 잡았다.
붉어진 얼굴로 여자의 목을 조르던 다이치는, 그녀를 바닥에 거칠게 내팽겨쳤다.
"네 아들을, 그녀석들이 정말로 살려줄 거라고 생각해?"
"이 도시 바깥에서, 새 부모를 만나 안전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이 도시에서 나간다! 하! 재미있는 말을 하는 군. 그래, 네 아들은 아마 이 도시를 나갈 수 있겠지. 조각조각 여러가지 장기들로 나뉘어서, 바깥의 부자들에게 팔려 나가서 말이야. 아니, 이미 내용물만 다 끄집어내진 채로 죽어 버렸을걸?
"아니에요! 아이의 목소리를,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다이치의 말에 덤덤하던 여자는 찢어지는 소리로 외쳤다.
"멍청하긴. 놈들은 약탈자야. 일회용 장기말에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뭐, 운이 좋으면 사창가의 노리개로 팔려 나가겠지만."
"...아니야. 분명 입양처도 알아 놓았다고 사진을..."
"정말로 멍청하기 짝이 없군.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넘어가 이딴 짓을 벌이다니."
"아이 만은 살려주겠다고... 아이 만은..."
다이치는 무거운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알림 소리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아, 축하해. 아이가 아직 살아있네."
다이치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을 여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아, 아아..."
"내가 지금부터 뭘 할지 알아? 얘를 사온 다음에, 네 눈 앞에서 네 아들을, 개, 돼지들의 밥으로 던져줄 거야. 어떻게 생각해?"
"제, 제발...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아니, 아니야. 분명히 아이를 바깥으로 보내주겠다고..."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미안하지만 네 아들, 말도 안되는 헐값에 팔렸어. 원래대로라면 늙은이들의 노리개나 되었을테지."
여자는 머리를 찧으며 발버둥쳤다.
"자, 고개 들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제발, 제발 아이 만은! 아는 것을 다 말씀드릴게요! 뭐든, 뭐든 할테니까...!"
"일단 지껄여봐. 듣고 판단할테니. 처음부타 끝까지, 제대로 말해."
여자는 추한 몰골로 눈물을 떨구며 바들바들 떨었다.
"도, 도련님께 수면제를 탄 물을 드, 드려서... 처, 청소 도구함에 숨겨 주차장으로 가서..."
여자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 제 차에 도, 도미넌트 이글의 시라부, 라는 사람이 숨어 있었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도련님을 데리고..."
다이치는 뿌득 이를 갈았다.
차오르는 분노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선셋 레이븐의, 구역을 벗어났을 때 즈음에 도, 도련님께서 깨어나셔서, 그, 그사람이 부, 분홍색의 약물을..."
"뭐?"
다이치는 여자의 말에 얻어 맞은 듯이 정신이 멍해졌다.
도미넌트 이글
그리고 분홍색 약물?
브레인 멜터, 그 효능은...
다이치는 숨이 막혀 휘청거렸다.
아니, 아니야.
제발 그것만은...
다이치는 빙긍빙글도는 머리에 속이 울렁거렸다.
히나타는, 히나타는 이미...
다이치는 경멸과 원망을 담은 눈빛으로 눈물을 떨구며 여자를 노려보았다.
안돼.
제발, 이건 아니야.
제발, 제발, 제발
어째서?
도대체 왜 항상 그 아이가?
다이치는 호흡이 곤란해 머리가 뜨거워졌다.
죽을 것 같아.
다이치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사랑하는 아이를 영영 잃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고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히나타, 우리 쇼요.
항상 아프기만한 아이가 어째서 또?
다이치는 입을 틀어막았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그 외에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치는 고개를 들자, 그저 지독하게 검은 어둠 뿐인 것을 깨달았다.
발 밑이 무너져 바닥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구역질이 치밀 정도로 자기 혐오가 밀려들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묻혀온 피는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함이었나?
"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다이치는 얼굴을 부여잡고 절규를 토해냈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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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꼬맹이. 칠칠치 못하게 키스마크 온 몸에 달고 가릴 생각도 안해~?"
"키스마크가 뭐야?"
텐도는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년에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바보가 되버렸네."
"바보? 난 코우야! 코우! 와카토시가 그랬어!"
"하! 코우는 와카토시 좋아?"
"응! 와카토시 맛있는 거 많아 줘! 머리도 막 이렇게 쓰다듬어주구! 근데 밤에는 와카토시, 코우 아프게 해! 근데 싫다고 그러면 엄청 기분 안좋아져..."
텐도는 시무룩하게 말하는 소년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와카토시군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무서울 정도라고."
"하지만 와카토시 맨날 나 깨물어! 여기두 이빨 자국있구... 요기두..."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하는 소년에 텐도는 말랑한 볼살을 만지작거렸다.
"그건 코우가 와카토시군 것이라고 말해주는 거니까."
"코우는 와카토시꺼야?"
"응응. 그러니까 도망가면 큰일나! 다 죽는다고?"
"죽는다가 뭐야?"
"하하, 말해 뭐하니. 자, 일어나봐. 운동이나 좀 하자."
"운동?"
"응. 코우, 아프다고 엉엉 울면 안된다?"
"사토리는, 코우 아프게 할거야? 코우 아파?"
"와카토시군이 코우를 이렇게나 아껴주는데, 코우도 와카토시군한데 뭔가 해줘야지? 나랑 열심히 운동해서, 와카토시군 지켜주자?"
"지켜줘?"
"아이고... 너무 백치가 되어버렸는데? 됐으니까, 이제 일어나. 몸 좀 풀어보자."
"응응!"
주황색 머리칼의 소년은 헤실헤실 웃으며 텐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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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와라는 비틀거리며 어두운 방에 들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인이 있던 방은, 벌써 냉기가 돌아 오한이 들었다.
스가와라는 풀썩, 쓰러지듯이 소년의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끔찍한 상상들과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스가와라는 방황하고 있었다.
싸늘한 침대 시트 깊숙히에 옅은 햇살의 냄새가 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히나타, 히나타..."
스가와라는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속절없이 눈물이 차올랐다.
브레인 멜터를 맞았다고 했다.
뇌가 녹아버리는 고통 후에 모든 기억을 앗아가는 끔찍한 저주의 약물인데, 그것을 히나타가.
스가와라는 아이의 머리에서 자신들이 지워진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아이는 '히나타 쇼요'라는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렸을 것이다.
스가와라는 비명과도 같은 신음소리로 울었다.
싸늘한 이불이 눈물에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스가와라는 고통에 시트를 쥐어 뜯으며 몸부림쳤다.
"쇼요, 제발... 제발..."
미형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었고, 잔뜩 찌뿌려진 미간은 펴질 겨를이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너무 잔인했다.
기나긴 불행 끝에 온 것이 이러한 결말이라면 버틸 수가 없다.
스가와라는 필사적으로 소년이 남기고 간 흔적을 찾았다.
영영 잃었다 생각하면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아득해졌다.
흐느끼며 침대 위를 허우적거리던 스가와라의 손이, 히나타의 베개 밑에 닿았다.
"이건...?"
딱딱한 물체의 감촉에 스가와라는 멍하니 손을 뻗어 그것을 끄집어내었다.
"...주사기...?"
한 번 쓴듯한 모양새의 주사기였다.
스가와라는 홀린듯 일어나 비척비척 방 안을 뒤졌다.
서랍도, 장롱도, 마구 헤집으며 스가와라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찾아낸 것은, 일회용 주사기 몇개와 텅 빈 유리관.
스가와라는 숨 쉬는 법도 잊은 마냥 조용히 유리관을 집어올렸다.
병에는 옅은 분홍색 물방울이 말라붙어 있었다.
이미 사용된 열댓개의 일회용 주사기, 분홍색의 무언가가 들어있던 유리관.
자세히 보니 유리관에는 5ml씩 눈금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스가와라는 유리관을 찾아낸 서랍을 아예 뽑아 바닥에 내용물을 쏟았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물건들 사이에서, 팔랑-하고 구깃한 종이가 떨어졌다.
스가와라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들어 조심스레 종이를 펼쳤다.
브레인 멜터의 조제 방법과 약효, 부작용이 적혀있었다.
'내성이 몹시 강하여 한 사람당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음.'
스가와라는 히나타가 예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투견장에 있을 땐, 사육사들이 독에도 강한 몸을 만들겠다고 매일. 혹은 삼일에 한 번씩 소량의 독약을 주사했어요. 죽지는 않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웠어요. 매일 매일, 결국, 덕분에 지금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요.'
스가와라는 손이 떨려 종이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구깃한 종이가 팔랑팔랑 허공을 휘저으며 떨어졌다.
사용된 주사기.
비어있는, 약이 들어있던 유리관.
소량씩 표시가 되어있는 유리관.
내성이 강한 약.
부쩍 수척하던 히나타.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해, 소량의 독을 여러번 나누어 주입한다?
"다이치! 다이치!"
스가와라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몇번이고 넘어질 뻔 했지만, 개의치 않고 일어나 스가와라는 달렸다.
"다이치!"
악을 쓰듯 소리를 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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