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니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임무 중 마주친 세미 에이타의 옆에는, 어째서인지 선셋 레이븐의 간부인 하나타 쇼요가 서 있었다.
납치되었단 소리는 들었지만, 그가 어째서?
패닉에 빠진 쿠니미와 킨다이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해맑게 웃고 있는 주황색 머리의 소년을 쳐다보았다.
"코우, 저 사람들, 와카토시의 적이야."
"응? 저 사람들, 와카토시 아프게 해?"
"응. 아-주 나쁜 놈들이야."
쿠니미는 소년은 처음 듣는 이름으로 부르는 세미에 놀라고,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말투로 그의 말에 대답하는 히나타에 또 다시 놀랐다.
"그러니까, 코우가 혼내줄까?"
"코우가? 알았어! 코우가! 와카토시 괴롭히는 사랍들 혼내줄게!"
히나타는 머리를 쓰다듬는 세미의 손길에 방싯방싯 웃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쿠니미의 목소리가 떨리던, 눈동자가 요동치던, 세미에게 나이프를 받아든 히나타는 생글거리는 낯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움찔한 킨다이치와 쿠니미는 허리춤에 꽂힌 총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이, 농담이지... 왜 까마귀네 야차가 독수리 둥지에..."
쿠니미가 중얼거리자 히나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차가 뭐야?"
"너! 왜 도미넌트 이글에...!"
"자, 코우. 잡담은 그만하고, 혼내줘."
세미가 킨다이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쿠미니는 다급하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지만, 순식간에 나이프가 다가와 총을 쥔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곧바로 킨다이치에 몸을 돌려 공격을 가하는 히나타의 움직임은 물처럼 부드러웠다.
킨다이치는 자신의 중앙이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은 순간, 이미 히나타는 가까이에 있었다.
'찔린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킨다이치는 히나타가 칼을 옆으로 뉘이는 것을 보았다.
뒤에 있는 세미는 킨다이치를 칼 끝으로 찌르는 것 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제론 칼날에 살이 조금 베이도록 각도를 바꾸는 히나타의 몸짓에 킨다이치는 눈을 크게 뜨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시야에 가득했다.
'------------.'
뜨거운 피가 복부에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쿠니미의 다급한 외침과 주황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 킨다이치는 정신읗 잃었다.
..........................................................................

"...스가와라의 추측이 맞다면, 아마 히나타는 괜찮을거야."

괜찮을 거라고? 무엇이?

다이치는 스스로의 입으로 뱉어낸 말에 경멸을 느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기억을 잃은 척, 때를 엿보고 있겠지."

"놈들이 거처를 옮겼어. 지금으로선 히나타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스가와라는 손톱을 신경질적으로 뜯으며 말했다

창백한 얼굴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우리가 일순위로 해야하는 것은, 우시와카의 새로운 거처를 찾아내는 거야. 시라토리자와가 무너진 이후, 우시와카는 정기적으로 거처를 바꾸고 있어."

다이치는 잠긴 목을 헛기침으로 풀며 말했다.

"히나타가 기억을 잃은 척, 고분고분한 척 연기를 하고 있다면, 아마 큰 위험은 없을 거야. 하지만, 우시지마는 히나타를 '그런쪽'으로 원하고 있으니까..."

다이치의 말애 공기가 싸늘하게 굳었다.

그래, 히나타는 맨 정신으로 그 사내를 받아내야 한다.

일전에 시라토리자와에서 탈출한 히나타의 몸에 가득하던 잇자국과 키스마크, 스가와라는 밀려오는 불안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루 빨리 구해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괴물의 욕망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작은 아이를, 어서 빨리 구해내야만 한다.

아프고 또 아픈 아이.

항상 슬프게 되는 아이.

너무나도 사랑스런 아이.

다이치는 허리에 힘을 주었다.

더이상 좌절할 시간도 없다.

빠르게, 최대한 빠르게 아이를 지옥에서 건져내어야 한다.

소년이, 아이가, 다시 집으로, 가족에게로 돌아오도록.

...........................................................................
"그래서? 치비쨩은 어떤 것 같아?"
"일부러 치명상이 나지 않도록 나이프의 각도를 트는건, 브레인 멜터를 맞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게다가..."
-'난 여전히 히나타 쇼요야.'
쓰러지기 직전 킨다이치는 그렇게 소년이 속삭였다고 말했다.
"가능해? 브레인 멜터를 맞고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게?"
오이카와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얼마나 지독한 약인데, 절대 무리. 하지만..."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인상을 찌뿌리며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하나마키를 통해서, 약의 샘플을 넘겨줬어."
오이카와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조금 겁이 났다.
"브레인 멜터는 내성이 생기기 아주 쉬운 약이야. 그래서 한번 그 약으로 머릿속을 지워버리면, 두번은 못하거든? 그러니까, 약의 효과가 없었다는 건..."
"이와쨩, 혹시, 치비쨩이 이미 그 약에 내성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하지만 치비쨩이 기억을 잃거나 했던 적은..."
"아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몇번에 걸쳐서 희석된 약물을 주입한다면..."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는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게 얼마나 안좋은 약인지 알고 있잖아? 희석되었거나 소량이더라도, 맨정신으로 버텨낼 고통이 아닐텐데...?"
오이카와는 덜컥 겁이 났다.
작은 소년이 또 무슨 어처구니 없는 짓을 스스로에게 행한 것인지, 덜컥 무서워졌다.
"걘 진짜... 너무 겁이 없어... 너무..."
오이카와는 입을 가리고 중얼거렸다.
"그래서, 지금은 연기하는 건가? 우시와카를 속이려고?"
"하는 행동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겠지."
우시와카의 손아귀에서, 숨을 죽인채 때를 기다리는 소년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스스로 괴물의 아가리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를 받아들이는 소년을 얼마나 괴로울련지, 오이카와는 상상하니 속이 울렁거렸다.
"선셋 레이븐도 알고 있나?"
"글쎄, 일단은 말해줘야지. 완전히 패닉이던데, 레이븐 녀석들."
"전속 병원에서 그 사단이 났으니..."
오이카와는 손끝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우시와카를 진작에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결국 소년은 또 그 남자에 의해 고통 받게 되었다.
웃으며 그에게 안겨야 하는 소년이 너무도 안타깝고 괴로웠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웃는가?

안쪽이 썩어들어가는 와중에 짓는 미소는 비참할 뿐이다.

오이카와는 꽉 주먹을 쥐었다 폈다.

뜨거운 태양에 가슴이 먹먹해 조금 숨이 찼다.

...........................................................................

히나타는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비틀비틀, 담요 한장을 걸친 채로 방 안에 있는 전신거울 앞에 섰다.

달빛에 우시지마의 흔적들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가느다란 팔다리에 남은 커다란 손자국이 마치 족쇄와 같이 느껴졌다.

너덜너덜 찢어져 나가는 것 같은 키스와 애무는 히나타는 비참하게 만들었다.

예전부터 히나타는, 열기룰 품은 욕망이 자신을 향할 때 마다 못내 괴로워했다.

지겹고, 아프고, 무서웠다.

번들거리는 빛의 욕망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히나타에게 새겨져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상대는 바뀌었지만 그들이 욕망의 화살을 향한 것은 모두 히나타였다.

아보지의 아들에서 부터, 투견장의 미치광이들, 임무 중에 만난 멍청이들, 그리고 우시지마 와카토시까지.

히나타는 이 비루한 몸뚱이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불러일으키기에 항상 이러한 일에 처하게 되는지, 스스로를 원망했다.

집에 가고 싶다.

가족들이 보고싶어.

히나타는 너절해진 제 몸뚱이를 보며 입술을 씹었다.

추하기 그지없는 그저 뼈와 가죽의 살덩어리가 아닌가?

자조와 울음이 섞인 웃음을 내뱉으며 히나타는 휘청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때는 온다.

그때까진, 노련한 사냥꾼처럼,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나?

자신의 무엇이 잘못됐나?

모두 의미없는 질문이고, 뭐라 떠들어도 궤변일 뿐이다.

잘못한 것은,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버린 것.

잘못된 것은, 처음의 모든 시작부터.

아아, 서글픈 달빛에 소년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들에 더이상 울음을 삼킬 수가 없었다.

에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