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지마에게 있어 히나타 쇼요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마 트라우마, 라는 대답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인생의 첫 결핍, 혹은 상실.

스스로가 원하기도 전에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던 소년이, 처음으로 스스로 원했지만 가지지 못했던 유년의 상실.

어린날의 아쉬움은 어째서인지 무의식의 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히나타 쇼요를 만남으로서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처음 느꼈던 아쉬움과 손 안에서 빠져나간 존재에 대한 안타까움은, 강렬한 트라우마로 우시지마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다시 놓쳐버리면 어떡하지?

만약 그것이 사랑이냐 묻는다면, 글쎄.

우시지마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채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우시지마는 깊게 생각하는 남자도 아니고, 그닥 섬새한 사람도 아니다.

행동이나 감정의 이유따위,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우시지마는 그저 제가 하고 싶은데로 할 뿐이다.

가지고 싶기에 히나타를 훔쳤고, 안고 싶어져 안았다.

그런 우시지마에개 이유를 물어봤자, 도리어 무엇이 문재냐며 고개나 갸웃거릴 터이다.

그저 무의식에 너무도 선명하게 새겨져 있기에, 소년을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 각인되어 있기에 우시지마는 그를 가둔다.

그렇다면 히나타 쇼요에게 있어서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무엇일까.
묻는다면, 아마 소년은 그를 이미 흐릿해진 유년의 꿈이라 대답할 것이다.
스쳐갔던 좋은 꿈은 이제 와서야 악몽이 되어 괴롭히는 통에 성가실 뿐이라고.
긴 세월 지독한 도시에서 변질된 탓으로 변해버린 두 사람에게는 그 시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히나타 쇼요는 그런 우시지마 와카토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고인 감정은 썩어들어간다.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 될 일은, 아마 평생 없지 않을까.
..........
히나타는 놀란 눈으로 기절한 채 여기저기 링겔을 꽂고 있는 고시키를 바라보았다.
도미넌트 이글의 간부진들이 죄 모여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슴팍에 선명하게 새겨진 선셋 레이븐이란 글자에 히나타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다들 화가 많이 났나봐.
우시지마는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고시키의 뺨을 살짝 쓸었다.
피범벅이 된 소년은 초라하고, 또 처량해 보였다.
"와카토시, 선셋 레이븐이 뭐야...?"
히나타는 순진한 얼굴로 고시키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코우, 방에 가 있어라."
순간 눈에 띄게 표정을 굳힌 우시지마가 말했다.
"엣, 나 츠토무 간호할래... 여기 있고 싶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하자 텐도가 히나타를 번쩍 들어올렸다.
"방에 넣어놓고 올게~"
"으아앗! 나 츠토무랑 있을래~!"
"가만히 있어, 꼬맹이."
텐도는 버둥거리는 히나타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 후 성큼성큼 방에서 나갔다.
수많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방으로 들락날락 거렸다.
"사토리, 츠토무를 누가 그렇게 만든 거야? 츠토무 많이 아파?"
"있어, 아주 성질 더러운 까마귀들이."
히나타는 순간 빨간 머리통을 걷어 차려다가 그만 두었다.
고시키의 몸에 붙어있던 위치추적기는 이미 떼어내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나...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하나...'
히나타는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려 해서 큰일이었다.
조금 궁금하네.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독수리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
"코우, 절대 형님을 떠나면 안돼."
혀가 부어올라 막힌 소리로 고시키가 말했다.
힘겹게 내뱉는 목소리는 엉망진창이었다.
"츠토무, 많이 아파?'
손을 잡아 볼에 부비면 창백한 얼굴에 살짝 혈색이 돌았다.
"나는 와카토시 보다 츠토무가 더 좋은데."
살풋 웃으면 귓가가 붉게 물든다.
아, 정말로 알기 쉬워서 큰일이네.
고시키는 강함을 동경한다.
자금까지는 제 형님이 그저 최고였고, 가장 큰 사람이었을 그가, 형님의 반도 안되는 몸집으로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히나타에 매혹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고시키가 히나타를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우시지마에 적대적이었고, 레이븐의 조직원이었다는 사실 때문인데, 이제 기억을 잃고 우시지마의 것이 된 히나타는, 고시키가 싫어하려 해도 싫어할 수가 없었다.
작고 사랑스러운 외견,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강함.
그리고 저를 향해 웃어주는 그 미소.
형님을 가장 존경했고, 지금도 그를 가장 위하지만, 처음으로, 히나타가 우시지마 보다 자신을 따르는 것에서 느낀 우월감은 고시키를 매료시켰다.
모든 강함의 기준이던 형님, 그런데 몸이 약해 애초부터 그와의 경쟁에서 배제되었던 고시키가, 처음으로 우시지마에 우월감을 느꼈다.
언제나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마음 속의 아주 조그만한 균열이다.
고시키는 아마 제 형을 일부러 더욱 치켜세워 스스로의 약함을 부정하려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작은 생각.
몇시간 지나면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그러나 머릿속 깊숙히에 분명한 흔적을 남길, 그런 작은 생각.
히나타는 사랑에 겨워 자란 소년에 더욱 찬란히 웃어주었다.
이것이 비웃음이라는 것을, 조소와 실소일 뿐이라는 것을 너는 모르지.
삐뚜름한 앞머리를 웃으며 쓸어주자 어리광을 부리듯 부벼오는 몸짓에 히나타는 흡족스러웠다.
잃어본 적 없는 자들은, 더욱이 상실감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언제나 잃기만 했던 사람들의 머릿속을 당신들은 모르겠지, 그렇지?
히나타는 문 밖에 시라부가 서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 세세히 우시지마에게 일러 바칠 것이다.
그래,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줘.
감정의 골이 서서히, 눈치채지 못하는 속도로 서서히 벌어지도록.
"거기 목덜미에 그건 뭐야?"
고시키는 턱짓으로 살짝 히나타 목덜미를 가리켰다.
"응? 아, 와카토시가, 침대에서 츠토무 이야기 한다고 깨물었어. 몰랐는데, 침대에선 다른 남자 이야기 하는게 아니래. 난 그냥 츠토무가 걱정되서 그런건데."
천진한 얼굴로 속닥속닥 말하자 고시키의 눈동자에 당황과 또 다른 감정의 빛이 스친다.
네 형님은 너보다 내가 좋은 것 같은데, 나는 네가 더 좋아.
그러면 넌 누굴 고를래?
평생 형의 그늘에서 살거야?
소리없는 유혹들은 고시키의 뇌리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균열이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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