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는 우시지마라는 사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다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나, 일단은 그의 옆에서 백치 연기를 해야하는 히나타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미넌트 이글이라는 도시 최강의 조직에서 태어난 우시지마 와카토시.
형제라고는 몸이 약해 감히 그의 자리를 넘볼 수도 없는 어린 남동생 하나, 부모에게도 꽤나 사랑은 받았을 터인데, 히나타는 어째서 사내가 자신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란 사내는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하다.
지금까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손에 들어왔을 것이고 그만큼 쉽게 버려왔을 터인데, 사내는 유독 히나타에 불안해했다.
방에 가두고, 새로 이름을 지어주고, 밤마다 작은 몸뚱아리를 끌어안아도, 사내는 소년이 혹여나 달아날까 몇번이고 확인하곤 했다.
끊임없이 너는 내것이라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 짜증났던 히나타지만, 어느 정도를 지나자 호기심이 일었다.
모든 걸 가진 왕자님이, 너절한 소년 하나에 이토록 목을 매는 걸까?
풍족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큰 남자가, 애정 결핍이라도 있는 건지, 커다란 덩치로 조급한 얼굴을 하고 안아오는 것이 퍽 우습기도 했다.
코우, 코우
저가 직접 붙여준 이름을 되내이며, 흔적을 새기는 그의 미간은 한껏 찌뿌려져 있었다.
아니, 반대로 가지지 못했던 것이 없어서, 잃어본 적이 없어서 이리도 매달리는 것 일지도.
히나타는 이따위 잡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흔들리는 몸과 아래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을 애써 무시했다.
다정한척 입술을 맞춰오는 행위는 꽤 절박하게 까지 느껴져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자신의 것이라 못 박지 않으면 견디질 못하는 남자는 하얀 몸에 붉게 자국을 남겼다.
히나타는 손을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의 움직임에 느껴졌다.
이곳에 나이프를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히나타는 허락 없이 무기를 지닐 수 없었다.
총도 칼도, 허락을 받은 후 감시 하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용 후에는 다시 돌려주어야 했고 히나타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피부끼리 맞댄 곳에서 소란스레 느껴지는 맥박에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나 상대가 살아있음을 확실하게 실감하는 것은 이러나 저러나 불쾌한 일이었다.
잘 벼려진 푸른 나이프를,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총알을 이 힘차게 뛰는 심장에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시지마는 가슴에 닿은 히나타의 손을 부드럽게 쥐어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잘게 떨어지는 키스에 히나타는 꺄르르 웃었으나 실은 그 목을 조르고 싶었다.
왜 그저, 어릴 적의 약속을 지켜, 라며 이름을 물어오지 않았을까?
어째서 나같은 것을 가지겠다고 이런 짓까지 하는 걸까?
모르겠다.
날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뭐지?
우시지마는 한번도 히나타에게 사랑 따윌 지껄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조급함과 다정함은 무엇일까?
알 수 없는 것은 본디 혐오와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그렇다면 히나타는 우시지마의 그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감정에 혐오와 공포를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히나타는 우시지마가 히나타에게 품은 것이 사랑 같은 간지러운 종류의 것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었다.
오히려 손에 들어오질 않는 장난감에 안달이난 아이와 같았다.
히나타는 안쪽에 뜨뜻하게 퍼지는 그의 욕망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숨결에 머리가 어질했다.
땀에 젖은 얼굴은 희미한 미소를 띄운 채로 작은 입술을 찾는다.
그에 거짓 미소로 화답하며 히나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여동생이 혹시 울고 있을까, 그것이 걱정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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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시마 케이는, 공포의 순간 각인된 밝은 태양의 빛을 잊을 수 없다.
곰팡이 냄새가 쾌쾌하던, 어두운 컨테이너 박스는 외진 곳에 처박혀 있었고,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가진 구역질 나는 적들은 짤깍짤깍 나이프를 돌리며 츠키시마를 고문하고 괴롭혔다.
게다가 엉망으로 묶인 손목과 발목은 밧줄이 파고들어 피가 나고 있었으며 어깨에 박혔다 빠진 작은 단도는 피에 젖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죽는다, 고 츠키시마 케이는 생각했었다.
3년 전의 츠키시마는, 똑똑했으나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었고,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죽음의 공포에 그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놈들에게 조직의 정보를 불면, 조직에 저도 형도 죽을 것이고, 계속 침묵한다면 역시 자신을 납치한 자들에게 죽을 터였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은혜를 입은 조직에 폐를 끼치지 말고 죽어야지, 하고 생각하여 입을 다물고 있어도 무섭다는 감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날카로운 칼날에 부드럽게 베이는 자신의 피부에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 생각하여 체념하니 무서우면서도 무기력해졌다.
축축한 피로 물든 셔츠는 썩 마음에 들던 것이어서, 츠키시마는 무서운 와중에도 짜증이 치미는 것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생각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충돌해 츠키시마는 혼란스러웠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거나 화약을 뿌리고 불을 붙혀 츠키시마가 비명을 지르게 만든 후 킬킬거리는 놈들의 목소리가 아득해질 만큼 어질어질하며 정신이 흐릿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 더욱 파고드는 밧줄에 손목이 잘려나갈 것 같았고 정보를 불으라며 닦달하듯 칼을 놀리는 손길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여전해서 빨리 죽여, 라고 말한 츠키시마는 속으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이상 비명을 지를 힘도 없어 힘겹게 숨을 내뱉는 츠키시마의 머리 위로 날카로운 칼날이 빛나며 츠키시마에게 달려들었다.
눈을 질끈 감은 츠키시마는, 커다란 총성과 함께 자신을 고문하던 남자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부숴진 문에서 쏟아지는 빛은 어두운 컨테이너의 안을 눈부시게 비추었고, 빛이 쏟아지는 한가운데에는 히나타가 총구를 겨눈 채 서 있었다.

순식간에 어둠이 걷혔다.
먼지를 뒤집어쓴 히나타는 평소의 둥글둥글한 미소는 어디 갔는지, 잔뜩 화난 얼굴로 걸어들어왔다.
여기저기에 난 생채기는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뚝뚝 목을 꺾으며 몸을 푸는 히나타는 그 공간과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소년은 굳은 얼굴로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피를 튀기며 죽어가는 사내들에겐 단말마를 내뱉을 시간 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괜찮아? 많이 다쳤어?"
걱정스레 묻던 소년은, 오히려 자신이 엉망인 꼴을 하고 있어서, 츠키시마는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싸울 때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다급하게 밧줄을 푸는 손은 잔뜩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알릴 새도 없이, 혹시 그 사이 츠키시마가 죽을까 그 가느다란 몸으로 쳐들어온 히나타는 당연히 잔뜩 상처를 입은 채였다.
조직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를 구하겠다고, 간부인 히나타가 홀로 쳐들어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으나 만만치 않게 다쳐놓고는 츠키시마를 걱정하는 것이 더 놀라웠다.

밖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깔려 있었는데, 홀로 그 모두를 해치우고 나타난 히나타는 피에 절어 있었다.

그가 죽인 자들의 피와 그들이 히나타에 입힌 상처에서 나온 피로.

칼에 베이고 총에 맞아도, 아무도 그의 비명을 들을 수 없었다.
히나타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자기 자신의 고통에만 지독하게 둔감했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는 요란을 떨면서, 자신이 다치는 것은 눈꼽 만큼도 고려하지 않았다.
히나타에 의해 목숨을 구원받은 날, 츠키시마는 다짐했다.
이 사람을 죽게 하지 않겠다고.
자신을 쉽게 내던지는 이 사람이, 절대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당신이 아파하는 법을 잊었다면, 내가 대신 아파하고 죽지 않도록 뒤를 봐주겠다고, 츠키시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했기에, 뜬끔없이 나타난 카게야마도 불평 몇마디 만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히나타를 지켜주니까.
하지만, 지금 히나타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그를 지키지 못했다.

츠키시마도 카게야마도, 그 누구도.

츠키시마는 불안하다 말하는 하나타를 기억한다.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 천장이 아닐까봐 겁이 난다는 소년의 말을 기억한다.

그는 지금,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 천장이 시야에 없어 슬퍼할 것이 틀림없다.

지겹고 무서워 그저 참아내겠지.

츠키시마는 주먹을 꽉 쥔 채로 분노로 몸을 떨었다.

무력한 자신에게 가장 분노가 치밀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길게 내뱉은 후, 츠키시마는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자책하며 늘어질 시간은 없다.

놈들의 손아귀에서 히나타를 구해내어야 한다.

작은 등 뒤에 숨어 보호받을 시기는 지났다.

까득, 이를 갈며 츠키시마는 눈을 빛냈다.

다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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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군, 좋은 술을 준비해둬. 아주 큰 수확이 있었으니까."

쿠로오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다이치의 낮은 음성이 결론을 재촉했다.

"우시와카의 동생이 다니는 요양 병원을 찾아냈어. 병원으로 뒤통수 맞았으니, 딱이지?"

가느다란 웃음에는 즐거운 빛이 가득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좋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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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타는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메이드가 방 한켠에 세워진 거울 가까이로 다가왔을 때, 슬쩍 다리를 뻗었다.
중심을 잃은 그녀는 긴 치마에 다리가 걸려 휘청, 거울을 향해 쓰러졌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로 깨져버린 거울의 파편이 날카로운 단면을 뽐내며 바닥을 뒤덮었다.
"꺄악!"
파편들 속에 나자빠진 메이드에게 다급하게 다가가 일으켜 세운 후 무릎을 털어주자 그녀는 겁에 질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다.
"미안, 내 다리에 걸렸네."
파편을 털어주는 척, 히나타는 눈 여겨 본 길고 날카로운 조각을 발로 차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아아, 주, 주인님께 분명히 호, 혼날거야..."
패닉에 빠진 여자를 격려하며 침대에 앉힌 후, 히나타는 자기가 그랬다 말하겠다고 하며 거울 조각들을 한데 모았다.
"빗자루 가져오자?"
히나타의 말에 메이드는 사색이 되어 후다닥 방을 나섰다.
크고 뾰족한 조각 몇가지를 골라 여기저기에 숨긴 히나타는 어느새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에 피 묻은 거울 조각들이 반짝거렸다.
까마귀들은 둥지에 반짝이는 것을 모으지.
하하, 히나타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손에서 흐르는 선혈이 바닥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당신도 나도.
수많은 조각들은 제각기 히나타를 비추었다.
모든 거울 조각들 속의 히나타는 괴로운 빛을 띄고 있었다.
히나타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어머니가 왜 죽음을 택했는지, 두꺼운 밧줄을 목에 감아야만 했던 그 이유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 의해 좁은 방에 갖힌 상태로는, 그 어떠한 다정함도 사랑이 가득 담긴 손길도 더럽게 느껴질 뿐이다.
억지로 새장에 집어넣어진 새가, 조금 다정한 손길로 만진다고 아름다운 소리로 울어줄리 만무하다.
히나타는 웃어 보았다.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당겨 천진한 미소를 만들어 내었다.
왜 아무도 모를까
죽어버린 눈동자는 까만색으로 지독하게 어두운데, 어째서 알아보질 못할까.
가족에게 위협이 된다면 배제한다.
그것 뿐.
히나타에게 지킬 것은 그것 뿐이다.
19살의 소년, 곧 20살이 될 소년은 여전히 작다.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잔인한 도시에서 비정상적인 성장을 한 소년은 아이도 어른도 되지 못했다.
빛나는 해가 뜬 아침이다.
수십개의 거울 파편 속에는 수십개의 태양이 뜬다.
소년은 여전히 히나타 쇼요로서, 또 하루 독수리 둥지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
자, 좋은 아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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